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 - 세상에 첫발을 내디딘 어른아이에게
김난도 지음 / 오우아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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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면서 부모님, 선생님을 비롯한 숱한 주위의 어른들을 보면서 존경하고 선망의 눈길을 줬던 기억! 누구나 있다. 가끔 마음에 안 들어도 다른 깊은 뜻이 있겠거니 했다.  실수도 안 하고 결정도 쉽게 내리고, 흔들리지도 않고 완벽한 어른으로 보였다.  그리고, 나도 어른이 되면 당연히 그렇게 되는 줄 알았다.

 

어른이 아닌 아이를 흔히들 '온실 속의 화초', '어항 속 물고기'에 비유하곤 한다. 어항 속 물의 온도는 늘 적당하고 깨끗하게 유지 된다. 배고플 시간이 되면 누군가 먹이를 넣어 준다. 별다른 노력 없이도 사는데 지장없는 삶이다. 누군가의 감시아래 있다는 것과 어항의 크기만큼 움직일 수 있는 거리가 제한 된다는 게 좀 답답하게 느껴지긴 하지만 안전하고 편안하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그 어항이라는 세상이 없어진다는 의미다. 물고기가 어항 밖을 나오는 순간 모든 게 위험한 상황이다. 먹이를 주는 사람도 없고, 살기 위해선 물을 찾아 떠나야 한다. 매 순간 순간 내 결정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내 맘대로 할 수 있다는 자율이 주어지는 대신, 책임과 의무가 뒤따른다.

 

내 마음대로 뭐든 할 수 있는 달콤한 자율은 좋지만, 책임과 의무는 부담스럽다. 그래서 '어른아이'가 생기고 어른이 되어도 여전히 흔들리는 걸까?

 

이 책은 어항 속을 갓 벗어난,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은 '어른 아이'에게,

결혼을 준비하고, 한 생명의 부모가 되고... 겉모습만 '어른'인 이들에게,

'인생의 이모작'을 준비하는 중년을 향해 가는 '진짜' 어른에게 하는 위로다.

 

'당신만 흔들리는 게 아니라 다른 이들도 흔들린다.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는 사실을 함께 공감해 주며 토닥토닥 어루만져 주는 책이다. 책 제목만으로도 적잖은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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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고준
고종석 지음 / 새움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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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5월 노무현 대통령이 죽던 날, 유명한 소설가 '독고준'도 아파트 베란다에서 떨어져 자살한다. 하필이면 대통령과 같은 날의 자살이어서 소설가의 죽음은 신문 기사화 조차 되지 않는다.  유명했던 소설가치고는 무척 조용한 죽음이 되버렸다.

 

독고준에게는 아내와 두 딸이 있다. 이 책은 첫째딸인 독고원이 화자가 되어 소설을 이끌어 가고 있다.

아버지인 독고준은 딸들의 이름을 지을때, 이름은 세 글자여야 한다는 강박이 있으셨는지, 성 '독고'를 제외하고는 세 글자를 맞춘듯이 '원'과 '선' 이란 한 글자의 이름을 지어주셨다. 독고준이 죽고나서 일기장이 발견되고, 큰 딸 '원'이 아버지의 일기를 읽으면서의 느낌들을 기록하고 있다.

 

아내와의 사랑이 열정적인 연인사이라기 보다는 형제나 부모의 그것 처럼 그냥저냥 '가족애'로 살았다면, 두 딸은 끔찍하게도 예뻐했다. 평소에 대화도 자주 하고 딸들을 위해서는 많은 것을 베풀던 아버지였다.

그런 부녀의 사이였어도 못다한 이야기가 있었던 모양이다. 아내에게도 딸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외로움이 있었던지 끝내는 자살을 선택한다. 

 

아버지의 일기에 자살을 결심하게 된 이유 같은 건 들어있지 않다. 

1960년대 부터 2007년 까지의 삶이 그대로 들어있어 한 사람의 일대기로 보는게 맞을 것 같다.  다독을 즐겼던 소설가여서 독서일기가 심심찮게 보이고, 정치적인 견해나 동년배 또는 선후배 문인들을 평가한 내용이 들어있기도 하다. 정치, 역사, 사회, 음악, 문화... 사회 전반에 걸친 다양한 내용이 들어있다. 그 길거나 혹은 짧은 일기를 읽고, '원'이 아버지를 회상하고 추억을 되새기며 아버지의 생각을 유추하고 어림 짐작한다.  때론 글과는 전혀 다른 자신의 일상을 풀어놓기도 한다.

 

특이하게 책은 월을 기준으로 들어있다. 즉, 4월이면 1960년도에서 2007년까지 4월에 쓰여진 일기가 한 챕터씩 묶여있다. 그다음 5월 일기, 6월 일기, 7월... 순차적으로 다음해 3월까지 1년 열 두달이 꼬박 월을 기준으로 묶여있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년도를 기준으로 묶지 않았을까 싶은게 새로웠었다.  

 

 

이 소설로 고종석 이란 작가를 처음 만났다. 작가의 프로필을 보다보니, '한국어 구사능력이 뛰어나다'는 문장이 있었다. 소설을 읽으면서 직접 눈으로 느낀점이기도 했다. 새로이 배운 말들도 있었고, "한글에 이런 단어가 있었어?" 하는 낯선 단어도 있었다.  문맥에 딱 들어 맞는 맞춤형 단어들을 보면서 프로필에 쓰인 말이 허구가 아니구나! 하면서 읽었다. 

 

정치적인 내용이나 유럽 작가들에 대해 평가를 하는 부분은 살짝 지루하기도 했다. 내가 잘 모르는 분야라서 그랬을테다.

전반적으로는 가슴에 남기고픈 표현들도 여럿 있어서 좋았다. 속독으로 빨리 읽어가기보다는 한 문장씩 음미하면서 읽으면 더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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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딩 프라미스 - 아빠와 함께한 3218일간의 독서 마라톤
앨리스 오즈마 지음, 이은선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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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간에 친밀감을 높이는 일이 뭐가 있을까.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이 진리일 거다.

 

여기 주인공인 아버지와 딸이 무려 3,218일간 하루도 빠짐없이 책을 읽으며 함께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정확하게 따지면 아빠가 딸에게 밤마다 책을 읽어준 게 3,218일 이다.  9년이 넘는 시간이다. 처음 9살이던 딸이 18살이 될때까지의 긴 시간이다.  책을 읽어주는 아빠와 딸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9살, 10살까지는 그리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다. 그러나 15살이 넘어가면서는 어쩐지 낯선 풍경이다.  하지만 목표가 있기 때문에, 매일 반복해서 해오던 일이기 때문에 당사자들에겐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그걸 지켜보는 쪽에서 고개가 갸우뚱해질뿐.

 

'앨리스'가 9살 일때 아버지는 밤마다 딸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기로 결심한다.  처음엔 '독서마라톤'이란 이름조차 없었고, 목표 또한 100일 이었다. 100일을 꼬박 성공하자, 아빠와 딸은 더 큰 목표를 세우게 되고 목표는 1,000일로 늘어난다. 시간이 갈수록, 완료한 날이 쌓일수록 꼭 지켜야겠다는 욕심이 생긴다. 1,000일이 지났을 때 자연스럽게 기간은 연장되고, 할 수 있는 날까지 해보자는 무언의 약속이 돼버린다.

 

말이 3,218일이지... '하루도 빠짐없이' 라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 상상하기는 어렵지 않다.  아픈 날도 있고, 너무 졸려 도저히 책을 못 읽는 경우도 있겠다. 둘 중 하나 외박할 사정도 충분히 발생한다. 어지간히 마음먹지 않고서는 실패할 날이 분명히 있다. 실제로 그들에게도 실패할 뻔한 날이 있었는데,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와 아빠가 목이 쉬어 목소리가 하나도 나오지 않는 사건이 있던 날이었다.  목이 아픈 며칠동안 대체할 여러 방법을 생각했으나, 결국은 소곤대는 목소리로 독서마라톤을 겨우 이어가야 했다. 최대 위기의 순간이었다.

 

 

책을 읽는 것 자체도 좋았지만, 아빠와 딸이 뭔가를 꾸준하게 한다는 게 좋아보였다. 요즘 어떤 인간관계에서도 중요한 키워드가 '소통'으로 떠오르고 있다. 소통의 부재가 가정과 사회 모두에서 끊임없이 문제로 제기 되고 있다. 제일 가까워 당연히 친밀해야 할 가족관계에서도 어려움을 호소하는 현대사회에서, '독서마라톤'이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겠다.  함께 책을 읽으며 지식을 습득하고, 서로 자신의 의견을 교환하면서 대화하는 일. 공통된 대화 주제가 생겼다는 것 자체로 이미 소통은 시작이다. 가족간에 이보다 더 중요하고 좋은 일이 있을까.  뭔가를 함께 한다는 것... 이런게 '소통' 이겠다. 아빠와 딸, 엄마와 아들. 소통이 필요한 관계는 각자가 조합하기 나름이다.

 

"주연아!  엄마가 매일 책 읽어줄까?"   ^^

"아니요. 나두 책 읽을 수 있는데요." ㅡ.ㅡ

"그래도 우리도 독서마라톤 해보면 어떨까?"

"괜~찮아요. 됐어요." 

 

비록 우리 가족은 책은 각자 읽지만, 최근에 함께 하는 게 한가지 생겼다.

10월에 있을 '5km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려는 목표 아래 거의 매일 저녁마다 운동을 하고 있다. 오늘로 15일째 되어간다. 단, 비가 오면 쉬고, 토요일/일요일은 쉰다. (주 5일 근무, 주 5일 운동. ^^) 원래 목표 자체를 그렇게 잡았기 때문에(ㅡ.,ㅡ) 지금까지 실패율은 '제로'다. 

 

아들과 뭔가를 함께 준비하면서 동일한 시간을 소비하는 게 사소한 것 같으면서도 좋은 경험이라는걸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직접 피부로 느끼고 있다. 뭔가를 함께하는 수단이 꼭 '책'이 아니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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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발명 - 유준상의 유쾌하고 엉뚱한 일상 모험
유준상 지음 / 열림원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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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넝쿨당>이란 드라마로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배우가 유준상이다. 그 드라마를 보진 못했지만 사람들 입을 통해서, 인터넷 기사에서 그의 인기를 실감하는 건 아주 쉬운 일이었다. 그런 인기남인 그가 책을 냈다. 책 판매에 따른 인세 수입은 저자의 요청에 따라 전액 기부로 되어있기도 하다. ^^

 

사람은 누구나 혼자이고 싶을때가 있다. 때때로 늦은 밤이나 이른 새벽에 깨어있을때가 있는데, 그럴때 우린 이런 저런 상상을 한다. 센치해 지고 한껏 감상에 빠지기도 한다. 보통 사람보다 감정표현에 더 충실한 '배우' 여서 조금 더 그런 기회가 잦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때마다 글로 옮겨쓴 것들이 모여 한 권의 책으로 나온게 아닐까 싶다. (실제로는 수년간 써온 '배우 일지'에서 발췌한 글이란다)

 

때론 엉뚱하게 상상한 이야기도 있지만, 대체로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을 발견하려는 모습이 좋았다. 소탈하고 소년같은 웃음에서도 느껴지듯이 긍정적이고 유쾌한 사람인 것 같아 그 부분도 점수를 많이 주고 싶다. 연기를 밥벌이로 삼은 배우로서 나이 들어서도 연기에 대한 고민과 욕심은 끝나지 않을 것 같다.  뮤지컬로도 활동을 하고 있는 그가 세월이 흘러 목소리가 나오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에 떠는 모습이 내가 하는 고민과는 성격이 달랐지만 화려하고 돈 잘 버는 그들에게도 그런 고민이 있구나 싶어서 인간적으로 느껴졌다.

 

자신을 향해 '화이팅!' 을 외치며 글을 마무리하는 일기가 여러편이었다. 연기도 잘 하고 유명하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최고의 위치에 있는 그도 자신을 채찍질하고 공부하며, 용기와 칭찬이 필요한 평범한 한 명의 사람이었다. 뛰어난 재주가 있어도 자만하지 않고,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 모습이 매력적이었다.

앞으로 더 높은 곳에 오르고, 좋은 일이 더 많이 생길 것 같은 배우였다. 

조용히 응원하며 지켜봐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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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추구 2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공경희 옮김 / 밝은세상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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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을 향해 가는 사람들 중에는 흔히들 이런 말을 사용한다.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얘기하자면 책으로 써도 될 정도야"

"지금껏 내가 살아온 얘기를 시작하면 2박3일을 꼬박 세우고도 다 못할 거야"

 

이 소설 속에 주인공인 새러의 인생만 봐도 책으로 두권의 분량이다. ^^

한 사람의 인생 속에는 기쁨, 슬픔, 고통, 끝없는 기다림, 시련도... 하나의 종합선물세트처럼 따라온다. 좋은 일만 계속 될 리도 없고, 고통 속에서만 계속 허우적 대지도 않는다. 사람의 한 생에 어쩜 이렇게 골고루, 다양하게 겪도록 계획해 놨는지 모르겠다.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도 있고. 태양이 환하게 비추는 밝은 면 뒤에는 그림자도 있고, 환한 대낮이 지나면 어두운 밤도 찾아온다.

 

첫 사랑의 배신, 준비되지 않은 임신으로 서둘러 한 결혼식, 스트레스로 시작해서 스트레스로 끝난 결혼생활, 만삭이 다 되서 아기를 잃어버린 일, 그리고 이혼. 이제 더 이상 나빠질 게 없을 것 같은 새러지만, 아직 못 다한 이야기가 더 있다.

 

남들은 '불륜'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수근대지만, 새러는 운명같은 남자 '잭'을 다시 만나게 되면서 너무 행복하다.

새러도 오빠인 에릭도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명성도 날리며 경제적으로도 풍족한 시절이다.

일과 사랑, 돈과 명예를 모두 가진 최고의 주가를 올리던 시절이었다.

 

그런 새러의 형제를 누군가 질투하는 건지, 예전에 공산당조직에 가담했던 에릭의 과거가 발목을 잡는다. 미국에도 그런 분위기가 있었는지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됐는데, 그들에게도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공산주의는 퇴출하고, 뽑아 내야 하는 이물질 이었나 보다. 정부의 막강한 권력아래 공산주의자들을 찾아내서 국가에 대한 충성을 강요하고 거부하면 철저하게 망가뜨린다.  당사자는 물론이고 가족까지도 사회에서 매장시킬 수 있는게 그들이 가진 힘이었다.

 

새러에게 닥친 또 다른 시련의 시기였다.

 

 

소설속 이야기는 '끝인가 보다~' 생각할 때 쯤 또 다른 예기치 못한 사건들이 터진다. 마지막장을 덮을 때까지도 예측불허의 사건들이 지루할 틈 없이 튀어나와 읽는내내 흥미진진 하게 했다.  중간에 반전도 있고, 흡인력도 아주 제대로다.

 

아직 더글라스 작품을 접하지 못한 분들께 추천하고 싶다. 재미나니 꼭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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