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움에 대하여



땀과 기름에 절어가며

낡아

빛바래고

너덜너덜해지는 작업복



벗이여

새로움이란

새옷을 갈아입는 것이 아니네.

이렇게 거짓 없이 낡아가는 것이네.



-김해화, <누워서 부르는 사랑 노래> 중에서


거짓없이 내 존재가
그대로 변해가는 새로움,
낡음과 늙음
그것이 내게 있어서
진정한 새로움이 아닐까?

사랑받던 주전자가 낡아져 버림받았을 때
전에 없던 새로움이 찾아든다.
물이 아닌 흙과 꽃을 담는 새로움
생명을 나눠주다가
이젠 생명의 터가 되어주는...



그렇게 거짓없이 자연스레 낡아가기를....

2004. 8. 3. 하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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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규백 作, "담"
당신이 쌓은 벽과 내가 쌓은 벽 사이에
꽃 한 송이 피어나고
당신의 지난 날과 내가 지나온 날들이
그 꽃 위에 바람되어 불고

당신의 고운 눈가엔 이슬처럼 눈물이
내 파리한 이마 위엔 굵은 땀방울이
그 애처러운 꽃잎 위에 촉촉히 내리고
당신이 쌓은 벽과 내가 쌓은 벽 사이에
그 꽃이 바람에 꽃씨를 날릴 때
당신의 고운 눈가엔 어느새 잔주름이
내 파리한 이마 위엔 굵은 땀방울이
그 애처러운 꽃잎 위에 따뜻이 내리고

당신이 만든 창과 내가 만든 창문 사이
그 꽃이 가득 피어 아름다운 꽃밭될 때
그 때
하덕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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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심원 作

가만히 감은 눈,
귀기울이는 듯, 향기 맡는 듯,
살포시 스쳐가는
엷은 미소...

무엇인가를
음미하는 쉼
잔잔한 행복 번지는...

그녀의 휴식을 그득 채운 감정의 결이
무엇일지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그윽한 휴식에 전염되는 듯...

소중한 님들에게도
그녀의 그윽한 휴식이 깃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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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4-08-05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침착한 초록빛입니다.
조금 가라앉은 색이 좋아요.
퍼갈게요.^^

물무늬 2004-08-06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착하게 조금 가라앉은 색이란 표현이 마음에 듭니다.
침착하게 조금 가라앉아 음미한 그 무엇....
 


주태석 作, 자연-이미지, 1999, 캔버스에 아크릴릭, 45 x 53 cm

시선을 끄는 그 무엇인가
그렇게 시선을 빼앗기는 순간
흐릿해지는 여백의 풍경은
오히려 더 아름다워 진다.

배경으로 전락한 여백은
전락을 통해 오히려 도약한다.

초점을 한 곳에 두면서
오히려 여백을 느낄 수 있는
시선의 허허로운....


사실주의의 시선이 주제가 되는 대상에 집중되면서
그 배경은 거세되곤 한다.
규정은 부정라 했던가. 규정은 부정된 아름다움을 잃곤한다.
그러나 규정을 위해 초점을 맞추는 순간
초점에서 벗어난 풍경은 사각의 액자틀 밖에서
흐릿한 아름다움으로 노닐고 있다.
그 부정된 대상에 대한 사실주의는
그 아름다움을 부정할 수 없는 "전락의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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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연주하던 기타가 하나 있었다. 표면에 광택제를 바르지 않아 나무의 결과 감촉이 그대로 느껴지던 클래식 기타. 오랜동안 연주하고 매만지면서 그 위로 눈물과 땀을 떨궜었던 기타. 오래동안 나와 함께 한 그 기타의 목부분은 내 손길에 의해 그 어떤 광택보다 깊고 맑은 빛을 띄게 되었었다.



기억은 그렇게 따스한 마음, 눈물과 미소로 오래동안 매만질 때
깊고 맑은 추억의 빛으로 울려오는 것이 아닐까?

추억을 바라보는 삶은 미래 지향적이지 못하다고 비난받곤 한다.
그러나 기록과 기억만이 있고 내일을 향한 욕망만 가득한 삶 만큼 공허하고 황폐한 무늬가 있을까?
맑고 깊은 추억은 "지금-여기"를 또한 바로 "내일"을 위한
흥겨운 리듬과 고운 선율로 춤추게 하지 않던가?
너무나 힘겨운 상처로 얼룩진 기억도
여리게 떨려오는 포근한 손길에 의해
바다의 깊은 일렁임 닮은 춤사위로 울려오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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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4-07-28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통기타의 맑은 냇물같은 추억이 들리는 것 같아요^^

물무늬 2004-07-29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통기타의 맑은 냇물같은 추억"이란 표현이 참 좋네요.
제가 매만지는 추억의 조각이 님에게도
무엇인가 소리로 들려지니 참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