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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들이 말해주는 그림 속 드레스 이야기
이정아 지음 / 제이앤제이제이 / 2018년 12월
평점 :
품절
'메리 퀸 오브 스코틀랜드'와 '골든 에이지' 그리고 <슈테판 츠바이크의 메리스튜어트>를 연이어 보고 읽은 덕분(?)이었을 게다.'명화들이 말해주는 그림 속 드레스 이야기' 제목에 시선이 가게 된 것은..공교롭게 펼쳐본 페이지는 엘리자베스 1세에 관한 부분.'권력을 입은 패션'이란 주제가 호기심을 자극할 수 밖에.츠바이크의 책을 통해 엘리자베스를 만났지만 영화 속 여왕의 패션과 화장은 조금 지나친(?)건 아니였나 싶었는데 그럴수 밖에 없었던 사연(?)이 숨어 있었다.시간이 흘를수록 화려함을 더 강렬하게 즐기게 된 것인지,처음부터 그런 취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인지는 학자에 따라 해석에 차이가 있을수 있겠으나 영화 골든 에이지에서 화려함을 벗은 뒤의 모습을 보았을때의 느낌은 여왕이 조금 안쓰럽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대관복을 입은 엘리자베스 1세'그림은 작자미상이다.자신의 이름을 밝힐수 없었던 것은 여왕을 지나치게 사실적으로 그렸다는사실에 대한 두려움이였을까..아니면 상상이 가미된 그림이라 차마 이름을 밝힐수 없었던 것일까 무튼 이 그림을 소개하면서 만나게 된 엘리자베스 1세의 이야기는 이렇다."재위 초기 왕좌는 불안했다.여왕을 인정하지 않는 의회는 하루가 멀다 하고 결혼을 종용했다.남자에게 왕위를 넘겨주고 조용히 물러나라는 의미였다.하지만 엘리자베스는 전혀 그럴 마음이 없었다.그녀는 상황을 바꾸고 강력한 왕권을 획득하기 위해 은밀한 작업에 들어갔다.그것은 패션을 통해 스스로를 신격화 하는 것이었다(...)역사상 가장 빛나고 화려하지만 또한 가장 무겁고 불편한 엘리자베스 1세의 기하학 패션은 이렇게 탄생했다.(...)작가 미상의 영국 화가가 그린 <대관복을 입은 엘리자베스 1세>는 전설로 길이 남은 엘리자베스의 모습을 보여준다.(...)엘리자베스를 본 런던 시민들은 환호했다."/286~288 쪽 여왕의 패션이,작자미상의 그림이 당시 시민들에게 어떤 희망을 품게 만든건 사실인 듯 하다.영화 속에서는 마냥 화려함을 좋아하는 여왕이이라 생각했었는데,화려함 속에는 여왕의 취향과 함께 또다른 비밀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그래서..나는 소(小) 마르쿠스 헤라르츠의 '엘리자베스 1세의 초상'이 조금은 슬프게 느껴지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권려과 취향이 여왕 스스로를 강인하게 만들어주기도 했지만 죽음으로 이르는 이유도 되였으니 말이다.

"재위31년이 되던 해 그려진 이 작품은 1588년 스페인 무적함대를 격파한 해전을 기념하기 위해 특별히 제작된 작품 중 하나다.각종 보석을 정교하게 장식된 은백색의 옷을 입은 엘리자베스1세가 지도 위에 당당하게 서 있다.발 밑의 세계지도는 스페인을 굴복시키고 신대륙으로 뻗어나간 여왕의 권력을 상징한다.여왕이 입고 있는 흰색의 드레스는 예수의 영광과 함께 처녀 여왕의 순결함을 칭송하는 장치다.(...)"/293쪽 영화 골든 에이지를 보면 스페인과 싸우는 장면이 나온다.그러나 그림 속 모습과 영화 속 모습은 또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무튼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얼굴을 유난히 하얗게 만들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천연두 자국을 감추기 위함이였다는 사실에 놀랐고,그로 인해 수은과 납중독에 걸리기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하얀얼굴을 고집했다는 점도,죽을 때까지 호리한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 다이어트 까지,권력이란 자리를 누구나 누릴수 있는 것이 아님을 온몸으로 보여준 여왕이였구나 싶은 생각이 들면서도,권력이란 것이 도대체 뭐길래..라는 생각도 해 보게 만든 그림이였다.(자신의 어머니처럼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여왕에게는 권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했을 테지만 말이다..)
책의 구성은,탐미의 시대,기묘하고 매혹적인 패션,갖고 싶은 것들의 역사,패션 아이콘 시대를 앞서가다 로 구성되어 있다. 드레스에 깊은 관심이 없어서 이런 책이 있는 줄도 몰랐다가,엘리자베스 1세와 메리 스튜어트 덕분에 읽게 되었다.패션 아이콘..그 중에서도 권력을 입은 패션을 가장 재미나게 읽은 것 같다.마담 퐁파두르의 로코코시대의 모든 것과 함께...시대의 경향이란 것도 있겠지만,권력을 어디에 두고 있는 가에 따라 이렇게 분위기가 다를수도 있는 걸까? 의도하지 않게 엘리자베스 1세와 마담 퐁파두르의 그림을 비교하며 보는 재미도 있었던 것 같다.권력의 정점에 있어야 하는 자와 그렇지(?)않을수도 혹은 조금 거리를 두고 있는 이의 차이가 느껴졌다고 해야 할까..마냥 아름답게만 그린듯 해서 그다지 집중해 보지 않았던 그림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엘리자베스 1세의 그림과 함께 본 덕분이다.

모리스 캉탱 드 라 투르가 그린 '마담 퐁파두르' 그림을 볼때면 그녀보다 소품처럼 등장하는 책들이 궁금했었다.그리고 이제 궁금증 해결 "그림 속 서른 네 살의 퐁파두르는 아름답고 완숙미로 가득하다.피부는 흰 도자기처럼 깨끗하고 코르셋으로 끌어 올린 가슴은 여전한 그녀의 여성미를 보여준다.꽃과 각종 식물이 섬세하게 새겨져 있는 크림색 드레스는 은은한 광택과 차분한 색감으로 기품과 우아함을 더하고 손에 펼쳐진 악보를 비롯한 배경의 지적인 물건들은 예술과 과학에 대한 그녀의 열정과 학식을 보여준다.화가는 섬세하고 화사한 파스텔의 색조로 밝고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며 그녀의 미와 지성을 동시에 드러내고자 했다.워낙 세밀하게 묘사한 덕에<법의 정신><백과사전><자연의 역사> 같은 책의 제목까지 확인할 수 있는데 몽테스키외 달랑베르 볼테르 그녀가 후원한 계몽주의 철학자들이 출판한 책들이다"./310쪽 권력의 주체가 국민들에게 있다는 주장을 편<법의 정신>을 유난히 좋아했다는 저자의 설명과 함께,사치로 비난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그러나 이런 평가는 시선을 어디에 두는가에 따라 달랐게다.마담 퐁파두르 정도면 화려한 드레스 정도는 입어줘야 된다고 생각했던 건 아닐지...이 책을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던 건,그림 속 주인공들에 대해 객관적 시선으로 보고자 함을 조금 덜어냈기 때문이였다.내가 궁금했던 만큼의 호기심을 채워 주었다는사실에 만족한다. (덕분에)저자가 의도한 것이든 아니였든 독자는 마음대로 마담 퐁파두르와 엘리자베스 1세의 권력에 대한 표현을 비교해 볼 수도 있었다.드레스를 통해 이렇게 재미난 이야기를 만나게 될 줄 몰랐다.
(2019년에 쓴 리뷰를 다시 꺼내 보게 되었다. '권력과 취향' 이란 표현에 나도 모르게 시선이 갔다. 권력을 취향처럼 누리려 한 이의 말로를 뉴스를 통해 연일 보고 있어서 인듯 하다. 엘리자베스는 감히..누구와 비교를 하는 건가..하고 따져 물을 테지만,취향에 권력이 더해지는건 화려할 수록 뭔가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소소함으로 감추는 권력도 무섭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