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과 짐 에디션 D(desire) 6
앙리 피에르 로셰 지음, 장소미 옮김 / 그책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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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누군가 나에게 '사랑이 무엇이냐' 라고 묻는다면 그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다 얻은 듯 푸근해지며 늘 나를 빛나게 하는 것이라 말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정은 무엇인가'라고 또 다시 물어본다면 어려울 때면 그저 아무말 없이 쉬어갈 수 있는, 살아가는데 있어서 나의 버팀목이라 대답할 것이다. 얼마 깊이 있는 것도 아니요, 그렇다고 오랜 시간을 지내온 것은 아니지만은 나에게 있어서 사랑과 우정은 어느 정도의 개념은 고착화 되있는 상태였는데 문제는 이 <짐과 줄>을 읽고 나서 대체 이 사랑과 우정이라는 것이 대체 무엇이지에 대한 질문을 계속해서 되짚어 보게 된다는 것이다. 그들이 보여주고 있는 사랑과 우정은 그 동안은 내가 알고 있는 세상의 선을 너무도 쉬이 넘나들도 있었고 그러한 현상이 계속해서 반복되는 이들의 삶을 보면서 과연 이 흙탕물과 같은 순간, 어디서 눈을 뜨고 그들을 제대로 바라봐야 하는 것인지 혼란속에 빠져 허우적거리게 되면서도 계속해서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는 것. 이 알수 없는 딜레마에 빠져 있던 3시간의 이야기를 풀어보려 한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는 자유 분방한 독일인 줄과 호리호리하면서도 조용한 성격을 가진 짐은 마주한 순간부터 그 둘이 통한다는 것을 한눈에 알아보고서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되어 간다. 그들에게 있어서 우정의 선이 어디까지인가, 라는 질문은 세상에서 본 적 없는 것이라 쉬이 답할 수 없지만, 어찌되었건 그들을 바라보며 그들이 만나는 여자들과 그녀들을 공유하는 그들의 일상은 그들만의 세상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루시에게 청혼을 하기 위해 짐과 함께 그녀의 고향에 찾아가게 되지만 루시에게 줄은 친구 이상의 감정은 아니다. 그저 이대로 멈추기를 바라고 있을 뿐이다. 인생이 늘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듯 오리려 루시는 짐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고 짐 또한 루시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 상태였기에 줄의 청혼에 대해 단호하게 거절하는 그녀를 보며 줄은 짐에게 다음과 같은 부탁을 하게 된다.

", 루시가 날 원하지 않네. 이대로 그녀를 잃을까 봐, 그녀가 내 인생에서 완전히 떠나버릴까 봐 두려워. , 그녀를 사랑하게, 그녀와 결혼해, 내가 그녀를 계속 볼 수 있도록 해주게. 내 말은 자네가 혹시 그녀를 사랑한다면 내가 장애물이라는 생각을 버리라는 거네." -본문

 이것이 그들의 우정이구나, 한 여자를 향한 연심이 이토록 깊어질 수 있구나, 라는 감탄도 잠시, 루시를 두고서 다시 프랑스로 돌아온 그들이 마그다를 만나고 오딜을 만나다 카트린을 마주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여자를 공유하며 품는 줄과 짐의 이야기는 제 3세계를 마주한 듯이 생경한 느낌에 멍하게 된다.

 특히나 카트린과의 삶에 대한 이야기는 그야말로 화룡점정에 이르게 되는데 그리스 여신 상의 우아한 웃음을 지고 있던 카트린에게 짐과 줄은 동시에 그녀를 마음에 담게 된다. 운명의 장난처럼 짐과 만나기로 했던 카트린의 약속이 어긋나게 되면서 줄의 오랜 숙원이었던 결혼을, 카트린과 하게 되는데 전쟁으로 인해서 3년간 연락이 끊켰던 짐에게 줄은 편지를 보내게 된다. 두 딸의 엄마가 된 카트린을 위해서 짐을 초대한 것인데, 이 초대의 이유는 바로 카트린에게 새로운 사랑을 전해주기 위해서인 것이다. 줄은 새로운 삶을 나아갈 그녀를 위해 이혼과 함께 카트린이 짐과 함께 지내는 모습을 지켜보게 되는데 짐과 사랑을 나누고 있는 카트린을 보면서도 줄은 그 분노나 질투도 없이 한결같이 글을 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카트린이 거실에서 기쁨으로 눈을 빛내며 짐을 맞았다. 전날의 계획적인 우롱은 아랑곳없다는 듯이! 그녀는 확신과 짐을 향한 변함없는 사랑을 되찾았다. 그 사랑이 모든 것을 정화하며 찬란하게 솟아올랐다. 그녀는 이것에 대해 소상히, 심지어 짐과 거리가 먼 사항들까지도 천재적인 말솜씨로 그럴 듯하게 늘어놓았다. -본문

 짐 사이에서 아이를 원했던 카트린은 결국 그 사이에 발생한 오해로 인해서 짐과의 생활마저도 청산하고서는 다시 줄에게 돌아가게 되는데, 이 오락가락한 관계 속에서 자유롭게 이 남자 저 남자를 떠도는 카트린을 오히려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모습이라 보는 내내 불안감이 엄습해 오게 된다.

 과연 이들의 사랑과 우정을 무엇이라 정의할 수 있을까. 수 많은 관념과 선을 그리며 이것이 '사랑이자 우정이야'라고 말하며 주장하는 내가 맞는 것일까, 그들을 바라보며 도리도리 고개를 젓고 있는 것이 답인 걸까. 삼각관계에 대한 불멸의 고전이라 불리는 이 소설을 아직 내 안에 담기에는 아직 내 그릇이 턱없이 협소한 듯 하다. 아직 그들의 이야기는 어렵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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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지 / 조세핀 하트저


 

 

독서 기간 : 2015.01.24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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