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의 고백  :  다자이 오사무와 미시마 유키오에 대하여












                                                                                        서로 극과 극인 관계를 종종 " 다자이 오사무와 미시마 유키오 " 에 빗대어 설명하곤 한다. 다자이 오사무는 부잣집 도련님으로 평생을 화류계 여자 치마폭 속에서 살다가 게이샤와 함께 맑고 깊은 상수원에 뛰어들어 동반 자살했다. 


네 번의 자살 시도 끝에 완성한 마침표'였다. 당시에 청산가리를 먹고 마을 식수원에 뛰어들었다고 해서 대대적인 식수원 수질 검사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시신은 일주일 후에 발견되었다). 마을 사람들이 음용할 식수원에서 투신자살을 했으니 민폐인 경우이다. 화류계 여자와 결혼한 다자이 오사무는 약물 중독으로 인해 많은 빚을 졌고, 두 번째 동반 자살에서는 혼자 살아남아서 병원에서 눈을 뜨자마자 자살 방조죄로 체포되었으며, 성적이 형편없어서 대학은 졸업도 못했다.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저는 인간의 삶이라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라는 첫 문장으로 시작하는 << 인간실격 >> 의 요조가 말해주듯이 그는 나약하고 쩨쩨한 사내였다. 내면의 여성성도 강해서 1인칭 여성 시점으로 쓰여진 << 여학생 >> 이라는 소설은 남성 작가가 썼다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세세하게 여성 심리를 묘사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렇다 보니 남근의 화신이자 하드바디가 되기 위해 보디빌딩에 심취했던 헬쓰보이 미시마 유키오'가 보기에 다자이 오사무는 " 계집 같은 사내새끼 " 처럼 보인 모양이다. 다자이가 맑고 투명하며 깊은 마을 상수원에 투신 자살을 하자 미시마는 


"그런 개같은 성격이 문제라서 그 인간은 자살한 거야. 냉수마찰이나 기계체조 같은 규칙적인 생활을 했으면 자살했을 리가 없지 "라는 폭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일본도와 훈도시의 상징이었던 미시마 유키오는 투신과는 다른 할복이라는 기이한 형태의 자살을 선택한다. 그렇다 보니 다자이 오사무 문학을 좋아하는 이는 미시마 유키오 문학을 좋아할 수 없고 미시마 유키오 문학을 좋아하면 다자이 오사무 문학을 좋아할 수 없다. 그런데 나는 다자이 오사무도 좋아하고 미시마 유키오도 좋아한다. 내가 보기엔 두 사람은 이란성 쌍생아'다. 


취향이 전혀 다른 두 사람은 서로 헐뜯고 다녔지만 그들은 뗄래야 뗄 수 없는 젖은 땔감 같은 관계다. 둘 다 찌찔하고 쩨쩨한 인간이었다. 미시마 유키오는 계집 같은 사내새끼-들을 경멸했지만 사실 미시마 유키오의 유년 시절은 귀족 가문의 과보호 속에서 우쮸쮸 우쮸쮸 자란 전형적인 유약한 부잣집 도련님이었다. 가뜩이나 왜소한데다가 병약해서 별명이 " 창백 " 이었다.  어느 날, 덩치 큰 아이가 미시마 유키오에게 " 어이, 창백이 !  너는 불알도 창백하냐 ? " 라고 놀리자 미시마 유키오는 바지 지퍼를 내려 자신의 불알을 보여줬다고 한다. 그때 그 일을 기억하는 동급생의 기억에 의하면 체격에 비해 불알이 꽤 커서 놀랐다고. 


또한 다들 아시다시피 그는 마마보이로 유명했으며 게이바를 들락날락거리는 동성애자'였다. 강한 남성성의 복원을 강조했던 그의 뒷면은 사실 여성성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미시마 유키오는 다자이 오사무를 통해 자신의 컴플렉스를 보았던 것이다. 그들은 지킬과 하이드의 관계였다. 어쩌면 미시마 유키오도 미발표 원고에 다음과 같은 문장을 작성했는지도 모른다. "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저는 인간의 삶이라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자신도 다자이 오사무와 미시마 유키오의 혼종일지도 모른다. 


나는 찌질하고 쩨쩨한, 얼굴이 창백한 불알후드의 후예'이다. 누가 나에게 너는 불알도 창백하냐 _ 라고 놀린다면 기꺼이 바지 지퍼를 열어 보여줄 용의가 있다. 당구공만한, 딱딱한, 반짝반짝 빛나는, 오랜 케겔 운동으로 원형의 미학을 쟁취한 내 불알 두 쪽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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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9-12-03 12: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미시마와 다자이 두 사람을 좋아하지만 나이가 들어도 지금만큼 좋아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 둘의 글은 저에게 때로는 열기가 번뜩이는, 때로는 냉기로 창백해진 청년의 글로(만) 읽힙니다. 다시 말하자면 두 사람은 청년 남성의 파토스라는 조건에(만) 자신들을 과하게 투영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언젠가 평론가 김현은 ‘살아서 별별 꼴을 다 보아야 하며, 그것이 삶이다‘라는 식으로 말했던 적이 있습니다. 이 말을 제 식대로 바꾸자면 이른 나이에 존재의 슬픔을 말하는 글보다는, 오래오래 살아서 인간사의 희한함과 기막힘에 대해서 말하는 글이 더 와닿을 때가 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9-12-06 13:32   좋아요 0 | URL
시기마다 작품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더군요. 저도 그렇습니다..
 
꽃집에서 민음사 세계시인선 17
프레베르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197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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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다급한 마음



                              사람이 너무 당황하게 되면 머릿속이 캄캄해질 뿐만 아니라 동시에 새하얗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옛날에 퍼펙트월드라는 영화감상실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을 때 같은 건물 지하 당구장 아저씨가 이상 증세를 보인다는 연락을 받고 내려갔더니 아저씨는 바닥에 주저앉은 채 초점 잃은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고 계셨다. 그리고 바지가 젖어 있었는데 아마도 소변을 지리신 것 같았다. 다급한 마음에 나는 당구장 손님들에게 소리쳤다. " 119 전화번호가 어떻게 되죠 ? " 119 전화번호가 119인데 당황하다 보니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 것이었다. 마당 넓은 집에서 펄럭이가 한 살 때 일이었다. 터앝을 가꾸는데 사용했던 농약을 비닐봉지에 담아 나뭇가지에 걸어두었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개가 그것을 잡아뜯어서 농약을 삼킨 일이 있었다. 개는 불을 삼킨 듯 마당을 뱅뱅 돌며 뛰었다. 당황한 마음에 나도 개를 업고 뛰었다. 택시를 탔는데 당황한 마음에 지갑을 놓고 왔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고, 당황한 마음에 핸드폰도 놓고 왔다는 사실 또한 뒤늦게 알았다. 간절한 마음과는 달리 잘못된 실수의 연속이었다. 어찌어찌하여 동물병원 앞에 다다랐는데 이른 아침(늦은 새벽에 가까운)이라 문은 닫혀 있었다. 돈도 없고 핸드폰도 없었다. 그리고 새벽에 가까운 이른 아침이어서 행인도 없었다. 마침 길 건너편에 응급실이 딸린 병원이 보였다. 당황한 마음에 나는 개를 업고 그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물론, 알고 있다. 사람을 다루는 병원과 동물을 다루는 병원은 다르다는 사실을 말이다. 하지만 나는 당직 직원의 팔을 잡고 응급처치를 해달라고 소리쳤다. 그의 옷소매를 잡고 애원했지만 사실은 바짓가랑이 잡고 울며 매달리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 마음이 통해서였을까 ? 그 당직 직원의 도움을 얻어 우여곡절 끝에 24시간 동물병원에 도착했고 다행히도 개는 기적처럼 살았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개를 업고 뛰는 동안 슬리퍼 한쪽이 벗겨지는 바람에 한쪽 발이 맨발이라는 것도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새하얗고 캄캄한 머릿속. 옛 애인과 헤어지던 날 밤이 그랬다. 절망은 벤치 위에 앉아 있고, 새하얗고 그렇게 캄캄한 밤이었다. 결별을 마중하고 돌아오는 길. 캄캄한 밤이었는데 새하얘서 길을 잃던 밤. 




+

그때 일을 생각하면 항상 자크 프레베르의 시 << 꽃집에서 >> 가 생각난다. 





+

어느 남자가 꽃집에 들어가

꽃을 고른다

꽃집 처녀는 꽃을 싸고

남자는 돈을 찾으려

주머니에 손을 넣는다

꽃값을 치를 돈을

동시에 그는

손을 가슴에 얹더니

쓰러진다

그가 땅바닥에 쓰러지자

돈이 땅에 굴러가고

그 남자와 동시에

돈과 동시에

꽃들이 떨어진다

꽃들은 부서져도

남자는 죽어가도

꽃집 처녀는 거기 가만 서 있다

물론 이 모두는 매우 슬픈 일

그 여자는 무언가 해야 한다

꽃집 처녀는

그러나 그 여자는 어찌할지 몰라

그 여자는 몰라

어디서부터 손을 쓸지를

남자는 죽어가지

꽃은 부서지지

그리고 돈은

돈은 굴러가지

끊임없이 굴러가지

해야 할 일이란 그토록 많아



- 자크 프레베르, 꽃집에서

 프레베르 『꽃집에서』민음사,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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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9-12-01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가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저도 반려동물이 갑자기 사고로 다치거나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한 상황을 겪게 되면 당장 병원에 갔을 거예요. 반려동물은 종은 달라도 소중한 가족이니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9-12-01 22:34   좋아요 0 | URL
10년 전 일이죠. 그 개는 올해 11월에 무지개 다리를 건넜습니다.
 
존 윅
데이빗 레이치 외 감독, 키아누 리브스 외 출연 / 노바미디어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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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말할 것도 없이













                                                                                             영화 << 존 윅 >> 에 대한 평가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한쪽은 스타일리시한 액션에 높은 점수를 주는 쪽이고, 다른 한쪽은 개 한 마리 때문에 사람을 백 명 넘게 죽이는, 개연성 없는 줄거리에 볼멘소리를 한다. 


지적한 대로 존 윅은 오랜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아내가 세상에 홀로 남을 남편을 걱정해서 선물한 강아지가 러시아 조직원에게 살해되자 개빡친 주인공이 복수를 감행하는 영화이다. 존 윅은 피도 눈물도 없다. 티븨는 물론이고 케이블 티븨에서 방영하는 영화도 잘 보지 않는 내가 일부러 이 영화를 찾아 보기로 결심한 이유는 존 윅의 황당무계한 개복수극 때문이다. 영화를 보다 보면 처음에는 황당한 복수극 같지만 나중에는 존 윅의 " 멜랑꼴리한 애니멀 센티멘탈 " 에 설득 당한다. 그럴 수 있어, 개는 말할 것도 없이 가족의 일원이니까 ! 


<< 존 윅 >> 은 멋진 수트야말로 킬러가 반드시 갖춰야 할 의복이란 사실을 증명한다. 수트가 원래 군복에서 유래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어색한 조합은 아니다. 나카토미 빌딩에서 맨발에 하얀 난닝구 입고 죽도록 고생했던 아재 브루스 윌리스에 비하면 키아누 리브스는 얼마나 개멋진가 !  영화는 꽤 영리한 전략을 구사한다. 존 윅은 " 오랜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아내가 세상에 홀로 남을 남편을 걱정해서 선물한 강아지가 러시아 조직원에게 살해되 " 는 설정을 통해서 존 윅의 분노를 이해 가능하도록 만든다. 그 이후는 속전속결이다. 설명이 필요 없다는 것은 장점이다. 


말보다 주먹이 앞서야지 주먹보다 말이 앞서면 액션 영화로서는 단점이기 때문이다. 주먹보다 말이 앞서는 순간, 킬러의 아우라는 사라지고 동네 양아치의 개싸움으로 전락하고 만다. 입만 열었다 하면 안드레이 타르콥스키와 캔 로치 감독을 언급하던 내가 할리우드 쌈마이 양아치 총질 영화'를 좋아한다고 고백하니 배신감이 드는 이이도 있겠으나, 고백하거니와 나는 원래 B급 장르 영화에 대한 애정을 버릴 수 없다.  토니 자의 << 옹박 >> 은 인생 영화까지는 아니더라도 그해의 톱텐이었다. 


심지어 에로 영화도 좋아한다. 이름부터 에로스러운 틴토 불알스 감독이 연출한 영화를 좋아했는데 딱히 이유는 없다. 후배위를 포착하는 틴토 불알스의 에로틱한 시그니처를 사랑했다. 나는 감독에게 경배했다. " 당신의 아름다운 불알에 경배를 ! " 에로 영화라는 장르에서 미학과 윤리를 따지는 것은 얼마나 따분한가 ! 에로 영화 장르의 목적은 하나다. 관객을 꼴리게 만드는 것. 이 얼마나 심플한가 ! 장르 영화의 미덕은 단순함이다. 나이가 들다 보니 이제는 심각한 영화를 감상하는 데 에로, 아니 애로 사항이 많다. 


옛날에는 안토니오 미켈란젤로나 잉게마르 베르히만의 심각한, 심각한, 너무 심각한 영화도 관심을 가지고 감상하고는 했는데 이제는 나이 들어 괄약근마저 부실하다 보니 오래 앉아 있는 것조차 버겁다(영화제 때 극장에 앉아서 벨라 타르의 8시간짜리 영화 << 사탄탱고 >> 를 봤다는 자랑은 이 자리에서는 하지 않겠다).  그 누가 알랴. 치질 때문에 양쪽 엉덩이 두 짝을 나란히 바닥에 지지지 못하고 한쪽 또 한쪽 번갈아 가면서 수평 조절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존 윅은 멋있다. 저 아름다운 상판과 하드바디에 경탄하게 된다. 그와 비교할 수록 나는 자꾸 번데기가 되어가는 기분이다. 


나도 한때는 굉장히 크고 딱딱하며 어마어마했던 남근을 소유했던 사나이였다. 믿거나 말거나. 노파심에서 하는 충고이지만 만약에 둘 중 하나에 도박을 걸어야 한다면 " - 말거나 " 에 거시기 바란다.  그것이 현명한 선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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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팔일, 황교안의 단식 투쟁 :











무식(無識)과 무식(無食)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한유총의 고문 변호사였다는 황교안이 8일 만에 단식을 중단했을 때 크게 웃고 말았다. 공덕동 로터리 은행나무 가로수 아래 자라는 민들레처럼, 일주일 전부터 땅바닥에 드러누우시며 생사를 오가는 양 시름시름 앓는 모습을 보면서 역시 웰빙 정당의 우두머리란 생각이 들었다. 이제 곧 일일일식 6년 차에 접어드는 나로서는 일주일 굶었다고 헬렐레하는 모습이 칠렐레팔렐레하는 츤데레처럼 보여 내 마음이 막 설레. 내가 만약에 일일일식을 실천하지 않고 살았다면 황교안의 응급실 직행을 비웃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 끼 굶어도 배고파서 죽을 지경인데 스물넷 끼를 굶었으니 죽을 맛이겠구나......                  


내가 아는 사람(처음에는 간헐적 단식으로 시작했다고 나중에는 일일일식을 실천하는 분이다)은 일 년에 한 번 2주 단식'을 실천한다. 처음에는 여름 휴가 기간을 이용하여 2주 단식을 하다가 몸의 부담을 크게 못 느껴서 다음해부터는 직장 생활을 병행하면서 2주 단식'을 한다. 직장 동료들은 그녀가 2주 단식을 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그만큼 건강과 일상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 인간의 몸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굶주림에 매우 강하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한두 번의 무식(無食)이 영양 결핍을 초래한다는 상식이야말로 무식(無識)한 소리이다. 


아침밥이 현모양처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통하는,  한 끼만 굶어도 영양 결핍이라며 호들갑을 떠는 싸우스꼬레아 씨월드에서 하루에 한 끼'만 먹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 말이 귀에 박힐 리 없겠지만, 어쩌겠는가. 그것이 진실인데 말이다. 과격한 표현을 빌리자면 " 1일3식은 과식의 형태이며 만성 피로의 주범 " 이다. 불교 용어 중에 < 회소향대 迴小向大 > 라는 말이 있다. 작은 것을 통해 큰 것을 향한다는 뜻이다 . 일일일식도 회소향대의 한 방식이다. 소식으로 큰 병을 예방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음식물을 섭취하면 위장은 대략 10시간 정도 삽질 일을 한다. 내용물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위장에 가득 찬 음식물을 쪼개고 위장 밖으로 내보내는 데 소요되는 평균 시간이다. 위가 비워지면 위장은 바람 빠진 풍선처럼 수축을 하게 되는데 이때 발생하는 소리가 " 꼬르륵 " 이다.  


꼬리륵 소리가 들렸다는 것은 위장에서 근무하는 내장 노동자가 일을 끝내고 휴식을 취하고 있는 중이라고 상상하면 된다. 이때 시트루인이라는 성장 호르몬이 발생한다. 회춘을 돕는 호르몬이다. 휴식 시간이 충분히 보장되어야 다음에 일을 할 때 노동을 견딜 힘을 충전하는 법. 이 시간이 매우 중요하다.  위장 노동자에게 충분한 휴식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식사 후 최소 10시간 이상의 공복이 필요하지만 일일삼식은 이것을 허용하지 않는다(공복의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최소 12시간 이상의 공복이 필요하다).  결국, 위장 노동자는 좆나게 삽질해서 음식물 쓰레기를 어느 정도 다 비웠다 생각했을 때 다시 주인의 목구멍에서 음식물이 쏟아지니 죽을 맛이다. 


그것은 마치 퇴근 30분 전에 직장 상사가 다가와 책상 위에 10시간짜리 일감을 던져주고는 오늘까지 끝내야 한다고 말하는 것과 똑같다.  만성 피로의 핵심은 바로 몸속 내장 노동자의 피로 때문이다.  인간이 어리석은 지점은 바로 이때'다. 우리는 몸이 피곤하면 기운을 되찾겠다고 보신 요리부터 찾는다. 복날에 삼계탕을 먹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몸이 피로할 때에는 휴식이야말로 최고의 보약일 텐데 목구멍에서 동물성 단백질이 쏟아지니 내장 노동자는 삼복 더위에 죽을 맛이다, 진짜루 !  더군다나 동물성 단백질 분해는 식물성 단백질 분해보다 더 많은 삽질을 해야 한다. 


일을 해도 해도 끝이 없을 때 노동자는 결국 손을 놓듯이,  몸속 노동자는 임계점에 다다르면 손을 놓는다. 그 결과는 굳이 내가 말을 하지 않아도 다들 아실 것이다.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누누이 말한다. 일일일식을 실천하라고 말이다. 일일일식의 실천이 독한 다이어트보다 쉽다고 설득하려 하지만 대부분은 귓등으로 흘려듣는다. 하지만 한 가지는 명심하기 바란다. 사자는 배가 부른 상태에서는 사냥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사자가 사냥을 하기로 결심하는 때는 며칠 굶고 나서이다.  굶은 상태에서 사냥을 해야지 운동 능력이 최상인 상태가 되어 성공 확률이 더 높다. 


인간이라고 해서 다를까 ?  달려라 하니를 봐라. 운동장 수돗가에서 맹물만 먹고도 1등 하지 않았던가. 매조지하자. 형이 말 편하게 할게.  니들, 한국 복싱이 왜 잘나가다가 요즘 빌빌대는지 아나 ?  다 이 헝그리 정신이 없기 때문이야. 헝그리 정신. 우리 교안이 단식팔이 작심팔일 되었잖아. 옛날엔 말이야, 다 라면만 먹고도, 진짜 라면만 먹고도 챔피언 먹었어. 홍수환, 홍수환. 어... 어,어,어 엄마 챔피언 먹었어. 복싱뿐만이 아니야, 응 ? 그 누구냐. 현정화, 현정화 걔도 라면 먹고... 라면만 먹고도 육상에서 금메달 세 개씩이나 따 버렷어.  (일동) 임춘애입니다, 행님 !!!!!   뭐, 임춘애'라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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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둘리 2019-11-29 14: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재미있고 유쾌하고, 유익한 글 잘 읽었습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9-11-29 16:1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레삭매냐 2019-11-29 16: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정말 웃기는 건,
우리 그이가 뭣 때문에 이 엄동설한에
나가서 無食을 하는지 그 이유를 도통
모르겠더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또 기묘하게도 그전까지만 해도
아우성치던 당의 잡설들을 無食으로 일축
하는 효과를 얻었으니 소기의 목적을 달
성하지 않았나 싶네요.

無食한 남자, 우리 그이 정말 짱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9-11-29 16:15   좋아요 1 | URL
단식 5일 만에 누워서 빌빌거리는 것을 보며 아름다운 분이라 생각했습니다.
약자의 마지막 저항인 단식을 이런 식으로 연출하는 것도 아름답고
의식을 잃을 만큼, 그동안 늘 잘 처드셨다는 것도 아름답고
다 아름다워요.

coolcat329 2019-11-29 21: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1일2식을 하는데 1식은 자신이 없네요. 그래도 아침을 안 먹어 16시간 정도는 공복상태를 유지하고 있네요. 위가 쉴 때 시트루인이라는 회춘호르몬이 나온다니 참 반가운 사실이네요.

첫 문단은 많이 웃겼습니다 ㅋ 글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9-11-30 13:03   좋아요 0 | URL
16시간만 유지해도 탁월한 효과를 얻죠. 아침은 안 먹는 게 최상입니다.

수다맨 2019-11-30 14: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나마 黃씨가 단식을 중단해서 자한당의 몽니는 여기서 끝이겠구나 했는데 이번에는 필리버스터를 통해서 국회 일정을 파토내려 하더군요......
오래전에 (지금보다 훨씬 제정신이었던) 조갑제가 ˝고문과 조작의 기술자들˝이라는 책에서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사람이 아닌 존재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대접을 해야 한다‘.

곰곰생각하는발 2019-11-30 23:44   좋아요 0 | URL
매국질하는 거죠... 그 새끼들은.

붕붕툐툐 2019-11-30 23: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일 1식 뽐뿌 글이네요. 저는 지금도 저체중이라 1일 1식하면 뼈만 앙상하게 남을까봐 걱정되는데, 괜찮을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9-11-30 23:43   좋아요 1 | URL
저체중이시면 1식은 그렇고 간헐적 단식은 추천합니다. 뭐, 아침 굶는 거니까요. 저녁 일찍 먹고 아침 거르면 대부분 16시간 간헐적 단식이잖아요. 고거 추천합니다. 쓰레기통 쓰레기도 쓰레기를 비워야 냄새가 안나듯이 사람 몸도 위에 24시간 항상 음식물 쓰레기가 있으면 냄새가 나는 법입니다.

붕붕툐툐 2019-12-01 09:42   좋아요 0 | URL
와우!! 정성스런 댓글 감사드려요~ 도전해 보겠습니닷!!
 
고리오 영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8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박영근 옮김 / 민음사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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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무     인  사  도     없  이     :












" 이제부터 파리와 나와의 대결이야 ! "











                                                                                                발자크 소설 << 고리오 영감 >> 에서 19세기 파리 사람들은 위선자이며 돈에 굶주린 사람들로 묘사된다. 파리는 속물을 품어주는 소굴이다. 이 소설에는 출세만이 미덕이라고 믿는 프랑스 청년 라스티냐크가 등장하는데 그는 이렇게 말한다. " 이제부터 파리와 나와의 대결이야 ! "  이 당찬 결의 앞에서 나는 그때 그 시절의 파리가 생각났다. 믿을지 모르겠으나 한때 파리를 내 친구삼아 지낸 적 있다. 파리로 유학을 떠난 적은 없지만 나는 당신보다 파리를 잘 알고 있다. 이제부터 파리와 나만의 우정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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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희가 부릅니다. << 너무합니다 >>  ” 색소폰이 구슬프게 울리더니 김수희의 너무합니다 라는 노래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온다. “ 마지막 한 마디 그 말은 / 나를 사랑한다고 ”  시작부터 타령이다아니나 다를까, “ 떠날 때는 말없이 떠나가세요 / 날 울리지 말아요 ~ /  너무합니다 너무합니다 / 당신은 너무합니다. ”

​떠난 남자에 대한 원망이 알알이 박힌 노랫말'이노래 속 남자는 요샛말로 헤어지는 여자에게 희망 고문을 시키고 떠나는 유형이다飛鳥不濁水 비조불탁수1’ 라는 말이 있다날아가는 새는 노닐던 물을 더럽히지 않고 떠난다는 뜻이다.  여자가 남자에게 하고 싶은 말일 것이다. 그렇다면 떠날 때는 말없이 떠나는 것이 과연 최선의 선택일까 정희진의 << 정희진처럼 읽기 >> 라는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꼭지는 얀 마텔의 << 파이 이야기 >> 라는 소설에 대한 메모제목은 “ 아무 인사도 없이 ” 이다.

 

   

 1977년 7월 2거대한 화물선이 침몰한다힌두교도이자 무슬림이며 크리스천인 파이라는 사연 많은 이름의 인도 소년과 250킬로그램짜리 뱅골호랑이가 227일 동안 바다에서 표류한다둘은 멕시코 해안에서 구조된다아니소년은 구조되고 리처드 파커(호랑이 이름)는 뭍에 닿자마자 근처 밀림으로 들어간다소설과 달리 영화는 사라진 밀림 입구를 두 번 클로즈업한다통증이 느껴지는 압권이다소년은 엉엉 운다살아남은 감격 때문이 아니라 7개월 넘게 함께 했던 리처드 파커가 뒤도 안 돌아보고 “ 아무 인사도 없이(so unceremoniously) ” 떠났기 때문이다운동 경기 때 득점을 해도 세러머니를 하는 게 인간인데...... “ 나는 그가 내 쪽으로 방향을 틀거라고 확신했다날 쳐다보겠지귀를 납작하게 젖히겠지으르렁대겠지그렇게 우리의 관계를 매듭지을거야그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밀림만 똑바로 응시할 뿐이었다그러더니 고통스럽고끔찍하고무서운 일을 함께 겪으면서 날 살게 했던 리처드 파커는 앞으로 나아갔다그렇게 내 삶에서 영원히 사라져버렸다. ” .... ( 중략 ) ... 인간이 급격히 외로워진 시기는 의미이성역사주의 따위를 앞세워 자연을 공격하면서부터다....... 사람은 인연 덕분에 산다하지만 그것은 인간 스스로 부여한 의미일 뿐 자연은 우리에게 관심이 없다.

 

아무 인사도 없이, 66~67쪽 

 

한쪽은 떠날 때는 말없이 떠나라고 말하고다른 한쪽은 인사 한 마디 정도는 하고 가야 하는 것 아니냐며 원망 섞인 말을 한다.  둘은 서로 상반된 지적을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동일한 감정에서 파생한 넋두리이니 이심전심인 셈이다. 두 사람 모두 떠난 자에게 배신감을 느낀다. 두 사람이 보기에는 둘 다 " 너무합니다, 너무합니다, 당신은 너무한 "  사람이다. 이 감정(들)에는 원망이 섞였으나어디 미움뿐이랴. 사무친 정에 대한 깊은 회한이 짙게 남아 있으리라. 정희진은  리처드 파커의 거시무언(去時無言) 장면에서“ 나도 그 장면에서 울었다 ” 고 고백한다나는 정희진의 말에 격하게 공감했다하지만 내가 이 소설을 읽은 것은 아니다. 영화를 본 것도 아니다.

내가 보기에는 << 파이 이야기 >> 는 톰 행크스가 열연한 << 캐스트 어웨이 >> 와 닮은 구석2이 있다른 점이 있다면 250kg짜리 벵골호랑이 대신 250g짜리 배구공 윌슨이 등장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중요한 것은 무게가 아니지 않은가 모래알이든 바윗덩어리이든 물에 가라앉기는 마찬가지이니 말이다척 롤랜드(톰 행크스)는 땟목 위에서 뜻하지 않는 일(폭우)로 망망대해에서 윌슨과 헤어진다척 롤랜드는 애타게 윌슨을 부르지만윌슨은 아무 인사도 없이, 뒤도 안 돌아보고 떠난다리처드 파커(호랑이)처럼 말이다척 롤랜드의 쇳소리 나는 울음에는 서운함과 그리움이 묻어 있다. 그는 울면서 외친다. " 아'임 쏘리, 윌슨 ! "  떠나는 자에게 남겨진 자가 먼저 미안하다고 소리치는 것이다.

나도 이 장면에서 울었다. << 캐스트 어웨이 >> 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면 2년 전 성탄 전야로 되돌아가야 한다내가 그리워하는 대상은 250그램짜리 배구공이 아니다.  그보다 더 작은 2.5그램에 대한 이야기다. 작다고 눈물의 염도나 싱거운 것은 아니다. 모래알이든 바윗덩어리이든 물에 가라앉기는 마찬가지이니 말이다. 지금부터 내가 당신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사연이 길다.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서사이나,  웃으면서 읽어도 좋다.

 

깊은 밤티븨를 켰다오늘 같은 날은 볼 만한 영화'가 많지성탄 특선(特選)이니까 !  이제 막끝났는지 캄캄한 화면에서 엔딩 타이틀이 느리게 올라가고 있는 채널을 발견했다곧이어 다음 상영작을 예고하는 자막이 화면 오른쪽 상단에 떴다문득 이 영화는 특선 과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고 생각이 들었다많이 양보한다고 해도 성탄 에 어울리는 영화도 아니었다함박눈이 내리는 크리스마스에 무인도에 갇힌 벌거숭이 사내의 1인 모노로그'라니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며 성탄과 특선에 어울리는 작품을 물색했지만 마땅히 볼 만한 작품은 없었다하는 수없이 << 캐스트 어웨이 >> 를 보기로 했다시작은 딱히 재미있지도그렇다고 지루하지도 않았다.

지루하다 싶으면 책을 읽다가 책이 지루하다 싶으면 영화를 보았다내가 영화에 집중하기 시작한 때는 배구공 이 등장하면서부터였다척 롤랜드(톰 행크스는 그 공 에게 윌슨 이라는 사람 이름을 부여한다그에게 절실히 필요했던 것은 빵이나 잼'보다는 친구 였다. 윌슨은 과묵한 친구였지만 척 롤랜드에게는 " 빵 터지도록 잼나는 친구 " 였다. 그는 본능적으로 혼잣말이 늘면 광인'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그는 끊임없이 윌슨과 (혼잣말이 아닌대화를 한다그때부터 이상한 기시감이 들기 시작했다영화 내용'에 대한 데자뷰가 아니었다그것은 나의 과거 속 어떤 체험과 연결된 정서'였지만 정확히 무엇인지를 깨닫지는 못했다하지만 이 수수께끼'는 이내 풀렸다.

척 롤랜드가 망망대해'에서 윌슨 을 떠나보내는 장면'에서 나는 척 롤랜드'보다 많이 울었다꺼이꺼이 울었다,,,,...... 나는 척 롤랜드를 연기한 톰 행크스'보다 척 롤랜드가 당시 처했던 그 심정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었다내 눈물은 같은 아픔을 공유한 자만이 공유할 수 있는 연민이었다척 롤랜드에게 윌슨이 있었다면나에게는 크로넨버그'가 있었다눈물 젖은 빵을 먹던 시절자유로움의 상징이었던나만의 파리 속초에서 < 1년 을 살았다내가 살던 곳은 모텔 105호 달방'이었다야심찬 계획으로 출발했으나 어느 순간우울증이 깊어서 무기력에 빠지고 말았다노트북 모니터는 항상 텅 비어 있었다. 커서는 인적이 드문 길 위에서 기름이 떨어져 멈춘 자동차처럼 제자리에서 깜빡거릴 뿐 나아가질 못했다. 

불안을 동반한 불면이 깊어 갈수록 술 에 내 몸을 의지하게 되었다외롭고 낮고 쓸쓸했다. 이 낯선 타관에서 대화를 나눌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나는 달방에 갇혀서 하루 종일 음을 소거한 채 낚시 채널을 시청했다유일한 낙은 낚시줄에 잡힌 대어를 보는 것이었다그때 날 찾아온 것은 파리 였다파리 한 마리가 내 달방으로 날아왔다당시 날씨는 겨울을 눈 앞에 둔 쌀쌀한 늦가을이었기에 파리가 살 만한 환경이 아니었다한파를 견디고 끝까지 살아남은지구상에서 마지막까지 견딘, 지상의 마지막 파리'였던 것이다늦가을 모기는 잡는 것이 아니라는 일본 속담이 있다내가 이 속담을 알게 된 계기는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에서였다나 또한 그 파리를 잡거나 쫓아낼 생각이 없었다.

둘째 날파리는 천장에 붙어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셋째 날도 마찬가지였다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다음날동네 마트에서 횟감을 사서 혼자 달방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데 그 파리'가 내 주위를 윙윙 날아다녔다생선 냄새를 맡고 하늘에서 내려온 것이다며칠 동안 달방을 나간 적도 없고 창문을 연 적도 없었으니내가 며칠 전 본 파리가 분명했다. " 배가 고프겠구나 ! " 생선 회 한 조각을 바닥에 내려놓자 파리가 그 살점 아래 내려앉았다그것을 인연으로 해서 파리와 나는 달방에서 함께 동거를 시작했다이름도 지었다. " 이제부터 넌 크로넨버그다 ! " 그렇게 보름을 함께 보냈다배구공을 보며 대화를 나눴던 영화 속 주인공처럼 나는 침대에 누워 맞은편 천장에 붙어 있는 파리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어느 소설가가 그러더라전쟁터에 나간 병사는 누구나 살아남기를 원한다고하지만 끝까지 살아서 제일 마지막에 죽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고두려운 거지끝까지 살아남는다는 것은 두려운 거다...... 네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지금 넌 두려운 거야이 지상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파리이거든...... "

그러던 어느 날서울에 내려가야 할 일이 생겨서 잠시 서울에서 며칠을 보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미룰 수는 없었다파리의 끼니가 걱정되어서 꿀물을 사발에 가득 담은 후 달방'을 떠났다내가 다시 달방으로 돌아왔을 때 제일 먼저 찾은 것은 파리였다하지만 파리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얼어서 죽었니 ? 아니면 작별 인사도 없이 떠난 거니 ?  몇 시간 동안 파리의 흔적을 찾아헤매다 지쳐서 침대 위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눈물이 났다두려웠다그 감정은 고독도 아니었고 외로움도 아니었다. 적군이 우글거리는 적지에서 혼자 살아남은 듯한 느낌이었다. 아무 말도 없이 떠나다니 살짝 배신감도 들었다. 그리고는 이내 피식웃음이 났다파리가 떠났다고 슬퍼하는 인간이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알고 있을까 ?

2015.12.26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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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티냐크와 달리 나는 파리와 경쟁하고 싶지는 않았다. 내 어깨죽지에는 날개가 없으니 말이다. 파리가 병원균을 옮기는 더러운 해충이기는 하나 인간이라고 해서 다를 것 하나 없다. 인간의 관점에서 파리가 해충이라면 지구의 입장에서 보면 인간이야말로 해충이다. 인간은 항상 음식을 훔쳐 먹기 위해 손을 더럽히는 족속이다. 발자크는 << 고리오 영감 >> 에서 사기꾼 보트랭의 입을 빌려 인생은 지저분한 부엌보다 더 멋질 것도 없고 부엌만큼이나 고약한 냄새가 난다고 말한다. 음식을 훔쳐 먹기 위해서는 손을 더럽혀야 한다고. 그것이 우리 시대의 도덕이라고. 


곁에 아무도 없다 보면 누구라도 있기를 간절히 바라게 된다.  그때는 한 마리의 파리가 나에게는 힘이 되었다. 침대에 누워서 천장에 매달린 파리를 보다 보니 정이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믿어주는 사람이 있을까 ?  기다려도 오지 않을 사람을 기다리다가 아무 말 없이 떠난 파리를 그리워하며 우럭처럼 울었던, 정신 나간 한 남자의 멜랑꼴리한 센티멘탈'에 대해서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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