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이야기 - 내 딸과 딸의 딸들을 위한
플로렌스 윌리엄스 지음, 강석기 옮김 / Mid(엠아이디)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아르's Review

 

 만약 누군가로부터 가슴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 라는 말을 들었다면 아마도 나는 그 말을 꺼낸 이를 이상하게 바라볼 것이다. 아니 경멸 어린 눈으로 바라보았을 것이다. 제정신이 아니군, 하며 그 자리를 피해버리고 말았을 텐데 이 책을 읽고 난 후, 여성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가슴에 대해서 왜 우리는 이토록 이 이야기를 나누는 것조차 어려운 것인지에 대해 현재의 우리를 재조명 해봐야 할 필요성을 심히 깨닫게 되었다. 가슴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이 마치 입에 담아서는 안될 것이며 꽁꽁 숨겨야 하는 것처럼 여겨지는 것은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은 어디에나 있으나 존재해서는 안될 것 같은 가슴에 대해서 이 책을 읽고 나서야 얼마나 그 동안 무신경 했으며 모르는 것들이 태반이었는지에 대해 깨닫게 되었으니, 늦었지만 지금에라도 우리는 가슴에 대해 당당히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자리를 마련해 봐야 하는 것은 아닌지 조바심이 인다.

 젖가슴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풍만한 가슴의 여성의 모습이다. 늘씬한 몸매에 터질듯한 볼륨감을 드러내며 브라운관을 누비는 스타들을 넘어서 어느 순간부터 가슴은 섹시함을 위해, 그러니까 남성들을 위해서 존재하는 신체가 된 듯 하다. 물론 젖가슴을 통해 인류는 어머니로부터 생존을 위한 모유를 공급받는 개체였지만 현재의 우리에게 있어서 이러한 모습보다는 여성의 몸매를 부각시키는 존재로서의 가슴이 더 먼저 떠오르는 것은 현재의 우리가 무엇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단적인 예라 할 수 있다.

  포유류 동물 중 늘 부푼 가슴을 안고 있는 유일한 종이 바로 인간이다. 이러한 특성은 다른 동물들과는 다르게 지구의 환경이 갑작스럽게 변화되었을 때 온혈동물로서 살아남기 위한 최적의 조건이 되었는데 남성에게는 없으나 여성에게만 이러한 부푼 가슴이 있다는 것은 과연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인간만의 특성이라 할 수 있는 것인지. 물음은 거기서부터 시작되게 된다. 왜 여성에게만 가슴이 있는 것일까? 대체 누구를 위한 가슴인가? 에 대한 물음으로부터 말이다.

 여성의 젖가슴이 남성을 위해 존재한다고 믿는 인류학자들과 마찬가지로 20세기 중반 많은 의사들은 여성의 기분과 성생활, 일반적인 활동성인 남성의 선호도에 맞게 조절돼야 하고 필요한 경우 인위적인 수단을 써도 무방하다고 생각했다. –본문

 가슴이 있는 여자들이 남성들의 눈에 호감적으로 비치면서 그러한 여성들이 남자들로 인해 선택되게 됨으로써 그러한 여성들이 점차 늘어난 것이라는 사회학자들의 말은 젖가슴이 오롯이 남자들을 위한 것이라 보고 있었다. 그러나 실제 드러난 가슴의 존재는 남성이 아닌 백악기를 거쳐 살아 남았던 인간들에게 있어서 그들의 2세에 수유를 하게 됨으로써 직접 먹이를 구해 다니는 시간을 늦추게 하고 이 수유가 시작됨에 따라 아이는 갓 태어났을 경우 머리가 작아도 되게 됨으로서 이동의 편의성까지 도모하게 된다. 그러니까 이 젖가슴은 아이를 위한 것이었으며 뿐만 아니라 그들 스스로도 살아남기 위해 진화된 최적의 방안이었던 것이다.

 놀라운 점은 이 젖가슴은 다른 신체 기관과는 달리 태어난 후 사춘기라는 시기를 지나고 나서야 발달이 된다는 것이다. 다른 기관들은 이미 태어날 때 기본적인 구조가 자리하고 있는 상태에서 점차 변화되는 것과는 달리 사춘기를 지나서야 형태를 드러내는 젖가슴은 실은 성인이 되어서까지도 완성된 것이 아니며 임신을 통해서 젖을 만드는 구조에 들어서면서 완성되는 것이라는 것을 그야말로 신비롭기까지 하다.

 이토록 인류를 위해 공헌해 온 젖가슴은 수 많은 위협 속에 살고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실제의 기능은 잊혀진 채 드러나는 것에만 치중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인공 보형물이 가슴에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이 보형물들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아직도 발견을 해 나가고 있는 상태라고 하니 그야말로 가슴의 마루타는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천연 완전식품이라는 모유에 성분라벨이 붙어 있다면 이렇지 않을까. 지방 4%, 비타민 A, 비타민 C, 비타민 E, 비타민 K, 당분, 필수 미네랄, 단백질, 효소, 항체. 모유에 들어있는 건 아기의 성장에 필요한 하루 권장량을 100% 만족시킬 뿐 아니라 일생동안 당뇨병에서 암에 이르는 각종 질환으로부터 지켜준다. (중략)
 
하지만 라벨을 좀 더 읽어보면 반갑지 않은 글들이 나타난다. DDT, PCBs 트리클로로에틸렌,디벤조퓨란, 수은, , 벤젠, 비소, 아기에게 젖을 먹일 때, 우리는 면역계와 세포 대사, 대뇌 시냅스를 활성화하는 지방과 당분만을 섭취시키는 게 아니다. –본문

 뿐만 아니라 각종 화학제품들의 남용으로 인해서 모유에서조차 화합물들이 발견되고 있는데 신성시 되었던 모유가 아이에게 있어서 해를 끼치는 것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기까지 한다. 그러니까 젖가슴은 그 어떠한 신체구조보다도 환경 속에 있는 위험을 가장 먼저 인지하고서는 그것을 고스란히 받아내고 있는 것이었는데, 모유 속에 담긴 화학물이 이야기를 보노라면 생물농축현상이 얼마나 잘 적용되고 있는지 그 실체를 마주하게 된다.

 암 치료 초창기에 외과의사들은 종양이 있는 젖가슴을 도려내면 환자가 살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과격한 유방절제술도 대체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암이 발견된 시점에서는 암이 이미 몸의 멀리 떨어진 부분까지 보이지 않게 퍼져있다. 하지만 이 사실을 인식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에 많은 여성들이 불필요하게 고통스럽고 몸을 피폐하게 하는 과정을 겪어야 했다. 사람들이 오염물질의 종착역이 유방세포와 모유라는 사실을 이해하는데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 젖가슴이 성적인 측면에서 진화했고 성적 대상으로 격하시켜야 한다고 고집한 결과 여성들은 모유수유를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게 됐고 슬프게도 종종 자신들의 정상적인 자연의 몸을 귀하게 여기지 않기도 한다. –본문

그렇다면 젖가슴에는 왜 이러한 엄청난 일들이 벌어지게 된 것일까? 그 어떤 기관보다도 예민하고 환경에서 오는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는 신체는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성 조숙증을 일으키는 것은 물론 남성들에게도 유방암이 나타나게 하거나 안전하다고는 이야기하고 있지만 10대에 피임약을 복용한 이들은 45세 이전에 유방암에 걸릴 확률을 2배 이상 높이는 등 우리의 편의를 위해서 만들어 낸 인간의 수 많은 복합물들이 인간의 젖가슴을 오히려 공격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널려 있었는데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선크림이나, 비닐 제품, 영수증 종이 안에도 호르몬을 교란시키는 물질이 들어있었다고 하니, 그야말로 젖가슴은 매일매일 화학전의 최전선에 놓여 있던 것이다.

 작은 가슴에 대해서는 소유방증이라는 병명을, ‘폐경을 맞이하는 여성들에게는 에스트로겐을 처방하며 생리가 계속되도록 부추기고 있는 이 현상들에 대해서 저자는 따끔하게 일침을 고하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이 여성들을 위한 것이라 말하고 있지만 실제는 수익에 목말라 있는 제약회사와 화학 업계의 존속의 담합이라는 것인데 그들의 은밀한 작전은 우리의 젖가슴을 점점 죽이고 있는 것이다.

 별다른 관심 없이, 그저 몸의 한 부분이라고만 생각했던 가슴에 대해서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우리가 얼마나 젖가슴에 대해서 외형에만 집착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인류의 피와 살이 되는 젖가슴에 붉은 신호등이 켜진 지금, 우리의 가슴을 지키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지, 현재의 우리를 있게 만든 가슴을 우리 손으로 무너지게 만드는 현실에 대한 반성과 함께 앞으로 젖가슴을 지키기 위한 관심이 필요한 때라는 것을 되새겨본다

 

 

아르's 추천목록

 

유방암 / KBS 생로병사의 비밀팀

 

 

독서 기간 : 2015.01.15~01.18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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