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과 짐 에디션 D(desire) 6
앙리 피에르 로셰 지음, 장소미 옮김 / 그책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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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 나에게 '사랑이 무엇이냐' 라고 묻는다면 그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다 얻은 듯 푸근해지며 늘 나를 빛나게 하는 것이라 말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정은 무엇인가'라고 또 다시 물어본다면 어려울 때면 그저 아무말 없이 쉬어갈 수 있는, 살아가는데 있어서 나의 버팀목이라 대답할 것이다. 얼마 깊이 있는 것도 아니요, 그렇다고 오랜 시간을 지내온 것은 아니지만은 나에게 있어서 사랑과 우정은 어느 정도의 개념은 고착화 되있는 상태였는데 문제는 이 <짐과 줄>을 읽고 나서 대체 이 사랑과 우정이라는 것이 대체 무엇이지에 대한 질문을 계속해서 되짚어 보게 된다는 것이다. 그들이 보여주고 있는 사랑과 우정은 그 동안은 내가 알고 있는 세상의 선을 너무도 쉬이 넘나들도 있었고 그러한 현상이 계속해서 반복되는 이들의 삶을 보면서 과연 이 흙탕물과 같은 순간, 어디서 눈을 뜨고 그들을 제대로 바라봐야 하는 것인지 혼란속에 빠져 허우적거리게 되면서도 계속해서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는 것. 이 알수 없는 딜레마에 빠져 있던 3시간의 이야기를 풀어보려 한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는 자유 분방한 독일인 줄과 호리호리하면서도 조용한 성격을 가진 짐은 마주한 순간부터 그 둘이 통한다는 것을 한눈에 알아보고서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되어 간다. 그들에게 있어서 우정의 선이 어디까지인가, 라는 질문은 세상에서 본 적 없는 것이라 쉬이 답할 수 없지만, 어찌되었건 그들을 바라보며 그들이 만나는 여자들과 그녀들을 공유하는 그들의 일상은 그들만의 세상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루시에게 청혼을 하기 위해 짐과 함께 그녀의 고향에 찾아가게 되지만 루시에게 줄은 친구 이상의 감정은 아니다. 그저 이대로 멈추기를 바라고 있을 뿐이다. 인생이 늘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듯 오리려 루시는 짐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고 짐 또한 루시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 상태였기에 줄의 청혼에 대해 단호하게 거절하는 그녀를 보며 줄은 짐에게 다음과 같은 부탁을 하게 된다.

", 루시가 날 원하지 않네. 이대로 그녀를 잃을까 봐, 그녀가 내 인생에서 완전히 떠나버릴까 봐 두려워. , 그녀를 사랑하게, 그녀와 결혼해, 내가 그녀를 계속 볼 수 있도록 해주게. 내 말은 자네가 혹시 그녀를 사랑한다면 내가 장애물이라는 생각을 버리라는 거네." -본문

 이것이 그들의 우정이구나, 한 여자를 향한 연심이 이토록 깊어질 수 있구나, 라는 감탄도 잠시, 루시를 두고서 다시 프랑스로 돌아온 그들이 마그다를 만나고 오딜을 만나다 카트린을 마주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여자를 공유하며 품는 줄과 짐의 이야기는 제 3세계를 마주한 듯이 생경한 느낌에 멍하게 된다.

 특히나 카트린과의 삶에 대한 이야기는 그야말로 화룡점정에 이르게 되는데 그리스 여신 상의 우아한 웃음을 지고 있던 카트린에게 짐과 줄은 동시에 그녀를 마음에 담게 된다. 운명의 장난처럼 짐과 만나기로 했던 카트린의 약속이 어긋나게 되면서 줄의 오랜 숙원이었던 결혼을, 카트린과 하게 되는데 전쟁으로 인해서 3년간 연락이 끊켰던 짐에게 줄은 편지를 보내게 된다. 두 딸의 엄마가 된 카트린을 위해서 짐을 초대한 것인데, 이 초대의 이유는 바로 카트린에게 새로운 사랑을 전해주기 위해서인 것이다. 줄은 새로운 삶을 나아갈 그녀를 위해 이혼과 함께 카트린이 짐과 함께 지내는 모습을 지켜보게 되는데 짐과 사랑을 나누고 있는 카트린을 보면서도 줄은 그 분노나 질투도 없이 한결같이 글을 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카트린이 거실에서 기쁨으로 눈을 빛내며 짐을 맞았다. 전날의 계획적인 우롱은 아랑곳없다는 듯이! 그녀는 확신과 짐을 향한 변함없는 사랑을 되찾았다. 그 사랑이 모든 것을 정화하며 찬란하게 솟아올랐다. 그녀는 이것에 대해 소상히, 심지어 짐과 거리가 먼 사항들까지도 천재적인 말솜씨로 그럴 듯하게 늘어놓았다. -본문

 짐 사이에서 아이를 원했던 카트린은 결국 그 사이에 발생한 오해로 인해서 짐과의 생활마저도 청산하고서는 다시 줄에게 돌아가게 되는데, 이 오락가락한 관계 속에서 자유롭게 이 남자 저 남자를 떠도는 카트린을 오히려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모습이라 보는 내내 불안감이 엄습해 오게 된다.

 과연 이들의 사랑과 우정을 무엇이라 정의할 수 있을까. 수 많은 관념과 선을 그리며 이것이 '사랑이자 우정이야'라고 말하며 주장하는 내가 맞는 것일까, 그들을 바라보며 도리도리 고개를 젓고 있는 것이 답인 걸까. 삼각관계에 대한 불멸의 고전이라 불리는 이 소설을 아직 내 안에 담기에는 아직 내 그릇이 턱없이 협소한 듯 하다. 아직 그들의 이야기는 어렵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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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지 / 조세핀 하트저


 

 

독서 기간 : 2015.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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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마이너스
손아람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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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7년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뒤흔들었던 IMF 경제 위기 속에서도 그저 늘 교복을 입고 학교에 다니던 나는 당시 누구랄 것도 없이 집안에 모아두었던 금을 모으는 모습을 보면서 그저 신기하다, 는 생각만을 했었다. 그 때는 어렸다는 핑계로 뉴스 속에 보이는 세상은 어른들의 것이라며 무관심했다면, 어른이 된 지금은 내가 아니여도 세상은 돌아간다는 핑계로 또 멀찍감치 떨어져 세상에 뒷짐지고 바라보고 있는 나에게 이 <디 마이너스>라는 소설은 동일 선상에서 지내왔던 10여년의 역사 속에서 당신을 무엇을 보고, 무엇을 생각했으며, 그리하여 어떠한 행동을 했는지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물론 나는 아무런 대답도 없이 그저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만을 바라보고 있었으며 마치 그 시대를 지나지 않아도 아무 문제 없다는 듯 오늘을 살고 있지만 과연 나의 삶이 옳은 것인가, 에 대한 뒤늦을 반성과 함께 책을 읽어내려가게 된다.

 이야기는 진우의 청첩장을 받아든 박태의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이제는 서른 두평의 집에서 아내와 다섯살이 된 딸과 평범한 삶을 지내고 있는 그에게 들린 진우의 청첩장은 파란했던 그의 20대는 물론 1990년와 2000년대의 시간으로 다시금 회기하게 하는 타임머신 같은 존재가 되어 태의 앞에 그 처절했던 시간을 다시금 떠오르게 하는 것이다.

 서울대에 입학한 태의는 잔디밭에서 선배들과 함께 신입생 환영회라는 자리에 함께하고 있다. 돌아가면서 자기 소개를 하는 신입생에게 선배들은 노래를 권하고 있고 이를 거부하는 태의에게는 엉덩이로 이름쓰기라는 유치한 벌칙이 가해지게 되는데 건성으로 이름을 휘갈기며 있던 그에게 '마르크스'에 대해 묻는 현승 선배와 인문대학의 빛나는 별로 거론되는 미쥬는 그의 평범한 20대의 시간을 파란하게 만드는 거대한 축이 되어 그의 삶에 또 다른 포문을 열게 한다.

 하지만 나는 그런 미쥬를 숭배했다.
 
줄자처럼 정확하고 유연한 그녀의 언어. 세계의 빈틈을 예리하게 포착해내는 그녀의 농담. 목젖을 흔들며 기분 좋은 공기의 떨림을 만들어내는 그녀의 웃음. 나는 그녀를 베끼고 싶었다. 그녀의 모든 것을 내것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결국 나는 그녀를 소유함으로써 그녀가 했던 말의 뜻을 깨우쳤다.
 
무엇가를 좋아하는 것만이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뜻이다.
 
인간은 가진 것을 내버리고 갖지 못한 것을 좇기도 한다. -본문

 그의 가슴 속에 박혀버린 미쥬를 따라 철학 연구 학회에 들어간 태의는 자연스레 '전국학생연대회의'라는 학생 운동에 함께하게 된다. 이곳을 통해서 공과대학의 거목이 될 것이라 주목받는 진우도, 미쥬의 남자친구인 대석과도 마주하게 되는데 그들에게 드리울 앞으로의 이야기가 무엇인지도 모른채 그들은 서로의 논리를 가지고 심각한 토론을 벌이기도 하고 그들 스스로에게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끊없는 고민을 하는 시간들을 보내게 된다.

 서울대에 떠돌고 있는 이른바 미친 남자가 태의의 눈에 띈 것은 그저 우연은 아니었을 것이다. 남영동 대공분실에 들어갔다 나왔다는 그는 살기 위해서 제 정신을 놓아버리고 자신을 지켜줄 수 있을 것이라 믿게된 정신적 분소인 이 서울대에 계속해서 살아가고 있는 그의 모습은 진실을 바라보려 했던 누군가에게 전해지는 냉혹한 사회가 전해주는 경고였는지 모를 일이다. 물론 태의는 당시만 해도 이것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말이다.

 평범한 학생으로 살아가던 그들의 삶을 한 순간에 변모시킨 일이 발생한 것은 바로 대우 자동차의 부도가 발생하게 된 시점이다. 경영진의 방만한 경영이 이 모든 사태의 이유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노동자를 일방적으로 해고하는 것은 물론 임금을 삭감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그러니까 사태를 만든 것을 머리에 앉아 있는 그들이지만 책임을 지워야 하는 이는 꼬리에 자리하고 있는 노동자들이었던 것이다. 이 사건에 대해 울분을 토하던 대석은 태의에게 이 일을 바로 잡을 것을 종용하게 되고 김우중 회장의 자택을 습격하는 일에 가담하게 되지만, 그의 트레이드 마크와 같던 빨간 패딩이 꼬리를 밟히게 되면서 그들의 무리를 또 다른 국면에 접어들게 된다.

 진우와 나는 대공분싱릐 지하 복도까지 나란히 걸었다. 양옆에 형사 한 사람씩이 붙어 있었다. 빛은 희미하게 미쳤다. 열댓 걸음 간격으로 설치된 낡은 백열등의 덮개 안에는 하루살이의 시체들이 액체처럼 진득하게 고여 있었다. (중략)
 "
누가 먼저 풀려나든, 부모님 찾아뵙고 별일 없으니까 걱정할 필요 없다고 말해주기로 하자."
 
옆에 붙어 있던 형사가 뒤통수를 찰싹 때리더니 진우를 질질 끌고 어둠 속으로 들어갔다. -본문

 대학가에 불어닥친 학생 운동 긴급 소집령으로 인해 대석을 시작으로 해서 태의와 진우까지 대공분실로 끌려 들어가게 된다. 그곳을 벗어나기 위해서 다음 누군가를 지목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진우는 끝까지 그 뒤를 이을 누군가를 지목하지 않고 버티고 있으며 그에 대한 처벌 마저도 월드컵 기간이라는 이유로 한참 후에 처리되는 것을 보노라면 과연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은 어디인가, 에 대한 생각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게 된다.

 곧 우리나라에서 월드컵이 개최되는데 너 같은 놈들이 또 후배들 끌고 거리고 뛰쳐나와 활개치게 놔둘 수는 없지. 축제 기간 동안만 머리 식히고 나와라. 너만 처넣는 건 아니니까 너무 섭섭하게 생각하지 말고
 
진우가 기소된 실질적인 이유였다. 도로교통법 위반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도, 국가 보완법 위반도, 화염병 사용 등의 처벌에관한 법률 위반도 아니었다. 독재에 대항했기 때문도, 혁명을 계획했기 때문도 아니었다. 월드컵이 한국에서 개최되었기 때문이었다. 그 누구도 세계인의 축제에 찬물을 끼얹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본문

 그렇게 세상의 뜨거운 맛을 보았던 이들은 다시금 뿔뿔이 흩어져 그들의 자리를 찾아가게 된다. 태의는 군대를 갔고 미쥬는 헬싱키로 떠나고 진우와는 한참 만에 다시 마주하게 되지만 그 안에서 또 다른 사건들을 만나게 되면서 그 찬란했던 그들의 시간은 이제 과거라는 이름으로 역사 속에 고스란히 묻히게 된다.

 책의 마지막에 쓰여있는 '잃어버린 10'이라는 연보를 보노라면 참으로 수 많은 사건들이 지나왔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된다. 휘청거렸던 대한민국을 뜨겁게 바라보았던 당시의 20대의 청년들은 이제는 어느 새 사회에 물들어 평범한 30대의 삶을 보내고 있다. 낙제인 F는 면했지만 최악의 점수인 D-를 말하는 이야기를 보며 나는 치열하게라도 그들처럼 살아본 적이 있었던 가에 대해 고민해보게 된다. 도서관에서 학점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이 대학생의 삶의 전부라 믿었던 나는 과연 사회 속에 있기는 했던 것인지. 소설이지만 너무도 생생한 이야기는 나를 향해 채찍을 건네주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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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의 시선 / 조정래저


 

 

독서 기간 : 2015.01.15~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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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은 원하는 인생을 살아라 - 카이스트 윤태성 교수가 말하는 나를 위한 다섯 가지 용기
윤태성 지음 / 다산북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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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을 하고나면 모든 것이 다 내 것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내 이름이 새겨진 명함을 갖고 출입증 카드를 갖고서 당당히 걷는 것만으로 충분할 것이라 믿었기에 합격 발표를 받고 나서 떨리는 가슴을 안고 들어선 사무실은 이제 나의 날개를 펼칠 수 있는 세상이라 굳게 믿어왔다. 그러나 그 세상에 나아가는 순간 세상은 그리 만만치 않다는 것을, 하루하루의 시간을 견디는 것이 순간순간의 고비를 넘기는 것과 같았던 6개월을 넘어 1, 3년을 지나 이제 5년차로 넘어가고 있으니, 나름대로는 꽤나 잘 버티고 있는 것 같지만 매 순간마다 지금 나의 이 길이 맞는 걸까, 과연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라는 질문은 늘 가슴 속에 담아 두고 있었기에 이 모든 것들을 어디서 풀어야 할까, 라는 고심을 하게 된다.

 세상에 나와 내 스스로 돈을 번다는 것.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에 대한 상념은 물론 앞으로 나는 이 일을 가지고 평생 해 나갈 수 있는 것일까, 과연 지금 하는 것이 맞는 건인지 등등 사회 생활을 하는 동안 수 없이 해 보았을 질문들을 이 <한번은 원하는 인생을 살아라>에서 마주하면서 '이런 고민들을 했었는데'라며 당시의 마음가짐을 떠올려보기도 하고 여전히 풀리지 않은 것들에 대한 조언도 마주하게 된다. 이제 겨우 발걸음을 뗀 현재의 나에게 너무 많은 것들을 바라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지난날을 돌아보며 나를 다독이며 그 동안의 나를 위안하며 또 응원하게 되는 것이다. 

 

 사람은 자신이 상처준 것에 대해서는 인지하지 못하면서도 상처 받은 것에 대해서는 또렷하게 기억하는, 그 안타까운 습관이 몸에 베어버린 것인지, 그다지 어린 나이에 취업을 한 것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거래처의 담당자의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때론 그들이 무한 ''의 위치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말도 안되는 트집이 잡힐 때면 울화가 치미는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럼에도 ''의 위치에 있는 나로서는 늘 먼저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달고 살아야 하기에 이렇게 계속 회사를 다녀야 하는 것인가, 라는 고민을 하곤 하는데 이러한 문제는 비단 나만 겪는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갑집을 당하면서 느낀 모욕감은 내가 성장하는데 비료가 되었다. 나 스스로 강해지는 수밖에 없다는 진리를 깨달은 것이다. 갑질을 당하는 것은 내가 약한 자이기 때문이다. 내가 아무리 말단사원이라도 만약 그 현장에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기술을 가지고 있거나 내가 아니면 현장이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할 상황이라면 그 간부는 나에게 안경을 벗으라고 소리치지 못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을 하니 내가 강해져야겠다는 강한 다짐이 생겼다. -본문

 나이가 어려서, 그저 내가 있는 자리가 ''의 위치에 있는 것이기에 그들이 벌이는 갑질에 대한 분노만을 표출하고 있던 나에게 그들의 갑질에 대해서 지적하기보다는 일단 내 스스로의 능력을 더 키워 그들이 감히 무시할 수 없는 힘을 키울 것을 조언하고 있다. 그러니까 갑질을 당하게 된다면 '내가 이 부분이 부족해서 그렇구나'라는 것을 간파해서 그 부분을 더 채울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들이 갑질을 했던 부분에 대해 되짚어 보면, 계약서에 관한 사항이나 회계상의 문제에 대한 것들이었음을, 그리고 그것들에 대해 거의 알지 못했기에 그들이 표출한 불만일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영원한 갑이나 을을 없을지이니, 나를 채우며 내공을 다지는 것. 그것만이 나의 힘이 되어 스스로 갑의 위치로 만들게 할 것이다..



 

업무상 영어로 메일이 나가야 하는 일이 당연했던 것을 입사한 후 처음 알게 된 나는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었다. 그저 업무를 하는 것이라고만 알았지, 그 업무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했던 나로서는 영작이 필수라는 현실이 막막했기에 입사 한 이후에 전화 영어를 계속하면서 감을 잃지 않기 위한 노력을 필요했음은 물론 어느 순간 너무 안일해지고 있는 나를 다독이기 위해서 매년 자격증을 하나씩 공부하려 하곤 있지만 퇴근을 하고 집에 돌아오면 어느 새 몸은 천근만근으로 무거워져 무엇을 하기도 버겁기 마련이다. 독서실을 다니겠다며 끊어 놓은 한달권도 열흘을 고작 넘기고서야 그만 두었기에 자기 계발이 필요하는 것을 알면서도 늘 다음에, 다음에를 미루고 있는 나에게 저자는 일침을 가하고 있다.

 공부는 투자이며 보험이다. 인생산맥을 실현하려면 다음 산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공부라고 생각하면서 스스로에게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대부분 자신의 일에는 의지가 약하니까 스스로에게 겁을 주는 방법도 쓴다. 이 공부를 안하면 나의 미래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본문

 굼벵이마저도 기기 위해서 그 재주를 얻기 위한 지식이 필요하듯이 당장 오늘이 아니라 내일을 내다보고서 자신의 삶을 계획하기 위해서 대학원에서 공부하는 직장인들도 많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매일 귀찮다며 내일, 내일을 외치는 내 모습이 초라해 보이기만 한다. 아직 가야할 길이 한참이거늘 길가에 널부러져 잠드는 토끼마냥 진득하니 먼 길을 바라보지 못하는 나를 채근해본다.



 

 여자라면 한 번쯤 고민하게 되는 문제인 일과 육아의 병행에 관한 고민은 이전보다야 문턱이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여성에게 전해지는 체감의 무게는 묵직하기만 하다. 주변 지인들이 이야기를 들어보아도 녹록지만은 않은 이 문제에 대해서 그가 들려주는 해결방안은 아직은 멀게만 느껴지는 것들이기는 하지만 사회에 계속해서 함께 해야하는 우리에게는 꼭 함께 풀어가야 할 문제일 것이다.

 목차 속의 질문들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어느 새 고개가 절로 끄덕여 진다. 누구나 한번쯤은 가져보았을 문제들에 대해서 그가 자신이 경험했던 것들을 기반으로 해서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도라면 늘 나의 관점에서 바라보았던 문제를 또 다른 시선에서 보게 되면서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것들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언젠가 또 답답해 지는 문제들이 내 앞에 드리울 때면 조용히 다시 펼쳐보게될 것 같은 그의 이야기가 있어 한 동안은 든든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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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도 출근하는 딸에게 / 유인경저


 

 

독서 기간 : 2015.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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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앙투아네트 운명의 24시간 - 왕실의 운명을 건 최후의 도박, 바렌 도주 사건
나카노 교코 지음, 이연식 옮김 / 이봄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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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리 앙투아네트'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녀의 이름 만큼은 익히 들어온 나에게 있어서 떠오르는 것은 루이 16세의 왕비이자 아름다운 여성이었다는 것, 그 아름다움은 그녀에게 독이 되어 프랑스 혁명 당시 민중들에 의해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져야 했던 안타까운 삶을 살다 갔다는 것, 굶주림에 지쳐 있는 이들에게 '빵이 없으면 고기를 먹으라'라는 말을 남겼다는 것 등, 그야말로 단편적인 것들 밖에 남아있지 않다. 그렇기에 나는 그녀가 <바렌 도주 사건>을 벌였다는 것 조차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는데 만약 이 날의 도주가 성공했더라면, 그녀에게는 어떠한 삶이 펼쳐지게 되었을까, 라는 생각을 책을 덮으며 하게 된다. 그야말로 그24시간을 함께하고 있는 듯한 숨막히는 그날의 사건을 마주하며, '!'라는 신음 밖에 낼 수 없었던 그 시간을 오롯이 견뎌야 했던 그녀에게는 얼마나 한스러운 시간이었을까. 검은 상복을 입고서 자신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아 간 이들에게 처연하게 '이제 내 피만이 남는군요. 거두어가세오. 하지만 나를 오래 고통스럽게 하지는 마세요. 라고 말하는 그녀가 안타깝게만 보인다.

 

왕비는 폐위 당한 것과 마찬가지 처지가 되어 비로소 진정한 왕비가 되었다. 내몰리고 절망하고, 그럴수록 더욱 왕권을 위해 싸우려는 결의를 다지고, 아이를 지키는 강한 어머니로서 사랑에 설레는 여성으로서, 마음과 정신에, 몇 겹이나 되는 미묘한 뉘앙스의 주름을 겹쳐, 깊은 매력을 자아내고 있다. 

 애초에 앙투아네트는 용모가 단정하기보다 그 훌륭한 자세와 우아하면서도 발랄한 태도로 사람들을 매료시켰던터라, 움직임을 보여줄 수 없는 회하에서는 그 아름다움을 붙잡을 수 없다고들 했다. 하지만 쿠차르스키슬픔에 빠진, 젊음의 잃어가는 그녀의, 저녁노을과도 같은 아름다움을 전해준다. -본문 

 

 우유부단하기 짝이 없는, 그럼에도 스스로의 결정에 대해서는 결코 굽히지 않던 루이 16세의 모습을 바라봐야만 하는 나로서는 볼기짝을 꼬집어 주고 싶을 만큼이나, 그의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마리 테레즈와 루이 샤를과 함께 프랑스를 떠날 수도 없었지만 유약한 루이 16세를 혼자 두고 떠날 수 없었던 마리 앙투아네트는 점점 자신의 목을 죄어오는 민중들과 의회의 모습들을 알아차리고 있었기에 페르센과 함께 도주를 계획하게 되고 사태의 심각성을 느지막히 알게 된 왕은 따라 세번 이나 그날의 결정을 미뤘다 결국 운명의 6 20일의 서막에 오르게 된다.

 

 수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날을 준비했으나 실제 실행하는데 있어서는 늘 머릿 속에 그려왔던 것과는 다른, 새로운 문제들의 그들을 당면하게 된다. 루이 16세가 잠들기 전, 그에게 보고를 명목으로 감시를 하고 있는 파라예트의 눈을 피해 마차에 오르기는 했으나, 앙투아네트는 그들에게 들킬 까 마차에 오르는데 30분 이상이나 지체하게 되는데 어렵사리 마차에 오른 그들은 이제부터 코르프 남작부인과 두 딸의 모습으로 숨막히는 여정이 시작된다. 

 

 "그럼, 안녕히 가십시오. 코르프 남작부인!"
다시는 돌아보지 않고 도로를 벗어나 곁길로 달렸다.
 

페르센은 이때의 일에 대해 '왕은 나와 함께 가는 것을 원치 않았다'라고만 썼다. 거기에 담긴 노와 후회가 뒷날 거듭 뿜어나와 그를 괴롭혔다. 왜 좀더 강하게 주장하지 않았던 걸까. 왜 몰래 마차를 뒤따라가지 않았던 걸까. 그랬더라면 사태는 달라졌을지도 모르는데....... -본문


 페르센은 파리를 무사히 빠져나가고 샬롱을 무사히 빠져나가는 것, 그리고 최대한 신속하게 이 모든 구간을 지나오는 것을 최대한의 목표로 하려 하고 있었다. 스웨덴의 외교관으로 있던 그에게 프랑스 국왕을 탈출시켜야 하는 의무 따위는 없었다. 그가 이 모든 위험을 떠안으려 한것은 오롯이 앙투아네트를 향한 연정때문이었으나, 이것을 알고 있던 루이 16세의 질투였을까, 아니면 자신의 능력을 오판한 왕의 무지함이었을까. 파리를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그 시점에서 루이 16세는 페르센은 덴마크로 돌아갈 것을 종용하고 있었고 이 모든 계획의 주축이 되었던 그가 빠져버린 그들의 계획은 한 쪽 날개로 비상해야만 하는 새처럼, 스스로 죽음의 길로 내몰고 있었다. 물론 루이 16세가 자신의 이 판단이 모두를 위험으로 내몰았다는 것을 깨닫는 것은 아마도 한참 후의 것이었을 게다. 페르센이 사라진 순간 모두가 걱정의 소용돌이에 빠졌으나 루이 16세 만은 더 없이 평온했으니 말이다.

 

 그들이 지금 가고 있는 길을 도망을 위해 가는 여정임에도 불구하고 중반에 그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마치 소풍을 나와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매 역참에서 쉬었다 가는 것을 반복하는 것은 물론,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다고 확신한 루이 16세는 마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느긋하게 경치를 구경하는 등, 그야말로 안일한 태도를 일관하고 있다. 물론 이 귀중한 시간들은 페르센에게는 말도 안되는 일이었으나, 이미 그는 그들의 곁에 없었고, 루이 16세가 이끄는 그들의 마차는 약속시간을 5시간이나 넘겨 버렸기에 그들을 기다리는 이들에게도 오늘은 보물이 배달되지 않는다, 라는 헛된 정보를 흘리게 하는 오점이 되고 만다. 

 

 듣고 있는 동안, 이 계획은 도저히 성공할 수 없을 것처럼 느껴졌다. 루이의 비관론주의는 흡혈귀처럼 의욕이라는 의욕, 반론이라는 반론을 죄다 빨아들이는 것 같았다. 그토록 기운 넘치던 라데조차, 마침내 풀이 죽어 머리를 숙였다. -본문

 

 바렌을 넘어서기만 하면 몽메디이며 몽메디에 다다르기만 한다면 그들은 새로운 법을 공표하고서 그들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하지만 바렌을 들어가는 초입에서 또 다시 루이 16세는 시간을 지체한다. 아니, 그들이 하루밤을 묵어야 했던 그 순간, 창을 통해서 탈출을 했더라면 그들에게 다가올 죽음의 그림자를 피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역사는 루이 앙투아네트의 것이 아니었다. 이전부터 수 많은 부채를 가져온 왕실의 적자는 오롯이 그녀가 생산해 낸 것처럼 보여졌으며 당시의 민중은 그 책임을 물, 누군가가 필요했으니 그들이 무엇을 주장하든, 국경을 넘는 것만큼은 막아야만 했으니 말이다. 수 많은 한숨과 안타까움이 교차하는 이 운명의 24시간이 그녀에게 다시 주어진다면. 역사는 달라졌을까?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더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해지는 순간이다.   

 

 

아르's 추천목록

 

마리 앙투아네트 베르샤우의 장미 / 슈테판 츠바이크저 


 

 

독서 기간 : 2015.01.22~01.23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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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01-25 0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습지요.희대의 악녀라 알던 앙투아네트..역사는 살아남은 자들의 것이라 던 것을 증명하듯 그동안 오류와 지독한 미움의 세월 속에 묻혀있다시피했는데..제 작년인가 어떤일로 그녀에대한 인용문을 검색하는데
위키디피아에 글쎄..그간의 사정은 승자의 역사로..블라블라..ㅎㅎㅎ시대의희생양이었음을...헉~! 넘해!! 빵사건 역시..프랑스의 고급입맛!이 문제일 가능성이..높다니..멘붕...그랬답니다.역시나..동서고금..여자팔자 뒤웅박..인거야? 남편 잘못만나서..시집잘못가서..ㅠㅠ뭐 정략였지만..프랑스 국민들이 시댁인 상황..넘 어이없고 속상하더라고요..
 
가슴 이야기 - 내 딸과 딸의 딸들을 위한
플로렌스 윌리엄스 지음, 강석기 옮김 / Mid(엠아이디)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아르's Review

 

 만약 누군가로부터 가슴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 라는 말을 들었다면 아마도 나는 그 말을 꺼낸 이를 이상하게 바라볼 것이다. 아니 경멸 어린 눈으로 바라보았을 것이다. 제정신이 아니군, 하며 그 자리를 피해버리고 말았을 텐데 이 책을 읽고 난 후, 여성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가슴에 대해서 왜 우리는 이토록 이 이야기를 나누는 것조차 어려운 것인지에 대해 현재의 우리를 재조명 해봐야 할 필요성을 심히 깨닫게 되었다. 가슴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이 마치 입에 담아서는 안될 것이며 꽁꽁 숨겨야 하는 것처럼 여겨지는 것은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은 어디에나 있으나 존재해서는 안될 것 같은 가슴에 대해서 이 책을 읽고 나서야 얼마나 그 동안 무신경 했으며 모르는 것들이 태반이었는지에 대해 깨닫게 되었으니, 늦었지만 지금에라도 우리는 가슴에 대해 당당히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자리를 마련해 봐야 하는 것은 아닌지 조바심이 인다.

 젖가슴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풍만한 가슴의 여성의 모습이다. 늘씬한 몸매에 터질듯한 볼륨감을 드러내며 브라운관을 누비는 스타들을 넘어서 어느 순간부터 가슴은 섹시함을 위해, 그러니까 남성들을 위해서 존재하는 신체가 된 듯 하다. 물론 젖가슴을 통해 인류는 어머니로부터 생존을 위한 모유를 공급받는 개체였지만 현재의 우리에게 있어서 이러한 모습보다는 여성의 몸매를 부각시키는 존재로서의 가슴이 더 먼저 떠오르는 것은 현재의 우리가 무엇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단적인 예라 할 수 있다.

  포유류 동물 중 늘 부푼 가슴을 안고 있는 유일한 종이 바로 인간이다. 이러한 특성은 다른 동물들과는 다르게 지구의 환경이 갑작스럽게 변화되었을 때 온혈동물로서 살아남기 위한 최적의 조건이 되었는데 남성에게는 없으나 여성에게만 이러한 부푼 가슴이 있다는 것은 과연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인간만의 특성이라 할 수 있는 것인지. 물음은 거기서부터 시작되게 된다. 왜 여성에게만 가슴이 있는 것일까? 대체 누구를 위한 가슴인가? 에 대한 물음으로부터 말이다.

 여성의 젖가슴이 남성을 위해 존재한다고 믿는 인류학자들과 마찬가지로 20세기 중반 많은 의사들은 여성의 기분과 성생활, 일반적인 활동성인 남성의 선호도에 맞게 조절돼야 하고 필요한 경우 인위적인 수단을 써도 무방하다고 생각했다. –본문

 가슴이 있는 여자들이 남성들의 눈에 호감적으로 비치면서 그러한 여성들이 남자들로 인해 선택되게 됨으로써 그러한 여성들이 점차 늘어난 것이라는 사회학자들의 말은 젖가슴이 오롯이 남자들을 위한 것이라 보고 있었다. 그러나 실제 드러난 가슴의 존재는 남성이 아닌 백악기를 거쳐 살아 남았던 인간들에게 있어서 그들의 2세에 수유를 하게 됨으로써 직접 먹이를 구해 다니는 시간을 늦추게 하고 이 수유가 시작됨에 따라 아이는 갓 태어났을 경우 머리가 작아도 되게 됨으로서 이동의 편의성까지 도모하게 된다. 그러니까 이 젖가슴은 아이를 위한 것이었으며 뿐만 아니라 그들 스스로도 살아남기 위해 진화된 최적의 방안이었던 것이다.

 놀라운 점은 이 젖가슴은 다른 신체 기관과는 달리 태어난 후 사춘기라는 시기를 지나고 나서야 발달이 된다는 것이다. 다른 기관들은 이미 태어날 때 기본적인 구조가 자리하고 있는 상태에서 점차 변화되는 것과는 달리 사춘기를 지나서야 형태를 드러내는 젖가슴은 실은 성인이 되어서까지도 완성된 것이 아니며 임신을 통해서 젖을 만드는 구조에 들어서면서 완성되는 것이라는 것을 그야말로 신비롭기까지 하다.

 이토록 인류를 위해 공헌해 온 젖가슴은 수 많은 위협 속에 살고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실제의 기능은 잊혀진 채 드러나는 것에만 치중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인공 보형물이 가슴에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이 보형물들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아직도 발견을 해 나가고 있는 상태라고 하니 그야말로 가슴의 마루타는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천연 완전식품이라는 모유에 성분라벨이 붙어 있다면 이렇지 않을까. 지방 4%, 비타민 A, 비타민 C, 비타민 E, 비타민 K, 당분, 필수 미네랄, 단백질, 효소, 항체. 모유에 들어있는 건 아기의 성장에 필요한 하루 권장량을 100% 만족시킬 뿐 아니라 일생동안 당뇨병에서 암에 이르는 각종 질환으로부터 지켜준다. (중략)
 
하지만 라벨을 좀 더 읽어보면 반갑지 않은 글들이 나타난다. DDT, PCBs 트리클로로에틸렌,디벤조퓨란, 수은, , 벤젠, 비소, 아기에게 젖을 먹일 때, 우리는 면역계와 세포 대사, 대뇌 시냅스를 활성화하는 지방과 당분만을 섭취시키는 게 아니다. –본문

 뿐만 아니라 각종 화학제품들의 남용으로 인해서 모유에서조차 화합물들이 발견되고 있는데 신성시 되었던 모유가 아이에게 있어서 해를 끼치는 것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기까지 한다. 그러니까 젖가슴은 그 어떠한 신체구조보다도 환경 속에 있는 위험을 가장 먼저 인지하고서는 그것을 고스란히 받아내고 있는 것이었는데, 모유 속에 담긴 화학물이 이야기를 보노라면 생물농축현상이 얼마나 잘 적용되고 있는지 그 실체를 마주하게 된다.

 암 치료 초창기에 외과의사들은 종양이 있는 젖가슴을 도려내면 환자가 살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과격한 유방절제술도 대체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암이 발견된 시점에서는 암이 이미 몸의 멀리 떨어진 부분까지 보이지 않게 퍼져있다. 하지만 이 사실을 인식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에 많은 여성들이 불필요하게 고통스럽고 몸을 피폐하게 하는 과정을 겪어야 했다. 사람들이 오염물질의 종착역이 유방세포와 모유라는 사실을 이해하는데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 젖가슴이 성적인 측면에서 진화했고 성적 대상으로 격하시켜야 한다고 고집한 결과 여성들은 모유수유를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게 됐고 슬프게도 종종 자신들의 정상적인 자연의 몸을 귀하게 여기지 않기도 한다. –본문

그렇다면 젖가슴에는 왜 이러한 엄청난 일들이 벌어지게 된 것일까? 그 어떤 기관보다도 예민하고 환경에서 오는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는 신체는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성 조숙증을 일으키는 것은 물론 남성들에게도 유방암이 나타나게 하거나 안전하다고는 이야기하고 있지만 10대에 피임약을 복용한 이들은 45세 이전에 유방암에 걸릴 확률을 2배 이상 높이는 등 우리의 편의를 위해서 만들어 낸 인간의 수 많은 복합물들이 인간의 젖가슴을 오히려 공격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널려 있었는데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선크림이나, 비닐 제품, 영수증 종이 안에도 호르몬을 교란시키는 물질이 들어있었다고 하니, 그야말로 젖가슴은 매일매일 화학전의 최전선에 놓여 있던 것이다.

 작은 가슴에 대해서는 소유방증이라는 병명을, ‘폐경을 맞이하는 여성들에게는 에스트로겐을 처방하며 생리가 계속되도록 부추기고 있는 이 현상들에 대해서 저자는 따끔하게 일침을 고하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이 여성들을 위한 것이라 말하고 있지만 실제는 수익에 목말라 있는 제약회사와 화학 업계의 존속의 담합이라는 것인데 그들의 은밀한 작전은 우리의 젖가슴을 점점 죽이고 있는 것이다.

 별다른 관심 없이, 그저 몸의 한 부분이라고만 생각했던 가슴에 대해서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우리가 얼마나 젖가슴에 대해서 외형에만 집착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인류의 피와 살이 되는 젖가슴에 붉은 신호등이 켜진 지금, 우리의 가슴을 지키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지, 현재의 우리를 있게 만든 가슴을 우리 손으로 무너지게 만드는 현실에 대한 반성과 함께 앞으로 젖가슴을 지키기 위한 관심이 필요한 때라는 것을 되새겨본다

 

 

아르's 추천목록

 

유방암 / KBS 생로병사의 비밀팀

 

 

독서 기간 : 2015.01.15~01.18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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