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해든이 오전 수업만 하는 날이라 학교 끝나자마자 픽업해서 LACMA 바로 옆에 있는 Academy Museum of Motion Pictures에 갔다 왔다. 그 주변이 뮤지엄 동네라 그런가 멋진 외형의 페터슨 자동차 박물관도 있었다.
나는 어제 밤새도록 지겨운 버추얼 수업 듣고 시험 보느라 아침 9시 30분쯤 잠이 들었는데 남편이 12시에 깨워서 메롱헤롱한 상태로 집을 나섰다. 그나마 일찍 나서서 그랬는지 길도 안 막히고 코로나 때문인지 뮤지엄 주차장도 널널하고 (마침 LACMA에 대대적인 공사를 하고 있어서 더 그랬고) 구경하기 참 좋았다.
요즘 뮤지엄 디자인이 다 비슷비슷하지만 이곳은 회색과 빨간색의 컨셉을 유지하면서 인테리어 되어 그런가 깔끔한 디자인이 좋았다. 마침 남편이 주차도 어찌 알았는지 나오자마자 바로 뮤지엄 입구.
구경하고 사진 찍은 것이 너무 많지만, 몇 가지만 추렸는데도 많아서 주로 묶음으로 올려본다.
우리가 간 이 시점에 전시된 감독관은 Shelton Jackson이 본명이지만 Spike Lee로 불리고 있는 감독! 너무 유명해서 설명이 필요 없는 감독. 할 베리도 아카데미 수상식에서 Spike Lee가 얼마나 든든한 서포트를 해줬는지 얘기할 정도니 흑인들에게는 영웅(?)과 같은 존재가 아닐지. 저 Wake up은 너무 재밌는, 말 그대로 리감독의 Wake up 짤만 모아서 만든 작은 영상인데 넘 웃겼다. 하튼 그런 거 찾아내는 사람들 대단함. 다음에 혹시 리 감독이 만든 영화 볼 일이 있으면 Wake up 기억하시고 잘 관찰해 보시길.
감독관을 지나서 오스카 관으로 향하는 길.
남편이 사진 찍어 준다고 해서 모델처럼 포즈 잡아 봤다. 진짜 사람들이 받은 오스카 상이 전시되어 있더라는! 이 박물관은 의자가 이것 말고도 많아서 좋았다.ㅋㅋ
다양한 오스카 순간이 벽 스크린에서 영상으로 보여주는데 우리 나라 영화인 기생충이 받는 장면이 나와서 뭉클!! 언젠가 감독관에 봉준호 감독의 전시가 열리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니 또 뭉클.
이건 좀 크게 사진을 올려 본다. 아 노라 에프런!!! 그녀의 필체를 보면서 또 뭉클. 저건 영원한 고전인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시나리오.
나는 이 책 하드 커버로 갖고 있다. 내 것은 2013년 출판.
멋쟁이 폴 뉴먼의 롤렉스. 아내가 선물한 시계라고 한다. 폴 뉴먼에게 아주 잘 어울리는 시계라는 느낌이 들었다. 나도 저렇게 비싼 것이 아니라도 나를 상징하는 물건 하나 장만하고 싶더라는. 어쨌든 자동차 광인 폴 뉴먼에게 아내가 "운전 조심-내가"라고 새겨서 준 부분에 대해서 읽으니 또 뭉클,,, 아무리 유명한 인간이라도 이런 사소한 면을 알게 되면 더 친근감이 든달까.
캐릭터 관에 내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너무 많아서 안절부절. 페미니스트가 분명한 미시즈 폭스부터!!! 그리고 백설공주와 일곱명의 난쟁이들,,등등 박물관에 침입해 도둑질하는 사람들의 심정을 느낄 수 있;;; 뭐래??ㅎㅎㅎㅎㅎㅎㅎㅎㅎ
위쪽 왼편은 미니어쳐 아카데미 무대고 오른쪽은 오즈의 마법사 도로시의 루비 신발. 영화에서처럼 반짝이진 않았지만 뭐 좋았다.
하나의 영화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분야가 너무 다양해서 다 올리기엔 엄두도 낼 수 없어서 그래도 아는 분야라고 의상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사진이 작아서 잘 안 보이는데 오월의 여왕 의상이라고 한다. 이 의상관을 보면서 내가 커머셜 디자이너로 일 하지 않고 커스튬 디자이너로 일했다면 여전히 일을 하고 있을까? 궁금했다. 저 오월의 여왕 의상 같은 거 내가 만들 거 같은 디자인이라서,, 스토리 읽어보니까 더욱. 암튼 뭐 그랬다고요. 이 밖에도 조니 뎁의 에드워드 가위손(가위손 에드워드?? 뭐 ;;;) 의상도 있고 넘 많았다.
그리고 좋았던 일명 Backdrop, 그러니까 배경을 만드는 곳. 유명한 백드랍 장면이 있는 전시를 보면서 저게 그림이었어??라고 놀란 것 많았음. 영화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재능이 많은 사람들이 헌신을 했는지, 조명은 감독이나 배우들이 받아도, 느껴지니까 앞으로 영화를 보는 자세도 좀 달라져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정말 입장료가 안 아까웠던 미야자키 하야오 전시관!!! 대박!!! 거기는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해서 사진을 찍을 수 없었지만, 출구 바로 전에 지키는 사람 몰래 하나 찍었다. 나 아주 나쁨. ㅠㅠ
그래도 양심은 있었는지 흔들려서 잘 안 나왔다는.ㅋㅋㅋ
여기 정말 대박!! 너무 좋았다. 디스플레이도 얼마나 멋지게 했는지,, 정말 영화의 한 장면에 있는 듯한 착각이 자주 들었다. 키키가 잔디에 누워있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잔디 같은 거 마련되어 있고 누우면 하늘이 보이도록 천장에 하늘과 이쁜 구름 그려져 있고,,, 나도 키키가 되는 상상을 하면서 누워보고 싶었으나 어떤 커플이 우리가 나갈 때까지 누워서 일어나지 않아서 포기했다는 슬픈 이야기.ㅠㅠ
미야자키가 한 것을 글로 적은 것도 좋았고 (사진을 못 찍게 해서 열심히 메모 했다는;;;) 지브리 사의 직원들이 일하는 책상을 전시했는데 너무 작고 너무 심플해서 또 놀랐다. 작은 사람들만 일을 하는 곳인가 싶기도 하고,, 청렴(?)한 하야오의 성격이 드러난 것도 같고 뭔가 일본스러우면서 정갈하고 단정한 책상이 잊혀지지 않는다. 창의적인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수양을 하는 것 같은 그런 책상에 앉아서 어떻게 다채롭고 창의적인 작품들이 나올수 있을까도 싶고,,^^;;;;
미야자키 관을 나와서 바바라 스트라이샌드 다리를 건너 헐리우드 사인이 보이는 (사진은 작아서 잘 안 보이지만) 자리에서 남편과 다정한 한 컷. 그리고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저 기나긴 트래픽을 뚫고 미쉐린에 등록된 라면집을 향해 고고고.
라면을 먹고 집에 와서 잠을 많이 못 잔 나는 완전히 뻗고 자정에 일어나서 사무실에 와서 지금까지 사진 정리하고 글 올리고 있다. 이제 책 조금 읽고 셤공부해야지. 바쁘고 할 일도 많은 인생... 하아
먹는 것에 진심인 내가 고르지 않으면 그건 반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