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책을 안 읽은 건 아니지만, 책을 읽고 뭔가를 쓰지는 못했다. 핸드폰을 바꾸고는 북플을 잊어버리고 지내기도 했다.

최근에 북플을 떠올리고 다시 깔고 시간이 날 때마다, 친구분들의 독서 근황을 확인하고 있다. 세상의 흐름을 따라가는 데는 항상 늦었던 만큼, 항상 감탄과 부러움으로 독서 구경을 하고 있다. 화면에 뜨는 책들 중에는 예전에 읽었던 책들도 있고 읽어보고 싶은 책들도 있다. 읽었던 책에는 읽었다는 표시를 하고 읽고싶은 책을 담기도 한다.

그런데 살다보면 하고싶음은 쉽게 하고 싶었음, 할 수 없었음의 상태로 바뀐다. 이번 생이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이렇게 속수무책의 상태로 흘러가는 시간은 아쉽기만 하다. 내년에는 독서 노트 수준이라 할지라도 조금씩 써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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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12-11 11: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내년에 wasulemono님의 글을 자주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wasulemono 2017-12-11 14: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 격려 감사합니다.
 

도봉구에 김수영문학관이 생겼다고 해서 며칠 전 친구랑 같이 갔다. 거기 2층에 김수영문학상을 받은 시인들의 목록이 나열되어 있는데 그중에 친구는 김혜순의 <불쌍한 사랑 기계>라는 제목이 마음에 들었던가 보다. 마침 내가 가지고 있어서 그 시집을 빌려줬다. 그런데 어제 지하철 타면서 읽어봤다면서 "시가 왜 그러냐"고 투덜거렸다. 나는 그럴줄 알았다. 세상에 어떤 시집들은 제목이 몹시 끌려서 찾게 하지만 독자의 기대를 배반하는 시집들도 꽤 많기 때문이다. 특히 김혜순 시는 대체로 그런 편인데 하필이면 그 수많은 김수영문학상 수상작 중에 김혜순의 시집을 골랐을까. 김혜순 시는 읽기 어렵다. 비평가들의 평가가 때로는 실제보다 과장됐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비평가들이 사랑하는 건 확실해 보이지만 평범한 독자들이 수용하기에는 확실히 어려운 시인 중 한 명이 김혜순인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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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펭귄출판사에서 출간한 중국판 <천일야화> 혹은 <아라비안 나이트>를 심심할 때마다 조금씩 읽고 있다. 정가 우리돈으로 7천원도 안 하는 거지만 헌 책방에서 3천원 주고 산 거다.

여기에 들어 있는 이야기들 중 다수가 어린 시절 책이나 tv 인형극이나 만화 등으로 재미있게 읽었던 것들이란 사실을 알고 좀 놀랐다. 뭘 봐도 10년 정도만 지나도 가물가물한 기억력때문에 종종 주기적으로 기억을 더듬어야 하는 건 축복일지 불행일지.

오늘은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을 읽었다. 어린 시절의 기억이 대강 떠올라서 그것만 맞춰보면서 읽는 재미가 있었다. 알리바바의 충직하고 영리한 하녀 마르치나(?)의 기지로 번번히 복수에 실패한 두목이 장사를 하는 알리바바의 조카와 친분을 맺고 알리바바가 집에 식사 초대까지 하는데...

그때까지 우리의 그 똑똑한 마르치나도 두목의 정체를 눈치채지 못했다. 그런데 두목이 자신은 소금 친 음식을 안 먹는다고 해서 알리바바가 마르치나에게 그렇게 음식을 준비해달라고 부탁하는 장면이 있다. 그런데 이 점을 마르치나가 의심하 고 두목의 정체를 깨닫는 대목이 나온다. 물론 마르치나는 이번에도 알리바바를 위해 기지를 발휘해서 그 두목을 죽임으로써 주인의 근심을 영원히 제거하고 그 보답으로 조카와 결혼함으로써 이야기는 종막을 달린다.

그런데 다 읽고서도 두목이 소금 친 음식을 먹지 않는다고 한 이유나 그런 사실이 하녀에게 어떻게 힌트가 될 수 있었는지 도무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

인 터넷 검색을 잠시 해봤더니 그에 관한 내용은 보이지 않는데... 열려라 참깨라는 주문과 관련이 있는 건가. 궁금하다.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한테 물어봐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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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나간리리 2016-06-13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린책들 천일야화 판에는 각주로 설명이 잘 되어 있습니다. 같은 지붕 아래 소금(과 아마 빵이었던 듯;;)을 함께 먹으면, 벗이 된다는 문화적인 의미가 있어서 그렇다고 해요.

wasulemono 2016-06-13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런 게 있었군요. 감사합니다.
 

책은 몇 권만 겹쳐도 꽤 무게가 나간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5만원 이상 구매시 2천원 마일리지 증정이라는 당근에 충실하게 주문했다. 배송하시는 기사분 입장에서는 별로 달갑지 않을 배송물일 듯해서 조금이라도 편하시도록 무인택배함에 넣어달라고 배송 사항에 적었다. 그런데 바뀐 기사님은 한사코 직접 배송해주셨다. 좀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어떨 때는 5만원 배송물 중 일부가 늦게 수급돼서 그것만 달랑 배송될 때도 있는데 그럴 때는 늦게 오는 그 녀석이 은근히 애처롭게 기다려지고 몸 가벼운 그 책을 전해주시는 기사님의 손도 가볍게 느껴졌다.

그런 경험 속에서 굳이 5만원을 고집했던 관행을 돌아보게 됐다. 그 결과 2천원 때문에 굳이 절실하지도 않은 책을 고르느라 수고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행히 신간의 경우 알라딘에서는 배송료를 따로 받지도 않는다. 이런 점을 이용해서 전보다 자주 주문하게 됐고 배송 기사님을 가벼운 마음으로 자주 뵙게 됐다.

이렇게 되니 여러 모로 마음이 참 가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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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대 - 염상섭 장편소설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전집 3
염상섭 지음, 정호웅 편집 / 문학과지성사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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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대는 흔히 조의관 조상훈 조덕기라는 일제시대 부르주아 가정의 이야기라고 배워왔지만 이십여년만에 재독했더니 신기하게도 그들은 주인공이 아니었고 오히려 이 작품은 김병화와 홍경애 중심의, 영화 암살을 연상시키기도 하는 첩보극같이 보였다. 뭔가 항상 새 것만 찾는 일의 부질 없음을 느끼고 있는 요즘, 그런 생각을 새삼 북돋는 독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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