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하는 독서치료 아동청소년문학도서관 6
이임숙 지음 / 푸른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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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치료사 자격증이 있는 선생님이 동학년에 계셨다. 그림을 통해 아이들의 상처 받는 영혼을 치유하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참 신기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냥 아이를 붙들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기는 힘들지만, 그림이라는 매개를 통해 이야기를 하다 보면 술술 이야기가 잘 풀려나가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런 과정을 통해 아이는 치유를 받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문제의 아이 뒤에는 문제의 부모가 있는 법! 하지만, 아이의 문제행동을 치유하고자 맘 먹은 부모는 그래도 건전한 부모다. 부모 교육과 병행하여 어린 영혼이 보다 더 나은 세상을 살아갈 수 있게 해 준다면 그것은 나름 보람이 큰 일이라는 생각! 

최근에는 이런 미술치료사 뿐만 아니라 독서 치료사를 통한 독서 치료라는 새로운 영역이 생겼다. (시작은 언제부터인지 모르겠다.) 독서치료를 보면서 하나의 의문이 생겼는데, 문제의 행동을 가진 아이들은 독서를 싫어하지 않을까 하는 거다. 사실 독서라는 것은 심리적인 안정상태가 되어야 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것 아니던가. 마음이 불안하고 분노가 끓는 상태에서 과연 차분한 책읽기가 가능할까? 책을 잘 읽는 아이라면 이미 독서 치료가 필요 없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책이라는 것이 아이를 치료할 수 있는 도구로 크게 소용닿지 않는 것 아닌가? 하고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간접적이긴 하지만 이러한 의문들이 조금 해결 되었다.  

그림이 아이의 말을 트는 계기가 되었듯이 독서 치료라는 것 또한 아이의 말을 트게 하는 도구로 사용 되는 것이다. 이 때 문제 행동을 가진 아이에게 '이런 상황에서는 이런 책을'과 같은 형식의 권장도서는 의미가 없다는 것과 아이의 문제 상황을 직접 드러내어 가슴 아프게 하는 책들은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새롭게 접수하였다. 그리고 가장 기본은 아이의 상황을 잘 이해하고 어려움에 직면 해 있는 아이의 문제를 해결 하기 위해 아이가 원하지 않는다면 책의 도입은 뒤로 미룰 수도 있다는 사실! 

사실, 학교 현장에는 정말이지 많은 문제를 가진 아이들이 있다. 하지만, 그 아이들을 돕는데 교사는 여전히 전문적이지 못한 것 같다. (적어도 나의 경우는 그러하다.) 친구를 사귀는 것이 문제인 아이, 자기 연령에 맞는 발달과업을 달성하지 못하는 아이, 폭력적인 아이, 무기력한 아이... 그 아이 하나하나를 생각의 중심에 놓고 볼 수 있다면 좋으련만, 우리는 맡고 있는 아이도 너무 많고 해야 할 일도 너무 많고...(핑계는 언제나 준비 되어 있다.) 

얼마 전 학교에 같이 근무하는 친절한 동기 샘이 '독서 치료'에 관한 연수가 있는데 신청 해 보라고 알려 주셨다. 관심은 가지만, 퇴근 후에 아이를 맡길 곳도 없고, 바쁜 시기에 읽어 내야 할 제법 묵직한 책들에 겁이 덜컥 나기도 해서 좋은 자료만 좀 넘겨 달라고 하고 말았는데,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무리해서라도 이런 연수를 한 번 접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매력적인 영역이다.  

실패의 예도 인상적이었고, 각 문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경우의 수도 도움이 되었다. 거기다 이러한 문제가 내 아이에게 적용된다면 나는 어떻게 해 볼 수 있을까도 심각하게 생각 해 보았다. 나는 제대로 된 부모인가 한 번 더 뜨끔거리게 하는 책이었으며 새롭게 만나고 싶은 책도 소개 해 주는 무척 유익한 책읽기였다.  

꼭 기억 해 두고 싶은 것 하나. 문제를 가진 아이의 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것 하나, 엄마 위주의 독서를 강요! 해서는 절대로 안 되겠다는 것. 아이가 원하는 책읽기가 이루어지도록 합의에 의한 독서의 방향을 제대로 잡아 책읽기의 거부감을 심어 주지 말아야겠다. 오늘도 찬이에게 책을 왜 혼자 안 읽으려고 하느냐는 한 마디와 읽어 준다고 책을 펼쳐 들고는 꾸벅꾸벅 존 것을 깊이깊이 반성하게 하는 대목이 있었다. 아이의 입장을 많이많이 생각 해 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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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쪽지편지 - 도시락편지의 작가 조양희 선생님이 들려주는 사랑의 편지 쪽지편지 시리즈
조양희 지음, 김주명 그림 / 서울교육(와이즈아이북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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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점이 많은 책이다.  

초등 5학년을 가르치면서 교과서 본문에서 이 글을 만났을 때 요즘 아이들이랑 제대로 소통할 수 있는 글일까 하는 의문을 가졌더랬다. 그러던 중 서평 도서로 신청할 기회가 있어 교과서 원문을 항상 만나고 싶은 맘이 있었던지라, 그 때 가졌던 고리타분한 느낌을 어떻게 일신할 수 없을까 하는 마음과 온 국민의 존경을 받았던(아닌가?) 고 김수환 추기경님이 유일하게 추천한 책이라는 말에 또 혹해서 서평도서 신청을 했더랬다.  

쪽지편지니 길이는 짧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방학이 되어도 겨우 메일 보내는 아이 한 둘!(부끄럽게도 아이들이 예의가 없는 것인지, 내가 잘 못 가르친 것인지, 인기가 없는 것인지, 방학이 즐거운 것인지... 범생 어린이 한 둘만이 내 생각을 하더라.)만이 있을 뿐인 요즘은 10년 전의 아이들의 모습과 또 다르기에 요즘 아이들에게 편지를 쓰라고 하는 그 말 부터 씨도 먹히지 않을 내용이 아닐까 싶은 마음도 솔직히 든다.  

더군다나 이 글이 누구를 대상으로 하는지도 애매모호하다.  

먼저, 엄마들에게 자녀에게 쪽지 편지를 통해 그나마 소통의 물꼬를 트라고 이야기 하는 듯하지만, 책의 디자인이나 구성은 마치 초등학생들이 읽기를 권하는 형식이다. 저자가 쓴 쪽지 편지를 넘어서면, '엄마들만 살짝 보세요'라는 부분이 있는데 엄마의 따뜻한 마음을 전하고 아이와의 오해를 풀어보라는 말이 있다. (암, 참 좋은 일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쪽지편지에 쓰면 좋을 예문들이 있는데 이 부분은 어쩜 사족이 아닐까 싶다. 사실 엄마의 지나친 잔소리는 아이를 일깨우기 보다 아이를 질리게 한다. 그럴 때 쪽지 편지가 오히려 마음 속에 오래도록 무언가를 남기면서 더 깊은 생각을 하게 하고 아이를 변화시킬 확률이 크다는 것에 나는 생각을 같이 하며 조금만 더 부지런해서 아이에게 쪽지 편지를 쓸 수 있다면 더 큰 마음이 오고갈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하는 바이다. 그럴 경우 굳이 예문을 보지 않더라도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정말이지 넘치고도 넘친다.  

한 가지,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 안심이 되었던 것은 엄마가 이래라 저래라 하면 "네, 엄마! 알겠어요."하는 아이들이 아니라 아이는 아이의 목소리를 내는 나름의 자기 세계를 주장하고 있다는 거다. 엄마의 편지에 아이들의 답장이 있는데, 거짓으로 꾸몄다기 보다는 부모-자녀 세대간의 단절 될 법한 어떤 정신적인 부분들이 이 쪽지 편지를 통해 한걸음 한걸음 다가설 수 있음을 느끼게 한다는 점이다.  

급식을 하지 않았던 시절, 엄마의 정성이 담긴 도시락을 먹으면서 엄마가 넣어두신 쪽지 편지를 읽은 아이들은 "도시락 싸기 힘들어 죽겠다."를 외치는 엄마를 가진 아이들 보다 확실히 행복한 학창시절을 보냈으리라. 그리고 표현하지 않은 엄마의 사랑을 느끼긴 힘들어도 표현된 엄마의 진한 사랑은 쉽게 느낄 수 있었으리라.

내가 학번을 3개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대학을 세 번 졸업한 것은 아니다.) 편지의 덕이었다. 대학 2학년 때 다른 공부를 해야겠다는 맘이 들었들 때 아버지께 다른 공부를 해 보겠노라는 말씀을 드리기 어려워 길고 긴 편지를 쓴 적이 있다. 안 된다고 할 줄 알았는데, 두 말 없이 그렇게 해 보라고 하셨다. 교대에서도 1학년을 마치고 전과를 하려 할 때 지도교수님이 무슨 일이 있어도 허락할 수 없다 하시더니 긴긴 편지를 써서 드렸더니 두 말없이 그러라 하셨다. 이처럼 편지는 말보다도 더 큰 힘을 발휘하기 때문에 간혹 내가 애용하는 방법이다.  

편지란 그런 잇점이 있기에 나도 한 번 도전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의 말처럼 많은 이들이 그런 생각을 하지만, 꾸준히 실천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저자가 이렇게 책을 낼 수 있었던 것도 어쩌면 꾸준함 때문이 아니었겠는가! 

책의 내용은 시대 감각에 뒤떨어지는 감이 있지만, (아마, 이 책은 예전에 나왔던 책이었는데, 새롭게 옷을 입은 것 같다.) 그래도 자녀에게 사랑을 전할 수 있는 귀한 도구를 알려주는 좋은 가르침 하나는 확실하게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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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턴의 비밀 - 어린이 마음에 평화와 행복을 주는 이야기
로버트 S. 프리드먼 외 지음, 프랭크 리치오 그림, 이세진 옮김 / 끌레마주니어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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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시간 운동장에서 놀던 아이들이 억울하다며 하는 하소연 중의 하나가 자기들끼리 노는데 고학년이 놀이를 방해하였다는 거다. 고학년 아이들 중에 일부 몰지각한 아이들은 동생들을 아끼고 보호하기보다 자기 힘을 과시하려는 심산인지 괜히 이유없이 동생들을 건드리는 경우가 있다. (그 아이들도 어렸을 때 당했을까?) 아이들 보고는 너희는 그런 형이 되지 말아라~ 하고 이야기 해 주면서 누군지 아는 경우는 불러다 야단(? 이 경우 야단을 듣는 아이가 그걸 그냥 콧방귀 끼면서 듣는다면 , 마음 속으로라도 말이다. 그것은 야단이 되지 않겠지!)을 치기도 하지만... 시정이 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이야기의 주인공 밀턴은 어느 날 친구와 공놀이를 하던 중 덩치 큰 상급생 카터가 밀치는 바람에 넘어져 무릎이 까지고 만다. 거기다 선생님께 꾸중 듣고 '너 나중에 두고보자'하는 투의 입모양은 밀턴의 꿈자리를 사납게 한다.  

이 사건은 밀턴을 불안하게 하고, 하루하루 겁에 질려 힘들게 하는데..  

이웃집 개의 공격을 받아 상처를 입은 고양이 스너글은 밀턴이 안아주자 이내 기분이 좋아 가르렁 거리는데, 그 장면은 밀턴에게 의문을 갖게 한다. 어떻게 이렇게 금방 고통을 잊고 좋아할 수 있을까 하는! 

이에 대한 할아버지의 말씀이 이 책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겠다.  

"밀턴, 고양이는 사람과 다르단다. 사람들은 거의 어제 일어난 일이나 내일 일어날 일을 걱정하며 살거든. 하지만 고양이는 '지금'일어나는 일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지. 스너글은 브루투스한테 물린 것보다 지금 네가 안아 주니까 그게 더 좋은 거란다." 

하지만, 밀턴에겐 여전히 학교 가는 것이 두렵기만 하다. 어떻게 이 불안감을 떨칠 수 있을까?  

아이스크림 가게 꿈을 꾸면서 밀턴은 우리 주위에 있는 빛의 방울들을 찾게 된다. 우리가 느끼는 불안감은 모두 우리 마음이 빚어 낸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들과 어쩜 일어나지 않을지도 모르는 일들에 관한 것들이니 그런 것들보다 더 소중한 빛의 방울들이 머무는 곳들을 찾아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거다. 자신의 마음 속에 있는 빛을 생각하면서 힘을 내야 한다는 것을 안 밀턴은 카터가 옆에 있어도 더 이상 두렵지 않게 된다.  

밀턴이 용기를 찾아내는 길은 어쩜 우리 아이들이 이해하기는 어려울런지 모른다. 하지만, 아이들이라면 밀턴과 같은 이런 경험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 이유없이 정말 억울할 때 말이다. 그 모든 감정 해결의 중심은 바로 자신이라는 사실! 새겨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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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별이 아닌 별이 나오는 진짜 이야기
오카다 준 글, 윤정주 그림, 이경옥 옮김 / 보림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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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그림책이라고 하기 보다는 창작 동화책에 가깝지만, 굳이 그림책으로 분류 하고 싶은 까닭은 그림이 내 눈을 콱 사로잡기 때문이다.  

교사 커뮤니티에서 알게 된 어떤 분(그 분은 날 잘 모르시겠지만)은 참 좋은 책을 참 재미나게 소개 해 주신다. 그 선생님이 이 책에 대해 쓰신 리뷰를 읽고 나는 표지와 제목을 한동안 맘에 담아 두었더랬다. 내가 어린이책에 관심을 가지고 발을 들여 놓기 시작한 계기가 된 책이 황선미의 <<나쁜 어린이표>>였는데, 그 선생님이 이 책은 일본판 '나쁜 어린이표'라고 했다. 도대체 얼마나 비슷하고, 얼마나 다를까??? 무척 궁금했다. 그러던 중 보림에서 12월 리퍼브도서 50% 할인전이 있어서(http://www.borimpress.com/shop/borimevent_finish.asp) 저렴하게 구입하게 되었다.  

표지부터 독특하다. 별이 잔뜩 그려진 책 표지는 책등과 높이를 같이 하지 않고 도드라져 있다.   

우리가 대학 졸업할 때는 임용상황이 좋지 않아 적은 수를 뽑았건만 1년 동안 그 인원 중 한 명도 발령이 나지 못했다. 그래서 나와 동기들은 기간제 교사를 해야 했는데, 그 기간제 교사도 반 년 동안 한 자리도 나지 않았다. 마침 경기도에 먼저 발령을 받은 동기가 출산 휴가 들어가는 선생님이 계신데 그곳에서 두 달간 기간제 교사를 해 보지 않겠냐고 제안을 했다. 그래서 2개월간 처음으로 선생님이라는 이름을 달고 시골 학교 아이들이랑 함께 생활 한 적이 있다. 그 때 나는 종이로 별을 접어서 수학을 가장 먼저 정확하게 푼 친구들에게 별을 따 가라며 칠판에 붙여 두었었다. 순진한 3학년 꼬맹이들은 그 별을 따기 위해 정말이지 열심히 공부했다. 그 때도, 그리고 지금도 나는 별을 따며 좋아라했던 아이들의 얼굴만 기억했지 별을 따지 못해 안타까워 했을 아이들의 마음은 헤아리지 못했다. 이 책은 그런 나와 같은 어정쩡한 교사에게 참교사가 되라고 가르쳐 준다.  

삼 학년이 된 마코는 야구모자를 쓰기 시작했다. 선생님이 붙여 준 별 스티커를 야구 모자에 붙이는 것이 마코네 반의 새로운 유행이다. 선생님은 시험에서 100점 받은 친구들에게 "훌륭해, 잘했어."하시며 별스티커를 주신다.  마코는 18개의 별을 달았다. 많지도 적지도 않은 수! 

마코네 모둠은 4명, 스티커 1, 2 등을 다투는 요시코, 아주 쉬운 시험에서는 100점을 받기도 하는 잇페이, 그리고 한 번도 100점을 받은 적이 없어 스티커를 받지 못한 유일한 친구 신!  

그런데, 선생님의 스티커 주기 규칙이 갑자기 바뀌어 버렸다. 100점을 받더라도 같은 모둠에 빵점을 받은 친구가 있으면 스티커를 주지 않겠다는 것. 서로 도와야 한다는 선생님의 취지는 무척 훌륭했지만, 그 일은 100점을 받고도 스티커를 받지 못해 요시코를 억울하게 했고, 요시코로 하여금 빵점 받은 신이를 미워하게 했고, 요시코에게 신이가 한없이 미안해 해야 할 분위기를 만들어 버린다.  

신! 공부는 못 하지만 순수한 아이다.  

잇페이와 마코는 착한 신이가 요시코의 눈총을 받게 하고 싶지 않아서 어느 날 방과 후에 신이의 공부를 도와 주려 한다. 열심히 숙제를 잘 해 가면 선생님이 훌륭하다시며 별 스티커를 줄 지도 모를 일이니. 삐뚤빼뚤한 신이의 글자를 고쳐 주려고 선생님 책상을 뒤지다가 그만 그 책상 서랍에서 너무너무 많은 별 스티커를 보고 만다. 한 장에 100개의 별 스티커가 붙어 있다. 열심히 해서 스티커를 받지 못 하는 친구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은 잇페이에게 선생님 스티커를 슬쩍 하게 만들고 그것을 신이에게 주는데... 붙이고 싶은 곳에 붙이라는 잇페이의 말에 신이는 그 스티커를 화장실 변기에 붙여 준다. 신이의 행동에 당황한 잇페이! 화장실에서 들리는 소란스러운 소리를 따라 나타난 마코는 신이 손에 들린 스티커를 보며 눈물을 흘린다.   

   
 

"바보 같은 짓 하지 마! 너, 그러면 안 돼!" 

"너하곤 상관 없잖아." 

"잇페이, 넌 선생님 스티커를 훔친 거야." 

"너랑은 상관 없다고 말했지." 

"뭐가 상관없어! 이럴 거면 무엇 때문에 숙제 하러 왔니? 너희는 바보야." 

"그래, 맞아! 우리는 바보야! 네가 우리 같은 애들 마음을 어떻게 알겠냐? 너같이 대충대충 해도 스티커를 받고 우쭐대는 애가 우리 기분을 알 수 있겠어?" 

"난 우쭐댄 적 없어!" 

"우쭐대지 않는 애가 보란 듯이 모자에 별을 붙이고 다녀!" 

"우쭐댄 적 없다고!"  

마코 눈에서 커다란 눈물방울이 툭툭 떨어졌다.  

잇페이는 아차 싶었지만 이미 늦었다. 

 
   

화가 난 마코는 모자에서 스티커를 떼서 신이처럼 변기에 붙이고... 그리고 결국은 잇페이도 울고 만다.  

화장실 바닥에 털썩 주저앉은 세 아이가 바라보는 화장실은 별이 반짝이는 근사한 곳이다.  

이제 남은 것은 잇페이의 스티커 3개! 신이는 잇페이에게서 그 스티커를 받아서 친구들에게 하나씩 준다.  선생님이 주신 스티커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귀한 것이다.  

후지 마사코(마코)-훌륭해, 잘 했다.-나(신)한테 공부를 가르쳐 주었습니다.  

나카니시 잇페이-훌륭해, 잘 했다.-나한테 스티커를 주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별은? 

교육적이라는 이름으로 우리가 하는 많은 활동들이 때로는 어떤 이들에게 아픔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한 번 더 느끼게 해 주는 동화였다. 태몽 알아오기, 부모님 발 그려오기 등의 숙제를 받아 들고 당황스러운 조부모 가정의 아이들, 그 아이들에게 대한 교육적 배려와 아울러 항상 느리고 부족한 아이들에게 대한 배려 또한 반드시 필요하리라.  

아, 나도 이 작가처럼 이렇게 근사한 동화 한 편 적어 보고 죽고 싶다. (죽기 전에 멋진 동화 한 편 적고 싶다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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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 천재 기찬이 - 제7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저학년이 좋아하는 책 13
김은의 지음, 안예리 그림 / 푸른책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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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희망이 수준에 딱인 책이다. 초등 저학년에게 권하면 환영 받을 만하다. 덕분에 울 희망이 즐거운 책읽기를 했다. "아, 재밌다."는 말과 함께. 

나는 초등 1학년을 한 번도 해 보지 않았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탁구공 같은 아이들을 만나는 것은 무척 떨리는 일이다. 아이들은 더 이상 천사가 아니며, 교사 또한 더 이상 인자할 수만은 없는데, 그 어린 것들에게 무섭게 하자니 맘이 편치 않고 그렇다고 부드럽게 하자니 그렇게 해서 모든 것이 잘 돌아가게 할 수 있을 정도의 내공은 부족하고...  

아이가 공부하는 교실에도 가 보고 싶을 것 같다고 보결 담당 선생님이 담임 선생님이 연가를 내셨을 때 희망이 반 수업을 한 시간 배치 해 주셨다. 우와~ 한 시간이 어찌나 길던지...  "야! 쓰읍~(혀 긁는 소리!)" 하나면 우리 아이들은 '그대로 멈춰라.'인데... 1학년은 도통 그렇지 않으니... 한 시간, 아니 네 시간 내도록 원맨쇼를 해 가면서 아이들의 시선을 붙잡아 두기란 참 어려울 것 같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 기찬이같은 아이들이 일 학년 교실에 한가득 앉아 있다고 상상해 보자. 그 아이들과 과연 나는 행복한 교실 수업을 할 수 있을까? 솔직히 자신이 없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 기찬이는 바로 학교에서 선생님을 긴장시킬 그런 아이 중의 하나다. 별난돌이 기찬이가 펼치는 유쾌상쾌통쾌한 이야기를 만나 보시길.  

아침에 일어나기 싫을 때면 항상 잠만 자던 만화 속 주인공 잠만보가 되었다가 학교에 지각하지 않기 위해 금방 제트기로 변신하는 기찬이! 

기찬이가 하는 '이놀 로꾸거'는 기찬이 같은 어린 애가 하기는 말길이에서 조금 어려운 놀이라서 좀 억지스러운 점이 있다. 단어 정도야 쉽게 거꾸로 하지만, 긴 문장을 거꾸로 하는 것은 머리를 아프게 하면서 더 이상 놀이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내가 어른이기 때문일까?(아니야, 아이들은 이렇게 하려면 분명히 헷갈릴테고, 그래서 포기 하던지 말이 안 되게 하고는 맞다며 그냥 패스 할 거야!) 

무지개 반사는 별 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싸우는 아이들이 또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일을 쉽게 해결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른들이 아이들의 놀이에 크게 간섭하지 않아도 그들 나름의 해결책을 내 놓으며 자란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엄마 따라 서예전시회에 가는 일은 무척 따분한 기찬이는 전시회 가는 대신 친구를 초대하여 같이 놀게 해 달라고 하는데, 어머니는 어른들이 안 계시기 때문에 안 된다고 거절하신다. 친구들에게 초대를 받고 싶지만, 기찬이를 초대 해 줄 친구가 없다. 마침 학교에서 싸운 친구 지원이가 떠오르는데, 지원이집에 가니 지원이가 어머니 외출 하시는데 따라 가지 않겠다고 떼를 쓰다 혼나고 있던 중. 기찬이가 지원이를 멋지게 특별초대 하고 싶다고 하자, 지원이 어머니는 그렇담 내일 기찬이를 초대하겠다고 해서 두 아이의 문제는 깨끗하게 해결 된다.  

대단한 초능력을 갖고 싶은 기찬이의 잇단 주문이 딱딱 들어 맞을 때 자신이 정말 초능력자라고 생각하는 귀여운 꼬마 아이의 이야기, 상상력 천재 기찬이는 걱정근심 없는 유괘한 꼬마 아이다. 기찬이가 부럽다. 아이들의 무한 상상을 자극해 줄 줄 아는 기찬이의 부모님도 멋지다.  

기찬이와 같은 아이들에게 많이 단련되어 나도 노련한 1학년 교사가 한 번 되어 보고 싶다. 그렇다고 해서 기찬이가 무대포의 말썽꾸러기는 아닌 듯하다. 이 동화의 작가는 어린 아이의 순수를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저 귀엽게 보고 넘어가면 될 멋지고 근사한 아이, 상상력 천재 기찬이! 기찬이의 마음을 헤아려 주는 어른이 되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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