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년판은 이런 표지. 

바슐라르에게는 좋은 책은 거의 반드시 어려운 책이었다. 

"쉽게 가르칠 수 있는 건 가르칠 가치가 없는 것이다" 이런 말씀도 어디선가 하신다. 

그런데 이 책의 어려움은 바슐라르가 칭송하는 종류의 어려움은 아니긴 하다. 

다루는 내용보다는 다루는 사람의 주체성과 관련한 어려움. 오래 많이 생각한 사람이 단련된 자기 방식대로 말할 때, 무엇이든 (심지어 내가 잘 알던 것도) 전혀 달라지기 때문에 발생하는 어려움. 이 책의 어려움은 이런 종류라 생각한다. 그런 저자들에게서 기대할 수 있는 독특한 종류의 유머도 있다! 


이 책이 출전이었? 하게 되는 대목들도 있다. 

어디서 들어본 얘기, 여기저기서 들었던 거 같은 얘기들이 "권위"의 아우라와 함께 나오는 대목들. 

그러니, 고전. 페이퍼 때문에 읽기 시작했는데 인생에 도움되는 책. 



*음 더 이어서 써야겠으나...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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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10 16: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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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10 16: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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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신판 (16년? 최근이다). 

60년에 초판이 나왔고 내가 갖고 있던 건 75년에 나온 그 초판의 4쇄. 

거의 내 나이급 책. 종이가 변색되긴 했지만 다 말짱하고 짱짱하다. 종이책의 견고함에 새삼 감탄. 

이백년 정도는 가뿐히 가지 않나. 칸트가 읽던 책 지금도 볼 수 있고. 


하튼 이런 좋은 책, 좋고 어려운 책도 갖고 있었다. 

갖고만 있었다가 얼마 전 읽기도 시작했는데, 많이 감탄한다. 

학부 강의가 출발이었던 책이 이럴 수도 있다니! --> 이런 감탄도 있다. 

저자 길레스피는 프린스턴에서 가르쳤고 영어권에서 과학사가 독자적 학제가 되게 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인물. 이 책은 그가 프린스턴에서 했던 과학사 강의에 바탕한 책. <인문학 304 Humanities 304> 과목명이 이러했다. 


헌사가 이런 식이다. (*번역은 멋대로 엉망입니다. "이런 식".....) 


"1956, 1957, 1958년에 <인문학 304>를 수강하면서 

말로 전해진 이 역사에 눈을 반짝이며 그리고 인내하면서 반응했던 학부 학생들에게. 

그 역사의 전달이 이 책에 담긴 형식이 된 건 그들과 했던 토론 덕분이다. 


우리가 나누었던 대화가 이 책이 되었다. 내 열정을 견제하기도 했지만 또한 그 열정을 자극하기도 했던, 그들이 보여준 호기심과 회의주의의 매혹적인 조합을 특별히 더 애정과 함께 기억하면서, 이 책을 내 학생들에게 바친다. 


프린스턴, 1959년 6월." 



헌사에서부터 이미 그런데 본문으로 들어가면 더더, 더더더, 길고 복잡한 (복잡한데 압축적인) 문장들 쓴다. 고풍스럽기까지 하다. 요즘 이렇게 쓰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요즘의 복잡하고 압축적인 문장은 요즘 스타일로 그럴 것이다.....). 문장만이 아니라 요즘 학술 경향에서는 금기일 감정, 평가들도 적지 않다. 유럽 과학의 성취에 열정적으로 감탄하기라든가. 베이컨의 경험론은 "미들 브로우" 부르주아들에게만 설득력을 가졌을 거라는 둥. 


그런데 그게 다, 전혀 단점이 되지 않는다. 다 장점이 된다! 

어떤 대목들엔, 살면서 알았던 가장 강력한 시름도 잊게 할 힘이 있다. 시름. 싫음. 

과학자들의 전기 제목에서 흔히 보는 "life in science" "life in physics" 같은 구절 생각하게 한다. 

과학자들 전기가 저렇게 쓰이는 데 반해, "life in history of science" 아니면 "life in history of ideas" 같은 구절을 제목에 넣으면서, 과학사학자나 사상사학자의 전기가 나오지 않는 이유는, "과학에 바친 일생"은 만인에게 설득력을 갖지만 "과학"사"에 바친 일생"은 그렇지 않기 때문인 건가? 과학의 권위가 역사의 권위보다 강하기 때문인가? 


이 분, 정말 읽고 생각하고 쓰는 일에 일생을 바치신 분.....: 이런 깨달음이 ㅎㅎㅎㅎㅎ 좀 뭐랄까 머리를 치듯이 들게 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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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Piezoelectricity라는 말도 생소하고 

월터 기톤 케이디라는 저자 이름도 바슐라르 책에서 본 게 다인데, 전기학 분야의 고전인가 봄. 

케이디는 20세기 미국의 물리학자, 전기학자. 


<응용 합리주의> "결론"에서 바슐라르가 

18세기 프랑스에서 전기학 연구했던 피에르 베톨롱과 20세기 미국의 전기학자 케이디를 비교한다. 

베톨롱의 전기학은 과학이 아직 아니었던 과학. 케이디의 현대 전기학은 확고히 과학. 온전히 과학. 

과학이 아직 아닐 때의 과학들이 얼마나 거침없는 광증들의 장소였나에 대해서는 <과학정신의 형성>에서도 긴 내용 볼 수 있는데, 베톨롱의 전기학에 대해 그와 비슷한 지적들을 이 책에서 함. 요즘 과학사 연구 경향에서는 이렇게 과거 과학이 아직 과학이 아니었다, 합리성을 몰랐다, 지적하는 게 바로 비판의 대상일 것이다. 바슐라르는 일관되게 이런 입장이다. 과학 이전의 과거 과학(전과학)과 현대 과학 사이에 중대한 단절이 있음.  


하튼 둘을 비교하면서 이런 문단을 쓴다. 


"베톨롱의 책과 케이디의 책을 같이 읽던 그 가을 날들을 기억한다. 이 두 저자들을 가르는 시간은 두 세기가 채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들의 사유엔 어떤 공통의 척도도 없고 이들을 연결할 어떤 친연성도 수립할 수 없다. 18세기의 박식이 갖는 막대한 종합은 이제 더는 무엇도 합해내지 못한다. 20세기에 수정의 실험으로 결정된 한 세부, 그것에 관한 정밀하고 논증된 종합은 과학 현상의 견고한 핵심을 형성한다. 라 브리(la Brie) 평원을 명상하면서 레옹 고즐랑은 썼다: "라 브리는, 물이라기보다는 바다다." 끝을 모르고 이어지는 베톨롱의 책들을 읽으면서 우리는 비슷하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과학은, 그러나 과학 사유는 아니다." (.....) 


그 가을의 세 달. 케이디의 책을 읽을 때, 어느 페이지에나 배우고 이해하고 적용해야 할 내용이 있었다. 60대 나이에, 나는 학창 시절을 다시 찾은 즐거움을 느꼈다. 내 나이의 사람들 모두가 그러듯이, 나는 이십대의 유토피아를 다시 살았다. 나는 이렇게 말했다. "현대 과학의 아름다운 책들을 놓고 공부하는 스무살이 되고 싶다. 케이디의 책, 글래스스톤의 책, 로카르의 책, 보웬의 책, 헤르츠베르크의 책." (원주: 꼭 집어 이 저자들을 말하는 건 이들을 실제로 내가 1947-48년 동안 읽고 공부했기 때문이다). 햇빛 비치는 내 테이블 위에 이 책들이 놓여 있다. 9월이 내 뜰의 과일들을 무르익게 한다. 곧 10월이, 그 위대한 달이 온다! 모든 학교들이 새로이 청춘을 찾는 달, 모두가 근면한 사유를 다시 시작하는 달. 한 권의 좋은 책이 있다면, 한 권의 어려운 책이 있다면, 나는 영원한 10월을 살 수 있는 것이다! 새로운 이성엔 그같은 활력이 있는 것이다! (.....)" 


이런 문장들이 바슐라르 책들이 주는 즐거움이 어떤 것인가 알게 하는 문장들인데 

질색하는 사람들도 (특히 요즘엔) 적지 않은 거 같다. 이 다음 이어지는 문장들도 이와 비슷하게 완전히 바슐라르적 삶의 예찬, 공부 예찬 ㅎㅎㅎㅎㅎ 문장들. 오늘 읽으면서 나는 거의 울었. 이런 말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심정으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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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별 안주도 없이 맥주가 술술 들어가서 

4캔 (2캔이면 족할 줄) 다 마시고 더 사러갈 뻔했다. 역시 기쁨은 좋은 안주다. 안 취함. 오래 감. 

주당 김자케는 얼마전 발견하고 요새 업로드 될 때마다 보는 채널인데, 여기도 좀 상상초월이다. 

말에 그치지 않는다. 정말 전투적으로 마심. 소주병 흔들면 병 안에 생기는 회오리. (이거 국룰인 거 같던데, 언제부터? 라떼도 있었나? 확실치 않음). 하튼 회오리에서 시작하여 "위하여 (We higher)" "May 노포스 be with you" 후렴까지, 전투적이고 꾸준히 보다 보니 저 후렴이 수시로 귀에 울린다. 


오늘 아침 할 일이 있었는데, kt 모바일 요금이 며칠 전 자동 이체 출금이 되고 또 카드 대금으로도 청구가 되어서, 이게 머선129. kt와 카드회사에 전화해 알아보기. 신청한 적 없는 자동 이체 출금이 어떻게 될 수 있나도 이해가 안되지만 그런 다음 카드 청구도 되었으며 kt 홈페이지의 요금 청구 납부 내역에는 이것들이 반영이 안되어 있다는 아아아 (비명입니다) 하튼 이게 머선129. 


전화를 마치고 나니 머리가 아프고 

그리고 해결은 안된 거 같다. kt와 카드회사 두 쪽 다 답이 이해가 되지 않음. 카드 대금은 25일에 이체되는데 

그 날 보아서 며칠 전 자동이체된 요금이 선결제된 걸로 처리된다면, 그러면 해결된 걸로. 아니면 그 날 다시.. 

아 여전히 머리 아프다. 미니멀리즘은 다른 무엇보다 이런 영역에서 필요하다. 그런데 어떻게? 모바일 없이 삶? 

내가 노인이 된 세계에서는 이 문제에서 미니멀리즘이 가능한 세계이기를. 





수학에서 오랫동안 난제였다는 "원적문제" (구글링 해보니 이렇게 불린다. "squaring the circle").

원과 같은 면적을 갖는 사각형. 


<응용 합리주의>에서 바슐라르가 이 문제 잠깐 언급하기도 한다. "프랑스 과학 아카데미에서, 원적문제를 해결했다고 주장하는 몽상가들에게 더 이상 응대하지 않겠다는 정당한 결정을 내렸다. 원적문제의 현대적 증명은 전부 광증에 속한다. 철학자들을 선동하는 얼마나 많은 문제들이, 그것들이 수학적 형식으로 표현될 때, 이같은 판결에 처해질 수 있겠는가. 무한의 문제를 한 예로 들 수 있다." 


그런데 저 마지막 문장이, 무한(infinity)에 대한 수학적 이해가 있다면 무한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끝난 것이다, 같은 뜻은 아닐 것이다. <물과 꿈>에서 "물의 고통은 무한하다" 같은 문장을 그 자신 쓰기도 하고. 


통신 요금으로 인한 머리 아픔 때문에 

원적 문제가 남의 일이 되는 세계. ;;;;;; 쉽지 않은 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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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1-06-24 02: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봄에 한국 가보니. 요즘 대세는 막걸리인것 같던데요. 다양한 막걸리를 마셔보니. 늠나 맛있더라고요. 또 먹고 싶다능 ㅠㅠ 돈도 돌려받으셨나요?

2021-06-25 16: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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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30 06: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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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30 07: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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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30 12: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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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30 13: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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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온종일 채점을 했고 오늘은 2/3일(깨어 있는 시간의) 채점을 했다. 

그리하여 거의 끝냄. 몇 가지 남아 있는 게 있지만 이제 거의 끝났다. 학교 일에 들일 시간은 이제 (그래도 적어도 몇 시간 들긴 하겠지만) 명확히 유한해진 것이다. ;;;;; 오 이것이 주는 이 기쁨이여! 학교만이 아니라 어디서든 그럴 것이다, 정규직이 아니라면 (심지어 정규직이어도 그럴 수 있는데, 그렇다는 얘기가 있던데, 아니라면 오죽?) 거기 들이는 시간은 제 무덤 파는 삽질이라는 것. 제 무덤 파는 삽질, 이 말의 극현실성을 체험으로 알고 있는 모두에게, 건배! 






넓어서 좋다는 편의점에서 맥주 사왔다. 

"맥아, 더"라는 맥주가 있길래 사와 봄. 맥아더 캐리커처가 있고 

"맥아, 더 맥주는 맥아가 더 들어있어 꿀맛인 맥주이니라." 저런 장면 충분히 가능한 편의점. 

테이블과 의자도 많이 놓여 있다. 그러고도 남는다. 자꾸 가고 싶어짐. 맥주를 마셔야겠어서라기보단  

편의점에 가야겠어서 맥주를 산다. 


저 위의 수식은 구글 이미지에서 "differential equation" 입력하여 찾은 것. 

바슐라르의 과학철학 책들에 수식이 아주 많이 있지는 않다. <과학정신의 형성>에는 아마 단 하나도 없을 것이다. <새로운 과학 정신>에는 하나 둘 정도? <응용 합리주의>에는 특히 전자기학 관련하여 꽤 있다. 여하튼 수학에 대한 논의는 있어도 수식을 자주 동원하지는 않는데, 그럼에도 그를 이해하려면 수학이 필수이기는 하다. 그렇다고 점점 더 알아보게 된다. 수학 능력자라면 그의 철학에서 무엇이 새로운가, 도발적인가, 더 분명히 알아볼 것이라는 것도 알아보게 된다. 알아보여야 할 것이 알아보이지는 않지만 알아보여야 한다는 건 알아보임. (....) 


수학을 피해가면서 할 수 있는 게 뭔가 봐야겠지. 수학을 어떻게 함. 내가 수학을 함? 어떻게? 

몇 년 동안 저 기조였다가, 수학을 해보기로 했다. 세상엔 수학 강좌들도 많잖아. 그래도 한국에서 중고교 다녔으면 아예 산수부터 해야 하는 건 아닐 걸? (실제로 시작하고 보니, 산수도 어렵......... 내가 알던 산수가 아니....) 





그래서 이것이 수학 공부 하려고 하는 테이블이다. 

절대로 사진이 이상하게 회전되어 뜨므로 이 사진도 왼쪽으로 눕혀진 사진. 

스프링 제본한 책들을 보기 위한 너비 60cm 독서대도 구입했다. 이면지도 많고 써서 없애야 하는 각종 공책들도 넘쳐나기 때문에 "연습장"으로 쓸 종이들은 혹시 평생 수학 공부한다 해도 추가로 살 필요가 없. 


왼쪽의 <제2의 성>은 이틀 전인가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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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21-06-17 19: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공대나왔는데 저거 하나도 모르겠어요.....
저거 전부가 아니라 뭔가의 일부 같은데?? 🤔

몰리 2021-06-17 19:20   좋아요 0 | URL
수학 능력자들에게는 숨쉬듯 쉬운, 공기처럼 가벼운 거 아니야 이거???
그렇겠지. 그러나 내겐 all Greek to me.

했는데, 아닌가 보네요?!! 오 어쩐지 다행. ;;;;;
수학을 포기한다는 게 무슨 뜻인가, 알게 되는 경로가 될 거 같기도 한데 사실 그것도 기대가 됩니다! 제대로는 만난 적 없었던 수학이여. 이번 생에 우리가 다시 만나........... ;;;;

다락방 2021-06-17 22: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고딩시절 라디오에서 마이 쉐로나 듣고 오 이게 뭐야!! 너무 좋아!! 이러고 리얼리티 바이츠를 봤는데 말입니다. 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