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과학 교과서 1 - 과학의 개념과 원리 살아있는 휴머니스트 교과서
김태일 외 지음, 통합과학 대안교과서 편찬위원회 엮음 / 휴머니스트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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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내가 중학교때 이 교과서를 만났더라면, 나는 문과로 가지 않았을는지 모른다.

그리고, 내가 문과로 간 이후라도 이 책을 만났더라면... 그 원수같은 화학 선생을 이적지 욕하며 살지 않았을는지도 모르겠다.

정말 멋진 교과서다.

고등학교때, 화학이 주당 세 시간이나 들었는데, 나의 은사님께서는 늘 늦게 들어와서는 아름다운 잡소리와 매타작 찜질방 운영으로 시간을 다 보내다가 라스트 스퍼트 타이밍 10분동안 열강을 하시는 환장적인 분이셨다. 다음 시간이 교련이어서, 교복 벗고 교련복 입고, 각반에 요대하고 마후라까지 매고 베레모까지 삐딱하게 걸친 다음 잽싸고 나가서 4열 횡대로 꼬장꼬장하게 서있는 상태로 수업 시작 종을 맞아야 하는 시간에 우리는 지랄같은 화학 수업을 듣고 있었다. 그래서 교련 시간에 국방색 군복을 입은 '인민군'이란 별명의 교관에게 우리반은 늘 기합으로 시작하곤 했다. 그 은사님은 가장 빠른 순번으로 장학사 발령을 받더니, 결국 노른자위가 많은 학교의 교장으로 은퇴하였다.

나는 과학을 잘 하는 문과생이었는데, 늘 화학은 15점 만점에 10점 넘기기가 어려웠다. 그 당시 이과반 평균은 12점이었고(그걸 친구놈 모의고사 성적표에서 확인하고는 고3, 6개월간 화병에 시달렸다.), 그 시험에서 난 12점으로 문과 화학 톱을 했던 것이다.

수업 시간에 눈을 부릅뜨고 들어도 모르던 그 전자가라는 문제가, 이 책을 보는 순간 스르르 풀렸다. 이십 년도 전에 도저히 이해하지 못해서 매번 틀리던 그 문제가... 눈물이 다 나려고 했다. 너무 감격적이고, 너무 원한이 맺혀서...

이 책은 내가 태어나서 본 과학 책 중에서 가장 멋진 책이다. 과학을 업으로 삼고 가르쳐 본 사람들이 무지한 국민들이 얼마나 과학을 어려워하는지를 처절하게 경험하고 집필한 책으로 손색이 없다.

이 책은 부분 부분 읽기에는 중학생도 괜찮다. 그렇지만 역시 고등학교 수준의 과학 교과서로 보아야 하겠다.

물리, 화학, 생물, 지학 교사들이 서로 다투느라고 교육과정이 희한하게 짜지기 십상인 일반계 고교의 과학 수업은, 또 통합 교과가 되어 버려 잘 모르는 것들을 얼버무려 가르치기 쉬운 중학교 과학 수업은 진정한 통합 교과로서의 <과학>의 정신을 잃어버리고 있다.

과학 선생님들에게 이 사실을 물어 보면 잘 알 것이다. 교육과정 편성할 때의 알력과, 통합 과학의 허술한 허점들을... 아마 인정하실 것이다. 그 어려움을 위해 탄생한 훌륭한 책이다.

쉬운 설명, 명확하고 환상적인 도판, 틈틈이 설명을 붙여놓은 용어 해설까지...

아,
그런데,
너무도
너무도
사랑스런
이 책을 읽으면서 고통스러운 것은...
이 사랑스런 책에서 보이는 잘못들이다.

아무리 사랑한다고 해도,
과학 교과서에서
오점을 사랑할 순 없다.

27쪽. 삼투현상 설명에서... 반투막은 용질은 통과하나 용매는 통과하지 못하는 막이다. 틀렸죠? 내가 알기로는 용매가 액체고 용질이 알갱이어서, 용매는 통과하지만 용질이 통과할 수 없는 막일 듯.
38쪽. 그림 맨 밑에... 암석의 융용. 이건 용융의 잘못이다.

혹시 이 책을 미리 사신 분이라면, 이것만이라도 고쳐서 아이들에게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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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지마할 2006-05-15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수학이라는 과목에서 아주 아주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글샘님이 계신 그곳에선 다닌 고등학교 수학시간만 되면 우리 반 친구들은 체육복을 두 개나 껴입고 교탁위에 우동 한 그릇과 캔맥주 한 개를 상납하고는, 무척이나 치사하고 수치스럽지만 바들 바들 떨면서 수업을 받았습니다. 정말 매에는 장사가 없습니다. 그러니 영원히 저는 수학과는 친하지 않은 사람이 되어 버렸습니다. '살아있는 수학교과서'를 기대해 봅니다.

하늘바람 2006-05-15 0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수학이 넘 싫어서 살아있는 수학교과서가 아무리 재미나도 사지 않을 거같아요

호랑녀 2006-05-15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몇쇄 찍은 후에 사야겠네요 ^^

몽당연필 2006-05-15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것 외에도 오류가 몇 개 더 있더군요.
44페이지 ''4.원자들을 결합시키는 힘''이라는 소제목 아래의 설명에
''<설탕물>에서는 전류가 잘 흐르지만 <소금물>에서는 잘 흐르지 않는다''고 되어 는데 <소금물>에서는 전류가 잘 흐르지만 <설탕물>에서는 잘 흐르지 않는다가 맞구요.
159페이지 오른쪽 수국의 사진설명에 ''지식약으로 사용할 수 있는 수국''이 아니라 ''지시약으로 사용할 수 있는 수국''이 맞는 표현이고
172페이지 왼쪽 위 작은 사진은 적혈구인데 그 아래설명은 백혈구의 내용이내요.
상세설명을 곁들이는 위치 선정에 오류가 있었던 것 같아요.

석란1 2006-05-15 1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문과였는데요, 화학시간을 기다렸답니다. 화학을 잘 하려고 무척 애썼죠. 화학을 좋아했던건 절대 아니고, 화학 샘이 총각인데다 잘 생기기까지했답니다. 그래서 화학 샘의 관심을 사려면 화학을 잘 해야 했죠. ^^*

글샘 2006-05-17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지마할님... 아, 님의 모교에 제가 근무하고 있는건가요? 예전엔 심한 선생님들 많았죠. 지금도 못지 않은 사람도 많습니다.ㅠㅠ 슬프게도...
하늘바람님... 수학은 이뻐하기엔 좀 멋대가리없긴 하죠.ㅎㅎ
호랑녀님... 지금 사셔도, 이런 사소한 잘못 정도는 용서할 만 합니다.ㅋㅋ 이걸로 수정본 내면 되겠네요.
몽당연필님... 그러게요. 제가 확인해 보니, 님의 말씀이 옳군요. 이 좋은 책이... 아쉽습니다.
석란1님... 담당 선생님이 좋으면 아이들이 공부도 잘 하게 되죠. 요즘은 신규를 안 뽑아서 교사 연령이 높아지는데, 아이들의 학력 저하와 공교육 부실화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해요. 학원가야 시험에서 떨어진 젊은 교사들이 많거든요.ㅠㅠ

마냐 2006-12-27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년에 중학생이 되는 어느 친구에게 선물할 책을 고르는 중임다. 제가 얼마나 고맙게 이 리뷰를 봤는지 아시겠죠> ^^ 땡큐임다.

글샘 2006-12-28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얼마나 좋은지, 직접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