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여린

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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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중 2016-05-24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맨 위 박쥐나무꽃 맞나요? 꽃만 보면 닮았는데... 앙증 맞네요. 산딸기가 벌써 익었군요. 좋은 곳에서 생활하시는 모양입니다. 자연이 ~

여울 2016-05-24 19:36   좋아요 0 | URL
네 맞는듯요. 근처 서원 길 잠시 짬을 내어봤어요. 초여름이네요

2016-05-25 09: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25 13: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25 13: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27 15: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깊고 길게
한 호흡

숨을 참아

향이
온몸에 고이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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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문



못 자리에
하늘이 들다


논둑 길로

개구리

하나

하나


하늘로 뛰어든다


빗방울

하나


하늘로 안긴다


소금쟁이

하나

하늘로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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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지금은 여행을 하게. 시간이 된다면 말일세. 단 여행할 거면 제대로 하게. 내가 하는 식으로. 난 여행할 때는 반드시 가는 곳의 역사와 지리에 대해 읽고 생각한다네. 그 바탕에서, 그러니까 시간과 공간의 사회적 틀을 통해 그곳 사람들을 바라보는 거지. 대평원을 예로 들어볼까. 홈스테드법에 의거한 이주농의 역사, 시대별 법과 종교의 영향, 이 지역 사람들이 겪었던 경제적 문제와 소통의 문제, 연이어 발견된 가치 있는 광물들의 효과를 알지 못한다면, 대평원 여행 백날 해봐야 다 헛일이네. 64

 

나는 생각해보았다. 정신분열증은 뇌에서 의미, 중대성, 의도를 지가하는 신경회로, 경이로움과 신비로움을 지각하는 신경회로, 예술과 과학의 아름다움을 알아보는 신경회로 간의 균형이 깨져 강렬한 감정과 현실 왜곡이 과도해진 정신세계를 만들어내는 것은 아닐까? 이들 회로망에서 중간 토대가 없어졌기에, 적정하고 진정시키려는 시도가 그 사람의 상태를 증상이 극도로 고조된 상태에서 극도로 무딘 상태, 일종의 정신적 죽음 상태로 밀어내는 것은 아닐까? 79

 

이야기로 생각하고 역사적 맥락으로 사고하는 내게는 이런 풍조가 몹시 실망스러웠다. 화학에 빠진 어린 시절에 나는 화학의 역사, 화학이론의 진화사, 내가 좋아하는 화학자들의 생애를 다룬 책이라면 마다않고 탐독했다. 그런 내게 화학은 역사가 흐르고 사람이 있는 세계이기도 했다. 121-122

 

우리는 두 달 동안 일요일에 아프려는 욕구로 추정되는 문제를 탐구했다. 그러는 과정에서 그의 편두통이 점점 줄어들더니 끝에 가서는 거의 사라졌다. 내게 이 사례는 무의식적 동기가 때로는 생리적 경향과 동맹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예증이자 어떤 사람의 삶 전체를 관통하는 패턴과 맥락, 그 인생의 유기적 질서에서 하나의 질환 또는 그 치료법만 따로 떼어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예증이었다. 190

 

그 시절 잉글랜드에서는 알코올중독, 마약중독, 간통, 광고 이 ‘4대 죄행중 하나만 위반해도 의사 자격을 박탈당할 수 있었다. 아버지는 일반 매체에 실린 편두통 서평이 광고로 비칠 수는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나서서 대중 앞에 나를 판 것이라고. 아버지는 늘 삼가는 삶을 살아왔고 적어도 당신은 그렇게 자부한다고 했다. 196

 

델라미어에서는 모든 어린이에게 낮은 돌담으로 둘러싼 1제곱미터의 땅을 주어 원하는 것을 마음껏 심고 가꿀 수 있게 했다. 이모나 다른 교사들과 함께 델라미어 숨에서 식물을 키우고 해치미어의 얕고 작은 연못에서 헤엄치고 노는 시간을 얼마나 좋아했는지 모른다. 브레이필드로 유배당했던 그 끔찍한 전쟁 기간에 나는 이 학교가 델라미어라면 얼마나 좋을까, 간절히 갈망했다. 202

 

실제 환자를 본격적으로 만나기 시작하자 신경의만이 아니라 정신의 역할도 똑같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껐다. 편두통 환자들을 만날 때 이 점을 강하게 느꼈고 뇌염후 환자들을 만날 때는 거의 압도적으로 느꼈다. 파킨슨증, 간헐성 근육발작, 무도병, , 이상한 충동, 강박충동, 강박장애, 갑작스러운 공황발작, 몰아치는 격정 등 이들이 겪는 무수한 장애가 신경과장애이면서 정신과장애인 까닭이다. 이러한 환자들에게는 순수한 신경과 치료법이나 순수한 정신과 치료법이 아무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이런 경우에는 신경과 접근법과 정신과 접근법의 결합이 필요하다. 219

 

임상인원(임상심리사, 사회복지사, 물리치료사, 언어치료사, 음악치료사 등)이 수시로 들러 환자에 대해 의논했다. 우리 눈앞에서 펼쳐지는 이 전례 없는 사건들에 대해 거으 하루도 빠짐없이 열띤 토론이 풍성하게 벌어졌고, 여기에는 전례 없는 접근법이 요구된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가 인지했다. 221

 

미국의학협회저널에 보낸 편지에서 나는 이 상황을 약을 투여하고 효과를 제어하는 단순한 문제로 여기는 태도에 의문을 표했을 뿐 아니라 그 효과를 예측할 수 있다는 생각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서 우연성이야말로 엘도파투여를 계속하면서 나타난 본질적이며 불가피한 현상이었음을 언급했다. 223

 

루리야는 신경심리학의 창시자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학자다. 하지만 그는 사람이 살아 있는 풍부한 병례사들이 자신의 탁월한 신경심리학 논문들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믿었다. 고전적 접근법과 소설적 접근법, 과학과 이야기를 결합시키고자 했던 루리야의 노력은 곧 나의 노력이 되었다. 루리야 스스로 작은 책”(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이라고 칭하던 저서는 내 인생의 방향과 목표를 바꾸어 [깨어남]만이 아니라 내가 쓴 모든 책의 원형이 되었다. 224

 

나는 평가서를 제출하면서 전원 A를 줬다. 학과장이 분개해서 물었다...나는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장난이 아니라고. 개결 학생을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그 학생의 뛰어난 점이 보였을 뿐이고, 내가 모두에게 A를 준 것은 무슨 얼치기 평등주의를 실현한 것이 아니라 각 학생 고유의 두드러지는 점에 점수를 준 것이라고. 나는 어떤 학생이건 점수나 시험 성적으로 단정 지을 수 없다고 느꼈다. 어떤 환자든 그렇게 할 수 없듯이. 227

 

우리 네 형제 역시 어려서부터 병원 이야기를 듣고 자랐다. 음산하고 무서운 이야기도 가끔 있었지만 환자 또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환자 개개인의 특별한 가치와 용기를 생각하게끔 하는 이야기들이었다. 아버지도 의료에 관해서는 대하드라마급 이야기꾼이었다. 부모님 두 분 다 인생사의 희로애락을 경이에 찬 시선으로 바라보았고, 의료와 서사가 조화를 이룬 두 분의 신념은 우리 네 형제 모두에게 심대한 영향을 미쳤다. 나의 글쓰기 욕구 역시 부모님에게서 직접 온 것이 아닌가 싶다. 231

 

나는 글쓰기 행위를 통해서 글을 쓰는 동시에 생각을 발견하는 쪽인 듯하다. 어쩌다 깔끔하게 딱 완성되는 글도 있지만 그보다는 수차례 다듬고 잘라내야 하는 경우가 더 많은데, 같은 생각을 여러 가지로 표현해보는 내 스타일 탓인 듯하다. 글을 쓰다 보면 내 안에 숨어 있던 생각들이 중구난방으로 튀어나와 문장 중간에서 글의 주제와 결합해 발전하곤 한다. 그런 경우에는 괄호 안에 넣거나 종속절로 덧붙여 대로는 문장 하나가 단락 하나 길이가 되기도 한다. 형용사 여섯 개가 쌓여 더 적확한 문장이 될 수 있는데 다 쳐내고 하나만 쓰는 것은 결코 내 방식이 아니다. 내가 느끼는 세계는 온통 촘촘하고 빽빽하기만 하다. 이것을 글에 다 담으려다 보니 두툼한 기술이 되는 것이다. 236

 

알코올중독자는 술이 한두 잔 들어가면 성격이 바뀌는 사람이고, 술꾼은 그저 술을 원껏 마시는 사람이에요. 나는 어디까지나 술꾼이라오. 244

 

신경의들은 어쩌면 다른 어떤 전문의들보다 더 많이 비극적인 환자들을 만나는 사람들이다. 그러자면 동료애와 연민과 공감 능력이 필요하지만, 동시에 환자에게 자신을 지나치게 이입하지 않도록 초연할 수 있는 어느 정도 냉담한 자세 또한 필수 덕목이다. 260

 

그들의 약물치료 상황과 흔히 불안정한 신경학적 상태를 점검하고 살피는 것이 내 역할이었지만, 또한 그들이 처한 육체의 제약 속에서나마 가능한 충만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나는 최선을 다했다. 몸이 굳은 채로 오랜 세월 병원 안에 갇혀 살아온 이들에게 삶다운 삶을 살 수 있게 하는 것, 바로 이것이야말로 치료를 맡은 의사로서 해야 할 핵심 역할이라고 느꼈다. 275

 

몇몇 곳에서 나는 의료적 오만과 기술이 철저하게 인간성위에 군림하는 현실을 목격했다. 환자들을 몇 시간씩 방치하거나 심지어 육체적 정신적으로 학대하는, 고의적이고 범죄 수준의 태만이 횡행하는 곳들이 있었다......작은자매회의 요양원들은 삶을 중시하는 곳, 거주자들으 한계와 욕구를 감안하여 가능한 가장 충만하고 의미 있는 삶을 제공하는 곳이다. 이곳에는 뇌졸중 환자, 치매나 파킨슨증 환자, ‘의학적질환을 앓는 환자,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 또 몸은 건강하지만 사람의 온기와 공동체라는 테두리가 그리운 외롭고 소외된 사람들이 입소해 있다. 276-277

 

우리는 얼마 가지 않아서 강력한 공통의 관심사를 찾아냈다. 둘다 육감’, 고유수용성감각에 단단히 빠져 있었다. 고유수용성감각은 의식되지 않고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의 생명 활동에, 이론의 여지는 있으나, 오감 중의 어느 감각보다 아니 어쩌면 오감을 다 합친 것보다 더 중요할 수 있는 감각이다. 사람은 시각이나 청각을 잃더라도 헬런 켈러가 그랬듯이 여전히 아주 풍부한 삶의 경험을 누릴 수 있다. 그런데 고유수용성감각은 공간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지각하고 팔다리의 움직임을 지각하는 데, 실로 자신의 존재를 지각하는 데 결정적으로 중요한 능력이다. 만일 이 고유수용성감각이 사라진다면 사람은 생존할 수 있을까? 281

 

맞습니다. 하지만 저는 여전히 세 가지 문제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사람들과 유대를 형성하는 문제, 어딘가에 소속되는 문제, 사람들의 말을 믿는 문제요.” 이 이야기가 어느 정도는 나에게도 해당된다고 생각한다 289

 

브루너의 저서를 읽고 난 뒤 나는 언어를 단지 언어학적 측면만이 아니라 사회적 측면까지 함께 고려하여 생각하게 되었고, 이 생각은 내가 수화와 청각장애인 문화를 이해하는 데 절대적으로 중요하게 작용했다. 326

 

괌 방문은 인간적 차원에서도 아주 중요하다고 느꼈다. 뇌염후증후군 환자들이 수십 년 동안 병원에 방치되어 살아가고 가족에게 버림받은 경우도 적지 않은 데 반해, 리티코보딕 환자들은 끝가지 가족과 공동체으 일원으로 함께 살아가고 있었다.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몸이나 정신이 병든 이들을 보이지 않는 곳에 보내놓고 없는 척하며 살려는 우리 문명세계의 의학, 우리 사회의 관습은 얼마나 야만적인가? 411

 

1993년 나는 스티브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보편성과 특이성을 접합하는 글쓰기 방식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러자 스티브는 이렇게 답했다. “저 역시 바로 그 문제로 오랫동안 갈등이 있었습니다만, 대체로 개체들에게서 얻는 기쁨은 에세이 형식의 글로 풀고 보편성에 대한 관심은 좀더 전문적인 장르의 글로 푸는 방식으로 해결해왔습니다. 제가 버지스이판암 작업을 그토록 좋아했던 건 이 책을 쓸 때 이 두 요소를 융합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423

 

하지만 I씨를 진료해온 지금 이 실증주의적 사고방식은 힘을 잃고 뇌와 정신의 관계를 전혀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감각 정보가 뇌에서 구성 또는 창조된다는 관점이었다. 그리고 운동 지각까지 포함하여 모든 지각 작용이 마찬가지로 뇌에서 구성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을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도 편지에 덧붙였다.“ 432

 

나 자신도 30세가 넘을 때까지는 상식적인 수준으로밖에는 생물학을 알지 못했다. 나의 학부 때 전공이 물리학이었기 때문이다.내가 생물학에서 필요한 사고방식에 익숙해지는 데는 제법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것은 마치 사람이 다시 태어나는 것과 같은 과정이었다. 441

 

크릭은 조만간 출간될 크리스토프의 저서 의식의 탐구(2004; 시그마프레스, 2006)와 이 책이 나온 뒤 우리가 하게 될 모든 연구에 대해 말하면서 자부심이 넘쳐났고 그는 10여 가지 연구에 대해 개괄적으로 설명해주었다. 특히 분자생물학과 계통신경과학의 융합에 의해 이루어질 이 연구들은 앞으로 수년에 걸쳐 진행될 과제였다. 444

 

신경과학은 1970년대와 1980년대를 거쳐 비약적으로 발전했지만, 그 발전에는 요컨대 일종의 개념적 위기 또는 개념적 공백이 존재했다. 신경학에서 아동발달, 언어학, 정신분석에 이르기까지 다기한 분야에서 축적해온 방대한 데이터와 관찰 기록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일반이론이 없었던 것이다. 446

 

1987, 에덜먼은 새로운 시대의 획을 긋는 저서 신경다윈주의 NEURAL DARWINISM를 출간했다. 스스로 신경세포집단선택설이라고, 또는 확 와닿게 신경다윈주의라고 명명한 아주 급진적인 주장을 설명하고 그 주장의 추이와 영향을 탐구하는 삼부작의 첫 권이었다. 447

 

크릭이 유전암호를 풀었을 때 에덜먼은유전암호는 체내 모든 단일 세포의 운명을 특정하거나 제어하지 못하며, 특히 신경계의 세포 발달은 온갖 유형의 우발성에 종속된다는 것을 일찌감치 알아보았다. 신경세포들은 죽을 수도 있고, 이주할 수도 있고, 예측할 수 없는 모종의 방식으로 서로 뭉칠 수도 있다. 따라서 일란성 쌍둥이라도 서로 상당히 다른 신경망을 가지고 태어나며, 이들은 주어진 상황에 각기 다른 방식으로 대응하는 각기 다른 두 개인이다. 449

 

우리의 뇌는 수백만 개의 번쩍이는 북들이 녹아드는 무늬, 언제나 의미가 담겨 있는 무늬의 직물을 짠다. 그 직물의 무늬는 결코 고정되어 있지 않으며 끊임없이 조화롭게 변화한다.” 451

 

연주자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각 연주자는 각자 자기 방식으로 음악을 해석하면서 동시에 부단히 다른 연주자들에 맞추어 조절하고 서로에 의해 조절된다. 궁극의 또는 우두머리의해석은 없다. 음악은 집단적으로 만들어지며, 매회 공연이 다 유일하다. 이것이 에덜먼이 그리는 뇌의 그림이다. 오케스트라이자 앙상블로서의 뇌. 다만 지휘자 없이, 스스로 음악을 만들어가는 오케스트라. 454

 

뮤지코필리아 MUSICOPHILIA(2007 알마, 2010). 시작은 소박한 프로젝트였다. 대략 세 개의 챕터로 이루어진 작은 책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음악적 공감각을 지닌 사람들, 음악을 음악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증상인 실음악증을 겪는 사람들, 전측두엽 치매로 갑자기 놀라운 음악적 재능과 열정을 보이는 사람들,음악 간질 즉 음악으로 유발되는 간질을 겪는 사람들, ‘뇌리에 박힌 음악이나 반복되는 음악적 심상 또는 음악적 환각에 사로잡힌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처음 계획보다 훨씬 큰 책이 되었다. 464

 

 

 

 

 

 

 

 

 

 

 

 

 

 

볕뉘. 책 속의 참고할 도서를 보니 대부분 번역이 되어 있는 것 같다.  간단한 흐름만 보더라도 올리버 색스에 대한 개괄적인 지식을 얻을 수 있다. 책속의 책들을 건드려볼 기회가 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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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결과 그리고 과정, 과정으로서 결과, 결과로서 과정, 과정이자 결과, 목표없는 목표, 계획없는 계획, 모임과 사람들, 끌고갈 사람들, 끌고가는 사람들... ...일이 아니라 일을 즐기는 사람... ...'

 

요즘은 이런 생각이 잔뜩 고여있다. 그렇다고 특별히 달라지는 것 아니다. 지난 흔적들이 돌이켜보자니 경도되었다는 느낌도 든다. 또한 이렇게 지나치게 생각하는 것도 정도를 넘어서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도 인다.

 

요점은 과정이 충만하지 않은 것 같다는 데 있는 것 같다. 과정을 풍요롭고 충만하게 짓지 않아, 일들이 중동나거나 사람들은 마음도 주지 못하거나, 일들 사이 사람들과 유격거리는 점차 가까워지지 않는 것은 아닌가 싶다.

 

하고싶은 일들도, 보고자 하는 책들도 그러지 않는가 하는 의문말이다. 어디까지, 얼마나, 무엇을 정해둔다는 것이 갉아먹는 곁 것들의 안부를 물어보고 싶은 것이다. 눈에 보이는 곳에, 보일 곳에 무더기로 쌓아두거나, 시선을 회피한 채로 견디어 보는 것이다. 무용의 쓸모에 대해서 확인해보고 싶은 것인 것 같다.

 

지나가는 길이나 방식을 문제삼고, 그 결의 다름을 각오하고, 갈 길을 세세히 따져보자는 것이다. 예쁘거나 아름답거나, 살갑거나, 예민하거나, 서로 신경쓰거나, 또 다른 눈높이가 스며있다면 안심이다. 결과는 궁금하지 않다. 겉도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깊숙히 침잠하는 것이냐고 되묻는 것이다.

 

할 일들이 산더미라 눈길조차 줄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것이다. 감당 못할 일, 감당못할 관계들, 감당못한 시간들이 자신을 짓누르고 있는 것은 아니랴는 것이다. 목표나 할당량에 마음상태가 휘둘리는 것이 싫다. 일들 속에 그림자처럼 드리워진것이 결과이지, 결과란 가상의 미래를 쫓아 허겁지겁 달려가는 것에 삶과 일상의 허기가 잔뜩 드리워졌다는 것을 눈치채고 싶다.

 

'이러이러해서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고속도로같은 강박의 길을 살짝 비켜나서 보자. 과연 같이 할 일인가. '이러저러해야 한다'에 발목잡히거나 저당잡힌 지금을 채찍질하고 싶다고, 그래야만 지금보다 나을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아닌가. 이러저러해야 한다는 어디서 나온 것인가. 이러저런 것이 스스로 가져가고 싶은, 일거리들인가. 그렇다면 그렇게 하지 못하는 사람사람의 여건들을 더 따져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 일이 가야하는 바를 살피는 것이 아니라 일이 스며들지 않는 개인의 안부와 맥락을 더 궁금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볕뉘.

 

1. 나누고 분리한다. 그 결들을 세세히 따지는 것은 결국 통째로 느끼기 위해서이다. 이분법은 상황을 분리해내는데는 익숙하지만, 그 시선으로 다시 기운다고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누더기처럼 본질은 훼손되고 견강부회가 되어버린다. 단체나 모임의 목표나 비전도 좋지만, 결국 시작은 전체로 사유하고 느끼는 것이다. 끝도 그러하다. 성급히 가야할 길을 재촉하지 마라. 지금 어떻게 가고 있는지를 궁금해야 할 것이다. 애틋함도, 뿌듯함도, 일그늘에서 편히 쉬고있는 사람들이 없다면 그 일은 결국 아무 것도 아닌 것이다. 무엇인가 남았는지 몰라도 사람도 일도 끌고갈 줄 아는 결과가 아니다. 그런 결과는 버려도 된다.

 

2. 몸에 찌꺼기처럼 남아있는 강박에서 풀려나기가 쉽지 않다.  스며들거나 버려지는 것들에 대한 감수성을 잃는다거나, 일들로 존재를 부정하거나 재단하게 된다면 그 또한 역겹다. 스스로를 넘치게 하고, 곁도 넘실거려 서로를 갈구하게 하지 않는다면, 큰 숨쉬고 쉬자.

 

3. 정치도 그러할 것이다. 내 삶만이 아니라 남의 삶에 관여하는 일이다. 보다 많은 삶들이 자유롭고 풍성해져야 한다.  정치를 누가 대신해주는 일이라고 사고하는 것만큼 심각한 일은 없다.  정치에 예민해지지 않고, 나에게서 떨어져서 따로노는 일이라고 생각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 과정으로 정치는 늘 앞서야 한다. 우리 삶의 최전선이다. 단체에서도 모임에서도 그 결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더 첨예해져야 하는 것이다.

 

4. 공약수일지 공배수일지 모르지만 그 사이, 어딘가에 좀더 멋지고 맛있는 방식과 방법, 사유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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