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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견하는 즐거움
리처드 파인만 지음, 승영조 외 옮김 / 승산 / 2001년 4월
평점 :
이것 또한 가볍게 읽으면좋을 듯한 책이다. 소설이든 에세이든, 소장 가치가 있는 책만 사는 주의고 웬만하면 도서관 또는 대여로 읽는 편이다 이런 종류의 글은. 내용 또한 식상했다ㅡ파인만을 존경하지만은 솔직히 말하자면 에세이와 같은 글은 어쩔 수 없지 않는가.. 과학적 성실성을 역설한다거나, 사상통제의 위험성을 강조한다거나 하는, 언어영역 지문에서 많이 읽어온 듯한 소재들.
개인적으로 와닿았던 것이라면, 스물 네 살때 물리학의 거장들을 앞에 두고 강연을 하는데 그렇게 떨리더란다. 안타까워 하던 한 남자가 이르기를, '위그너 교수가 존다고 상심하지 말게, 그 교수는 세미나 마다 항상 조니까. 파울리 교수가 고개를 끄덕인다고 들뜨지도 말게. 그 교수는 경련이 있어서 항상 고개를 끄덕이니까.', 세미나의 막바지에 파울리 교수가 이러저러 해서 이 논리는 폐기해야 합니다, 안 그렇습니까 아인슈타인 교수님? 하는 말에 아인슈타인은 노오오오오ㅡ라고 소리쳤다는데 파인만은 평생 그렇게 멋진 노우ㅡ는 전무후무하다고 회고했다. 이 대목에서 나는 파인만이 전하고자 하는 바보다는 그가 살았던 물리학의 풍요로운 발전의 시대, 그리고 그 수많은 물리학의 거장들을 만날 수 있었다는 사실에 주목하여 그것을 부러워했다. (하다못해 비과학을 연구한답시고 초능력이란 분야에 있어서 거장인 유리겔라마저 만나보았다지않는가. 허허) 이미 물리학이 많은 발전을 이룬 지금 나는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이미 이뤄놓은 지적 성취들을 보며 경탄하는 것 밖에 없다. 한 때 엠아이티나 코넬, 한국이라면 카이스트 하다못해 한양대라도 들어가 물리학의 최전선에 서서 지적 기쁨을 저 정도의 지성인들과 함께하고싶다는 소망을 한 적이 있었는데 나는 파인만이 비판해 마지않는-책에 표면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내가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비과학적인 교육학이나 하고있다니 하는 자괴감도 들더라. 남들 다 교육학이다, 교육과정이다 책 읽고 공부하는데 난 이러한 물리학 관련 서적을 읽으며 백과사전식 지식을 쌓아 어디다 쓰나 하는 회의감도 들고. 글쎄다ㅡ 난 그래도 아직은, 파인만의 말마따나 순수한 지적 기쁨을 위해 공부를 하고 책을 읽는다고 생각하고ㅡ 또 그렇게 앞으로도 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