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dplay - 3집 X & Y [일반반]
콜드플레이 (Coldplay) 노래 / 워너뮤직(팔로폰) / 2005년 7월
평점 :
품절



 콜드플레이를 이야기하는 것은 하나의 음반, 싱글앨범, 가사, 밴드 멤버의 사생활을 이야기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으나 이제 밴드가 활동한지도 십 년이 훌쩍 넘은 지금에 와서 이제는 이 밴드를 이야기하는 것이 브릿팝씬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차원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시점이 되었다. 음반 하나라든지 싱글 하나만 내놓고 사라진 밴드가 얼마나 많은가. 가장 유명하게는 영화 청춘 스케치(위노나 라이더가 그토로 아름답던 시절) 삽입곡 'my sharona'가 그랬고 가장 근접하게는 쿨라 쉐이커의 'K'가 그러했다. 물론 콜드플레이의 경우 첫 앨범이 워낙 대단하여 한 번 반짝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덜했으나 혹시 아는가 하는 노파심이 두번째 앨범에서는 기우였음이 드러났고 마침내는 이 밴드의 실력을 더이상 의심하지 않게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태초에 비틀즈가 있었다면 블러와 오아시스는 그 후손들 중의 하나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 블러, 오아시스의 이종사촌격으로 켄트와 버브(한글로 쓰니 이상하구나-verve)가 있었으며 우울증에 걸린 이들로는 뮤즈. 첨단기기에 가장 능숙한 이들 중 하나로는 라디오헤드(ok computer가 90년대에 나왔다니!), 약간 동떨어졌나 싶은 행동을 가끔 하지만 그래도 핏줄인가 싶은 이로는 스웨이드. 사춘기의 방황하는 자녀로는 트래비스. 이렇게 흐르고 또 흘러 브릿팝에서 콜드플레이를 듣게 되었다. 아차. 동네 형들 같다가 어느 순간 메가스타디움급 밴드가 된  U2의 입김을 어찌 잊을까. 콜드 플레이는 그들의 역사를 잇는 밴드다. 지금의 리뷰는 가장 최근작이 아닌 이 음반에 관한 것이므로 이 음반에만 집중하자면 이 음반에서야말로 브라이언 이노의 프로듀싱이 빛을 발한다. 산만하지 않고 원숙하며 진중하고 단단하다. 새롭지 않을지도 모르겠으나 그것은 전작의 수려함에 비해서 새롭지 않다는 뜻이다. 팝씬에서 밴드가 자신들이 잘 하는 사운드를 더욱 원숙하게 내놓는 것을 평단에서는 종종  '매너리즘에 빠졌다' 라고 평가한다는 것을 생각해 볼 때, X & Y는 여러번 숙고한 듯한 소리를 들려준다. 스트링이 동동 떠다니는 듯한 이질감도 없고 딜레이는 효율적이다. 가사를 마치 자신들의 감성을 여러겹 덧칠을 하듯 덧씌웠는데 이는 전작의 내뱉는 듯한 혈기에 비하면 신중하기까지 하다. 물론 muse에 비하면 밝기까지 하다.  fix you의 '빛이 너를 인도할 거야'라는 가사는 결국 그들이 어쩔 수 없는 긍정을 구두 밑창에 은근슬쩍 깔고 있는 사람들임을 보여준다. 그러나 '말하는 게 힘들고 힘없이 싸우고 있을 때 정신이 흐트러져. 뭔가 고장이 났고 넌 그걸 고치려 들었지. ... 널 사랑하려고는 했는데 제대로 될지 의문이야' 라는 가사를 듣노라면 보컬 크리스 마틴의 굵직한 저음에서 특유의 가성의 폭이 이 가사에 얼마나 적절한지 알 수 있다. 그것은 바다 밑바닥에 깔린 청년의 감성. 이리저리 표류하다가 결국은 '노래'로 종착되는 이 밴드의 여정이기도 하다. 자신들의 우울함, 감성, 슬픔을 겸손하고 조용하게 절제하여 표현하는 방식. 

어쩌면 이 밴드의 정체성을 파악하기가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그도 그럴 듯 브라이언 이노의 프로듀싱, U2의 재림인가 싶은 사운드, 트래비스의 멜로디컬 라인 같은 점들이 이 밴드의 특성인데 어찌 헛갈리지 않을 수가 있을까. 크리스 마틴 스스로가 '우리는 트래비스에게서 비롯되었고, 트래비스로부터 태어났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발언한 것을 보면 이들의 정체성은 곧 80, 90 년대 이후 브릿팝 씬의 총합이라 보아도 무방할 정도이다. 하지만 이런 것은 또 어떤가. 'All I want to do is rock'이라고 트래비스가 말하여도 결국 그들이 만드는 음악은 'why does it always rain on me?' 였다. 일어나면 언제나 일요일이지. 너에게 편지를 쓰고 있으니 너에게 가까워지는 것 같아. 너에게 닿으려고 나는 글을 써. 이렇게 말하던 밴드다. 그 노래를 듣고 자라난 콜드플레이는 'Give me real, don't give me fake' 라고 노래한다. 이것은 팝의 방향이기도 하다.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이제는 자유자재로(물론 처음부터 그랬지만) 다루고 가사는 누가 누구와 사귀다 헤어졌다는 사랑노래에서 벗어나 정치적이기도 하다. 기타는 견고해졌고 보컬은 효율적이다. 드러밍은 가사 라인을 잘 붙잡아 준다. 정체되고 보수적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앨범의 수록곡들은 이전의 싱글들에 비하면 임팩트에 있어서는 덜할지라도 물흐르듯 흘러가는 원숙함과 있는 그대로 흘러가는 담담함에 있어서는 전작을 능가한다. 키보드 장식 없는 인트로. 구태의연하게 변주된 사운드가 아닌 달리 만들어낸 멜로디의 스트링을 사용하고 일렉트릭 사운드를 필요한 때에 사용하며 일관적이기까지 하다. 이대로 계속 가기를.

덧-viva la vida에서 앨범의 틀은 견고해졌으되 멤버간의 결속은 덜했음을 떠올리며 살짝 불안했더랬으나(크리스 마틴이 옐로우를 뉴욕에서 부르다 마이크에 입술을 부딪혔 때 보이던 멤버들의 미소!) 이건 몇 년도 전의 일이니 다시 몇 번의 라이브를 더 겪어봐야 알 일. 아직은 결속이 건재함이 분명하다. 꼭 새 앨범이 최근에 나와서 이리 말하는 건 아니고. 

또다시 덧-링크의 앨범은 정규음반. 나오고 한참이 지나 한국에서 발매된(꼭 이러더라) 두 장 짜리 음반이 별도로 존재한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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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04 00: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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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05 12: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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