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풍당당 - 성석제 장편소설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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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나 아버지와 어머니라는 운명으로 묶여진 체제를 통해 태어난다. 세상에 태어났을 때 내게 생명을 준 아버지나 어머니가 눈에 안 보일 수 있고, 먼 길을 떠나 다시 못 볼 수는 있어도 부모라는 존재가 아예 없지는 않다.

부모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대상도 아니고, 싫다고 해서 그 운명의 끈을 끊어버릴 수도 없는 일이다.

 

여기에 한 가족이 있다. 할머니, 할아버지, 아버지, 어머니, 딸 그리고 아들. 3대가 모여 사는 것처럼 보인다. 휴대폰도 잘 안 터지는 강과 산에 둘러싸인 첩첩산중이란 표현이 어울리는 곳에 모여서 산다.  그러나 자세히 속 사정을 들여다보면 그들은 서로 남남이다. 짧게는 십여년에서 많게는 반 평생을 다른 곳에서 진짜 가족이라는 운명체 속에서 살다가 온 사람들이다. 떠나온 사정은 구성원마다 서로 다르지만, '진짜 가족' 의 울타리를 발로 차고 나온 것은 똑같다. 

 

'여산' 이라는 아버지 역할로 보이는 사람을 중심으로 한 사람씩, 한 사람씩 울타리 안으로 들어온다.  이 집합체를 구성하는 구성원들의 공통점이라면 누군가를 피해 도망 중이라는 거다. 또 절벽에서 강물로 뛰어내려 인생의 마침표를 찍으려는 찰나에 '여산'에 의해 목숨을 구하게 되는 공통점도 있다.  구성원이 하나 둘씩 늘어나면서 제법 마을이라 불릴 수 있는 집합체가 만들어진다.  서로는 가족도 아니고 그렇다고 남도 아닌 생활을 한다. 그러다 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조폭과의 결투' 라는 위기에 봉착한다.  위기의 순간에 그들은 공감대와 연대의식으로 똘똘 뭉쳐진다. 더 두터워지고 가까워진다. 또 하나의 가족이 '응애'하고 탄생하는 순간이다.  도망가지 않고 물러서지도 않으며 '위풍당당'하게 조폭들과 맞서기로 한다. 왜? 가족이기 때문에, 한 식구이기 때문에.. 그들은 스스로가 선택한 '가족'이라는 공동체가 무너지는 걸 원치 않았다.

 

프로 싸움꾼과 아마추어의 대결은 '안봐도 비디오' 인 것처럼 생각이 든다. 너무 뻔한 얘기 였다면 소설화가 되지 못했을거다.  아마추어의 편에는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있었으니, 바로 '자연'이라는 든든한 전사다.  자연을 잘 알지 못하는 이들에겐 예기치 못한 복병이 되겠다. 시골마을의 세세한 지형을 잘 알지도 못하고, 또 도시에서 나고 자란 조폭들은 시골사람들과의 대결을 너무 얕잡아 봤다. 뜨거운 여름 태양아래 쫙~ 빼입은 양복과 선글라스와 구두를 신고 산을 오르는 것의 고단함... 참새만한 모기떼의 공격... 목마름은 점점 심해지고, 뱀이라도 나타나지 않을까 싶은 곳으로의 끝없는 행진... 그 과정을 풀어내는 작가의 입담과 해학이 분명 심각하고 긴장되는 상황이지만 재밌다. 곳곳에 성석제표 웃음코드들이 들어있다.

 

해학과 풍자의 절대고수! 그의 귀환을 열렬히 환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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