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심리학 - 마음과 행동을 탐구하는 새로운 과학
데이비드 버스 지음, 이충호 옮김, 최재천 감수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왜 이모가 고모보다 가깝게 느껴질까? 첫 데이트에서는 왜 대부분 남자가 돈을 낼까? 남자들은 왜 어린 여자를 좋아할까? 여자들은 왜 상대적으로 키가 크고 근육질에 상체가 V자형으로 발달한 남자를 더 좋아할까? 남자의 질투와 여자의 질투는 어떻게 다를까? 무엇보다도, 마음이 대체 무엇일까.



 데이비드 버스가 소개하는 진화 심리학은 여타 다른 학문에서 그 원인과 과정을 끌어내어 인간의 생존과 마음과 행동을 설명한다. 거슬러 올라가 보자. 변이, 유전, 선택. 이는 생명의 수수께끼에 대한 다윈의 답이다. 생존과 생식을 위해 모든 종은 점진적이며 무계획적으로 변화를 꾀한다. 다윈에게 보낸 논문에서 멘델은 콩의 교배를 통해 유전이 혼합이 아닌 입자를 통해 일어난다는 것을 밝혔다. 그 후 동물행동학의 창시자 로렌츠는 조류에게서 나타난 각인 현상(새끼 오리는 가장 먼저 본 물체를 어미로 각인한다)을 발견하는데, 이는 진화생물학에서 나타난 새로운 물결이었다. 이후 사회 생물학을 계승하되 방향은 달리 한 진화 심리학은 인간의 적응, 모듈화된 마음, 인지능력, 정신 기관에 집중한다. 심리학은 새로운 토대 위에 세워질 것이라던 다윈의 예언이 적중하는 부분이다. 




 왜 특별한 어떤 아가씨가 우리의 마음을 뒤흔들까?

-윌리엄 제임스, 1890.



 진화심리학은 인간의 마음을 '정신 기관'이라고 부른다. 심리철학에서는 인간의 마음이 스위스 나이프처럼 각각의 기능을 담당하는 부분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구조적으로 작용하여 준 독립적으로 활동한다고 본다. 이는 곧 진화심리학의 입장이기도 하다. 연애, 결혼, 육아, 양육, 질투, 친밀감, 형제관계, 부모와 자식 관계에 이르기까지 진화심리학은 언어, 심리, 철학, 역사, 그리고 인류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학문에 자체를 연결해 인간의 생존과 진화를 이야기한다. 

 이를테면, 남자는 왜 결혼을 하는가? 이는 곧 올드 보이의 잘못된 질문과도 같다. 왜 나를 가두었느냐고 물을 것이 아니라 왜 나를 풀어주었느냐고 물어야 옳은 것이었듯, 문제는 답에 있고 답은 문제에서 비롯된다. 즉, 남자의 결혼은 여자가 만든 규칙에서 비롯된 것이다. 인간의 번식, 유전자 복제에 더 큰 비용을 부담하는 쪽은 여자이다. 진화심리학의 입장에서 본 결혼은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지점이었다. 여자에게는 자신과 아이에게 헌신적으로 투자할 배우자가 필요하다. 뫼비우스의 띠는 이 문제가 곧 우리의 남자 조상이 자손을 성공적으로 만들려면 아이를 낳을 능력이 있는 여자와 결혼해야 했고, 결혼이라는 제도로 여자가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가지는 것을 방지하며, 여자의 친족과 동맹 관계를 맺게 되었음을 뜻한다. '예쁜 여자'라고 쓰고 '자신의 유전자를 성공적으로 복제할 수 있는 여자'라고 읽는다. 젊고 허리가 가늘고 머리카락과 살결이 곱고 다리가 예쁜 여자. 순서대로 번역하자면 앞으로 더 많은 자손을 낳을 수 있고 아직 출산 경험이 없으며 우수한 유전자를 가진 건강하고 생체역할 효율성을 지닌 여자. 



 문 닫는 시간 현상이라는 실험이 있다. 술집에서 남자 137명과 여자 80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인데 각각 다가가 술집에 있는 이성들의 매력을 평가하도록 한 것. 그 결과 문 닫을 시간이 다가올수록 남자들은 여자들을 더 매력적인 것으로 평가했다. '시간이 없다, 얼른얼른 선택해야 한다!'하는 긴박감이 느껴지지 않는가? 이는 여자들이 시간대별로 큰 변화가 없는 점수를 매긴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술에 취할수록 여자가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는 비어 고글 효과와 마찬가지로, 이는 앞서 이야기한 장기적 짝짓기와 상반되는 단기적 짝짓기에 대한 단서를 제공한다. 수요가 없으면 공급도 없는 법. 어떻게 이러한 단기적 짝짓기가 일어나는 것일까? 단기적 짝짓기를 남자가 할 수 있다는 뜻은 마찬가지로 단기적 짝짓기를 원하는 여자가 있다는 뜻이다. 진화 심리학자들은 여자가 단기적 짝짓기(이 책에서는 캐주얼 섹스라고도 일컫는다)를 통해 친부의 혼란을 통한 투자, 즉각적인 경제적 지원, 지위 상승, 다양한 유전자, 배우자 축출이나 대체, 배우자의 선호 분명히 하기, 복수(!), 장기적 배우자의 헌신 증가시키기 등을 얻는다. 결국, 인간의 '짝'이라는 개념은 분명하고 또렷한 목적을 가진 행동이다. 




어머니는 그 사람이 내 아버지라고 말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는 걸 안다. 자신을 낳은 진짜 아버지가 누구인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오디세우스의 아들 텔레마코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중에서.


 

 여자는 필연적으로 아이가 자신의 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남자는 어떤가? 위험한 말이지만 남자는 믿는 것이 약이다. 분명 자신의 아이일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여자는 임신과 출산을 통해 자신의 몸을 통해 생명이 자라나는 것을 알지만 남자는 자신의 신체가 아닌 여자의 신체를 통해 자신의 유전자가 다시 태어나는 것을 바라볼 뿐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우리는 부성 불확실성이라고 한다. 곧, 수컷의 관점에서 볼 때 다른 수컷이 암컷의 난자를 수정시켰을 가능성이 항상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모의 보살핌이라는 진화한 기제는 '이 아이가 정말 내 자식일까?(자식의 유전적 근연도)', '내가 쏟아붓는 투자가 자식의 생존과 번식에 어떤 차이를 빚어낼까?(부모의 보살핌을 적합도로 전환하는 자식의 능력)', '투자를 자식에게 쓸까, 아니면 다른 활동에 쓸까?(자식에게 투자할 자원의 대체 용도)'와 같은 세 가지 맥락에서 민감하게 드러난다. 태어난 아이가 아버지를 닮았다고 여러 번 이야기하면 남자는 아기에게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2005년의 연구결과). 아이가 자신과 닮지 않았거나 자신의 아이가 아닐 때 아이는 극단적으로는 살해의 위협에까지 노출된다는 점은 아버지의 투자가 자식의 생존에 밀접한 영향을 행사한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인간은 자신의 것이라고 확신하는 순간 투자를 하기 시작한다. 돈이 가는 곳에 마음이 가고 마음이 가는 곳으로 발걸음이 움직인다는 말은 진실일지도 모른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일부 동물은 다른 동물들보다 더 평등하다. 

-조지 오웰


 

 움직이는 그 걸음이 의식되는 것은 그러나 왜일까? 왜 우리는 지위, 명성, 위신, 명예, 존경, 계급에 제각각 다르게, 그러나 반드시 어떤 식으로든 반응을 보이는 것일까? 로버트 프랭크의 말처럼, 우리는 계급에 신경 쓰는 신경계가 있는 세상에 태어난 것일까? 이를테면 우리는 위험에 처한 친구를 도와준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스스로 자비로움을 세상에 알리며(익명보다 실명 기부가 더 많다) 자신이 위험에 처했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자원을 저축하는 것이다. 어떤 집단이든 아무리 느려도 5분 내로 서열이 결정되는데, 이때 나타나는 지배성은 우리의 시각적 기억까지 다르게 인식시킨다. 똑같은 남자를 청중에게 인식시키며 교수, 학생으로 다르게 소개했을 때 청중은 지위가 높을수록 심상에서 그의 키를 더 큰 것으로 인식했다. 육체는 정신을 담는 그릇에서 그치지 않고 정신을 발현시키는 틀이기도 했다.




진화심리학의 가장 흥미진진한 측면은 사람의 행동을 통합적으로 기술하려는 노력에서 생물학, 인류학, 심리학과 그 밖의 행동과학 분야들에서 증거와 설명을 통합하는 틀을 약속한다는 데 있다. 

-보이어, 헥하우젠. 2000.


 

 데이비드 버스는 사람들은 늘 진화의 문제에 어느 정도의 저항감을 가진다고 말하며 진화심리학은 심리학의 영역에서 과학적 진화를 이루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새로운 토대 위에 세워진 심리학, 생물학과 교집합을 이루는 사회과학을 지나 여타의 학문 분과를 아우르거나 충돌하는(부모 자식 이론에서는 프로이트의 이론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이 학문이 앞으로 진화 윤리학, 진화 심리학, 진화 사회학으로 더 세분될지 심리학으로 종결될지는 더 지켜봐야 할 듯하다. 그만큼 이 분야는 총체적이다. 어쩌면 인간의 가족 구성, 종교, 관습이 모두 성행위, 종족 번식, 배우자 선택과 직결된다는 것은 참으로 인정하기 어려운 문제일 수도 있다. '짝짓기'라는 단어에서 오는 묘한 느낌만 보아도 그렇다. 이것은 자원과 유전자를 두고 작동하는 마음에의 문제이다. 투사할 것인가 합리화할 것인가. 매력, 사랑, 배우자 선택, 결혼에서 유전자가 그 스스로 독단적인 판단을 언제나 끌어내지는 않는다. 하이데거의 말처럼 마음은 아무 때나 작동하는 것이 아니다. 진화 심리학의 관심은 정신기관으로서의 마음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5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poptrash 2012-07-17 1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두꺼운 책을 읽으셨군요. 흥미롭지만 읽을 시간이 없을 거 같아서 과감히 포기했어요. 단지 책장에 꽂아두기 위해 없는 가뜩이나 돈을 쓰는 일을 하지 않을 뿐인데, 그걸 포기라고 하다니 좀 웃기네요. 아무려나, 두껍고 비싼 책을 다 읽은 듯한 리뷰 잘 보았습니다.

Jeanne_Hebuterne 2012-07-18 10:06   좋아요 0 | URL
네, 이 두껍고 비싼 책은 알라딘의 알사탕과 중고샵 제도, 저의 시간 남아 돔의 삼위일체의 결과물이어요. 선물받은 책을 제외한 책 대부분은 친구에게 주거나 중고샵에 방출하곤 합니다. 보관하며 참조하기 위해 종종 다시 펼쳐보는 책이 아닌, 그저 꽂아두는 책의 운명이 참 서글퍼서요. 결국 책이 생명을 얻는 것은 어떻게든 읽히는 경우인데, 아무도 원치 않으면 도서관 기증이라도 하곤 해요. 그런 의미에서 poptrash님보다 제가 더 빨리 자주 많이 포기하는 사람입니다. 저역시 이걸 포기라고 하다니 웃기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