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고 트릭 - ‘나’라는 환상, 혹은 속임수를 꿰뚫는 12가지 철학적 질문
줄리언 바지니 지음, 강혜정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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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라는 존재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 인간은 자신에 대해 오롯이 알고자 하는 욕망은 언제나 존재 했나 보다. 이토록 오랜 시간에 걸쳐 수 많은 사람들이 그 실체를 찾기 위해 왔다는 사실을 새삼 다시 깨닫게 되었다.

자아에 대한 나의 견해는 나라는 인물이 실제 존재하고 그 안에 나의 생각과 나의 이상이 담겨 있는 것으로 그 안에 상황에 따른 내가 나타나는 것으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책을 보고 나선 지극히 얕은 습자지 같은 나의 지식 여과 없이 드러났으며 저자의 문답에 의해서 젠가 게임 속 나무토막과 같이 하나씩 하나씩 빠지면서 와르르 무너졌다가 다시 쌓아 올린 기분이다.

생각해보면 한 번 즈음 들어보거나 생각해 봤던 내용들도 꽤나 많았지만, 현재에 비춰지는 것들이 맞는 것이라 믿었기에 스치듯 넘어가는 것들이 많았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배신감과 같이 나의 신념이 산산이 조각난 것이 성격과 자아에 대한 부분이었다. 으레 성격은 그 사람을 나타내는 것이라 생각된다. 그 사람의 성향을 나타나는 것으로 성격은 그 사람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그것은 그 자신의 자아로도 연관될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다면 저자는 이러한 생각에 관한 일침을 조목조목 나열하고 있다.

 악명 높은 복종 실험으로 꼽히는 스탠리 밀그램의 전기충격 실험과 스탠퍼드 감옥실험의 사례를 분석하여 성격에 대한 고정관념을 역설하고 있다. 피실험자들이 연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실험자들은 괴로워하는 실험자들을 보면서도 93퍼센트의 참가자들은 전압을 최고 수준까지 올리다. 스탠퍼드 감옥실험에서 교도관과 죄수 역할로 나뉜 일반 학생들은 하루하루가 지날 수록 그 역할에 점점 치중한 나머지 가혹한 교도관들의 행태로 인해 실험이 5일만에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한다. 이들 실험에 대해 익히 들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어떠한 상황에 처하게 되면 변하게 되는 그 하나의 시선에만 고정되어 보고 있었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실험의 결과를 기반으로 하여 그렇기에 성격이라는 것에 의존하여 성격 개념이 자아의 진주와 가장 비슷하다는 함정에 빠지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인간의 존엄성과 성격에 대한 그릇된 통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짐바르도가 점심을 같이 하는 자리에서 말했다. “때문에 우리는 모든 행동이 내면의 동기, 선의, 도덕성, 용기 같은 것에서 나온다고 진정으로 믿고 싶어 하지요.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특정 상황과 사람 때문에 왜곡된 것일 뿐이지 일반적으로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고 싶어 합니다. 나는 아주 간단한 가정에서 시작합니다. ‘사람의 마음은 백지장과도 같으며 상황에 따라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거지요. 실제로 사람들은 가능한 상황이 되면 언제든 무슨 짓이든 합니다. 그것이 남달리 선한 행동일 수도 있고, 유독 악한 행동일 수도 있지요. –본문

이라크의 아부르가이브 교도소에서 일어난 미군 병사들의 학대 행위에 대해 변호인 측 증인으로 섰을 때도 짐바르도는 칩 프레더릭 병장이 모든 혐의에 있어 유죄라는 말로 변론을 시작한다. 하지만 그를 타락시킨 것은 그 특수한 상황에 놓여있었기에 발생했던 사실이 있다는 것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꼬집고 있었는데, 사람의 성격이라는 것이며 상황에 의존적이며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지조를 지키며 한결같은 것이 아님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이 성격을 어떠하게 만들어 가느냐는 것이다. 시간 혹은 환경의 변화 속에서 자아가 통일성 있게 연결 되기 위해서 작인에 대한 고찰의 필요성에 대해 피력한다. 성격에 있어서 지속성이 발생하는 것은 자아를 만드는데 있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으로서 결혼 서약을 이러한 예시로 들고 있다.

결혼 서약은 통상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한 의미가 된다. 이는 단순히 사랑하고 아끼겠다는 약속이 아니라, 이런 서약을 지킬수 있게 끔 미래의 내 자아들을 적걱적으로 만들어가겠다는 약속이다. 결혼 서약은 우리가 좋은 배우자가 되겠다고 약속하는 것이라기보다 스스로를 좋은 배우자가 되게끔 만들겠다고 약속하는 것이다. –본문

 나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나 다움, 즉 자아의 기반이 무엇인가를 찾는 것은 생각보다 간단한 것들이 아니었다. 자아의 핵심 즉 진주 관점으로 보았을 때 내 안에 진주라고 불릴 만한 자아를 찾기 위해 초반에 저자는 진주를 찾기 위해 육체, , 기억, 영혼 이 네 가지를 하나씩 분석한다.

 자아가 육체에 존재하는지 여부에 대해 판단을 하기 앞서 성 전환 수술자들의 사례를 열거하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의 성을 바꾸여 여성에서 남성 혹은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뀌고 사회적으로 그들을 바라보는 젠더의 역할도 바뀌었다. 하지만 그들 안의 자신은 자신들이 바뀌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의 자아가 자신이 선택 할 수 없었던 육체 안에 갇혀 있었던 것이지 그들이 바뀐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타인의 눈에는 그들은 완벽히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지만 자신들이 보는 자신은 바뀌지 않았음에 육체가 자아의 진주는 아닌 것이다. 육체를 매개로 하여 우리는 논리적 사고나 지각을 하여 판단하고 있지만 생각하는 육체이기 때문이다.

말랜드와 갸나미트라는 공연 중간에 악기를 바꾼 연주자와 같다. 이는 그들이 대다수 사람들과 비교해 훨씬 더 큰 정체성의 변화를 경험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런 경험 때문에 그들이 느끼는 과거와 현재 자아 사이의 지속성이 근본적으로 달라지지는 않는 듯하다. 즉 악기가 바뀌어도 곡은 여전히 같은 곡이다. 그들이 현재와 과거의 자아에 얼마나 큰 지속성이 있다고 보는가는 개인의 관점에 따라 다르다. –본문

뇌는 인간의 신체 부위 중 가장 복잡하고도 섬세한 부분이다. 이러한 믿음 때문에 나는 뇌에서는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하나의 부분이 있을 것이고 그것이 자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수 많은 신경 세포들이 모여 이 모든 것에 명령을 내리고 진두 지휘하는 그 존재에 대한 막연한 믿음이 신경과학에서 뇌를 보는 관점에서 송두리째 부서져버렸다. 결론적으로 뇌뇌 모든 것이 하나로 통합 되는 중심은 없다고 한다. 즉 주제어장치를 하는 뇌 영역으로 자아의 진주를 찾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뇌라는 한 부분에 자아의 진실을 규명하기에는 너무 취약했다. 사고로 인해 쇠막대기가 대뇌 전두엽을 관통하여 두개골 위쪽을 뚫고 나온 사고를 당한 게이지는 기적적으로 살아남아 근무를 계속하게 된다. 하지만 그는 변하였다. 막무가내에 무례하고 변덕스러우며 참을성이 없는 사람이 되어 버린 것이다. 즉 그라는 존재가 쇠막대기 하나로 사라져버린 것이다.

심각한 머리 부상을 입은 남자 환자였어요. (중략) 부상으로 환자의 기질도 변했엉요. 환자는 끔찍할 정도로 성질을 부리곤 했습니다. 제가 갔을 때도 그랬지요. 나중에 제가 환자의 아내에게 물었어요. ‘이런 상황을 어떻게 견디십니다? 어떻게 대처하세요? 성질을 부리는 일이 아주 잦았으니까요. 부인이 말하더군요. ‘글쎄요, 성질을 부릴 때 저는 스스로에게 이 사람은 진짜 제프가 아니라고 되뇌곤 해요. 저렇게 성질을 부리는 사람은 제프가 아니라고요하지만 그가 제프가 아니라면 그녀는 왜 그와 함께 있는 것일까요? 보살피고 함께하는 헌신적인 태도는 또 무엇일까요? 무슨 까닭으로 그렇게 하는 것일까요? 어떤 의미에선 그가 정말로 제프라는 믿음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건 결국 비현실적인 믿음일 뿐이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제프와 관련된 본질적인 제프다움이 있다는 비 현실적인 믿음 말입니다. 하지만 그게 뭔지 찾으려 해도 찾을 수 없고 허망하게 부서져버리지요.” –본문

기억와 자아의 부분에서는 치매 환자를 통해서 그 관계를 바라보게 된다. 치매라는 병은 그 자신에게 있어 현재의 시간부터 과거까지 자신이 존재와 주변인들을 갉아먹어버리는 병이다. 내가 존재하지 않는 과거 속에서 실제 나는 현재 존재하고 있음에 기억의 끈을 통해서 자아를 찾을 수 있다는 발상은 위험하다. 또한 기억이란 지금이란 시점에서 과거로 돌아가 재구성되어 표출 되는 것으로 그 형태는 달라질 수 있기에 기억에만 의존하여 나를 찾을 경우 현재의 내가 존재하지 않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까지도 갈 수 있다.

학창 시절 과일서리를 했다는 이유로 매를 맞고, 처음 참가한 전투에서 공을 세우고, 나이가 들어 장군이 된 용감한 장교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또한 전투에서 공을 세웠을 때 그는 학교에서 매를 맞았던 일을 의식하고 있었고, 장국이 되었을 때 첫 전투에서 공을 세운 일을 의식하고 있었지만 과일서리로 매를 맞았던 일은 까맣게 잊어버렸다고 가정해보자. 누가 들어도 그럴 법한 개연성이 있는 이야기다.

이상의 가정은 다음과 같은 결론으로 이어진다. 로크 선생의 이론대로라면, 학교에서 매를 맞은 그는 첫 전투에서 공을 세운 사람과 동일인이고, 첫 전투에서 공을 세운 그는 장군이 된 사람과 동일인이다. 논리학의 기본 이론이 맞다면, 우리는 이상의 명제에서 다시 다음과 같은 결론을 끌어낼 수 있다. 장군은 학교에서 매질을 당한 소년과 동일인이다. 하지만 장국의 의식은 매질을 당한 과거 시점까지 미치지 못한다. 그러므로 로크 선생의 이론에 따르면 그는 학교에서 매를 맞은 사람이 아니다. 따라서 장군은 학교에서 매를 맞은 사람과 동일인이면서 동시에 동일인이 아니다. – 본문

1장의 자아란 무엇인가를 넘어 2장의 자아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까지는 속도가 나질 않는다. 부재 별로 예시가 있어 단순한 이론보다는 와 닿는 부분이 많다고는 하지만 철학에서부터 과학에 이르기까지 전 분야에 걸쳐있는 내용들이 집성되어 있다 보니 한 번에 명쾌히 이해하기 힘들다 보니 재차 반복해서 읽고 곱씹어보는데 시간이 걸린 셈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 이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다중 자아에 대한 오해 또한 풀리게 되었고 사후의 관점에서 본 자아 또한 꽤나 흥미로웠다. 윤회를 통한 전생과 현재 그리고 미래의 나의 자아가 어떠한 연결고리가 있는지에 대한 탐구는 한 번 즈음 호기심을 가졌던 부분에 대한 답을 주고 있었다.

자아가 무엇이다, 어디에 존재한다는 것에 대한 초점보다는 자아가 무엇이든 간에 나라는 존재의 실체는 항상 참이란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단 하나의 답이 아니라 여러 형태의 전제가 기반이 되어 나라는 나라는 자아가 형성되는 만큼 앞으로의 내가 어떠한 자아를 만들어 가는가 하는 방향과 노력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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