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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고령화 가족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4월
평점 :
뭐...이건 별다른 이야기도 아니지만 뭐...그렇다하더라도 흔한 이야기는 아니어서 어느 정도 특별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라 말하는 것인데 나는 문학동네라는 계간지를 무려 20년 동안 정기구독 하겠다고 약속을 하고 상당한 액수를 지불한 늙은 문학청년(나는 여자다)이다. 천명관 작가는 문학동네에서 알게되었고 그래서 솔직히 별로 좋아보이지 않았다. 왜냐하면 뭐...이 세상이 다 그렇듯 어떤 분야에서 권력을 가지고 있다...음...조금 더 완화해서 말하자면 '그 바닥에 침 좀 뱉어서 영향력이 있을 것이다'라고 예상되는 사람이나 조직은 좀....그렇다. 문학동네는 우리 문단을 좌우지하는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으므로 그 지면에 아주 자주 이름을 박아낼 수 있는 작가는 좀....그랬다.(그러고보면 나는 이상한 마이너리티 자의식을 가지고 있으며 이에 대한 피해의식 또한 상당한 것 같다)
첫 번째 영화가 마지막 영화가 되어버린(저급한 에로영화는 영화로 보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쉰 살 넘은 알콜중독 이혼남의 가족사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는 이 소설은 결국 해피엔딩으로 끝나기 때문에 훈훈하다. 별개 다 섞여 있는 소설이다. 르누아르도 들어 있고 불륜과 막장이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그런 소설이다. 별을 다섯 개나 달고 피 한방울 안 섞인 가족들 틈에서 구박받으며 살고 있는 '오함마'는 단연 매력적인 캐릭터다. 일흔을 넘기고도 방판화장품 영업을 해서 식구들을 건사하고 있는 '엄마' 역시 굉장하다. 더군다나 그녀는 전파사 구씨와 밀애를 나누다 급기야 야반도주까지 한 화려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와~~~우 , 이건 정말 대단하다. 이에 비하면 룸싸롱에 다니며 몸을 팔아 가족들을 먹여살린 막내 미연의 스토리는 좀 그저그런 뻔한 플롯이다. 우리는 치정극 축에도 못끼는 엄마의 너저분한 불륜 드라마에 열광하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문제의 그 둘째. 영화감독.
이는 천명관의 분신임이 분명한 것이 음....직관적으로 그렇다.라고 말한다면 천 작가는 '뭐 이런 후진 독자가 다 있어? 어떻게 작중 인물과 작가를 동일시하는 촌스런 발상을....쩝'하고 기겁을 하며 욕해대겠지만 어쨌든 EBS 등 여행 프로그램에서 마주한 천 작가와 고령화 가족의 영화감독은 오버랩 될만큼 유사한 부분이 많다. 그의 구원은 캐서린이라고 할 수 있을까....싶은데....헤밍웨이에 푹 빠져 있던 그의 정신세계가 어느 정도 반영되어 있다고 보여진다. 마초적인 헤밍웨이를 동경했던 것일까 아니면 경멸했던 것일까 어쨌든 애증이라고 부를 수 밖에 없는 관계를 소설에 멋지게 녹아들게 한 천 작가!
약장수에게 뒈지게 얻어 맞은 것으로 오함마에게 진 빚을 갚게 된 건 영화감독에게 더 없는 행운이다. 음....단언컨데 원치 않는 과한 호의를 받았다는 일은 내가 내 맘대로 살 수 없어졌다는 끔찍한 이야기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특별한 이유 없이 내게 건너오려는 호의들에 대해 우리는 단호한 모습을 보여야만 한다. 그래야 두 발로 걸어서 살아나갈 수 있다. 이 험한 세상에서....이 미친 세상에서 말이다.
마지막으로 사랑을 찾은 수자씨에게 무한한 축복의 인사를 건네며 이만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