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왕자와 길을 걷다 - 어른이 되어 다시 읽는 동화
오소희 지음 / 북하우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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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내 스스로 선을 긋는 것이 동화라는 것에 대한 장벽을 쌓으면서 이미 잊어버린 기억들을 다시 쌓을 기회 조차를 없었던 날들이 계속되는 도중, 이 책을 마주하면서 이전의 기억은 물론이고 그 동안은 꾹 누르고 있었던 동화로의 회귀가 이어졌는데 읽는 동안 참 따스한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며 빙그레 웃음이 나기도 하고 때론 그 때의 쓸쓸함이나 안타까움이 느껴지기도 했다. 

 

 우리의 계산 속에서 그들은 어리섞었다. 앞뒤를 잴 줄 몰랐고 우열을 가릴 줄 몰랐다. 감상적이었고 비효율적이었다. 내가 그들의 감상을 예의 바르게 거절할 때마다 그들은 '마음'을 말했다. 내가 그들의 비효율을 언짢게 지적할 때마다 그들은 또 '마음'을 말했다. 그리하여 그들과의 다른, 세상 저편의 우선순위를 가진 나는 그들의 무계산 속에서 몇 번의 당혹과 부끄러움 뒤에 입을 다물었다. -본문 

일 년에 한 번 정도 꼭 다시 읽는 책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어린 왕자>이다. 어릴 때는 어린 왕자라는 그 외모에 끌렸는데 읽으면 읽을 수록 어린 왕자가 만났던 인물들의 모습들에 점점 닮아가는 내 모습을 보면서 서글퍼지면서도 다시 어린 왕자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하는데 이 책은 여기서도 마주할 수 있었다.

<마당을 나온 암탉>의 마지막 장면을 보고서는 엄마인 잎싹이 자신의 몸을 족제비에게 내어주는 모습을 보면서 저것이 모성인 것인가, 라며 이유도 모른 채 눈물을 흘리곤 했다. 자신의 아이도 아닌 초록이를 그렇게도 지극정성으로 키우고 나서 결국은 떠나 보내야만 하고 마지막 역시도 비극으로 끝나는 이 동화를 보면서 과연 이것이 어린이를 위한 동화일까, 라고 생각했는데 당시 이 영화를 보았던 그녀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왠지 모르게 서글프기도 하면서도 애잔해지곤 했다 

"왜 여자들은 생의 주인공으로 살려 들지 않은 걸까요?" 그녀는 결혼과 동시에 아이를 갖지 않겠다고 선언한, 잘나가는 디자이너였다. 

 첫 번째 지인의 말에 나는 100% 공감한다. 잎싹의 모성이 조금만 덜 비장해서 자식뿐 아니라 자신의 행복도 살필 수 있었더라면, 그래서 자식이 떠난 뒤 껍데기만 남은 생이 아니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두 번째 후배의 말에는 다른 할 말이 있다. 

 "네 말처럼, 많은 여성들이 헌신적인 조연으로 살아. 하지만 그건 그들에게 생의 주연이 되는 또 다른 방식이란다." -본문

 

 내가 이 책을 왜 읽어, 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이제는 이 책들을 당당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몇 번의 울림을 느끼게 해 준 이 책을 지금에서야 마주할 수 있었다는 것에 참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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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을 위한 안데르센 동화 / 우라야마 아키토시저

 

 

 

독서 기간 : 2014.01.18~01.20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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