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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ive Kitteridge (Paperback) - NYT 선정 "100 Best Books of the 21st Century"
Strout, Elizabeth 지음 / Random House Inc / 2008년 9월
평점 :
인간은 결함에 결함을 보탠 존재이건만 동시에 사물에 깃든 이치, 사물끼리의 연관을 얻기 위해 그 자체에 내재한 모순을 이겨내고 관계를 통해 의미를 얻는 존재이기도 하다. 타인을, 자기 자신을 이해할 줄 아는 아량이 없는 인간은 인간이기 힘들다. 인간으로 태어났다는 사실은 인간이 될 수 있는 최고의 조건인 동시에 최악의 조건인 셈이다.
여기 그 관계를 통해 사람에 대한 이해를 조명한 소설이 있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는 퀼트를 짜내듯 열세 개의 이야기를 직조했다. 산뜻하고 찬란하다. 미숙함에서 믿음을, 균형에서 가치를 이끌어내는 작품이다. 문장은 섬세하고 깔끔하여 생생하다. 미국 메인 주의 해안 마을에 사는 7학년 수학 교사 올리브 키터리지. 남편과 아들. 아들의 부인. 이웃. 미화되지 않은 묘사와 정직한 시선으로 이들의 관계와 일상에 집중한다.
'Olive is a big person. ... It's true she always been tall and frequently felt clumsy, but the business of being big showed up with age; her ankles puffed out, her shoulders rolled up behind her neck, and her wrists and hands seemed to become the size of a man's.'(p.62)
'올리브는 덩치가 큰 사람이었다. 그녀는 원래 키가 컸고 좀 투박해 보였는데 나이 들면서 그 큰 체구가 더욱 부각되었다. 발목을 움직일 땐 숨이 찼고 어깨는 목 뒤로 튀어나왔다. 손목과 손은 남자 손목, 손과 비슷한 크기로까지 보였다.'
또한 올리브 키터리지는 사과를 하지 않고 단호하며 때로는 심술궂기도 하다. 올리브의 아들 크리스는 말한다. 'You can make people feel terrible(엄마는 사람 기분을 망쳐버려요)." 남편의 죽음을 애도하는 편지의 답장에 올리브는 'Don't be sorry. ... We all know this stuff is bound to happen. There's not a damn thing to be sorry about.(별 유감도 아닌 일입니다. ... 이런 일이야 일어나기 마련이에요. 유감이라고 말할 그런 망할 일 따위 없어요.)라고 답장을 쓴다. 친구에게 'Always nice to hear other people's problem(다른 사람들 문제를 듣는 건 늘 재미있어)'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야기가 계속되면서 이런 올리브의 다른 면이 드러난다.
"It kills me. Like the devil. And it must be my fault, too, though I don't understand it. I don't remember things the way he seems to remember them. He sees a psychiatrist named Arthur, and I think Arthur has done this." She paused a long time, clicked on Send, then immediately wrote, "P.S. But it has to be my fault, too. Henry said I never apologized for anything, ever, and maybe he was right" She clicked on Send. Then she wrote: "P.S. AGAIN. He was right."-(p.267)
"끔찍해요. 악마처럼. 난 이해 못하겠지만 어쩌면 내 잘못일 수도 있지요. 그 애의 기억과 나의 기억은 달라요. 아서라는 정신과 의사에게 상담을 받는다던데 그쪽에서 그랬을 거에요." 그녀는 좀 오랜 시간 편지 쓰기를 멈추었다가 보내기 버튼을 클릭했다. 그러고는 곧바로 다시 썼다. "추신. 하지만 그건 내 잘못이에요. 헨리는 내가 그 어떤 일에도 결코 사과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아마 그가 옳은 것 같아요." 그녀는 보내기 버튼을 클릭했다. 그런 다음 썼다. "추신. 한 번 더. 그가 옳았어요."
바깥에서 안으로. 안에서 바깥으로. 짧은 이야기를 통해 가족, 작은 마을의 소소한 사건이 연결된다. 그 고리를 통해 우리는 사람들이 타인과 자기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알 수 있다.
"What can I do for you, Christopher?" she'd ask, meaning Do Something for me! "Shall I fly out and visit you?"(p.149)
"뭘 도와줄까, 크리스토퍼?" 그녀는 묻곤 했다. 실은 그 말은 '나한테 뭔가 좀 해 줘!" 라는 뜻이었다. "비행기로 너한테 갈까?"
그러나 아들은 '아니오. 잘 지내고 있어요'라고 답한다.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는 것으로 나타나는 순간이다. 각자의 생각은 다르고 감정과 기억마저 다르지만, 그 모든 것이 모이는 지점은 비슷하다. 헨리와 올리브의 행복은 다르게 만져질지언정 비슷하게 떠오른다.
The year that followed-was it the happiest year of his own life? He often thought so, even knowing that such a thing was foolish to claim about any year of one's life; but in his memory, that particular year held the sweetness of a time that contained no thoughts of a beginning and no thoughts of an end, and when he drove to the pharmacy in the early morning darkness of winter, then later in the breaking light of spring, the full-throated summer opening before him, it was the small pleasure of his work that seemed in their simplicities to fill him to the brim.(p.10)
이듬해, 아마 그때가 헨리의 일생 중 가장 행복했던 해였을까? 일생 중 어떤 때가 되었든 간에 그렇게 우기는 것이 어리석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는 이따금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가 기억하기에는 시작도 끝도 없는 어느 특정한 해가 감칠맛 있게 단 느낌과 함께 존재했다. 그가 차를 운전하여 겨울 새벽어둠 속에, 그다음엔 봄빛을 받으며, 한여름에도 약국으로 출근할 때에 그를 소박한 충만함으로 채워준 것은 그가 하는 일에서 느꼈던 작은 기쁨이었다.
Olive's private view view is that life depends on what she thinks of as "big bursts" and "little bursts." Big bursts are things like marriage or children, intimacies that keep you afloat, but these bursts hold dangerous, unseen currents. Which is why you need the little bursts as well: a friendly clerk at Bradlee's, let's say, or the waitress at Dunkin Donuts who now how you like our coffee. Tricky business, really.(p.68)
올리브는 속으로 인생이 "큰 기쁨" 과 "작은 기쁨"이라고 그녀가 분류하는 것들에 달려있다고 생각했다. "큰 기쁨"은 결혼, 아이들과 같은 것과 같이 삶을 지탱해 주는 것들이지만 여기에는 보이지 않는, 위험한 구석이 있다. 이 점 때문에 "작은 기쁨"이 있어야 한다. : 브래들리의 친절한 점원, 커피 취향을 알아주는 던킨 도넛의 웨이트리스 같은 존재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쉽지 않은 일이다.
올리브는 사람들은 등만 돌리면 남의 험담을 한다고 말하며 그들을 믿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이 있기에 아들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 그녀는 이제 다 되었다고 생각한다. 아들이 상처받을 때는 무엇이든 해주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지만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각자의 생각과 마음이 서로의 삶을 아우른다. 사람들의 이해가 만났다가 어긋나서 모퉁이에서 부딪히는 풍경을 그렸다가 지우기를 거듭하여 공감과 존중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보여준다.
마음이 오른쪽 혹은 왼쪽으로 돌아서는 순간이 있다. 생각과 느낌이 궁금하여 묻고 싶어지고 잠시 숨을 고르게 되는 순간. 그 도중 느끼는 실망. 비롯되는 기대. 이 사이사이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귀 기울여 목소리를 듣고 싶어한다. 관심 없이는 감정도 없다. 살아가면서 스치는 바람과 기대는 다이아몬드처럼 혼자 존재하지 않는다. 가장 단단해서 부서지지 않지만 동시에 그 단단함으로 다른 보석에 상처를 주는 것이 다이아몬드라면 다른 한편으로 마모되고 상처받는 돌들이 있다. 삶에는 마찰 부분이 닳아서 없어진 그 돌들이 만드는 빛이 찬란한 순간이 있다. 대상을 확실히 이해하여 아는 일은 상황과 사건이, 어떠한 사람이 사람의 삶의 조각조각이 왜 중요하고 소중한 것인지를 받아들이는 일이다. 사람을 결국 있는 그대로 사랑하게 하여주는 일이다. 그 길은 다른 이와의 관계를 통해 완성된다. 해야 하는 일. 사는 동안 어우러져 나타나는 풍경.
마치 이 한 편의 시처럼.
저물녘, 변산
권정우
바닷가에 와서 보니
해는 매일 아름답게 지고 있었다
우리의 하루와
한 생도
몸을 낮출수록
더 아름다운 풍경이 된다는 것을
모든 사람이 알게 될 때까지
멈추지 않을 기세였다.
조금 닳은 듯 한 조약돌을 손을 내밀어 처음 보는 것인 양 어루만질 때의 촉각. 읽고 나면 다시 다짐하게 된다. 나는 올리브 키터리지와 같은 소설작품을 통해 스스로 얼마나 쉽게 판단을 내리고 추측을 하는지, 뉘우치거나 미안하다는 말을 하는 일이 왜 필요한지를 깨닫는다. 그리하여 읽기와 쓰기는 오락에 그치지 않고 해봄 직한 가치를 지닌 일이 되는 것이 아닐까. 아무리 힘들어도 다시 해야 할 일. 사람이 가진 가장 유리한 조건과 가장 불리한 조건을 끄집어내어 파도를 겪어내고 다른 사람과 악수를 하는 일.
일러두기-본문은 링크한 random house trade paperbacks에서 발췌하였으며 원문 번역은 한국어판 발췌가 아닌 잔 에뷔테른의 것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