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고백
김려령 지음 / 비룡소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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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설은 무.조.건 재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렵고 복잡한 묘사보다는 귀에, 눈에 쏙쏙 들어오는 재미를 선사해 주는게 제일 우선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거기에 감동이 추가되고 생각하고 고민할 수 있는 질문까지 던져준다면 금상첨화로 엄지 손가락을 추켜 세우며 아는 이들에게 읽어보라고 추천해 주곤 한다.  그런 의미로 본다면 이 책은 엄지 손가락을 주저없이 꺼낼 수 있는 작품이다.  재미와 감동과 이러저러 생각거리들을 던져 준다. 

 

소설의 전체적인 느낌은 작가의 이전 작품인 <완득이>와 비슷하다.  완득이에 나오는 캐릭터들도 밉지 않았는데, 이 작품에는 완득이 같은 애들이 무려 4명이나 나온다.  ^^

 

요즘의 학생들은 대학입시를 위해 존재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거다. 대학이라는 목표를 위해 모든 걸 희생하고 몇 년은 딴 생각도 안하고 오로지 공부만 한다. 한 명의 친구라도 점수를 못 받아야 상대적으로 내 점수가 오른다.  나 이외엔 모두가 경쟁상대고 적이다.  아군이 없다.  눈에 보이지 않는 스트레스가 차곡차곡 쌓인다.  그 스트레스를 마땅히 풀만한 곳도 없다.  그래서인지 최근엔 청소년들의 자살소식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학교 폭력도 무섭고, 일본에서 유명한 '이지메'가 우리나라에서도 점차 만연되어지고 있어 걱정이다.  어른이 되어 사회에 나오면 받기 싫어도 받아야 하는 스트레스인데, 그 스트레스를 초등학생들도 벌써 경험하고 있다.  최근엔 조기교육의 열풍으로 그 스트레스가 점점 더 어린나이로 내려오고 있다. 

이런 환경에 노출된 아이들은 몸은 건강해 보여도 마음은 시퍼렇게 멍이 들고 상처투성이일 게다.

 

여기에 등장하는 해일, 진오, 지란, 다영은 참 맑고 순수한 아이들이다.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들이다.  해일과 지란은 숨기고 싶은  한 가지를 가슴에 품고 있다.  가시가 박힌지도 모르고 있었는데, 가시의 존재를 알게되면서 뽑으려는 시도를 한다.  더 늦기전에 마음속에 깊이 박혀있는 가시를 뽑고 치료를 하려고 한다. 

 

저마다 아픈 곳도 다양하고 고통의 깊이도 조금씩 다르다.  나만 아픈 줄 알았는데, 해일도 지란이도 아파하고 있다는걸 느끼며 서로의 상처를 치료해 주기 위해 노력한다.

 

십대들의 발랄하고 재밌는 문장들이 한참을 웃게 하다 어느 부분에선 뭉클, 코끝이 찡하다. 웃다가 울다가 가슴 한켠이 따뜻해진다.

지금을 살고 있는 십대들의 모습이 이 소설의 캐릭터들이라도 믿고 싶다.

요즘 청소년들은 대화의 반 이상을 욕을 섞어 한다. 말이 불량스러워 마음도 그렇지 않을까 눈쌀이 찌푸려지지만, 마음만은 소설속 인물들하고 같을거라고 믿고 싶어졌다.

 

우리의 미래를 책임 질 청소년들!  몸과 마음이 똑같이 건강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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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풍당당 - 성석제 장편소설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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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나 아버지와 어머니라는 운명으로 묶여진 체제를 통해 태어난다. 세상에 태어났을 때 내게 생명을 준 아버지나 어머니가 눈에 안 보일 수 있고, 먼 길을 떠나 다시 못 볼 수는 있어도 부모라는 존재가 아예 없지는 않다.

부모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대상도 아니고, 싫다고 해서 그 운명의 끈을 끊어버릴 수도 없는 일이다.

 

여기에 한 가족이 있다. 할머니, 할아버지, 아버지, 어머니, 딸 그리고 아들. 3대가 모여 사는 것처럼 보인다. 휴대폰도 잘 안 터지는 강과 산에 둘러싸인 첩첩산중이란 표현이 어울리는 곳에 모여서 산다.  그러나 자세히 속 사정을 들여다보면 그들은 서로 남남이다. 짧게는 십여년에서 많게는 반 평생을 다른 곳에서 진짜 가족이라는 운명체 속에서 살다가 온 사람들이다. 떠나온 사정은 구성원마다 서로 다르지만, '진짜 가족' 의 울타리를 발로 차고 나온 것은 똑같다. 

 

'여산' 이라는 아버지 역할로 보이는 사람을 중심으로 한 사람씩, 한 사람씩 울타리 안으로 들어온다.  이 집합체를 구성하는 구성원들의 공통점이라면 누군가를 피해 도망 중이라는 거다. 또 절벽에서 강물로 뛰어내려 인생의 마침표를 찍으려는 찰나에 '여산'에 의해 목숨을 구하게 되는 공통점도 있다.  구성원이 하나 둘씩 늘어나면서 제법 마을이라 불릴 수 있는 집합체가 만들어진다.  서로는 가족도 아니고 그렇다고 남도 아닌 생활을 한다. 그러다 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조폭과의 결투' 라는 위기에 봉착한다.  위기의 순간에 그들은 공감대와 연대의식으로 똘똘 뭉쳐진다. 더 두터워지고 가까워진다. 또 하나의 가족이 '응애'하고 탄생하는 순간이다.  도망가지 않고 물러서지도 않으며 '위풍당당'하게 조폭들과 맞서기로 한다. 왜? 가족이기 때문에, 한 식구이기 때문에.. 그들은 스스로가 선택한 '가족'이라는 공동체가 무너지는 걸 원치 않았다.

 

프로 싸움꾼과 아마추어의 대결은 '안봐도 비디오' 인 것처럼 생각이 든다. 너무 뻔한 얘기 였다면 소설화가 되지 못했을거다.  아마추어의 편에는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있었으니, 바로 '자연'이라는 든든한 전사다.  자연을 잘 알지 못하는 이들에겐 예기치 못한 복병이 되겠다. 시골마을의 세세한 지형을 잘 알지도 못하고, 또 도시에서 나고 자란 조폭들은 시골사람들과의 대결을 너무 얕잡아 봤다. 뜨거운 여름 태양아래 쫙~ 빼입은 양복과 선글라스와 구두를 신고 산을 오르는 것의 고단함... 참새만한 모기떼의 공격... 목마름은 점점 심해지고, 뱀이라도 나타나지 않을까 싶은 곳으로의 끝없는 행진... 그 과정을 풀어내는 작가의 입담과 해학이 분명 심각하고 긴장되는 상황이지만 재밌다. 곳곳에 성석제표 웃음코드들이 들어있다.

 

해학과 풍자의 절대고수! 그의 귀환을 열렬히 환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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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야행 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정태원 옮김 / 태동출판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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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3권을 읽으니 이제서야 끄덕끄덕 이해가 된다.  그러나 이해된다고 해서 그들의 범죄를 용서할 수 있다는 건 아니다. 다만, 14년전의 '유키호'가 받은 상처를 함께 가슴 아파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서야 '료지'의 행동도 납득이 간다.

 

열 세살의 어린 소녀였기에 그 상처는 더 치유하기 어려운 고통이었다. 그런 그녀를 위해 '료지'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이자 최악의 선택이었다. 한 인간이 그런 행동을 하기까지에는 반드시라고 할 만큼 이유가 있는거였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싸이코패스가 아닌 이상에는...

 

최초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십여년이 지난 후까지도 그들은 이어지고 있었다. 그들을 연결하고 있는 그 끈을 사랑이라 부를 수 있을까?  아니, 사랑이었기 때문에 끊어지지 않는 연결고리 였을까?

남자와 여자가 처음 만나 사랑을 시작할때의 공식처럼 열정적인 사랑으로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열정'보다는 '정'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처럼 어쩌면 습관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놓고 싶어도 놓지 못하는 관계 였을 수 도 있겠다.

 

분명 그들은 연결되어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에 유키호가 '료지'를 보며 모르는 사람이라고 냉정하게 말할때의 심정은 헤아리기 어려웠다. 완전 범죄를 위한 연기였겠지만, 냉혹하고 차가운 그녀가 무섭기까지 했다.  분명 료지는 유키호에게 충성했다. 료지에 대한 그녀의 감정은 무엇이었을까? 그녀의 내면을, 료지의 내면을 알 수가 없기에 독자의 상상력으로만 가늠해 볼 수 밖에 없다. 책을 덮기 전까지 그들의 속마음을 알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충족되지는 않았다.

 

'유키호'와 '료지'는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 이면서, 피해자이다. 그들은 그들 인생에서의 첫 단추를 잘못 끼운채로 살아가고 있다. 되돌릴 수 없는 상처로 고통을 등에 업은 채 살아간다. 하얀밤에만 활동해야 하는 불행한 길을 선택했다.

 

당사자에게 물어 볼 수는 없지만, 다음에 다시 태어난다면 틀림없이 평범한 인생을 원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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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야행 2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정태원 옮김 / 태동출판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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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남자 주인공인 유키호와 료지는 분명 연인관계 일거라 생각했다. 헌데, 2권에서 유키호는 다른 남자와 결혼한다. 또다른 범죄를 위한 속임수 였을지라도 보통의 연인 관계로 따져 보자니 납득이 힘들다. 그럼 둘이 연인이 아닌가? 그저 누군가에 약점을 잡혀 서로 돕는 사이일 뿐인가? 료지가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일방적으로 충성하는 건가? 여러가지 추측이 가능하지만 진실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2권에서도 미스테리로 덮여진 사건이 발생한다. 역시나 그 주변엔 유키호와 료지가 어떤식으로든 관계가 되어 있다.  유키호와 료지가 직접적으로 만나는 장면은 나오지 않지만, 사소한 소품 하나 하나가 서로 연결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각자의 위치에서 원하는 걸 얻기 위해 살인을 포함한 범죄들을 저지르고, 그 범죄를 덮는 과정에서 둘 사이는 긴밀한 협조가 이뤄지고 있는 듯 하다.

 

미스테리한 사건은 점점 갯수가 늘어나고, 진실을 파헤치려는 그림자도 생겨난다. 료지를 쫒고 있는 '사사가키' 형사와 유키호의 뒷조사를 의뢰받아 그녀를 쫒고 있는 탐정가 '이마에다'씨가 그들이다.

 

형사는 공식적으로 또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사건조사를 드러내놓고 할 수 있어 조금 안심이 되지만, 개인 탐정사무실을 운영하는 이마에다씨는 조금 불안하다.  료지와 유키호 근처에서 얼쩡거리다 좋게 살아남은 인물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예리한 면이 있어서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종종 풀워줬는데 그 마저도 희생자가 된다면 좀 아쉬울 것 같다.  마지막 3권을 읽으면 좀 더 명쾌해 지리라 생각한다.

 

얼굴도 예쁘고, 머리도 똑똑하고...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충분한 강점을 갖고 있는 그녀!  어디서부터 뭐가 어떻게 잘못된 걸까?? 책 겉표지에 쓰여진 "그날 이후, 14년의 기다림과 슬픈 살인이 시작됐다" 라는 문구가 뭘 의미하는지 사실 잘 모르겠다. 14년전에 대체 무슨일이 있었던 걸까?

 

2권을 읽고 나니 책 제목을 '백야행'이라고 붙인 이유를 어렴풋이 알 것도 같다.

극지방과 일부 나라에서 특정기간에 백야가 지속되는데, 하루 24시간이 대낮처럼 환하게 비추는 현상을 말한다. 한 밤중에도 대낮같아서 백야다.  밤이되면 어둠이 찾아오고 신체의 리듬에 따라 잠을 자야되는게 세상의 이치다. 밤이 되어 눈과 정신은 혼미한데 세상은 아직 환한 대낮이어서, 하얀 밤도 낮처럼 활동하는... 밤이 없어진 세계에 살고 있는 주인공들이 아닐까. 혼미하고 몽롱한 세계에서 방황하는 유키호와 료지를 빗대어 표현한 제목이 아닌가 싶다. 정상인의 머리로는 이해하기 힘든 일들이 계속 그녀 주위에서 발생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모든 사건들이 그녀가 범인일 단서들을 하나씩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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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야행 1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태동출판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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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책과 영화로 주목받았던 <백야행>을 이제서야 읽는다.

추리소설의 대표적인 작가라는 둥 작가의 명성도 익히 들어 알고 있었으나 여태 읽은 작품은 없었다.

이 책 <백야행>으로 작가와는 첫 만남이다.

 

고수와 손예진이 주연으로 꽤 유명세를 탔었는데, 영화도 못 보고 대충 이야기만 들었던 상태였다.

우선 여느 추리소설 답게 가독성은 좋았다. 흡인력도 나쁘지 않았고.

한가지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라면, 그렇지 않아도 일본사람 이름은 비슷해 보여서 자꾸 헷갈리고 머리에 쏙 들어오지 않는데, 이 책에는 성과 이름이 함께 등장한다. 게다가 아주 많은 사람들이 나온다. ㅠㅠ 어떤이처럼 노트에 등장인물들을 쭉~  적어가며 읽어야 할 것만 같다.

 

책이 시작되는 처음부터 살인이 시작된다. 전당포를 운영하는 중년남성이 첫 희생자다.  그 후로 심심찮게 희생자가 늘어난다. 그리고 발생한 사건 주위엔 주인공 '유키호' 가 어떤 식으로든 연관되어 있다.  그리고 또 다른 의심가는 인물로 '료지'가 있다. 아무래도 고수가 연기했던 남자 주인공이지 싶다.  지금까지 4명이 죽었지만 모두 확실하게 밝혀진 내용은 없다.  범인도 아직 못 잡고 있고. 2권, 3권에서 얘기가 어떻게 진행이 될지 무척 궁금하다.  

 

첫 희생자인 전당포 중년남성이 살해된 시점에 주인공 유키호는 열세살의 나이였다. 과연 유키호가 범인일까?  범인이라면 어떤 식으로 살인에 참여했을까? 유키호를 포함해 용의자 후보에 오른 사람은 모두 알리바이가 있다.

고작 초등학교 6학년생인 아이가 살인을 저질렀을까? 그것도 꼬리도 밟히지 않을 정도로 깨끗하게, 수사에 걸리지 않을만큼 완벽한 살인을??

 

1권에서는 유키호와 료지가 어렷을 때 시작해서, 고등학생이 된 채로 시간이 흘러 있다. 그 사이에 희생자는 여럿 생겨났고. 심증은 가지만 물증이 없는 상태다. 어떤 식으로 일이 벌어졌는지 풀리지 않는 의문이 한가득이다. 왜 죽였을까? 사고와 자살처럼 위장하지만 뭔가 좀 미심쩍은게 존재한다.  

 

암튼 여기저기 의문 투성이다. 어서 2권으로 가봐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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