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혁명사 책들 보면 자주 등장하는 주은래의 말.
"프랑스 혁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 질문에 그는
"답을 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답했다던가.
충격, 영향, 여파 등을 떠나서 연대기적으로는 단 10년에 걸쳐 일어난 사건일 뿐인데
(더 줄이는 관점도 있을 것이다. 로베스피에르의 몰락에서 끝난 것으로) 조금만 파고 들어도, 그 10년 동안 있은 일들만으로도 한 사람이 평생 공부할 수 있는 양의 ㅎㅎㅎㅎㅎ 한 몇백배 ㅎㅎㅎㅎ에 이를 엄청난 질문, 주제, 사료들이 처음부터 있었고 그러니 이백년 넘는 세월이 지난 지금은 천문학적? ;;; 하튼 좌절 먼저 하면서 시작할 경로가 여기 있지 않나 한다.
20세기 전반까지 프랑스에서는 영어권 학자들이 프랑스에 와서 혁명사 연구하는 걸 거의 막았다고 한다.
(도대체 어떻게 그것이 가능?? 비자를 안 줌???? ... 싫어할 수는 있겠지만 그게 그러고 싶다고 그걸 막을 수가 있? 다들 격렬히 싫어한다면 그것만으로도 막는 게 되는 것??? 프랑스 국적자만 아카이브 입장을 허락했? 하튼 갸우뚱) 프랑스 사학자들이 다수지만 영어권 학자들도 참여하기는 한 책 <프랑스 혁명: 비평적 사전 A Critical Dictionary of the French Revolution>에서 저랬던 사실에 대해 솔직히 말하는 대목이 있다. 너희가 우리의 혁명이랑 무슨 상관이야. (어디 감히) 프랑스 백야드에 와서 난리야.
41년에 초판이 나온 이 책. 역사학에서도 몇십년 절판되지 않는 연구서는 극히 예외에 속한다고 한다.
그 예외에 속하는 책. 이 책의 추천사 겸 오래 전 타계한 저자를 대신해 신판 서문을 쓴 사학자도 비슷한 얘기를 한다.
이 책을 쓴 파머가 이 책을 쓰던 때엔 영어권 사학자가 프랑스에 가서 직접 사료를 열람하며 혁명사 연구하기가 아주 어려웠다.
그러나 파머는 프린스턴 대학 도서관이 소장했던 자료만으로도 이 엄청난 책을 쓸 수 있었다. 그 자료들엔, 19세기말-20세기초에 소르본에서 혁명사가 독자적 학제가 되게 했던 알퐁스 올라르가 편찬한 사료들이 있었던 덕분이다. 올라르는 혁명 동안 프랑스 전역에서 나왔던 수많은 문서들을 정리해 방대한 책들로 엮어 냈다. (.....)
저런 얘기 보고 나서 올라르 (처음 듣는 이름이었던 올라르...) 책들도 찾아서 보았는데
아주 독특하게 심리적 통찰이 탁월하다 느껴지는 사학자였다. 루이 16세, 로베스피에르, 당통, 생쥐스트 이런 인물들에 대해 길게 말하지 않고 한두 문장으로 툭툭 던지는데 그게 다 "하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