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노래
김중혁 지음 / 마음산책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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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의 나는 아무도 서로를 이해할 수 없다고 단정지었지만, 사십대의 나는 사람과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려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위로'라는 단어를 새롭게 알게 됐다. 이해하지 못하지만 위로는 할 수 있다.-13쪽

독학의 절정은 실패하는 과정에 있다. (요즘 같은 취업 대란의 시대에 이런 말 하기 겁나지만) 실패하지 않으면 성공의 기쁨을 알 수 없다. 취향에 맞지 않는 노래들을 많이 들어봐야 내가 어떤 노래를 진심으로 좋아하는지 알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의 판단이 아니라 내 판단으로 취향을 결정할 수 있게 된다. 취향에 맞지 않은 음악들을 무수히 걸러내고 남은 '내 노래'들은 얼마나 아름다운가.-32쪽

사랑을 한다는 것은 나 말고 다른 사람을 생각하기 시작한다는 뜻이고, 나 말고 다른 사람을 생각한다는 것은 세상에서 나의 크기가 작아진다는 뜻이다. 혼자 차지하던 세계에 타인을 들어오게 하는 것이고, 타인이 잘 살 수 있게 내 영토를 줄이는 것이다. 내가 자꾸만 작아지니까 슬픈 거고, 그래서 자꾸만 물어보고 싶은 것이다. '날 사랑하느냐고, 날 좋아하느냐고' 묻게 된다.-150쪽

이야기의 본질은, 어쩌면 사람에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드라마를 보고 소설을 읽고 연극을 보고 영화를 보고 수많은 이야기들을 찾아 헤매는 이유는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싶어서일 것이다. 다른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결국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다. 자신을 이해해야 다른 사람도 이해할 수 있다. 사람들은 다 거울인 셈이다.-1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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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박민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8월
구판절판


인생은 결국, 결코 잘하리라는 보장도 없이―거듭 버틸 수 있는데까지 버티다가 몇 가지의 간단한 항목으로 요약되고 정리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지금도 버티고 있는, 그래서 아무 일 없이 흘러가고 있는 우리의 삶은―실은 그래서 기적이다.-1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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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그치는 타이밍 - 삶이 때로 쓸쓸하더라도
이애경 글.사진 / 허밍버드 / 2013년 10월
절판


사랑의 습관

주는 것에 익숙한 사람은
받는 것에 익숙한 사람에게 관심이 가고
받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주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끌리게 된다.

하지만 사랑의 완성은
주는 것에 익숙한 사람이 주는 것에 익숙한 사람을 만나
익숙하지 않은 방법으로 받는 법을 알아 가는 때에 시작되며,
받는 것에 익숙한 사람이 받는 것에 익숙한 사람을 만나
주는 법을 배우고 난 뒤에야 이루어진다.

불편하고 서걱거리더라도
나에게 익숙하던 방법과
내가 좋아하던 방법을 버릴 때,
그때 진짜 사랑이 이루어지기 시작한다.-41쪽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라면 먹고 가라며 에둘러 사랑을 속삭인 은수에게 빠져 버린,
그러다 결국 상처 받은 상우의 날선 푸념.

사랑은 변한다.
그리고 우정도 변한다.
좋은 감정도, 싫은 감정도
모두 변한다.
슬픔도, 괴로움도 변하고
결국
외로움도 변한다.

그러니
지금 외롭다고
평생 외로운 것은 아니다.-18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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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씨의 입문
황정은 지음 / 창비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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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노 씨가 말해주었다.
애초 빗방울이란 허공을 떨어져내리고 있을 뿐이니 사람들이 빗소리라고 말하는 것은 사실 빗소리라기보다는 빗방울에 얻어맞은 물질의 소리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아무런 물질에도 닿지 못하는 빗방울이란 하염없이 떨어져내릴 뿐이라는 이야기였다. 생각해보세요, 야노 씨는 말했다. 허공을 낙하하고 있을 뿐인 빗방울들을 생각해보세요.
우주처럼 무한한 공간을 끝도 없이 낙하할 뿐인 빗방울을.
(중략)
하지만 야노 씨, 우주 같은 공간이라면 중력이랄 것도 없으므로 물방울은 물방울로 떠돌아다닐 뿐 빗방울이 되어 어디론가 떨어지는 일은 없지 않을까요. 나름대로 열심히 생각해서 반박해보기도 했으나 마찬가지로 무서웠다. 끝도 없다는 부분이 아무래도 무서웠다.-6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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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적인 앨리스씨
황정은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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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돌프 사슴에 영감을 받았다고 그는 말한다.
그거 되게 이상한 노랜 거 아냐?
그래?

루돌프 사슴 코는 매우 반짝이는 코.
만일 내가 봤다면.
그래 그거. 가엾을 정도로 왕따를 당하다가 감투를 쓰고 나니 사랑받게 되었다는 얘기.
그런 얘기냐.
남들하고 다르다고 놀림을 당하고 외톨이로 지냈잖아. 그러다가 싼타한테 뽑힌 거잖아. 싼타의 썰매에 묶여 한자리 차지하게 된 거지. 그러고 나니 사랑받게 되었다는 이야기 아니야? 루돌프 코는 그전에도 빨갰는데 이제 그 코가 뭔가 쓸모 있다는 것을 보여주니까, 비로소 사랑받는 빨간 코가 되었다는 거지. 게다가 길이길이 기억되기까지. 치사한 노래다.
그래.
너 내가 나중에 꼭 하고 싶은 게 뭔지 알아?
뭔데.
감투를 쓸 거다.
뭐하려고.
다른 모든 사슴들한테 니들은 다 멍청이 같다고 말해줄 거야.
그런 말 하는 데 감투까지 쓸 필요가 있냐.
필요하지. 필요해. 왜 필요하냐면, 그냥 코가 빨간색일 뿐인 사슴의 말은 아무도 들어주지 않으니까. 루돌프여야지. 한자리하는 루돌프. 다들 그래야 들어줄걸.
그럼 해라.
그래 할 거다.
꼭, 하고 덧붙이며 고미는 드라이버늘 쥐고 낡은 녹음기에 달린 나사를 돌린다.-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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