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의 운명과 블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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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제주도 우다>를 읽지 못했다. <순이삼촌>이 그랬던 것처럼 읽기까지 얼마간의 시간이 더 필요할지 모르겠다. 제주4.3 관련 이야기를 방송에서 보면서,4월이 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세상이 워낙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에,4월이 오고 있다는 것도 몰랐던 걸까... 지난해 옥이책방에서 구입한 <작별하지 않는다>를 이제는 읽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4월,내가 어떤 책들을 읽었는지 찾아 보았다.<순이삼촌>은 읽기(만)하고 리뷰로는 남겨 놓지 않았다는 사실도 알았다.


제주 4.3 하면 가장 먼저  5.10 단독선거 반대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충돌로 일어난 사건 정도로 알고 있었다.그러나 불씨는 이전부터 이미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였다.바로 3.1절 28주년 기념행사를 하기 위해 모였던 관덕정광장에서 발생한 사건.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사건이였다.그러나 미군정입장에서 보면 작은 꼬투리라도 잡고 싶었을 터.시민들이 항의하는 광경을 마치 폭도라도 일으킨것처럼 분위기를 몰아갔으니..아마 이런저런 사정으로 제주는 미군정에게 신경 쓰이는 섬이였던 모양이다.극히 작은 무장대원들을 찾아 내겠다고 수많은 사람을 죽이다니..이건 학살이다. 단 한 명이 죽었더라도 이유없이 죽였다면 학살인데..이유도 모른채 수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70여년 전에 이유도 알 수 없는 채로 사라져갔다.그리고 여전히 폭동과 항쟁의 정리가 이뤄지지 않은 채로 4.3으로 불리는 사건.7년 7개월의 시간을 통해...미군정이 얻으려 했던 것은? 그리고 이승만정부가 얻고자 했던 것은 무엇일까? 라는 질문은 사실 바보 같은 질문일지 모른다.그럼에도 저자가 한 말처럼 나는 왜? 그랬냐고 묻고 또 묻을수 밖에 없는 건 여전히 가해자였던 이들의 명확한 사과와 반성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en시인의 만인보가 언급된 부분을 볼때는 감정이 복잡해기지도 했지만...) 살아남은자들의 증언을 읽을 때는 마음이 아파서 긴 호흡으로 읽어야 했다.그럼에도 읽어야 할 책이였고,읽기 잘 했다는 생각을 했다.


할머니의 역사는 제주 4.3 그 자체였다.<무명천할머니>를 읽고 싶었던 건 할머니에 대해,제주 4.3에 대해 좀더 알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였는데,읽다 보니 제주4.3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된 것 같다. <순이삼촌> 덕분에 <제주4.3>을 읽었고 이후 <무명천 할머니>를 읽게 되었다는 일기를 보게 되었다. 그런데 정작 <순이삼촌>에 대한 느낌은 남겨 놓지를 못했다. 창비에서 나온 <빗창>포함 제주 역사를 담은 이야기 3 권을 읽은 모양이다. 방송에서도 많이 언급된 부분이고, 책에서도 비슷하게 느낀 점이 있다. 그리고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까지...



"모르는 여자들과 함께.그녀들의 아이들과 손을 나눠 잡고 서로 도우며 우물 안쪽 벽을 타고 내려갔다.아래쪽은 안전할 줄 알았는데, 예고 없이 수십 발의 총탄이 우물 입구에서 쏟아져내렸다.여자들이 아이들을 힘껏 안아 품속에 숨겼다. 바짝 마른 줄 알았던 우물 바닥에서 고무를 녹인 듯 끈끈한 풀물이 차올랐다. 우리들의 피와 비명을 삼키기 위해"/20~21쪽  

읽어내지 못할 것 같아 오랫동안 망설였는데,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서였는지. 이번에는 읽어낼 수 있을 것 같다. 방송에 집중하지는 못했지만, 동굴에 숨어 있다 유골로 발견된 아이가 있었고, 동굴 밖으로 나오다 처참히 죽임을 당한 아이..에 관한 목격담을 들었다. 어느 때보다 역사공부..가 절실히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 








<작별하지 않는다>를 끝내고 <사월에 부는 바람>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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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기이한 사례 창비세계문학 19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송승철 옮김 / 창비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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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보기 위해서도 읽었고, 문동에서 나온 일러스트가 궁금해서도 읽었던 '지킬박사와 하이드'를 이제는 정리(?)해도 되겠지 생각하던 순간 민음사에서 나온 책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읽은 책과 다른 책인 줄 알았다.(부끄럽게도) 지킬 박사와 하이드 관련 또 다른 이야기인줄 알았던 거다. 공연도 여러 번 보았고, 책도 여러 번 읽었으면..정작 온전하게 제목도 기억하고 있지 못할 줄이야..뮤지컬 20주년의 유혹이 있었으나, 변호사 배우 대사톤이 몹시 불편해서 마음을 접었다. 그런데 연극으로 무대에 올려진다는 소식을 들었다.1인극이란다. 엄청나게 길었던 뮤지컬을, 1인극으로 올릴 생각을 했다니 마음에 든다(아직 보지도 않았으면서) 다시 책을 펼쳤다. 이번에는 창비에서 출간된 책으로 읽었다. 



제목을 이렇게까지 다르게 정한 이유가 궁금하다. 더 놀란건 창비에서 언제나 거슬렸던 된발음의 글자들이 보이지 않았다는 거다. 그리고, 공연에서 이제는 좀 변했으면 하는 바람이 꿈틀거렸다는 거다. 뮤지컬에서 변호사의 말투는 몰입을 심하게 방해하는 부분이었다.(지금은 달라져있으려나..)  예전에 읽은 기록을 찾아보았다. 변호사 존재감이 생각보다 크다는 사실은,이번에도 처음 발견한 것처럼 호들갑을 떨게된 지점이다.지킬과 하이드의 목소리는..소설 전체에서 그다지 크게 차지 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았다. 그의 고백은 마지막 장에 가서야- '사건 전모에 관한 헨리 지킬의 진술'(팽귄은,'헨리 지킬의 고백'으로 번역되었다) -비로소 듣게 된다. 연극으로 가능한 이유를 알겠다. 공연이 원작을 능가하는 작품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연을 볼 때 아버지의 존재감, 사슬을 끊어버려야 하는 절규,..가 선과악 만큼 가슴에 와 박혔는데, 텍스트로 읽는 지킬과 하이드'는 살짝 지루했다. 여러번 읽은 탓일수도 있겠고, 지킬 보다 더 센 '악..'에 관한 소설을 많이 접한 탓이었을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여러 번 읽은 덕에 마주한 기쁨이라면, 그동안 선과악의 대립구조와,내안의 수많은 나일수도 있다는 생각,그것이 인간 본성일까..에 대해 질문을 했다면,애초에 선과 악이란 균열이 왜 일어나게 된걸까에 대한 물음이 따라왔다는 거다.'쾌락' 그가 쾌락의 유혹에 빠져 들지 않았다면, 내 속에 있는 수많은 선과 악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살아가지 않았을까... 우리가 지금 수많은 욕망에 빠져 허우적 거리는 것처럼 말이다. 쾌락을 즐기는 것이 나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즐기느냐에 문제에서 말이다.


"자신의 영혼에서 불러내 자신의 쾌락을 즐기도록 홀로 밖으로 내보낸 이 악령은 태생적으로 해로운 악당이었다. 그의 모든 행동과 사고는 자기중심적이었다. 타인을 괴롭히는 일이 그의 즐거움이었는데,괴롭히는 일이라면 크고 작은 것을 가리지 않고 짐승처럼 게걸스럽게 탐닉했고 목석처럼 잔인했다(...)"/105쪽


지킬과 하이드를 긍정의 시선으로 바라 볼 때도 있었다, 우리 모두의 마음에는 선과 악이 공존하고 있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데 탄핵의 시간은 거울을 자꾸만 다른 곳으로 향하게 만든다. 하이드 때문에 수많은 지킬이 고통을 받고 있는 것 같아서..해서 하느님만 아실 거라는 지킬의 고백이 공허하게 다가왔다. 


"(...) 하이드는 교수대에서 죽을까? 아니면 최후의 순간에 자신을 해방할 용기를 갖게 될까? 하느님만 아실 것이고 나하곤 상관없는 일이다.지금이 나의 진정한 사망 시점이고,이제부터 일어날 일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하는 일이다.그러니 여기서 펜을 놓고 내 고백서를 봉인하며 저 불행한 헨리 지킬의 삶을 마감한다"/1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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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에 미친 김 군
김동성 지음 / 보림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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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에 '미친'다는 건 결코 쉬운이 아니다. 꽃을 엄청 사랑하는 지인이 있고,나는 정반대의 사람이라..이 책에 더 궁금했는지도 모르겠다. 꽃을 싫어하진 않지만, 격하게 좋아하는 편도 아니라서,그런데 책을 펼치자마자 황홀해졌다.(거짓말처럼^^)



이것이 그림의 힘인걸까..무아지경에 빠져 있는 진짜 소년이 보였다. 어떻게 저렇게 황홀하게 꽃을 바라볼 수 있을까..나도 모르게 감탄이 나왔다. 그리고 비로소 '김 군'에 대한 정보를 찾아 보았다. 김덕형. 꽃에 미친 화가였다는 사실을 알았다. '균와아집도'를 찾아보았다. 강세황 옆에 어린 소년이 김덕형이란 사실도 알았다.



꽃에 미친 김군 덕분에 '균와아집도'를 다시 찾아 보았다. 지식인이 알려준 덕분에 그림속 김덕형과 균와아집도 속 김덕형을 비교해 보니 닮았다.  여덟 명의 회원이 보여 그림 그리는 장면이 담겼다. 저 그림은 누가 그렸을까, 강세황,심사정 김홍도 최북의 합작품이란다. 예술가에게 나이는 중요하지 않음을 이렇게 또 배우게 된다. 누구도 그림은 그리고 있지 않았는데...




통통했던 소년은,어느덧 멋진 어른이 되어 꽃을 정신없이 그리고 있었다. 김동성 작가님의 상상력도 한몫 했을게다. 꽃을 그려낸 색감이,마치 꽃 향기가 책을 뚫고 나올 것 같은 기분..김 군이 그림에 미칠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설명 없이 전달되는 기분...좋았다.  '균와아집도'를 본 적은 있을 텐데, 자세히 들여다 보지는 않았던 것 같다. 강세황 옆자리를 지키고 있는 소년이 꽃에 미친 화가김덕형이었다는 사실을 이제서 알았으니까.황홀한 꽃 그림에 취하고, 꽃에 미친 화가 덕분에 꽃향기가 전해지는 기분이 들었다.이상하게 미친 사람들도 있지만, 이렇게 멋지게 미친 이들을 보면 기분이 저절로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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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짜..를 완독하지 못했으면서, 사촌..을 구입했다. 그리고 골동품..까지 

<고리오영감>을 재미나게 읽었으나 정작 다른 책들은 잘 읽혀지지 않는다. 골짜기..가 힘들수 있다고 헨리 제임스의 위로를 받았지만"전성기의 전반기 작품이 전체적으로 후반기 작품보다 우월하긴 하지만 두세 작품은 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덧붙여야 한다. 1835년 출간된 <골짜기의 백합>은 (...)수준이 떨어지기 때문이다"/35쪽 '아주 가느다란 명주실로 짜낸' 나는 헨리제임스가 아니다. 어찌어찌 <샤베르 대령>과 녹색광선 출판사에서 나온 단편집을 읽었지만 아주 흡족하게 읽어내지는 못한 것 같다. 읽을 책도 많은데, 굳이 읽혀지지 않는 발자크를 붙잡고 있을 필요는 없겠는데, <고리오 영감>만 읽는 건 못내 아쉽지 않은가 싶다. 츠바이크의 '발자크 평전'도 읽어 보고 싶은데..그럴려면 발자크 소설을 읽어야 하지 않을까.










제목을 보는 순간 반가웠고, 책을 받자마자 쓰나미같은 후회가 밀려왔다. '인문학 그래픽 노블' 에 대한 개념을 내가 잘못 이해한(?) 탓이 크다. 발자크 작품에 관한 분석, 혹은 작가에 대한 철학적 분석이 담겨 있을 줄 알았다.바람은 읽고 나서 발자크의 다른 책들이 마구마구 읽어 보고 싶어질 수 있기를 바랐던 거다.그런데 투렌 지방을 부대로 우스꽝스럽고 외설적이며 노골적인 이야기였다. 설명을 자세히 읽었다면, 고르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노골적으로 외설 스러운 장면들이라,글 몰입도가 더 방해되는 기분이었다.물론 아포리즘 같은 문장들이 보이는 순간이 있긴 하다. 그러나 왜 '인문학 그래픽 노블'이란 부제가 달렸는지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발자크와 일부러 친해지려고 하지 말아야겠다. 그냥 자연스럽게 읽혀지는 날이 오면 그때 읽어볼 생각이다. 이것이 내가 인문학적으로 배운 교훈이다. 모두 극찬하는 발자크라고 해도,잘 읽혀지지 않는 책을 억지로 부여잡고 있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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