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말할 것이다. 그러나 인간이 다른 인간을 과연 얼마나 알 수 있을까? 한때 도공이었으나 이제는 슈루즈베리의 베네딕토회 수사가 되어 있는 루알드를 두고 이미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으니, 사람들이 노랫가락을 바꾸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터였다"/79쪽











고전을 읽으면서 하게 되는 수많은 질문 가운데 하나일게다. 해서 누군가를 '이해' 한다는 말을 하기가 조심스럽다.아직 소설을 다 끝내지 못한 관계로 결혼까지 했던 남자가, 아내를 남겨 두고 수사가 되는 이유를 이해할..수가, 순간 <달과6펜스>가 가장 먼저 생각났다. 화가가 되기 위해 떠난 남자를 다른 시선으로 읽게 될 것 같아서.. 다른 출판사 버전이 나왔으면 기꺼이 읽어야겠다 생각했더니 문예출판사 버전이 보인다. 처음 읽었을 당시 독후기도 남겨 놓지 않았으니, 다시 읽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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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중히 감시받는 열차
보흐밀 흐라발 지음, 김경옥.송순섭 옮김 / 버티고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헤밍웨이가 미국정부로부터 감시 받고 있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는 망상정도로 취급했던 모양이다. 시간이 한참 흐르고 난 후 사실로 밝혀졌다는 이야기를 방송에서 보게 되었다. 공교롭게 용인에 있는 책방에서 보흐밀 흐라발의 책이 눈에 들어온 건 '감시' 라는 단어 때문이었던 거다. 재미난 건 책방에서 구입한 이 책을, 온라인에서 더이상(아니 당분간) 구입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거다. 절판된 책을 찾다가 발견한 기쁨은 아니지만, 우연으로 고른 책이, 더이상 구입할 수 없는 책이 되었다는 것이 신기하고 고마워서, 냉큼 읽게 되었다.


두 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길지 않은 글이지만 가볍지 않은 주제라 좀 버겁게 읽어야(만) 했다. 총소리가 난무하는 것도 아니고,피냄새가 진동한 것도 아닌데, 피부에 더 와 닿는 기분이 들었다. 전쟁으로 인해 인간성이 어떻게 망가지게 된는 가를 보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인 것 같다. 자연스럽게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라는 제목을 탄식처럼 하게 된 걸 보면...


"이 열차를 보자 뭔가 생소한 느낌이 전해져 왔다. 열차에 타고 있는 부상병들의 눈빛 때문이었다. 전선에 존재하는 수많은 고통들이 자신들이 받았고 또 자신들 역시 남에게 주었을 그 고통들이 이들을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 놓은 것 같았다. 이 부상당한 독일 병사들은 반대 방향, 즉 전선으로 가는 독일 병사들보다 더 애처로워 보였다"/82쪽



지금도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 전쟁 소식을 뉴스로 접하고 있는 터라 더 무겁게 읽혀진 소설이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전쟁인지.. 전쟁이 아니라면 서로 친하게 벗하고 살아갈 사람들이었을수도 있을 텐데, 내가 살기 위해 상대를 공격해야 하는 이 무서운 세상..하느님이 최후의 심판 나발을 불어야 끝날 건가..라는 한탄은 그래서 너무 공허하게 다가왔다. 전쟁은 결코 끝나지 않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래서 그냥 그 속으로 전쟁 속으로 나를 몰아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답답했다..


"그에게도 나에게도 그 역시 한 인간이었다. 나처럼 혹은 후비치카 씨처럼 말이다. 특별하게 잘난 것도 특별한 지위도 없는 그저 평범한 우리가 똑같은 인간이었다. 그런데도 우리는 서로를 쏘고 서로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것이다. 만약 우리가 이곳 말고 다른 곳에서 평범한 사람으로 만났더라면 우리는 서로를 좋아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을지도 모르겠다"/1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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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늠할 수 없는 고통이 아니라, 감히 상상이 되는 고통이라 힘겨웠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가 아니었다고 해도, 영화 속 이야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을 테니까.허구라고는 믿지 않았을 테니까고통스러웠던 영화.. 그런데 소설 <욕망의 땅>을 읽다가, 영화 속 장면을 떠올릴 법한 문장들을 만났다. 자신의 고통을 타인에게 전과하는 것 만큼 비겁한 짓은 없다고 본다. 그럼에도 그녀를 마냥 지탄할 만 없었다는 사실이 또 고통스럽게 다가왔던 영화.









"(...) 사람이 압박에 몰렸을 때 어떤 식으로 행동하는지 그 동기가 무엇인지 누가 제대로 설명할 수 있겠나?(..)"/146쪽


"세상 전체가 그에게 원한 살 만한 짓을 했는지도 모르지" 캐드펠이 말했다. "그렇다고 자기보다 상황이 좋지 못한 이들에게 분풀이를 해서는 안 되지만 증오에 빠진 이들은 늘 있는 법이네. (..)"/1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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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포크너의 책을 어떻게 읽었을까 독후기를 찾아보다가, 헤밍웨이와 포크너에 관한 장작가님의 글을 메모해 놓은 포스팅을 발견했다. 헤밍웨이의 소설도 다시 읽어 볼까 고민중이었는데..신기한 우연이다..


"이번 글은 진짜 빠르게 썼다. 1,200매나 되는 원고를 딱 두 달 만에 썼으니 신들린 듯 쓴 거다. 물론 훼밍웨이나 윌리엄 포크너만큼은 빠르지는 못했다. 그 사람들은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와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같은 장편 소설을 단 6주만에 썼다. 천재가 아니라 괴물들이다.그래.작가들은 집중해서 글을 쓸 때,천재가 아니라 다 괴물이 된다./18쪽




나는 태양.. 보다는 수없이 읽었던 <노인과 바다> <누구를...>를 읽고 싶다. 

누구를 위하여..를 다시 읽고 싶어진 이유는 <엄중히 감시받는 열차>를 읽은 영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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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열 번을 나고 죽을 때 (리커버) 위픽
성해나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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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사지터를 찾아 다니던 때가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그 곳을 왜 가느냐고 묻는 지인에게 '텅빈 충만함'이 느껴져서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가 열 번 을 나고죽을 때> 와 첨성대는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 걸까 궁금했는데, '첨성대'를 이렇게 멋지게 표현하다니, 이론적인 첨성대에 관한 설명보다 더 마음에 들었다...^^


"사람의 수명을 백 년이라 가정할 때 우리가 열 번을 나고 죽어야 비로소 천 년이 흐르는 셈입니다.참으로 아득한 세월이지요? 이 탑은 그보다 더 긴 세월을 버텨주었어요. 흔들리기도 하고 기울어지기도 하면서요 대견하지 않습니까? 재건이나 복원을 거치지 않은 유일한 건축물은 첨성대뿐이라고 부연하며(...)"/88쪽


아주아주 짧은 소설이다. 

'첨성대'를 놓고 이야기를 만들어 낸. 그런데 건축이 담겨 있고, 세월(시간)이 녹아 있다. '경주'라는 도시는 경주(競走) 라는 뜻도 품고 있었다는. 과학적인 결과물로만 첨성대를 바라보지 않는 시선이 좋았고, 건축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높이높이 낡은 건물을 무조건 사라지게 만드는 것들에 대해 고민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좋았다. 


"현실적인 어려움은 건축가보다 공간에 정주하는 사람들이 더 잘 알아. 건축이란 건 설계도 안에서만 이뤄지는 게 아니라 항상 그 바깥에서 이뤄지니까.정면으로 부딪혀야 할 때도 있지만 타협할 때도 있고 경청해야 할 때도 있는 거야"/101쪽


첨성대를 이야기하기 위해 건축이란 소재가 이야기속으로 들어온 듯 하다. 건축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는 1人인데, 얼마전 정말 독특한 카페를 찾았더랬다. 평범함 속에 어떤 특별함을 만들어낸 외관이라고 해야 할까.. 독특한 건물의 카페라는 지인의 말을 듣고 따라갔다가, 홀딱 반했다. 특별한 기교가 없는 듯한데, 분명 기교가 보이고 낮에 방문할 때와 방문할 때 또 다른 공간.. 카페 실내로 들어와서도, 밖과 전혀 다른 느낌이라 놀랐던 기억.. 카페 밖의 모습만 보면, 안의 모습이 어떠한 모습일지 상상할 수 조차 없었다. 그런데 밖에서 이미 안의 모습까지 그려진 것이 아닐까 싶었다. <우리가 열 번을 나고 죽을 때>를 읽은 덕분에 경주 여행을 하고 싶어졌다. 가서,첨성대를 찬찬히 올려다 보며 상상을 하고 싶어졌다. 첨성대와 이야기가 만나 재미난 결과물이 나올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이야기는 얼마나 매력적인 도구인지에 대해 새삼 놀랐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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