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가면 눈의 근육이 탄력을 잃어가면서 시력이 나빠진단다.

때론 아주 멀리서, 때론 아주 가까이서, 때론 눈을 감고

볼 때만 알아 볼 수 있는 무늬와 결이 있다. 

보고 있지만  보지 못하는 세상의 무늬와 결...

그것을 볼 수 있는 투명한 탄력이 어린 아이의 마음이 아닐까? 

 

작지만은 않은 삶의 그림도

그런 투명한 탄력이 살아있는 시선으로 바라보야 하겠지...

 

(처음 보는 순간 마음은 잠잠해지고

내 안에서 많은 이야기들을

한 번에 꿈틀거리게 해서 마음을 가다듬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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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4-07-20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무늬님, 더운 날씨에 잘 지내시겠지요?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 맑은 눈을 변함없이 지켜가며 나이들면 좋겠어요. ^^

물무늬 2004-07-20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무더운 날씨이지만
구름을 달리게 하는 시원한 바람이 큰 위로가 됩니다.
님도 잘 지내시죠?
네, 어른이 되면서 보지 못하는 것들이 늘어가는 것 같습니다.
그런 맑은 눈을 지킬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Seiki Kuroda, [Telling an Ancient Romance]

많은 여운이 풍겨나는 뒷모습이다.
내 안으로 파고드는 사연을 그려보기도 전에
다른 님들의 이야기들을 보고 말았다.
그 이야기에 붙들려 버린 것이다.
그 사연들을 담아본다.


"어깨만 빌려주고 얼굴은 보이지 않은 남자..
서로 깎지 끼고 잡은 손.."

"왜 기대나.
왜 손잡나..
그는 이제
눈 앞에서 사라질
바람같은 존재인데...

그 마음,
허망하기도 하지."

"저리도 기대고 싶고, 놓치고 싶지 않은 손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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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yan Evans, [Wet Walk in Kelvingrove Park]

비에 젖은 단풍잎, 은행잎의 빛깔을 기억한다.
비오는 날 세상의 빛깔은 깊게 젖어든다.
더욱 깊게 울려오는 세상...

눈물이 넘쳐 흐르는 날도
우리 존재의 깊은 무엇인가가
울려온다, 그 미세한 떨림까지...

허나 언제부터 였을까?
커다란 우산을 바람에 빼앗기지 않으려 애쓰고
잰걸음으로 비를 피해
걸어가기 바쁘게 된 것이...

그 깊은 빛깔과 떨림을
잠잠히 느끼고 지켜볼 여백을 잃은 것일까?
쏟아지는 빗 속을 우산 없이 거닐고
흠뻑 젖어들던 가슴을 잃은 것일까?

눈물이 줄어가면서
우산 없는 빗 속의 산보도
줄어갔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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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nding Nude Girl] - Egon Schiele(1890-1918)

"내게 예술이 없었다면 지금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나는 생을 사랑한다. 나는 모든 살아있는 존재의 심층으로 가라앉기를 원한다"

 

이렇게 말한 쉴레는 소녀의 육체에서 흉물스럽게 일그러진 선과 탁하고 무거운 색을 보았다. 말 그대로 "몰골"을 본 것이다. 모든 살아있는 존재의 심층을 응시하려 한 쉴레가 소녀의 심층에서 본 것은 무엇일까? 고통과 절망, 허무함에 지칠대로 지친 존재의 연민? 모든 살아있는 존재의 생동감 속에 감춰진 주검의 그림자?

 

적어도 나는 이 그림 속에서 봄에서 겨울을 보고 겨울에서 봄을 보는 시선을 느낀다. 그 민감하고 여린 시선을. 부드럽고 고운 소녀는 노파의 죽어가는 육체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것을 느낄 수 있는 시선은 동시에 노파의 시든 육체, 그 몰골 속에서 소녀이 설레이는 육체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소녀의 민감하고 여린 시선만이 시든 죽음과 거기에서 움트는 생명을 볼 수 있다. 이 그림에선 그런 깊은 시선이, 애정어린 시선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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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 추적 내리는 비와 후덥지근한 더위, 끈끈한 몸...
표정이 일그러지고 마음마져 끈끈하게 굳어지기 쉬운 날씨다.
하지만 마음 속에 아름다운 불꽃 하나
꺼지지 않는다면
그 짜증스런 풍경도
아름답게 볼 수 있지 않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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