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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은 힘이 있다.

 

 

 

 

 

 

 

 

 

 

 

 

 

 

"정말로 진지한 대작을 쓸 생각을 하고 있어. 그 작품은 소설과 아주 똑같을 거야. 한 가지 다른 점만 빼면, 그 안에 적힌 모든 단어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진실이라는 거지"

 

- 차가운 피,

 

< 인 콜드 블러드 > 는 문학사에서 매우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Non-Fiction Novel / 팩션'을 개척한 중요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르포'라고 하기에는 소설 같고,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르포에 충실하다. 카포티는 하퍼 리와 함께 엽기적인 일가족 살인 사건을 취재한다. 그는 이 취재 과정에서 얻은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6년에 걸쳐 < 인 콜드 블러드 > 를 완성한다. 반응은 열광적이었다. 그는 한 순간에 엄청난 부와 명예를 얻었다. 하지만 그리 오래 가지는 않았다. 그의 빛나는 재능은 여기까지였다. 그는 " 재기를 " 하기 위해서 다짐했으나 " 제기랄... " 그의 운은 거기까지였다. 솔직이 고백하자면 그에게 쏟아진 찬사'는 실수였는지도 모른다. 그는 그저 평범한 재능을 가진 글쟁이'였을지도. 하여튼 중요한 것은 그가 이 작품으로 어마어마한 돈을 벌었다는 점이다. 혹자는 이 마지막 멘트를 읽고 지레짐작, 나를 속물로 규정할지 모르겠으나 쫄쫄 굶어봐라. 온갖 잡생각이 떠돌아다닌다.

 

 


 

 

Clue by Alex Eylar

 

 

리얼은 힘이 있다. 더군다나 용감한 녀석들 코너에서 박성광이 " 리얼 100% " 라고 말할 때 < 리얼 > 은 근사하고, 더 웃기고, 더 무섭고, 더 슬프다. 리얼'은 서사를 압도하는 힘'이 있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은 100% 리얼이다. 이 글을 읽기 전에 방광에 오줌이 차 있다면, 괄약근에 똥이 차 있다면 미리 비우시길...... 무서워서 똥 오줌을 못 가릴 것이 분명하기에 !

 

그동안 익명의 사람'으로부터 쪽지를 주고 받았다. 처음 시작은 " 추리소설 좋아하세요 ? 우연히 검색하다가 들렸습니다. " 로 시작했다. 무 담보 즉시 대출의 김미영 팀장'이려나 했더니 지속적으로 쪽지'가 와서 서로 오고가는말대답'을 했다. 날이 덥습니다, 비가 옵니다, 파전에 막걸리 한 잔 하고 싶은 날입니다 등등. 그러던 어느 날, 그가 < 화성연쇄살인사건 > 에 관심있느냐고 물었다. 물론 나는 관심이 있다. 내 말이 거짓말이라고 판단된다면 지금 당장 네이버 검색창에 화성연쇄살인'이라고 입력하라. 내 블로그가 최상단에 노출된다.

 

하루 방문객 수가 1200명 정도 되는데 이중 절반은 화성연쇄살인'이라는 키워드'로 접속된다. 화성 살인 사건에 대한 모든 공소시효가 끝났으나 여전히 이 사건'은 시대의 트라우마로 남은 까닭이다. 좋지 않은 예감이 스치고 지나갔다. 올 것이 온 것이다. 그동안 나는 공개적으로 ( 이 블로그를 통해서 ) 화성 연쇄 살인범'을 꼭 만나고 싶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살아 있다면 이 글을 읽고 연락을 달라. 우울한 유령을 목격하고 싶다, 당신과의 인터뷰를 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말하고 다니고는 했다. 혹시 그 사람일까 ?

 

어제 익명의 쪽지를 보내던 그 사람을 만났다. 내가 상상했던 몽타쥬와는 많이 달랐다. 마른 몸이었으나 키가 컸다. 더군다나 손질이 잘된 창백한 손은 그가 육체 노동자가 아님을 증명했다. 그는 화성의 살인자'가 아니었다. 기껏해야 추리소설 동호회 회원 성격이 강했다. 그는 자신을 출판 에이전시와 관련된 일'을 한다고 소개했다. 나는 소개할 명함이 없었으므로 그냥 고개만 끄덕였다.

 

- 곰곰생각하는발 님의 추리력에 감탄했습니다.

  당신이 찾고 있는 희대의 살인마'가 아직도 살아 있다고 보십니까 ?

- 네, 저는 그가 살아 있다고 " 굳세어라 금순아 ! " 믿습니다.

- 후후, 그가 당신을 애타게 찾고 있습니다.

- 네에 ?!

- *** 씨가 당신을 만나고 싶어 합니다.

 

그는 잠시 주위를 살피더니 낮게 속삭였다. " 곰곰생각하는발 씨가 화성 사건을 추리하신 내용 중 일부는 틀리지만 대부분은 정확히 일치합니다. 제가 당신 글을 프린트로 뽑아서 *** 씨'에게 보여드렸더니 놀라시더군요. 아시다시피, 이 사건의 최종 공소시효는 모두 소멸되었습니다. 그는 법적으로 자유인입니다. 제가 그를 찾아갔을 때에 그는 이미 공소시효가 소멸된 시기였죠. 그에게 죄를 물을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괴물이 된 자의 고백'을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는 사명감이 들었습니다. 그는..... 죽어가고 있습니다. 간암 말기입니다. 그를 설득해서 당시 사건을 기록하고 싶었으나 굳게 입을 다물더군요. 하지만 그가 당신 글을 읽더니 마음의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당신에게 모든 것을 고백하고 싶다고 말하더군요. 이런 말이 생뚱맞지만 당신은 지금 로또에 당첨된 것과 같습니다. "

 

그렇다, 손질이 잘된 남자의 다양한 핸드 메시지'를 읽으면서 어쩌면 이번 기회'가 나의 마지막 로또인지도 모를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뷰이와 인터뷰어. 대한민국 희대의 살인마. 그와의 인터뷰. " 곰곰생각하는발 씨 ! 당신은 어쩌면 제2의 카포티가 될 수 있습니다. 전 당신을 믿어요. 당신의 글솜씨'는 사실 기성 작가들보다 뛰어납니다. 생생해요. 그게 당신의 장점입니다. 무명작가가 희대의 살인마를 만나다. 근사하지 않나요 ? 단 조건이 있습니다. 제가 출판사를 하나 차릴 테니 출판 계약은 저와 함께 하는 겁니다. 어떻습니까 ? 책이 출간된다면 사회적 파장력은 엄청날 것입니다. 당신과 나는 백 억 로또에 당첨된 것과 같아요. 저와 함께 하시겠습니까 ? "

 

아, 눈물난다. 디어 그를 만나는 것이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고 하더니 이제 드디어 그를 만날 수 있다. 익명의 제보자와 다시 만날 약속을 정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현금지급기에서 돈을 모조리 인출해서 정육점에 들려 < 꽃등심 > 을 샀다. 꽃, 등심 꼭 먹어보고 싶었습니다 ! 뒷다리살도 한 근 샀다. 집으로 돌아와서 뒷다리살은 개'에게 줬다. 맘껏 먹거라 ! 꽃등심에서 꽃은 보이지 않아서 살짝 실망했으나 정육점 주인을 고발할 생각은 없다. 붕어빵에도 붕어는 없으니 말이다. 하여튼, 고기 참... 찰지다. 맛있다. 7월 16일 그를 만나기로 했다. 잠이 오지 않는다.

 

 

 

 

 

 

 

 

 

 

 

 

 

 

- 에필로그

 

" 곰곰생각하는발 씨 되시지라 ? 여그 경찰슨디유. 며칠 전에 *** 만나셧지라 ? 으메... 문어발 다리 모냥 우라지게 사기쳤구마잉. 당신에게 화성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혹시 접근혔소 ? 뭐시라... 거... 음 제2의 카프린가, 뭔가... 그, 그러제. 그 카포티... 응, 그려 카포티 ! 그 사람 유명한 사람인가 보오 ? 아, 그러지라. 경찰도 교양 없스믄 못 해먹겠소. 하여튼... **경찰서로 출두하시요잉 ? 아직도 모르것소. 사기요, 사기. 화성 살인범 르뽀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출판 운운하다가 나중에 출판사 같이 차리자며 당신에게 돈 뜯을 모양이었습디다. 아따, 그렇게 머리가 안 돌아가요 ? 지금 그 작자에게 속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요. 이름만 불면 다 아는 작가들이 줄줄이 엮였단 말이외다. 아니... 글쓰는 양반들 똑똑하지 않나 ? 죄다 속아넘어가네. 이문열, 황석영, 은희경, 공지영, 박민수 ? 아, 박민수가 아니라 박민규, 김연수, 김영화 아니 김영하 등등의 작가들이 이 작자 꾐에 빠져서 바친 돈이 모두 50억이요. 하이고... 작가 양반들 똑똑한 척은 우라지게 하더니만 멍충이구만. 헛똑똑이구만. 징징거리지 말고 어서 출두하시요잉 ! "

 

 

전화를 끊었다. 시부랄 ! 갈 차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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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난 도일은 명탐정 홈즈로 부와 명예를 얻었지만 자신이 창조해낸 인물에 대해 싫증을 내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남성 짝패 탐정물'을 " 초보적 형태의 소설 " 이라고 말했을 만큼 홈즈를 부끄럽게 생각했다. 그는 홈즈의 명성 때문에 자신이 진정으로 쓰고자 했던 (문학적 완성도가 높은)역사 소설이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자신은 대중작가'가 아니라 세익스피어 같은 대문호'가 되고 싶었던 까닭이다. 그래서 그는 문학적 완성도가 높은 작품에 집중하기 위해서 시리즈인 홈즈'를 죽이기로 한다. 코난 도일의 전기를 쓴 파트릭 아브란에 의하면 그는 소설 속 인물인 홈즈'를 지겨워 한 것이 아니라 혐오하고 경멸했다고 한다. 호시탐탐 기회를 노린 도일'은 [ 마지막 사건 ] 에서 그를 죽인다. 뭐, 작가가 소설 속 인물을 죽이겠다는데 막을 자'가 누가 있겠는가. 소설가의 지위'란 창조주요, 소설 속 가상 인물인 홈즈와 왓슨'은 그 창조주가 만든 피조물'에 지나지 않는 것 ! 도일이 가상 인물인 홈즈를 죽였다고 해서 도일'이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할 의무 또한 없는 것 아닌가.

 

하지만 일은 ( 더럽게 ) 묘하게 꼬인다. 홈즈가 죽자 영국 사회는 패닉 상태'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거리 곳곳에 조기를 다는가 하면, 사람들은 가슴에 검은 리본'을 달아 홈즈의 죽음을 애도했다. 그뿐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영국 왕실에 편지를 써서 홈즈의 귀환을 종용했으며, 공공연하게 도일을 혐박하기 시작했다. " 흥. 도일 개새끼 ! 말미잘, 해삼, 멍게, 3일 동안 산소 공급이 안 된, 수족관에 갇혀 지낸 개불 같은 자식 ! 부와 명성을 안긴 명탐정 홈즈를 죽이다니, 배은망덕한 놈 ! 응징하리라 ! 쿠아아아앙 " 여기저기 곳곳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이것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패닉'이었다. 독자들은 홈즈를 가상의 인물이 아닌 실제의 인물로 받아들인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출판업자들은 도일에게 거액의 원고료를 제시하며 설득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는 실제로 자기가 낳은 홈즈'를 뼛속까지 증오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수많은 회유와 협박에도 불구하고 8년 동안 홈즈'를 위한 소설'을 쓰지 않았다.

 

 

대중이 열광했던 것은 코난도일'이 아니라 셜록홈즈'였다. 홈즈는 아버지이며 창조주이고 현실 속 인물이 되었다. 반대로 도일은 아들이며 피조물이고 허구 속 인물이 된다. 웩 더 독 ! 꼬리가 개 몸통을 흔드는 꼴이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니 어느 누가 홈즈'를 살리려고 하는 작가가 있겠는가 !

 

 

 

 


 

 

 

 

눈물'이... 을 가린다 !

 

 

 

 

스티븐 킹의 소설은 해마다 영화화된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와중에도 허리우드 스튜디오'에서는 그의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을 것이다. 수많은 영화가 만들어졌지만 원작의 퀄리티'를 고스란히 재현하는 감독은 많지 않았다. 심지어 스티븐 킹 본인이 영화를 만든다고 깝죽댔지만 공교롭게도 지금까지 만들어진 킹의 영화 중 가장 " 후진 영화 " 로 길이 남았다. 다들 동의하겠지만 킹의 원작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은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이다. 그가 만든 < 쇼생크 탈출 > 은 아름다웠고, < 미스트 > 는 전복적이어서 놀라왔다.

 

여기에 한 명 더 추가하자면 로브 라이너'를 뽑고 싶다. < 스텐 바이 미 > 와 < 미져리 > 가 그의 작품이다. < 미저리 > 는 매우 잘 빠진 헐리우드 스릴러 영화'다. 케시 베이츠'가 침목과 해머를 들고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아, 오줌을 지릴 뻔했다. 설상가상 왼쪽 발목을 부러뜨린 미친 간호사 애니'가 소설가의 오른쪽 발목까지 내려칠 땐 너무 놀라서 똥을 쌀 뻔했다. 아, 시부랄 ! 똥 싸도 좋아. 나는 영화 상영 내내 오줌 싸고 똥 쌌다. 그런데 이 영화의 원작은 생각보다 텍스트'가 깊고 우아하다.

 

자세히 뜯어보면 < 미저리 > 는 < 천일야화 > 의 구조를 차용한다. 주인공 폴은 살기 위해서 날마다 미친년에게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한다. 소설 내용이 미친 간호사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죽은 목숨이 된다. 어디서 많이 본 데쟈뷰'가 아닌가 ? < 천일야화 > 다. 우리가 이 두 서사의 유사성을 깨닫지 못하는 이유는 캐릭터의 성별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 천일야화 > 에서의 왕은 < 미저리 > 에서 미친 여자 간호사로 바뀌었고, 세헤라자데 공주는 남성 소설가 폴'로 바뀌었다. 킹은 < 천일야화 > 의 플롯을 가지고 와서 공포소설의 킹'답게 멋지게 재창조한 것이다.  

 

여기에 스티븐 킹은 코난 도일'을 모델 삼아 폴'에게 생명을 부여한다. 킹은 아니라고 할 터이지만, 폴과 코난'은 동일인물이다. 폴이 창조한 미저리'는 코난이 창조한 홈즈'와 같다. 재미있는 사실은 여기서도 성별이 바뀐다. 종합하면 왕은 간호사 애니로 바뀌고, 세헤라자데'는 소설가 폴이 되었으며, 명탐정 마초 홈즈'는 비련의 여주인공 미저리'가 된다. 킹은 역시 꼼꼼하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 ! 쥐새끼처럼 알아채는 곰곰생각하는발이 아니던가.

 

폴은 코난 도일이 소설 속에서 홈즈를 죽였던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창조한 미저리'를 죽이고 새롭게 시작하고자 한다. 하지만 소설가에 의한 < 소설의 죽음 > 은 유예된다. 영국 독자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혔던 것처럼 말이다. 소설 속 캐릭터인 미저리'에 빙의된 애니'는 격렬히 저항하는 셜록키언'을 닮았다. 그녀는 미저리언'이다. 그러니깐 스티븐 킹은 천일야화의 플롯을 끌여들어서 < 코난 도일, 한때의 곤경 > 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 텍스트 수용자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말이다.  결국 미저리'는 살아난다. 폴은  애니와의 사투에서 이겼으나 그녀의 소원대로 < 돌아온 미저리 > 를 썼다. 둘 다 하와이 가지는 않았으나 결과는 미저리의 승리다.  셜록 홈즈가 아버지 코난 도일'을 이겼듯이 말이다.

 

킹이 1999년에 대형 교통 사고를 당했을 때, 내가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 미저리 > 였다. 미저리 속 폴 쉘던'도 교통 사고를 당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죽음을 넘나들었으나 다행히 살아서 돌아왔다. 홀쭉한 모습으로 말이다. 아, 불쌍해라 ! 그의 모습을 보자 눈물이 앞을 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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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3-03-23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 주인공이 작가보다 더 유명한 경우가 꽤 있죠.디킨즈보다 스쿠루지,하디보다 테스,디포우보다 로빈슨 크루소 등등...

우리나라 소설가 중 조성기 씨가 미저리 비슷한 소설을 하나 썼죠.스토커 같은 독자가 나오는...하하하...

곰곰생각하는발 2013-03-23 23:12   좋아요 0 | URL
아, 조성기 작가님 요즘 뭐하시죠 ? 작품 활동을 접으셨나요 ?
글구 보니 조성기 작가님. 아닌가, 내가 알던 그 작가님이 아닌가 ? 헷갈리네요.. 찾아봐야지..ㅎㅎ

노이에자이트 2013-03-24 13:23   좋아요 0 | URL
아니에요.아직도 활동 중입니다.2 년 전 윤치호 전기소설을 썼던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3-24 17:56   좋아요 0 | URL
네에 찾아보니 아직 활동하시네요. 통도사 가는 길... 생각나네요.. 후훗..
 

 

 

 

 

 

 

 

 

미녀는 썩지 않는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눈.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이마, 어디서 많이 본 듯한 턱 선,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미소, 어디서 많이 본 듯한 헤어스타일,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욕망.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눈빛. 아, 아아. 사람들이 서로 닮아......

 

 

연극을 예로 들어보자. 대학로 소극장에서 < 고도를 기다리며 > 를 무대에 올린다고 하자. 동일한 대본, 동일한 무대, 동일한 배우들이 연기를 한다고 해도140회 공연을 거치면서 각 회마다 미세한 차이가 생길 것이다. 연극배우가 대본을 잘못 읽었을 수도 있고, 타이밍이 어긋날 수도 있다. 동일한 재현이지만 약간씩 다르다. 이처럼 반복이 거듭되면 차이'를 만든다. 이 차이'를 들뢰즈는 주름이라고 말할 것이고, 라캉은 얼룩이라고 말할 것이며, 프로이드는 언캐니'라고 대답할 것이다. 성형은 본질적으로 < 불초 > 에서 비롯된 욕망이다. 불초/不肖'는 닮지 않았다는 뜻. 사극에서 효성 깊은 아들이 아버지 앞에 석고대죄하며 울부짖는 < 불초소생 > 이 바로 그 불초이다. 도대체 아들은 무엇을 닮지 못해 불초소생은 지은 죄가 많은 것일까 ? 여기서 말하는 그것의 정체는 오리지날'이다. 이 오리지날'은 진/선/미'를 의미한다. 아버지의 시뮬라크라'인 아들은 아버지의 미학적 원형'을 닮고 싶으나 못난 자식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땅을 치고 우는 것이다.

 

성형'도 자세히 보면 < 원형을 닮으려고 하는 욕망 > 의 발현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진/선/미'에서 미'만 취하고 진과 선'은 취하지 않으려고 하는 태도에 있다. 그러니깐 이 복제는 완벽할 수 없다. 여기에서 차이가 발생한다. 거리에서 마주치는 성형 미인'은 교묘하게 모두 닮았다. 븨 라인 턱, 버선 코, 물방울 가슴, 앞트임. 하이스미스의 < 리플리 시리즈 > 또한 " 불초 " 를 다룬다. 리플리는 백만장자 그린리프'를 죽이고 가짜 그린리프 씨 흉내를 낸다. 하지만 하이스미스는 리플리에게 죄를 묻지 않는다. 완전범죄'로 끝맺는다. 그녀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인간의 원초적 욕망이지 권선징악이 아니기 때문이다. 원형이란 변하지 않는 존재다. 불변'이다. 하지만 인간이 아무리 뚜껑을 원형과 비슷하게  흉내낸다고 해도 속까지 바꿀 수는 없다. 죽는 순간 부패는 진행된다. 짐 크레이스의 걸작 < 그리고 죽음 > 은 인간의 죽음을 다큐적인 시선으로 집요하게 파고든다. 인간은 불변도, 불사도 아닌, 덧없이 사라지는 불초의 존재라는 것을 각인시킨다. 끝은 커트 보네거트풍으로 마무리하겠다.

 

" 그렇게 가는 거지. "

 

 

 

 


 

 

 

 

 

 

 

비닐계 화학 제품은 거의 썩지 않는다. 비닐, 플라스틱, 스티로폼이 썩으려면 100년에서 500년의 세월이 흘러야 한다. 응큼한 곰곰생각하는발 박사의 표현을 빌리면 비닐계 화학 제품의 불사를 35일 동안 죽지 않은 페니스'의 놀랄 만한 발기력이라고 말했을 것이다. 그게 뭐 그리 대수인가, 싶겠지만 인간은 죽는 순간부터 부패가 시작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닐계'는 불멸 불사 불변의 존재에 가깝다. 이 불변성은 자연의 순리에 어긋난다. 화무십일홍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아무리 예쁜 꽃이라 해도 열흘 꽃 피다 시드는 것이 자연의 섭리이다. 물론 백일홍처럼 백일 동안 피는 꽃도 있다지만 왠지 이 꽃은 꽃 같지가 않고 조화 같아서 예쁘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때가 되면 시들다가 떨어진다. 그게 숨탄것들의 운명이다.

 

 

 

래서 인간은 불변성, 영원불변성'을 이상적인 대상으로 삼기 시작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신'이다. 신은 불변의 존재이다. 그런데 니체는 이 불변성에 대하여 딴지를 건다. " 썩지 않는 존재는 수상한 존재 " 다. 드라큐라를 보라, 강시, 좀비를 보라. 불변성을 얻는 순간 무시무시한 존재가 된다. 수백년 동안 이어져오던 가치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너무나 당연한 가치'라고 여긴 불변의 가치는 사실 부르주와 지배 계급이 자신의 계급을 유지하기 위해서 퍼트린 날조에 가깝다. 모든 가치를 뒤집고 다시 생각하라. 그게 니체 철학의 근본이다. 썩지 않는 존재가 수상하다면 늙지 않는 존재 또한 수상한 것이다. 당신은 17시간 동안 죽지 않고 발기한 상태의 페니스'를 정상적이다, 라고 옹호할 수 있나 ? 지루가 한 시간을 넘기면 그것은 비아그라의 힘이다.

 

 

늙지 않는 존재가 수상한 것이라면 노화에도 불구하고 젊음을 유지하는 것 또한 수상한 것이다. 보톡스로 젊은 얼굴을 유지하려는 배우들은 본질적으로 흡혈귀에 매혹된 존재들이다. 40대의 나이에 20대의 얼굴과 몸매를 유지하기 위하여 온갖 성형을 하는 배우는 배우로서 자질이 없는 사람들이다. 구두 수선공은 손의 힘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고, 벽돌을 지고 나르는 노동자는 허리의 힘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고, 이들은 모두 특성화된 신체의 발달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배우는 어떤 신체 기관이 발달했을까 ? 당연히 얼굴이다. 배우란 일반인에 비해 얼굴 근육이 매우 발달한 직업군이다. 일반인들은 잘 쓰지 않는 얼굴 근육을 발달시켜 연기'를 한다. 그래서 배우는 얼굴 근육의 힘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매우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는 한다. 배우가 자신의 얼굴에 보톡스 주사 시술을 하는 것이다. 보톡스'는 독의 일종으로 근육을 마비시키는 역할을 한다. 일종의 부종인데 이 부종은 근육을 팽팽하게 당겨서 주름을 펴게 만든다. 다림질이 주름진 옷을 펴듯이 말이다. 배우는 얼굴 근육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인데 얼굴 근육을 마비시킨다는 것은 구두 수선공이 다 팔을 자른 것과 같다. 그러니 제대로 된 연기가 될 리가 없다. 대사는 절규하는데 얼굴은 무표정이다. 이것보다 더 끔찍한 광경이 있을까 ?

 

 

 

연스러운 것은 썩게 마련이다. 파리는 인간이 숨을 거둔 지 1분 안에 썩는 냄새를 맡고 달려온다고 한다. 부패는 신속하게 진행된다. 파리는 벌어진 인간의 구멍 속으로 침투한다. 눈, 귀, 콧속, 입, 상처, 항문 속으로 들어가서 알을 낳는다. 파리가 가장 좋아하는 곳은 항문이다. 벌어진 괄약근 속은 따스하다. 부패 속도에 따라서 각종 곤충들이 몰려든다. 노래기, 딱정벌레 등도 찾아와 먹이를 먹는다. 남겨진 것은 뼈와 치아뿐이다. 아, 또 하나 ! 유방 속에 넣어둔 실리콘, 양악 수술에 쓰인 철심, 코를 세운 보형물들도 남을 것이다. 썩지 않는 플라스틱 제품처럼 오랫동안 남겨질 것이다. 구더기들이 먹기엔 너무 단단하다 !

 

 

 

 

 

 

 

 

 

 

+

 

 

어느 순간 핑클의 이진이 성유리를 닮아갔다. 처음에는 얼핏 보았을 때 누가 성유리이고 누가 이진인지 구별하기 힘들었다. 핑클 시절 때의 두 사람은 전혀 닮지 않았는데 말이다. 어느 날 그들은 서로 도플갱어'가 되어 있었다. 턱은 47도 븨'라인이 가장 미학적입니다. 앞트임을 하십시요. 입술은 도톰하게, 광대뼈는 몽골 아시아인의 흔적들. 똥구멍에 몽고반점 있나요 ? 맙소사, 레이저로 당장 지우세요.

 

 

+

< 미스코리아 선발 대회 > 에서 항상 궁금했던 것 하나는 왜 하필 미의 절대적 기준이 미혼 여성은 되고 기혼 여성은 안 될까 였다. 미녀를 뽑는데 결혼 유무'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것 아닐까 ? 3초만 머리를 굴리면 답은 나온다. 미스코리아'는 남성 욕망의 결정체이기 때문이다. 성적 관음증을 충족시키기 위한 남성의, 남성을, 남성에 의한 대회'가 바로 미스코라이 대회'이다. 그래도 간통죄'가 엄연히 존재하는 나라여서 차마 유부녀마저 욕망할 수는 없는 법. 그래서 미혼 여성만 뽑는 것이다. 성적 스펙타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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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013-03-27 0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니 곰발님, 어디서 무시했다고 그러셔욧.
여기까지 이렇게 시간 날 때마다 와서 읽고 감탄하고 추천 누르고 그러는데.. :)

곰곰생각하는발 2013-03-27 06:05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새벽 님이시군요. ㅎㅎㅎ.
감사합니다. 전생에 우린 연인 사이였던 것 같습니다. ㅎㅎㅎ.
 

 

 

 

 

 

 

오빠'의 독설.

 

 

 

 

 

 

 

 

 

 

 

 

 

대중은 왜 김미경에게 열광할까 ? 성공한 < 용 > 이기 때문에 그렇다. 여기에는 한 가지 조건이 붙는다. 반드시 놀던 물이 < 개천 > 이어야 한다.  ( 구름 위에서 놀던 용은 절대 안 된다. ) 사람들은 그녀를 개천에서 용 났다고 생각한다. 관객의 판단이 아니다. 김미경은 특강 내내 자신을 별 볼 일 없는, 어두컴컴한, 증평의 촌년이라고 관객에게 자신을 소개한다. 갑자기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이 이룩한 성과를 과장하는 것보다 자신이 얼마나 고생했는가를 과장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그 밑바닥에 처참할 수록 그 사람의 성공은 더 빛나기 때문이다. 김미경은 자신의 성공 스토리에  < 개천' > 이라는 밑바닥을 끌어들임으로써 자신을 더욱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든다. 처세의 달인'이기에 가능한 우아한 기술이다. 그녀는 늘 똑같은 말을 반복한다. " 힘들지 ? " 그리고는 이어서 다음과 말한다. "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해야 성공한다." 이 말을 병렬을 연결하면 언니의 독설은 정말 나쁜 독설처럼 보인다. 힘들어서 쓰러질 것 같은 친구에게 힘들지, 라고 묻고는 더 열심히 해, 라고 채찍을 가한다. 깐 데 또 깐다. 잔인한 일본 순사'처럼 말이다. 이 세상에 인생의 키워드를 알려주는 특강은 없다. 멘토가 알려준 노하우를 그대로 실천한다고 해서 당신이 성공할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 인생이 그런 몇 가지 지시'로 운명이 바뀔 수 있다면 저 높고 높은 구름 위의 신은 왜 존재하는 것일까 ?  멘토는 없다. 오직 甲만 있을 뿐이다.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by Sean Mort

 

미경은 스타 강사'다. 최근에는 < 무르팍 도사 > 에도 나오고, 티븨엔 < 스타특강쇼 > 진행자'로 맹활약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스타강사 쇼'를 한국의 오프라 윈프리 쇼'로 키울 야심을 가지고 있을 터'이다. 중국에 사대천왕이 있다면, 한국에는 사대멘토가 활약 중이다. 안철수, 김난도, 혜민'에 이어서 김미경도 한국의 내노라하는 대표 멘토'가 된 것이다. 가뜩이나 특강으로 수입이 짭짤한 분이 책도 불티나게 팔리니 천국이 따로 없다. 그녀의 특강 주제'는 밥그릇 챙기기'에 대한 이야기'다. 하지만 밥그릇은 쉽게 바닥을 보이는 법이다. 바닥을 숨기기 위해서 아무리 고봉으로 밥을 쌓아도 머슴밥이다. 뱃놈, 숟가락질 몇 번이면 그릇 바닥이 보인다.

 

김미경은 최근 인문학 비하 논란으로 화제의 인물'에 올랐다. 동영상을 찾아서 보았다. 핵심은 인문학 읽으면 밥이 나오냐 떡이 나오냐, 다. 차라리 자기계발서'를 읽는 것이 유익하다는 논리인데, 이 정도면 노골적인 PPL 광고'이다. 왜냐하면 자기계발서'를 20권 남짓 써온 < 자기계발서의 오프라 윈프리' > 가 아니었던가. 자기 책 광고 하려고 인문학을 시건방 떠는 것으로 비하하는 것이다. 인문학을 소금에 비유한다면, 성공학은 설탕이다. 설탕은 안 먹으면 되지만 소금은 섭취를 못하면 죽는다. 그게 인문학과 처세학의 차이다. 그녀의 말대로 책은 죄 없다. 사람도 아무 죄 없다. 문제는 김미경을 멘토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문제'다. 이것저것 맛 보는 것은 나쁘지 않다. 문제는 대한민국 성인의 1년 독서량이다. 1년에 한 권 읽는 수준의 독서'가 꼭 (언니의) 독설'이어야 할까 ? 끼리끼리 논다는 것은 맞는 말이다. 김미경 특강을 보고 있으면 그녀는 꼭 약장수 같다.

 

자기계발서의 한계'는 분명하다. 자기계발서'가 하라는 대로 따라 해서 성공한 사람은 거의 없다는 점이다. 그것이 바로 자기계발서의 정체다. 그녀의 책이 백만 부가 팔렸다면 백만 명이 읽었을 것이고, 그 책이 집의 서재에 꽂혀 있다면 엄마가 읽고, 아빠, 동생이 읽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그녀의 책을 읽은 사람은 최소 200만 명이 될 터인데, 왜 항상 그 모양 그 꼴로 살아가는 것일까 ? < 400만 원으로 10억 만들기 > 라는 재테크 서적이 있다. 그 책의 노하우를 충실히 따르면 모두 부자가 될 것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과연 있었나 ? 시중에 떠도는 자기계발서의 팔 할은 쓰레기'다. 김미경은 초등학교만 나오면 다 나오는 얘길 왜 인문학에서 배우려고 하느냐고 묻는다. 그렇다면 반대로 똑같이 한번 당신에게 되묻자. 초등학교 교과서에서도 깨우치려면 깨우치는 법이거늘, 왜 이런 특강쇼'를 기획하는 것이오 ?

 

1년에 쏟아지는 이런 책들은 출판 시장을 오염시킨다. 수백 권의 자기계발서'가 쏟아지지만 사실은 똑같은 말이다. 유식하게 말하자면 ( 보드리야르의 말을 빌리면 ) 동일증식'이다. 김미경이 스타 강사여서 그렇지, 별 볼 일 없는 책들도 김미경이 했던 소리를 글자 하나 안 틀리고 무한 반복한다. A라는 책의 주제가 < 디테일을 중시하라 > 라면 B의 책은 이 디테일을 살짝 비틀어서 < 꼼꼼한 김대리의 성공 노하우 > 라는 제목으로 책이 나온다. 그리고 C의 책은 < 이제는 친정 엄마 마인드'다. > 라는 컨셉을 잡는다. 디테일을 구수한 한국식 말로 바꾸면 잔소리요, 꼼꼼한 태도'가 아닌가. 또한 그러한 상징적 인물은 친정엄마가 아닐까 ? 결국 같은 이야기의 변주다. 이런 식의 무한반복이 바로 자기계발서'이다. 그러니깐 당신은 10년 전에 읽은 책을 제목만 바뀌어서 나온 책을 다시 읽는 것이다. 10년 전에 그 책을 읽었다면 지금은 성공한 사람이 되어 있어야 하는데, 여전히 그 모양 그 꼴로 그 책을 다시 읽는 것이다. 성공하기 위해서 말이다.

 

밑천이 없을 때 바닥을 보이는 것을 탓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두둑한 종잣돈을 쌓아두고도 바닥 운운 하며 죽는 시늉을 하면 얄미운 법이다. 자신의 성공 스토리를 극적으로 보이기 위해 개천'을 끌어들이지는 말자. 이만큼 고생해서 이렇게 성공했으니, 당신들도 그만큼 고생해야 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고 쉽게 말하지 말자.  눈코 뜰 사이 없이 살아온 그녀가 틈틈이 3년 간 9권이나 책을 썼다. 참... 부지런하시다. 이 정도면 조르조 심농과 견줄 만하다. 심농은 평생 300권의 작품을 선보였다. 단, 심농은 전국을 돌아다니며 강의 따위'를 하지는 않았다. 오로지 글만 썼다. 다른 건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인문학 서적은 한두 달에 한 권씩 완성될 수는 없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정약전은 평생을 통해 단 한 권'을 남겼다. 그리고 발터 벤야민은 자신이 쓴 책 때문에 나치에 쫒겨다니다가 어느 낯선 나라의 국경 근처에서 자살을 선택했다.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당신은 언제 단 한 번이라고 목숨 걸며 책을 쓴 적이 있던가 ? 인문학과 자기계발서의 차이다.오빠의 독설이었다.

 

 

 

 

 

 

+

다음은 최근에 나온 책의 발매 시점'을 나열해 보았다.

 


 

아트 스피치        2010/05
스토리 건배사     2010/11

 

언니의 독설        2011/06

키즈 스피치        2011/07

스토리건배사2.    2011/11

한달에 한번...       2012/02   

2012 자기계발     2012/02   

내 안의 스티브     2012/02

 드림온               20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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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사르 2013-03-22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 논문 표절 사건만 아니었으면 저 같은 게으른 독자는 이런 사람의 존재도 몰랐을텐데.
저는 이 사람의 책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더 많이 팔릴지 아니면 판매고가 줄어들지, 그게 궁금하네요.
예전에 신정아씨 책 냈을 때 폭발적인 반응과 사뭇 차이는 나겠지만 말입니다. 신정아씨 때는 베일로 감춰진 사건을 들춰보고 싶어하는 심리 때문이라는 이유가 있었지만, 이번 사건에 만약 어떤 반응이 있다면, 어떤 이유일지 그게 궁금해서 말이죠.

곰곰생각하는발 2013-03-22 13:53   좋아요 0 | URL
옛날에도 반짝 스타 강사는 많았어요. 그 사람들 모두 공통점은 어느 순간 사라진다는 거죠...
신기루 같습니다.

이진 2013-03-23 0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와 다른 레벨이시라고 답글을 다셨던데, 이제야 그 말에 확신이 가는 군요!
이 글은 정말 제 마음을 쏙 빼들어 글로 옮긴 거 같군요. 곰곰님의 그 날카로운 시선과 비판적인 문장들이 벌써 사랑스러워지려 합니다. 김미경의 강연을, 김미경쇼가 편성되기 전에 스타특강쇼에서 몇 번 본 적이 있어요. 그녀는 말 하나는 진짜 타고난 듯합니다. 한 두 편 보다보니 지겨워져서(같은 말만 하더군요) 더 이상 안 보게 되었는데, 어제 인문학 비하 사건 기사 읽고 기가 찼어요. 자기계발서를 읽으라니, 그것도 인문학을 접어두고? 뭔가 찝찝했는데 곰곰님께서 그 찝찝함의 원인을 속 시원히 밝혀주셨군요. 책 많이도 썼네요, 김미경씨.
아, 더 적을 글이 있었는데 댓글 쓰다가 다른 일 좀 했더니 홀랑 까먹었네요.
곰곰님, 좋은 아침!

2013-03-23 1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3-24 20: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야호, 영화배우 한가인과 술을 마셨다!!!

 

 

 

 

구청에서 버려진 자전거를 수리해서 구청 시민들에게 무료로 나눠준다고 해서 찾아갔다. 구청 앞마당엔 다양한 종류의 자전거가 일렬로 나열되어 있었다. 짐자전거도 있고, 사이클도 있고, 산악용 자전거도 있었다. 나는 그중에서 제일 후줄근한 자전거 하나를 골랐다. 형편없는 자전거였다. 산악용 자전거도 아니고 짐자전거도 아닌 애매모호한 자전거였다. 80년대 디자인의 자전거였다. 외모로 평가하자면 박색이요, 곰보, 얼꽝이었다. 나는 이 자전거에게 < 애매모호 > 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내가 이 자전거를 선택한 이유는 디자인이 후줄근하고 너무 낡아서 길거리에 방치를 해도 동네 아이들이 훔쳐가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은 달동네로 계단을 34개나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 마당에 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자전거는 늘 계단 초입의 전봇대에 매어 두었다. 말이 잠금 장치이지 손으로 힘껏 당기면 풀렸다. 하여튼...... 못난이 중고 자전거 하나가 생겼다.

 

한 달 전이었다. 날씨가 좋아서 자전거를 타기 위해 내려갔더니 전봇대옆에 자전거가 있어야 하는데 보이지 않았다. 이런 자전거를 훔치는 사람도 있던가 ? 이상한 놈이로군. 흠흠. 하지만 더 이상한 일은 다음 날 벌어졌다. 잃어버렸던 자전거가 제자리에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잠금장치가 채워진 채로 말이다. , 신이 곡할 노릇이군. 누가 이 낡은 자전거의 잠금장치를 해제한 후 타고 다니다가 다시 제자리에 놓은 것. 그런 날이 계속 이어졌다. 누군가가 < 애매모호 >를 날마다 애용하고 있는 것이었다.

 

수수께끼는 이내 풀렸다. 왜냐하면 길을 가다가 우연히 이 자전거를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자전거는 굿모닝마트 앞 자전거 거치대 안에 있었다. 피식. 디자인이 너무 촌스러워서 타고 다니는 것이 부끄러울 지경이었다. 아이고, 누가 요즘 이런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가 !ㅎㅎ. 아마도... 나이 지긋한 동네 어르신이나 할머니가 타시고는 얌전히 제자리에 놓고 가시는 것이리라. 귀여운 자전거 도둑이 아닌가 ?피식.

 

자전거 도둑의 얼굴을 보기 위해서 마트 입구 벤치에 앉아 봄 볕을 쏘이고 있는데 우연히 그곳에서 영화배우 한가인을 봤다. 영화 촬영이 있는 날인가 ?우와, 정말 예뻤다. 화장을 하지 않은 얼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태어나서 그토록 예쁜 여자는 처음 보았다.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넋을 놓고 보고 있는데 한가인이내쪽으로 다가왔다. 점점. 점점점, 점점점점더 ! 그러더니 내 자전거의 잠금장치를 푼 후 안장 위에 올라타는 것이 아닌가 ?뭐지 ?! 몰래 카메라인가 ?한가인이 내 자전거를 훔친 도둑 ?

 

물론 영화배우 한가인이 내 자전거를 훔쳤을 리는 없을 것이다. 한가인을 닮은 여자가 내 자전거를 훔쳤을 것이다. 하여튼 여자가 떠나기 전에 말을 걸어야 한다. 왜 내 자전거를 훔쳤소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변호사를...아니지. 혹시 죄송하지만... 아니지. 내가 왜 죄송해야 하지 ?! 잠시 곰곰 생각하느라 가만 앉아 있는 사이 한가인이, 아니 한가인을 닮은 여자가 먼저 나에게 말을 걸었다. “ 혹시, 이 자전거 주인이세요 ?“ 나는 수줍게 네, 라고 답했다. 한가인을 닮은 여자는 한가인만큼이나 예뻤다.

 

웃을 때 백옥 같은 하얀 치아가 가지런히 보였다. 천사가 따로 없군 ! 그녀가 말했다. “ 화 나셨다면 죄송해요. 누가 전봇대에 자전거를 자물쇠로 채우고는 버린 것이나 다름없는 방치를 했다고 판단했었거든요. 그래서 자전거를 빌리고는 다시 그 자리에 가져다 놓았어요. 저에겐 꼭 필요한 자전거이거든요. “ , 네에. 나는 수줍어서 별 말도 못했다. 여자가 말했다. “ 제가 실례를 범했으니 좋으시다면 시원한 맥주 한 잔 하실래요 ?“ 물론, 나는 좋았다. 좋은 정도가 아니라 입이 찢어지는 줄 알았다.

 

자전거 도둑과 나는 동네 아사히 생맥주 집에 가서 아사히 맥주를 마셨다. 어찌나 달던지 !한가인을 닮은 자전거 도둑은 얼굴뿐만 아니라 마음도 고왔다. 아마, 한가인이라고 해도 사람들은 믿을 것이다. 내가 그 자전거 이름이 < 애매모호 > 라고 말하자 여자는 박장대소했다. 유머 감각 있으시다 !까르르르르. 이때다 싶어서 앞으로 개를 키우면 반드시 개 이름을 <연락처좀알수있을까요> 라거나 < 아름다우세요 > 라고 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왜요 ? 라고 여자는 궁금한 듯 물었다. 하하하. 개를 데리고 공원을 산책하면 개를 사랑하는 여성분들이 오셔서는 꼭 이런 질문 하잖아요. 이름이 뭐에요 ? 이렇게 말이죠. 그러면 전 이렇게 대답합니다. 연락처좀알수있을까요 ? 아름다우세요. “한가인을 닮은 도둑은 정말 신나게 웃었다. 여기 생맥둘이요 ! 여자가 맥주를 추가 주문했다. 대화가 흥미롭다는 증거다. 여자가 물었다.

 

- 혹시 집에서 개는 안 키우세요 ?

- 두 마리 키우고 있습니다. 이름이 < 다행 > 이와 < 덕분 >에 입니다.

- 다행이와덕분에 ?!

- , 다행과 덕분. 개 이름을 부르면 늘 즐거워요. 덕분에 재미있게 놀았어, 참 다행이다 등등.

- , 감동적인 이름이네요. 저 지금 감동해서 눈물이 흐를 뻔 !작명술의 달인이세요.

- 하하하.

- 호호호.

 

자전거 주인과 자전거 도둑은 그렇게 화기애애하게 술을 마셨다. 취기가 어느 정도 오를 때 내가 도둑에게 말했다. “ 아름다우세요. 미인이십니다. 주변 사람들이 한가인 닮았다는 소릴 자주 하지 않나요 ?“ 여자는 생글생글 웃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 한가인 닮았다는 소릴 들어 본 적은 없어요 !

- 왜요 ?

- 내가 바로 한가인이니까요 !! 까르르르르.

- 네에 ??! 농담도 잘 하십니다. 까르르르르.

- 농담 아니에요. 우르사 웅담입니다. 까르르르르.

- 전 곰곰생각하는발입니다. 까르르르르.

 

자세히 보니...... 자전거 도둑은 한가인을 닮은 여자가 아니라 한가인이었다. 그래, 한가인이야 !어라 ?! 이게 무슨 일이지 ?한가인은 계속 까르르르 웃었다. 여자가 말했다. 제가 왜 이 낡은 자전거가 필요한지 아시나요 ? 낡고 볼품없는 당신의 자전거는 저에게 있어서 일종의 가면과 같은 기능을 하는 물건이에요. 마법의 자전거죠. 이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 사람들은 저를 못 알아본답니다. 한가인이 설마 이렇게 낡은 자전거를 타고 대낮에 모자와 선그라스도 없이 돌아다니겠어 !한가인을 닮은 여자겠지. 이런 마음인 거죠. 오히려 제가 자전거 없이 선그라스를 끼고 모자를 푹 눌러 쓰고 돌아다닌다고 생각해 보세요. 위장은 오히려 제가 한가인이란 사실을 돋보이게 할 뿐이죠. 호호호호. 아시다시피, 유명인이 되면 사생활이 없게 되잖아요. 가끔 자유롭게 거리를 걷고 싶어요. 자유인으로 말이죠. 이 자전거가 저를 자유롭게 해준답니다. 일종의 투명 망토죠. 이건 비밀입니다. 자전거 도둑과 자전거 주인만이 알고 있는 비밀. 아셨죠 ?“

 

한가인과 난 아사히맥주집을 나와서 자전거를 매어 두는 전봇대까지 함께 걸었다. 그녀는 유쾌한 여자였다. 종종 훔치러 오겠어요 !네에. 대환영입니다. 언제든지 훔치세요. 하하하. 호호호. 배우 한가인과 나는 그렇게 헤어졌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내가 소설을 쓰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혹은 지랄하고 자빠졌네, 라며 웃을 것이다. 그럴 만도 하다. 한가인이 자전거 도둑이라는 둥, 한가인과 함께 아사히생맥 6잔을 마셨다는 둥, 30분 동안 거리를 산책했다는 둥의 이야기를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물론 입장을 바꾸고 본다면 나 또한 우스갯소리라고 생각할 것이 분명하다. 또 어쩌면 내가 착한 자전거 도둑에게 속은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진짜 한가인이 아니라 스스로를 한가인이라고 착각하는 정신 나간 가짜 한가인의 판타지에 속은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런들 어떠하고, 이런들 어떠하랴. 그 여자는 눈부시게 아름다웠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으니 말이다. 나는 한가인과 술을 마셨다.

 

 

 

 

 

*

 

 

에필로그

 

어제 토크쇼에 한가인이 출연했다. < 건축학개론 > 의 흥행돌풍으로 인해 그 영화에 출연한 배우 몇몇이 나온 것이다. 시시껄렁한 잡담이 이어졌다. 내 눈엔 한가인만 보였다. 그 자전거 도둑은 정말 한가인이었을까 ? 아니면 한가인을 닮은 여자였을까 ? 그 여자의 말은 정말 농담이 아니라 우르사웅담이었을까 ? 화장을 한 얼굴과 화장을 안 한 얼굴을 비교하니 자전거 도둑의 말은 진담 같기도 하고 농담 같기도 했다. 내 코가 석 자인데 지금 내가 이런 일에 신경 쓸 시간이 없지. 티븨를 끄려고 할 때 모니터 속 한가인이 하얗고 고른 치아를 보이며 말했다.

 

어제 강아지를 하나 입양했어요. 아직 이름은 정하지 않았지만 < 다행 > 이나 < 덕분 > 둘 중 하나를 고를까 해요. 어떤 이름이 좋을까요 ?“ 그날 나는 한가인이 앉은 자전거 안장에 앉아서 밤 벚꽃 길을 달렸다. < 애매모호 > 는 관절염에 걸렸는지 연신 삐끄덕삐끄덕 소리를 냈다. 한가인은내년에도 벚꽃이 피는 봄이 오면 자전거 도둑이 되어서 내가 사는 동네를 찾아올 것이다. 그리고는 전봇대에 묶인 자전거를 풀어 자유롭게 자전거를 탈 것이다. 잠시 동안 배우 한가인은 배우 한가인을 닮은 여자가 되어서 꽃처럼 사푼사푼 거리를 걸을 것이다. 내년에도 한가인과아사히 생맥주를 마시고 싶다. 한가인파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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