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사한 햇빛이 빛나던 어느 오후, 둘세 로사 오레야노는 카니발의 여왕이 되어 재스민 왕관을 썼다. 다른 후보들의 어머니들은 그런 결정이 부당하다면서, 둘세 로사가 그 지방에서 가장 힘 있는 상원의원 안셀모 요레야노의 외동딸이기 때문이라고 투덜댔다. 여자들은 이 소녀가 매력적이고 품위 있으며, 피아노도 잘 치고 그 누구보다도 춤을 잘 춘다는 사실은 인정했지만, 이 상을 받을 수 있는 더 아름다운 경쟁자들이 있다고 수군거렸다. 그들은 오건디 옷을 입고서 화관을 쓴 채 시상대에 서서 관중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는 소녀를 바라보면서, 이를 악물고 속으로 욕을 퍼부었다. 이런 이유로 몇 달 수 엄청난 불행이 오레야노 가족의 집을 습격해서 수많은 죽음을 야기했을 때, 몇몇 여자들은 고소해하기도 했다. 이런 불행을 수습하는 데는 30년이란 세월이 필요했다.
미의 여왕을 선출하던 밤에 산타 테레사의 시청 홀에서는 무도회가 열렸고, 머나먼 마을의 청연들이 둘세 로사를 보기 위해 몰려들었다. 그녀는 행복한 표정이었고, 너무나도 우아하게 춤을 추었기 때문에, 청년들은 그녀가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느끼지 못했다. 그리고 그들이 떠나왔던 마을로 되돌아가자, 한결같이 그녀처럼 아름다운 얼굴은 보지 못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렇게 둘세 로사는 이 세상 최고의 미녀라는 뜻밖의 명성을 누리게 되었고, 이후 그 누구도 감히 이런 말이 사실과 다르다고 폭로할 사람은 없었다. 그녀의 피부는 티 하나 없이 깨끗하고, 눈은 투명하기 이를 데 없다는 과장된 묘사는 입과 입을 통해 전해졌고, 그 말을 듣는 사람들은 자기들이 생각했던 것들을 조금씩 덧붙이곤 했다. 그곳에서 멀리 떨어진 도시의 시인들은 둘세 로사라는 여인을 상상하면서 그녀에게 바치는 시를 쓰기도 했다.
상원의원 오레야노의 집에서 꽃피고 있는 아름다운 소녀에 대한 소문은 타데오 세스페데스의 귀에까지 전해졌다. 그는 자기가 둘세 로사를 알게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25년 간 그는 시를 외우거나 여자를 쳐다볼 시간조차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단지 내전에만 관심이 있었다. 면도를 하기 시작한 이후, 그의 손에서는 무기가 떠난 적이 없었고, 오래 전부터 화약소리를 들어가면서 전선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는 자기 어머니의 입맞춤과 어머니가 부르던 성가도 잊은 지 오래였다. 그가 항상 전쟁에 참가할 명분이 있었던건 아니었다. 휴전 기간동안에는 그의 도당들이 쳐부술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심지어 억지로 이루어진 평화의 시기에도 그는 해적과 같은 삶을 살았다. 그는 폭력에 길들여진 사람이었다. 그래서 눈에 보이는 적들이 있을 때에는 그들을 찾아 사방으로 나라를 돌아다녔으며, 그것들을 만들어내야만 했을 때에는 전쟁의 그림자와 싸우곤 했다. 아마 그가 속했던 정당이 대통령 선거에서 이기지 않았더라면, 이런 식으로 평생을 살았을 것이었다. 그러나 하룻밤 사이에 그는 비밀스런 존재에서 권력을 휘두르는 사람으로 변했고, 그것으로 폭력을 선동할 명분이 모두 끝나버렸던 것이다.
타데오 세스페데스의 마지막 임무는 산타 테레사 마을을 징벌하는 원정이었다. 백이십 명의 도당을 이끌고 산타 테레사 사람들에게 따끔한 교훈을 주고 , 반대파의 주모자들을 제거하기 위해 그는 밤을 틈타 마을로 들어왔다. 그들은 공공건물의 창문을 향해 마구 총격을 가했고, 교회의 문을 부수고서 말을 탄 채 제단까지 진입했으며, 그들의 길을 막던 클레멘테 신부를 짓밟아 버렸다. 또한 자모회가 광장에 심었던 나무들을 불태운 다음, 전쟁을 부르짖으며 전속력으로 언덕 위에 자랑스럽게 서 있던 상원의원 오레야노의 저택을 향해 나아갔다.
상원의원은 자기 딸을 가장 외딴 정원에 있던 침실에 가둬놓고 그 정원에 개를 풀은 다음, 충성스런 열두 명의 하인들을 이끌고 타데오 세스페데스를 기다렸다. 바로 그 순간 그가 생전에 수없이 불평했던 것처럼, 무기를 들고 자기 집의 명예를 지켜줄 남자아이들이 없다는 사실이 한이 되었다. 그는 자기가 아주 늙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런 것을 오래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언덕 중턱에서 밤을 공포에 떨게 만들면서 다가오고 있던 백이십 개의 가공할 만한 횃불을 보았기 때문이다. 상원의원은 아무 말 없이 마지막 남은 탄약을 나누어주었다. 이미 모든 것은 예견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날이 밝기 전에 전쟁터에서 남자답게 죽을 것임을 알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사람은 내 딸이 숨어 있는 방의 열쇠를 들고 가서 내가 지시한 의무를 수행하라"
상원의원은 총성이 시작되자 이렇게 말했다. 그들은 모두 둘세 로사가 태어난 것을 보았고, 그녀가 걷기 시작할 때에는 그녀를 무릎에 안아주었으며, 겨울철 저녁때에는 귀신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또한 그녀가 피아노치는 소리를 들었으며, 카니발의 여왕으로 화관을 썼던 날에는 모두 울음을 터뜨리며 박수를 쳤다. 그녀의 아버지는 마음 편히 죽을 수 있었다. 어쨌건 딸아이가 타데오 세스페데스의 손에 포로가 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상원의원 오레야노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은 그가 전쟁터에서 무모하리만큼 용감하게 싸웠지만, 맨 마지막으로 남을 사람이 자기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열두 명의 친구들이 하나씩 쓰러져가는 것을 보았고, 마침내 계속해서 저항한다는 것이 쓸모없는 일임을 깨달았다. 그는 배에 한 방의 총알을 맞았고, 그러자 그의 눈은 희미해졌다. 그는 간신히 자기 소유지를 에워싸고 있는 높은 벽으로 기어올라가는 그림자들만을 분간할 수 있었지만, 정신을 잃지 않고 세 번째 정원으로 몸을 끌며 들어갔다. 개들은 그가 땀과 피와 슬픔으로 뒤범벅이 되어 있었지만 그의 체취를 알아보고, 그가 안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길을 비켜주었다. 그는 자물쇠에 열쇠를 집어넣어 무거운 문을 열었다.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 있던 그의 눈은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둘세 로사를 보았다. 아이는 카니발 축제에서 입었던 오건디 옷을 입고 있었으며, 왕관을 장식하고 있던 꽃들로 자기 머리를 단장하고 있었다.
"얘야, 이제 시간이 되었다." 그는 방아쇠를 잡아당기려고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의 발 밑에는 피가 웅덩이를 이루고 있었다.
"아버지, 저를 죽이지 마세요." 둘세 로사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날 살려주세요. 아버지의 원수를 갚고 내 원수를 갚을 수 있도록 말이에요."
안셀모 오레야노 상원의원은 열다섯 살 먹은 딸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면서, 타데오 세스페데스가 딸에게 무슨 짓을 할지를 머릿속으로 그려보았다. 그러나 둘세 로사의 티 없는 눈에는 말할 수 없는 힘이 서려 있었다. 그래서 자기 딸이 목숨을 구하면, 반드시 자기를 죽인 원수에게 복수를 할 수 있을 것임을 알았다. 둘세 로사는 침대 위에 앉았고, 그도 딸 옆에 앉아서 문을 향해 조준했다.
죽음에 신음하던 개들의 울부짖음이 잠잠해지자, 빗장이 열리고 걸쇠가 공중으로 치솟더니 땅으로 떨어졌다. 그러자 방안으로 사람들이 들어왔다. 상원의원은 여섯 발의 총알을 쏘고 의식을 잃어버렸다. 타데오 세스페데스는 죽음으로 신음하는 늙은이를 품에 안은 채 재스민 화관을 쓰고 있던 천사를 보자, 자기가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했다. 그런 동안 천사의 흰옷은 붉은 피로 물들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 늙은이를 다시 바라보고 동정을 베풀 수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폭력에 취한 채 여러 시간 동안 싸워 기운이 없었기 때문었다.
" 이 여자는 내 거야." 그는 자기 부하들이 그녀에게 손을 대기 전에 이렇게 말했다.
*
환한 화염에 물든 채 우중충한 금요일이 밝았다. 언덕 위에는 깊은 정적만이 감돌고 있었다. 마지막 신음소리마저 잠잠해지자, 둘세 로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정원의 분수로 향했다. 전날만 해도 목련으로 둘러싸여 있었지만, 이제는 잿더미 한가운데 있는 외로운 웅덩이에 불과했다. 둘세 로사가 입고 있던 하얀 오건디 옷은 갈기갈기 찢겨져 있었다. 그녀는 알몸이 될 때까지 천천히 그 옷을 벗고는 차가운 물 안으로 드어갔다. 태양은 자작나무 사이로 모습을 드러내었고, 그녀는 다리 사이로 흘러내리던 피와 자기 머리칼에 말라 붙어 있던 아버지의 피를 씻으면서 물이 붉게 물드는 것을 보았다. 몸을 깨끗하게 씻자,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침착하게 폐허가 되어버린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서 몸을 가릴 것을 찾았다. 그녀는 하얀 무명 시트를 두르고 상원의원의 유해를 거두어들이기 위해 밖으로 나갔따. 그들은 상원의원의 다리를 묶어 언덕 기슭으로 끌고 갔었다. 그래서 그의 몸은 가련하게도 누더기가 되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따. 그러나 사랑의 안내를 받은 그녀는 한치의 망설임 없이 그를 알아볼 수 있었다. 그녀는 아버지의 시체를 모포로 둘둘 말았고, 그 옆에 앉아 해가 떠오르는 것을 지켜보았다. 산타 테레사의 마을 주민들은 용기를 내어 오레야노 가족의 집으로 올라오던 중에 그렇게 앉아 있는 그녀를 발견했다. 주민들은 둘세 로사를 돕다가 죽은 사람들을 묻어주었고, 그때까지도 불에 타고 있던 잔해의 불을 껐다. 그리고는 그녀에게 대모와 함께 그녀의 역사를 아무도 알지 못하는 다른 마을에 가서 살라고 애원했지만, 그녀는 거부했다. 그러자 그들은 무리를 이루어 다시 그녀의 집을 짓기 시작했으며, 그녀를 지켜줄 여섯 마리의 사나운 개를 선물했다.
목숨이 붙어 있던 그녀의 아버지를 끌고 간 그 순간부터, 그리고 타데오 세스페데스가 문을 닫고 가죽 허리띠를 푼 순간부터, 둘세 로사는 복수를 하겠다는 일념으로 살았다. 이후 30년 동안 밤이고 낮이고 이런 생각을 한시도 떨쳐버린 적이 없었다. 그러나 그것이 그녀의 미소와 착한 마음씨를 모두 지워버린 것은 아니었다. 한편 그녀가 아름답다는 명성은 날이 갈수록 더해만 갔다. 음유시인들은 그녀의 아름다움을 상상하면서 노래를 불렀고, 심지어는 그녀를 살아 있는 전설로 만들었던 것이다. 그녀는 매일 새벽 네시에 일어나 집안과 농장의 허드렛일을 지시하고, 말을 타고 자기 소유지를 돌아다녔으며, 시리아 상인들처럼 억척스럽게 물건을 사고팔았고, 정원에 목련과 재스민을 길렀다. 저녁이 되면 남자 바지와 장화와 무기를 벗어버리고, 향내 나는 가방에 담겨 수도에서 도착한 멋진 옷들을 입었다. 밤이 되면 방문객들이 도착하기 시작했고, 하녀들은 손님들에게 케이크를 담은 접시와 아몬드 음료를 대접했다. 그런 동안 그녀는 피아노를 치곤 했다.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그녀가 정신병원의 환자복을 입지도 않았고, 갈멜 수녀원에 신참 수녀가 되지도 않았는지 의아해했다. 그러나 오레야노 가족의 저택에는 자주 파티가 열렸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자 이내 사람들은 예전의 비극을 말하지 않게 되었고, 살해다한 상원의원을 기억 속에서 지우게 되었다. 유명하고 돈 많은 신사들은 둘세 로사의 현명함과 아름답다는 명서에 매료되었다. 그래서 그녀가 강간당했다는 과거의 흔적을 극복하고 청혼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런 모든 청혼을 거부했다. 이 세상에서 그녀의 사명은 복수이기 때문이었다.
*
타데오 세스페데스 역시 평생 그날 밤의 기억을 지울 수 없었다. 몇 시간후 그가 징벌 원정의 결과를 보고하기 위해 도시로 길을 떠나자, 이내 죽은 상원의원의 시체를 잊어버렸고, 도취되어 있던 폭력의 감정도 사라져버렸다. 그러자 그의 마음에는 화약 냄새가 진동하던 어두운 방안에서 우아한 춤옷을 입고 재스민 화관을 쓴 채 그의 거친 행동을 묵묵히 참아내던 소녀의 모습이 엄습했다. 마지막 순간에 그는 바닥에 쓰러져 있던 그녀의 얼굴을 다시 보았다. 그녀는 붉게 물든 채 갈기갈기 찢겨진 옷에 대충 가려져 있었고, 의식을 잃은 채 가련한 모습으로 잠을 자고 있었다. 평생 동안 매일 밤 그는 잠에 드는 순간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았다. 평화협정이 체결되고 정부군이 주둔하고 권력을 손에 쥐게 되자, 그는 부지런하고 조용한 사람으로 바뀌었다. 시간이 흐르자 내전에 대한 기억은 사라졌고 사람들은 그를 타데오씨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는 산 저쪽에 농장을 구입했고, 정의롭게 농장을 관리했으며, 시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끊임없이 나타나는 둘세 로사 오레야노의 환영만 없었더라도 그는 어느 정도 행복하게 살았을 것이었다. 그러나 거리에서 마주치는 모든 여자들의 얼굴과 위로를 찾기 위해 품에 안았던 모든 여자들의 얼굴, 그리고 평생에 걸쳐 찾았던 수많은 살아 속에서도, 그는 카니발의 여왕의 얼굴을 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더욱 불행했던 것은, 종종 음유시인의 시구 속에서 그녀의 이름을 들을 때면 가슴이 두근거린다는 것이었다.
젊은 둘세 로사의 모습은 그의 마음속에서 자라났고, 이내 그의 마음을 온통 차지해 버렸다. 마침내 그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게 되었다. 그는 자신의 55세 생일을 축하하는 긴 연회 테이블 머리에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그런데 그때 테이블보 위의 재스민 꽃봉오리 사이로 벌거벗은 한 소녀를 보았다. 그러자 그는 그 악몽이 그가 살아 있을 때뿐만 아니라 죽어서까지 그를 마음 편히 놔두지 않을 것임을 깨달았다. 그는 갑자기 주먹으로 테이블을 쾅하고 쳤고, 테이블 위에 있던 접시들은 흔들거렸다. 그는 모자와 지팡이를 가져오라고 했다.
"타데오 씨, 어디 가세요?" 어느 마을 유지가 물었다.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 갑니다." 그는 아무에게도 작별 인사를 하지 않은 채 급히 그곳을 빠져나가면서 말했다.
그는 힘들게 그녀를 찾을 필요가 없었다. 불행을 겪었던 그 집에 항상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따. 그는 그곳을 향해 차를 몰았다. 그때에는 도로 사정이 좋았기 때문에 거리는 더욱 짧아 보였다. 주위 풍경은 수십년을 지나오면서 이미 바뀌어 있었지만, 언덕의 마지막 커브를 돌자 오레야노 집안의 저택이 보였다. 마치 그의 도당들이 그 집을 무력으로 침공했을 때를 회상하고 있는 것 같았다. 바로 그곳에 그가 다이너마이트로 파괴했던, 강가의 돌로 지은 견고한 벽이 있었다. 또한 그곳에 화염에 휩싸였던 나무 창틀도 있었고, 상원의원 부하들의 시체를 매달았던 나무도 있었으며, 개들을 죽였던 마당도 있었다. 그는 문에서 백 미터 떨어진 곳에 차를 세웠단. 그는 감히 앞으로 나아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가슴속에서 심장이 폭발할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뒤를 돌아 자기가 왔던 길로 되돌아가려고 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 덤불 사이로 빛나는 치마를 두른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눈을 감았다. 그러면서 모든 생각의 힘을 동원하여 그녀가 자기를 알아보지 못하기를 바랐다. 저녁 여섯 시의 은은한 햇빛 속에서 그는 둘세 로사 오레야노가 정원의 오솔길로 둥둥 뜨듯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의 머리칼과 하얀 얼굴, 조화로운 몸짓, 너풀거리는 그녀의 옷을 알아보았다. 그 순간 그는 자기가 이미 30년이나 지속되었던 꿈속에 있다고 믿었다.
"마침내 오는군요. 타데오 세스페데스." 그의 모습을 보자 그녀가 말했다. 시장처럼 검은 양복을 입고, 머리칼도 회색으로 변했지만, 그녀를 속일 수는 없었다. 아직도 그의 손은 해적의 손과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한시도 당신을 잊을 수 없었어. 난 평생 당신을 제외한 그 누구도 사랑할 수 없었어." 그는 너무나 창피해서 들릴까말까 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둘세 로사는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마침내 시간이 된 것이었다. 그의 눈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사형집행인의 흔적이 아니라 단지 신선한 눈물방울만 발견할 수 있었다. 그녀는 30년 동안이나 길러온 증오를 마음속에서 찾으려 했지만, 발견할 수 없었다. 그녀는 아버지에게 자기가 할 일이 있으니 목숨을 살려달라고 애원하던 순간을 떠올렸고, 이 남자가 저주의 포옹을 할 때와 슬픈 표정을 짓고 있던 아버지의 유해를 무명 침대시트로 둘둘 말던 새벽의 순간을 되살렸다. 그리고 완벽한 복수의 계획을 머릿속으로 점검했다 . 하지만 그토록 기다리던 기쁨을 느낄 수는 없었다. 아니 정반대로 깊은 우수만을 느낄 뿐이었다. 타데오 세스페데스는 조심스럽게 그녀의 손을 잡고 손바닥에 키스를 하면서, 그 손바닥을 눈물로 적셨다. 그러자 그녀는 시시각각 미리 징벙을 음미했지만 감정이 생각에 등을 돌렸고, 결국은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기겁을 했다.
다음 날부터 두 사람은 억압된 사랑의 수문을 열고서 처음으로 그들의 가혹한 운명 속에서 서로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정원을 거닐며 자기 자신들에 관해 말을 했다. 물론 그들의 인생을 뒤틀어놓은 숙명의 밤에 대해서도 빠뜨리지 않았다. 해거름이 질 때면 그녀는 피아노를 쳤고, 그는 그 음악소리를 부드러운 뼛속 깊이 느끼면서 담배를 피웠다. 마치 행복이 망토처럼 그를 두르고 있는 것 같아고, 과거의 악몽을 지워버린 것 같았다. 그는 저녁을 먹은 후, 이제는 아무도 끔찍했던 옛날의 일을 기억하는 사람이 없던 산타 테레사로 향하곤 했다. 그는 최고의 호텔에 머물렀고, 그곳에서 결혼식을 준비했다. 그는 모든 마을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고, 시끄러운 음악이 울리며, 엄청난 술과 음식이 난무한 요란한 파티를 벌이고 싶어 했다. 그는 모든 남자들이 꿈을 잃어버리던 나이에 사랑을 발견했고, 그로 인해 그는 청춘 시절의 힘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는 둘세 로사를 사랑과 아름다움으로 에워싸고 싶었다. 그리고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은 모두 그녀에게 주려고 했고, 그것으로 자기가 젊었을 때 했던 못된 짓을 늙어서나마 보상하고 싶어 했다. 가끔씩 그는 두려움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그는 최소한의 원한이 그녀의 얼굴에 서려 있는지 살펴보았지만, 단지 서로 공유하는 사랑의 빛만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그녀를 완전히 신뢰하게 되었다. 그렇게 행복했던 한 달이 지났다.
결혼 이틀 전이었다. 벌써부터 사람들은 정원에 파티 음식이 차려질 테이블을 준비하고 있었고, 파티에 쓰여질 새들과 돼지들을 죽이고 있었으며, 집을 장식하기 위해 꽃들을 꺾고 있었다. 둘세 로사는 웨딩드레스를 입어보았다. 그녀는 거울에 비춘 자기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 모습은 카니발의 여왕으로 화관을 썼던 날과 너무나 흡사했다. 그러자 그녀는 이제 더 이상 자기의 마음을 속일 수가 없으며, 그를 사랑하기에 자기가 계획했던 복수를 절대로 할 수 없고, 상원의원의 영혼도 잠재울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여자 재봉사와 작별인사를 한 다음, 가위를 들고 지난 30년 동안 텅 비어 있었던 세 번째 정원의 침실로 갔다.
타데오 세스페데스는 어찌할 바를 모른 책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사방으로 찾아다녔다. 그는 개들이 짖는 소리를 듣고 집 끝으로 달려갔다. 정원사들의 도움으로 그는 빗장 걸린 문을 부수고 30년 전에 재스민 화관을 쓴 천사를 보았던 방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가 살아오면서 평생 동안 꿈 속에서 보아왔던 모습 그대로의 둘세 로사 오레야노를 발견했다. 그녀는 피 묻은 오건디 옷을 입고 있었다. 그러자 그는 자기의 영혼이 사랑할 수 있었던 유일한 여자를 기억하면서 90세를 살 때까지 자기의 죗값을 치를 것임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