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이라는 여행 - 우리 젊은 날에 관한 120% 청춘사전
김현지 지음 / 달 / 2011년 7월
절판


벚꽃이 1년 내내 핀다면 우리가 벚꽃 때문에 설레는 일은 없겠지. 지지 않는 벚꽃은 호흡하는 공기, 딛고 서 있는 땅과 같이 자연스러울 거다. 그렇다면 우리는 벚꽃이 피는 거리로 찾아가 목이 꺾어지도록 벚꽃을 올려다보는 일은 하지 않겠지. 변하기 때문에 변하지 않는다. 아름답다 사랑한다 설렌다 혹은 봄. 쉽게 변하기 때문에 영원할 말들.-2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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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지음 / 창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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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현미경으로 찍은 눈 결정 모양도 봤어요?"
"그럼."
"나는 그게 참 이상했는데."
"뭐가?"
"뭐하러 그렇게 아름답나."
"……"-2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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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책이다 - 시간과 연민, 사랑에 대하여 이동진과 함께 읽는 책들
이동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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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가장 진부하고 가장 상투적인 표현도 그것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가장 신선하고 가장 효과적인 표현이었을 겁니다. 그리고 이제는 넌더리가 나도록 지겨워진 일도, 닳고 닳은 행동과 뻔한 습관으로만 간신히 이어지고 있는 사랑도, 그 시작은 두근거림이었겠지요.-53쪽

상기하는 것이 아니라 상기되기 마련인 기억의 존재 형식은 능동태가 아니라 수동태일 겁니다. 그렇게 기억은 무시로 우리를 급습하고, 일상의 사소한 접점에서 예기치 않게 격발당한 우리는 추억 속으로 침잠됩니다. 그렇기에 추억은 두렵기도 하고 신비롭기도 하죠. 당신은 오늘 어떤 기억의 문고리를 잡아당기셨습니까. -120쪽

《세운상가 키드의 사랑》에 실린 유하 시인의 또다른 시 <그리움을 견디는 힘으로>의 마지막 부분은 이렇습니다.

그리움을 견디는 힘으로
먼 곳의 새가 나를 통과한다
바람이 내 운명의 전부를 통과해낸다

그러니까, 그리움이라는 명사에 가장 잘 맞는 동사는 '견디다'입니다. 그리고 이문세씨의 노래 <옛사랑>의 한 구절처럼 그리운 것들은 그리운 대로 내버려두면서 견뎌야 하는 것이지요.-2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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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리고 가끔 고양이 - 이용한 시인의 센티멘털 고양이 여행
이용한 지음 / 북폴리오 / 2013년 8월
품절


당시 우도에서 만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돌담이었다. 홍조단괴 해벽의 기막힌 물빛과 검멀레 해안의 검푸른 절벽도 좋지만, 돌담에 더 눈이 갔다. 돌과 돌 사이의 틈이 주먹 하나쯤은 거뜬히 들어갈 정도로 바람구멍이 숭숭한 돌담. 저 허술한 돌담이 무너지지 않는 까닭은 바로 저 허술한 바람구멍 때문이다. 태풍과 폭풍이 수시로 닥치는 우도에서 빈틈 하나 없이 빼곡히 돌담을 쌓으면 십중팔구는 무너지고 만다. 사람도 그와 같다. 약간 허술한 사람보다 빈틈 하나 없이 완벽해 보이는 사람이 더 쉽게 무너지는 법이다.-243쪽

거문도에 고양이를 허하라

섬고양이는 눈앞이 바로 바다여서 방파제를 거닐다 잠깐 바다를 본다.
선착장에 버려진 잡고기를 오물거리다 잠깐 바다를 본다.
응아를 하고 돌아서다가도 잠깐 바다를 본다.
매일 보는 것이 바다여서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처음인 듯 고양이는 바다를 본다.
비가 오면 어구 창고에 들어가 걱정스러운 듯 바다를 본다.
가랑비에 젖은 꼬리를 쓰다듬다 생각난 듯 바다를 본다.
생의 첫눈을 뜨면서도 바다, 생의 마지막 눈을 감으면서도 바다.
복지회관에서 구멍가게로 내려오다가 흘끔 바다를 본다.
태양민박집 손수레 그늘에 들어가 넌지시 바다를 본다.
꾸벅꾸벅 졸다가도 한 번 더 바다를 본다.
바다를 보는 고양이의 눈 속에도 바다가 그렁그렁하다.-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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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 정유정 장편소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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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었다. 본성이었다. 생명으로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본성. 그가 쉬차를 버리지 않았다면 쉬차가 그를 버렸을 터였다. 그것이 삶이 가진 폭력성이자 슬픔이었다. 자신을, 타인을, 다른 생명체를 사랑하고 연민하는 건 그 서글픈 본성 때문일지도 몰랐다. 서로 보듬으면 덜 쓸쓸할 것 같아서. 보듬고 있는 동안만큼은 너를 버리지도 해치지도 않으리란 자기기만이 가능하니까.-3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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