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 프라미스 - 아빠와 함께한 3218일간의 독서 마라톤
앨리스 오즈마 지음, 이은선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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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간에 친밀감을 높이는 일이 뭐가 있을까.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이 진리일 거다.

 

여기 주인공인 아버지와 딸이 무려 3,218일간 하루도 빠짐없이 책을 읽으며 함께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정확하게 따지면 아빠가 딸에게 밤마다 책을 읽어준 게 3,218일 이다.  9년이 넘는 시간이다. 처음 9살이던 딸이 18살이 될때까지의 긴 시간이다.  책을 읽어주는 아빠와 딸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9살, 10살까지는 그리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다. 그러나 15살이 넘어가면서는 어쩐지 낯선 풍경이다.  하지만 목표가 있기 때문에, 매일 반복해서 해오던 일이기 때문에 당사자들에겐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그걸 지켜보는 쪽에서 고개가 갸우뚱해질뿐.

 

'앨리스'가 9살 일때 아버지는 밤마다 딸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기로 결심한다.  처음엔 '독서마라톤'이란 이름조차 없었고, 목표 또한 100일 이었다. 100일을 꼬박 성공하자, 아빠와 딸은 더 큰 목표를 세우게 되고 목표는 1,000일로 늘어난다. 시간이 갈수록, 완료한 날이 쌓일수록 꼭 지켜야겠다는 욕심이 생긴다. 1,000일이 지났을 때 자연스럽게 기간은 연장되고, 할 수 있는 날까지 해보자는 무언의 약속이 돼버린다.

 

말이 3,218일이지... '하루도 빠짐없이' 라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 상상하기는 어렵지 않다.  아픈 날도 있고, 너무 졸려 도저히 책을 못 읽는 경우도 있겠다. 둘 중 하나 외박할 사정도 충분히 발생한다. 어지간히 마음먹지 않고서는 실패할 날이 분명히 있다. 실제로 그들에게도 실패할 뻔한 날이 있었는데,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와 아빠가 목이 쉬어 목소리가 하나도 나오지 않는 사건이 있던 날이었다.  목이 아픈 며칠동안 대체할 여러 방법을 생각했으나, 결국은 소곤대는 목소리로 독서마라톤을 겨우 이어가야 했다. 최대 위기의 순간이었다.

 

 

책을 읽는 것 자체도 좋았지만, 아빠와 딸이 뭔가를 꾸준하게 한다는 게 좋아보였다. 요즘 어떤 인간관계에서도 중요한 키워드가 '소통'으로 떠오르고 있다. 소통의 부재가 가정과 사회 모두에서 끊임없이 문제로 제기 되고 있다. 제일 가까워 당연히 친밀해야 할 가족관계에서도 어려움을 호소하는 현대사회에서, '독서마라톤'이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겠다.  함께 책을 읽으며 지식을 습득하고, 서로 자신의 의견을 교환하면서 대화하는 일. 공통된 대화 주제가 생겼다는 것 자체로 이미 소통은 시작이다. 가족간에 이보다 더 중요하고 좋은 일이 있을까.  뭔가를 함께 한다는 것... 이런게 '소통' 이겠다. 아빠와 딸, 엄마와 아들. 소통이 필요한 관계는 각자가 조합하기 나름이다.

 

"주연아!  엄마가 매일 책 읽어줄까?"   ^^

"아니요. 나두 책 읽을 수 있는데요." ㅡ.ㅡ

"그래도 우리도 독서마라톤 해보면 어떨까?"

"괜~찮아요. 됐어요." 

 

비록 우리 가족은 책은 각자 읽지만, 최근에 함께 하는 게 한가지 생겼다.

10월에 있을 '5km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려는 목표 아래 거의 매일 저녁마다 운동을 하고 있다. 오늘로 15일째 되어간다. 단, 비가 오면 쉬고, 토요일/일요일은 쉰다. (주 5일 근무, 주 5일 운동. ^^) 원래 목표 자체를 그렇게 잡았기 때문에(ㅡ.,ㅡ) 지금까지 실패율은 '제로'다. 

 

아들과 뭔가를 함께 준비하면서 동일한 시간을 소비하는 게 사소한 것 같으면서도 좋은 경험이라는걸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직접 피부로 느끼고 있다. 뭔가를 함께하는 수단이 꼭 '책'이 아니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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