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

포노 사피엔스라는 이 용어는 2015<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특집 기사에 처음 등장한 단어이다. 저자는 이 용어가 나오기 전에 스마트 신인류Neo-Smart_Human’이란 말을 썼다고 한다. 스마트폰이 어떻게 세상을 혁명적으로 바꾸는 지에 대해 저자 최재붕 교수는 아주 시원하게 그리고 명쾌하게 이야기해 준다.

 

 

 

 

2

2007년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을 출시했다. 자신이 만들어놓은 아이폰이 현재의 포노 사피엔스로 이어질 운명을 잡스 자신조차도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2022년까지 전 세계의 80%가 스마트폰을 쓸 것으로 예상된다. 거리에서나, 카페에서나, 어디를 가든지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들고 다닌다. 스마트폰은 이제 우리의 몸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스마트폰을 잃어버린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무언가 삶의 커다란 균열이나 중심을 잃어버린 듯 했을 것이다. 앞으로는 더 할 것이다. 애지중지하는 스마트폰을 휴대하고 다니는 젊은 세대들을 향해 기성세대는 혀를 찬다. 게임에 몰두하며 관계에 소홀해지고 이를테면, 폐쇄적인 라이프스타일을 구가하는 현 세대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기성세대의 이런 구태의연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한다. 책을 읽으면서 스마프폰을 든 인류, 포노 사피엔스의 단계로 들어서게 되면서 탈권위 시대로 들어섰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조직과 권위의 갑질, 꼰대의 폭력과 착취는 더 이상 포노 사피엔스에겐 어울리지 않는 과거의 유물인 되는 셈이다.

 

 

 

 

3

  미국에서 우버 택시가 붐을 일으켰다. 곧 망할 회사로 여겨진 회사, 택시회사를 게임방식으로 변형한 아이템을 탑재하여 사업을 시작했다. 2010년 기준에 스마트폰을 사용자 수는 고객이 될 가능성의 인구수에 1/10에 불과했다. 그 당시만 해도 스마트폰을 사용한 지 불과 2년이었다. 어플과 신용카드까지 연계해서 사용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이런 측면 때문에 기존 택시장과 경쟁이 안 된다는 예측이었다. 하지만 우버의 방식, 택시타기를 게임판으로 만드는 이 스타일이 시장을 점유하기 시작했다.

 

 

  네델란드의 역사가 요한 하위징아는 인간을 유희를 즐기는 인류, 즉 호모 루덴스(Homo Ludens)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여기서 유희는 단순히 논다가 아니라 정신적인 창조활동을 가리킨다.

 

 

 

  재미에 대한 본능적인 욕구가 있는 인간, 호모 루덴스가 우버사업에 손을 들어주기 시작했다. 3년 만에 기존 택시업자들이 들고 일어났다. 결국 소송까지 갔지만, 2014년 미국 연방대법원은 이 소송에서 우버의 방식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필요한 혁신으로 봐야 하고 그래서 합법이다라는 결론을 내려버렸다. 저자는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잘못된 결정이었다. 적어도 우리 문명의 기준으로 보았을 때, 명백한 사회 파괴행위였습니다’(64p)라고 한다. 우버의 이야기는 우리나라 카카오 택시사건을 떠올려준다. 라이센스도 없는 택시(?)운전사가 카풀로 운영한다는 카카오의 발상을 기존의 택시업계에서는 반발했고 분신자살하기까지 하는 생존권 사투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보류되었다. 하지만, 과연 언제까지 미룰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저자는 카카오택시 사건을 예로 들었지만, 아직 우리나라가 포노 사피엔스로 가는 디지털 플랫폼을 옷으로 갈아입을 제도적인, 시스템적인 장치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한다. 중국과 비교해보자. 중국은 2012년에 이미 우버 서비스를 전격 허용했다. 중국은 공산주의 국가이기에 정부가 지령을 내리면 복종할 수 밖에 없는 시스템이다. 중국 공산당은 오늘부터 택시는 폰으로 불러 타고 요금도 폰으로 결제하라는 포노 사피엔스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우리는 불편해서 잘 쓰지 않는 QR코드 인식방식으로 15억 인구가 일사불란하게 사용하기 시작했다. 우리보다 벌써 7년 전에 말이다. 우리나라는 현금 결제를 선호한다. 수수료 탓이다. 하지만, 그들은 현금 결제가 아닌 오로지 스마트폰으로 결제만 가능하다. 이것이 무엇을 말하는가? ‘지금 15억의 인구가 사용하는 수천 억개의 데이터가 매일매일 쌓이고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같은 기업들이 이 데이터를 모아 혁신을 거듭하며 디지털 소비 문명의 플랫폼을 튼튼하게 구축하고 있는(249p)’ 실정이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중국의 서민 식당에 가서 우리 돈 4천원 정도의 현금을 냈더니, 스마트폰으로 결제하면 안 되냐고 했다고 해서 충격을 받았다는 일화가 있다. 중국은 우리보다 앞선 디지털 플랫폼의 옷을 입고 있다는 말이다

 

 

알리바바의 마윈은 이렇게 말한다.

 

데이터 테크롤로지가 중국의 미래다.”(266p)

 

     

 

4

노아 유발 하라리가 호모 데우스에서 이야기했던 데이터교는 이미 중국인, 중국인의 기업인들의 심장에 깊이 박힌 듯하다. 그걸 가능했던 패러다임은 바로 포노 사피엔스이다. 우리나라에서 2017년에 처음 선 보인 카카오뱅크에 대해 금융계의 시선은 시큰둥했다. 하지만, 1년 만에 680만명의 고객을 확보했다. 어떻게 그게 가능한가? 카카오뱅크는 굉장히 쉽다. 공인인증서 어쩌구 저쩌구 하는 거 진짜 싫다. 나는 공인인증서 트라우마가 있다. 공인인증서 받고 저장하고 옮기고 하는 것에 시간을 소모하는 것을 굉장히 싫어한다. 왜냐? 나만 그런가? 잘 안 되더라. 카카오뱅크는 포노 사피엔스에 적합한 모델이다. 그래서 저자는 ‘Best Service is No Service’라는 말을 사용한다. 리처드 도킨스는 그의 저서 이기적 유전자에서 meme’을 문화유전자라고 정의하고 생물학적인 유전자 DNA와 비교하여 설명하였다고 한다. 그런 측면에서 포노 사피엔스는 새로운 문화적 유전자meme이다.

 

    

 

 

5

내가 20-30대에만 해도 소니 노트북이 각광을 받았다. 가격이 쎄다. 하지만 디자인이 탁월해 많은 젊은이들이 선호했다. 마치 지금의 애플처럼 말이다. 그러나 지금 소니는 사라졌다. 2011년 모토로라가 매각을 했고, 2013년 노키아Nokia, 2016년 샤프Sharp, 도시바, JVC, 산요Sanyo 등 거대한 IT기업들이 붕괴했다. 그 태풍의 중심에 애플의 아이폰, 포노 사피엔스의 등장 때문이었다고 볼 수 있다. ‘포노 사피엔스의 등장을 우리가 막을 수 있는가! 그것은 대세이다. 기업들이 그런 선견지명이 없었기에 그들의 몰락은 불가피했던 것이다. 저자는 개인과 기업, 그리고 국가에도 이 디지털 플랫폼으로 변화, 문명의 전환은 위기이지만, 동시에 절대적인 기회가 될 수 있음을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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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노 사피엔스의 문화적 유전자는 데이터에 의한, 데이터를 위한, 데이터의 비즈니스, 고객이 왕인 비즈니스라고 할 수 있다(134p). 이 말은 기업이 아무리 광고하고 마케팅해도 이제 손 안에 스마트폰을 든 신인류는 자기들이 직접 고르고 선택해서 주문하는 ‘on demand의 시대가 된 것이다. ‘소비자가 왕인 시대이다. 수많은 선택지가 스마트폰 안에 들어있고 소비자는 스마트한 선택을 하게 된 셈이다. 그 예로 방탄소년단BTS’의 예를 든다. 마케팅이나 광고가 거의 없었던 BTS는 빌보드200 차트 1위를 무려 두 번이나 차지한다. SNS상의 인기가 대단했던 BTS의 추세에 대해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미국 음악 비즈니스업계였다. 빌보드의 역사는 단순히 SNS,상의 인기만으로는 쉽게 허물 수 없는 거대한 성벽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BTS는 그 거대한 성벽을 허물어버렸다. 단숨에. 그 뒤에는 유튜브의 뮤직비디오가 있었다. 아무런 오프라인 활동없이 메이저 차트를 점령해버렸다. 그것도 3개월 사이 두 번씩이나 말이다. 물론 BTS 뒤에는 그들의 팬클럽인 ARMY의 열정이 있었다. 중요한 것은 이제 모든 컨턴츠를 선택하는 것은 소비자의 몫으로 넘어왔다는 이야기이다. 소비자의 팬덤이 이제 시장을 좌지우지하게 되는 케이스가 바로 BTS의 경우이다.

 

 

    

 

7

언젠가 조정래와 그의 손자 조재면이 기록한대화를 읽은 적이 있다. 할아버지와 손자의 주고 받기 식의 논술 글모음이다. 그때 손자 조재면이 고딩이었는데, 청소년들이 게임을 막는 셧다운제에 대해 분노한 것을 보았다. 아이들의 게임중독을 막아보자는, 예방하자는 의미이다. 하지만, 디지털 플랫폼의 변화와 현재의 추세와 트렌드를 볼 때, 과연 이런 정책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앞에서도 카카오택시 이야기를 했지만, 아직도 우리나라는 포노 사이엔스로 진화하는 데 시원하지 못한 부분이 있는 듯하다.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스마트폰이 팔리고 소유한 나라일 것 같은데 말이다.

 

 

 

 

8

요즘 배틀 그라운드를 한 번씩 하는데, 참 잘 만든 게임인 듯 하다. 그런데, 아이들이 유튜브를 보는 것을 옆에서 봤는데, 배틀그라운드의 게임스토리를 가지고 동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게재한 것이었다. 그건 좀 신선한 충격이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임의 캐릭터와 액션과 설정을 직접 재현하는 것이다.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 동영상을 보면서 웃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어릴 적 티비나 영화를 보고 그 무언가를 흉내 내듯이, 아이들이 이제 우리에게 익숙했던 매체가 아닌 그들에게 더 익숙한 매체인 스마트기기에서 본 컨텐츠와 게임스토리를 따라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부모인 우리가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게임만 한다고 늘 지겹고도 반복된 잔소리와 폭언만을 해서 될 것인가?(제 이야기입니다) 이런 생각을 해 보았다. 아이들이 스마트기기를 가지고 노는 것에 대해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 더 관대해지기로 했다. 왜냐하면,‘포노 사피엔스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포노 사피엔스'는 문화적 유전자이다.

 

 

 

 

9

저자 최재붕 교수는 <세바시>강의에서 아주 신선하게 강의로 접했는데, 책으로 또 다시 접하니 역시 흥미롭다. 내가 <세바시>와 함께 가끔 보는 <포프리쇼>에서 포프리 기업의 사장이 했던 강의가 생각난다. 3 수험생을 둔 엄마의 고민상담이었다. 아이가 게임만 한다고, 학교 갔다오면 컴퓨터만 한다고. ‘공부는 언제 하느냐?’고 하면 엄마가 없을 때, 안 볼 때 공부하거든’. 이라고 대구한다고 한다. 그런데 강의자가 대안을 내놓는다. 아이가 좋아하는 그 게임을 배워보라고 조언한다. 아이가 왜 그토록 그 게임을 좋아하는지 직접 배워서 해보기를 권한다. 그렇게 아이에게 다가가면 아이의 마음이 열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남자들은 원래 게임을 좋아한다. 나도 한 때는 PC방에서 살았던(?) 적이 있다. 나이들어서도 게임하느냐고 핀잔을 준다면, 난 그 사람이랑 말 안 할란다. 젠장! 인간은 호모 루덴스가 아닌가! 하하하! 스마트폰, 새롭게 다가온 인류의 신문명, 디지털 플랫폼에 대해 두렵거나 혐호감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을 통해 기회를 삼는다면, 오히려 다음세대와의 더 나은 소통의 창구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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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노 사피엔스, 역시 위기는 기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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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19-04-25 14: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포스팅을 카알벨루치 님 자제분들이 좋아하겠군요. 앞으로 게임할 때마다 잔소리와 폭언을 듣지 않을테니까요? ㅋㅋㅋㅋ

카알벨루치 2019-04-25 16:21   좋아요 0 | URL
역사는 돌고 도네여 엄니한테 잔소리 엄청 들었는뎈 ㅋㅋㅋㅋ

단발머리 2019-04-25 16: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 서점에 서서 앞부분만 읽었봤는데 흥미로운 지점이 여러군데 있었어요.

소니 노트북 이야기 읽으면서 저는, 집에 굴러다니는 캠코더랑 사진기를 생각했어요. 첨 나왔을 때 개인 카메라 생겨서 다들 얼마나 들떴었는지... 제가 너무 옛날이야기 했나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옛날 이야기 from 옛날 사람 ㅋㅋㅋㅋㅋㅋㅋ

카알벨루치 2019-04-25 17:26   좋아요 0 | URL
카메라도 소니 많이 사용했죠~옛날 사람이니 옛날 생각하지요 ㅎㅎ다 자기 시대를 살아갈 뿐인데, 나이가 들어간다는 게 인정을 받고 존경을 받는 분위기가 되었음 좋겠습니다! ㅎㅎㅎㅎ

레삭매냐 2019-04-25 17: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맛트 폰이 처음 나왔을 때만 하더라도
모바일이 대세가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지나친 중독이 좀 걱정되긴 하지만,
신세대에 어울리는 새로운 디바이스의 출현
그리고 후발적인 성격의 마인드셋이 추격
하는 기세가 참 경이롭다는 생각이네요.

카알벨루치 2019-04-25 17:25   좋아요 0 | URL
진짜 <포노 사피엔스>세상은 좀 기대됩니다 다음세대의 역량도 기대되는데 단지 걱정이 되는 건 멘탈과 영혼의 건강함을 해칠까 조금 우려되긴 합니다만 이전세대에서 볼 수 없는 요소들이 많이 터질 듯 합니다 ㅎㅎ

북프리쿠키 2019-04-25 22: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포노 사피엔스의 미래가 새로운 방식의 지배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쓰인다면 제일 속수무책인 사람이 바로 접니다 ㅋㅋ

카알벨루치 2019-04-25 23:46   좋아요 0 | URL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주세요 스무고개입니깡깡 ㅋㅋ

AgalmA 2019-04-28 01: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아이들 장래희망 직업 순위에서 유튜버가 상위권인 것을 보면, 포노 사피엔스 문화는 이미 왔는데 말씀처럼 제도권이 뒷받침을 잘 못하고 있는 거 같아요. 디지털 플랫폼을 잘 캐치한 중국을 보고도 이러나 싶은데.... 그게 경제 기반에서 재벌 중심이듯 디지털 플랫폼에서도 그런 특혜를 주고 눈치를 봐서 그런 거 아닐까 생각도 한답니다.
 

  

    

호모 데우스 시대의 데이터교

노아 유발 하라리는 그의 저서 호모 데우스에서 인류가 새롭게 신봉할 종교로 데이터교를 이야기한다. 데이터교도들은 만물인터넷 Internet-of-All-Things’이라 불리는 새롭고 훨씬 더 효율적인 데이터 처리 시스템을 선호한다. 이제 호모 사피엔스는 사라지고 데이터교가 인류를 장악할 것이라는 진단을 내놓는다. 데이터교의 최고의 가치는 정보의 흐름이다.

 

 

 

 

데이터교의 생명-정보data의 흐름

데이터교도들의 첫 번째 계명은 가능한 한 많은 매체와 연결해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생산하고 소비함으로써 데이터 흐름을 극대화하라는 것이다. 두 번째 계명은 연결되기를 원치 않는 이단까지 포함해 모든 것을 시스템에 연결하라는 것이다. 여기서 모든 것은 단지 인간만을 뜻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 모든 을 뜻한다...데이터교도들은 가장 큰 죄악은 데이터의 흐름을 차단하는 것이다. 정보가 흐르지 않는 것이야말로 죽음이 아니겠는가? 따라서 데이터교는 정보의 자유를 최고선으로 친다(523p).

 

 

 

 

만물인터넷으로 데이터를 접속하는 신인류

우리의 몸은 물론이거니와 자동차, 부엌의 냉장고, 닭장의 닭과 정글의 나무까지 모든 것이 만물인터넷에 연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득 Factfulness란 책의 내용이 떠오른다. 우리가 소위 세상인류를 구분 지을 때 부자와 빈자, 라는 극단적인 기준으로 그룹핑grouping한다. 하지만, 저자는 인류를 4단계로 구분 짓는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고 물을 길으러 가야 하는 아주 극빈층, 전기는 들어오고 하루에 4달러를 버는 그 다음단계, 전기에 냉장고까지 갖추고 하루에 16달러를 버는 그 위의 단계, 마지막으로 1,2,3 그룹이 갖추지 못한 모든 것을 갖춘 그룹은 4번째 그룹으로 최상위 그룹으로 친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는 최상위 그룹에 속해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데이터교도들의 관점에서 보면, ‘만물인터넷을 사용 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4번째 그룹 위에 5번째 그룹을 새롭게 생성할 수 있겠다 싶다.

 

    

 

 

데이터의 가장 큰 힘은 바로 공유의 힘

만물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수많은 인류, 우리는 데이터교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하지만 이 데이터교에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공유이다.

 

2013111일 자신의 아파트에서 자살한 26세의 미국인 해커 애런 스위츠란 인물이 있다. 그는 데이터교의 첫 순교자이다. 무슨 말인가? 그는 스위스의 보기 드문 천재였고, 그가 접속한 수많은 수십만 편의 과학 논문을 이용로를 받지 않고 모든 사람이 무료로 읽을 수 있도록 인터넷에 올릴 작정이었다. 그는 놀라운 정보와 과학적 데이터를 공유하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스위스는 그를 체포하고 재판을 받게 된다. 유죄 판결을 받고 죄수의 운명이 되자, 그는 스스로 목을 매고 만다. 이 사건에 대해 분노한 해커들은 스위스 정부를 압박했다. 스위스의 비극에 대해 정부는 사과를 했고, 지금은 대부분의 모든 데이터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해놓았다고 한다. 미국인 해커 애런 스위츠가 싸운 것은 바로 정보의 자유’, ‘데이터의 자유였다. 그것은 곧 공유란 광대한 만물인터넷에 들어가는 것을 말한다.

 

 

 

경험하면 기록하고, 기록하면 업로드하고, 업로드하면 공유하라?

하라리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은 스스로 데이터 흐름의 일부가 되기를 바란다. 설령 그것이 자신의 사생활, 자율, 개인성을 포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해도 상관없다...위키피디아를 만든 사람이 누구인가? 우리 모두이다. 개인은 점점 누구도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거대 시스템 안의 작은 칩이 되어가고 있다...자기만의 일기장에 일기를 쓰는 것(이전 세대들이 흔히 했던 인본주의적 관습)은 요즘 많은 젊은이들에게는 완전히 쓸데없는 짓으로 보인다. 아무도 읽을 수 없는 것을 왜 쓰는가? 새로운 모토는 이렇게 말한다.’

 

경험하면 기록하라. 기록하면 업로드하라. 업로드하면 공유하라.”(529-530p)

 

 

 

 

공유의 힘이다

우리는 인류가 경험한 모든 소소하고 시시하고 조잡한 기억들과 체험들을 공유하면서 거대한 데이터교가 탄생하게 되었다. 네이버의 지식백과를 예를 들지 않더라도, 구글에서 단어 하나만 검색하더라도, 다음지도에서 지구상의 한 지점을 찍어 그 지역의 도로사정이나 환경을 직접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내가 예를 들지만, 지금의 만물인터넷의 진보속도는 엄청나서 내가 이렇게 기록한 것도 out of date가 될 수도 있겠다 싶다. 모든 것을 공유하게 되니 이 정보의 양과 공유의 사이즈는 어마무시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 공유의 힘이 호모 데우스 시대에 언제나 생산적인 영향력만을 발휘할지, 아니면 파괴적인 효과를 가져올지는 사용하는 유저에 따라, 환경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예를 들어, 가수 J의 단톡방 동영상 공유사건만을 보더라도 그렇다. 우리의 개개인의 사소한 역사의 기록물이 이제는 세계의 무대에 언제든지 공유될 수 있는 것은 굉장히 파워풀하면서도 악마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또 다른 사건인, 아버지 K의 추문으로 인해 자살을 한 딸의 이야기, 요근래의 한 사건만을 보더라도 그러하다. 아버지의 추악한 행위에 대한 판결 유무를 떠나서 한 인간이 그렇게 공유되어진 결과물로 인해 자살을 하는 비극은 어쩌하겠는가! 이런 일화를 깊게 생각하지 않았음 한다.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공유의 힘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내가 이 페이퍼를 오랫동안 생각을 했는데, 미루다 미루다 이제야 쓰게 되었다. 누가 알아줄 것도 아닌데, 나 혼자서 이러고 있다. 재독철학자 한병철은 그의 저서 투명사회에서 이런 이야길 한다.

 

    

 

 

투명사회의 투명성의 정체는?

오늘날 사회 시스템은 모든 사회적 과정을 조작 가능하고 신속하게 만들기 이해서 투명성을 강요한다...이러한 시스템의 강제로 투명사회는 곧 획일적 사회가 된다. 바로 이 점에 투명사회의 전체주의적 특성이 있다.’“획일화를 표현하는 새 단어: 투명성.”(15p)

 

 

내가 이 내용을 처음 접했을 때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긍정사회(투명사회)를 지배하는 것은더 이상 어떤 사건도 일어나지 않는 하나의 구조 속에 놓인 정보의 투명성과 외설성이다. 투명성에 대한 강박은 인간마저 평준화하여 시스템의 기능적 요소로 만든다. 이런 점에서 투명성은 폭력이다.’(16p)

 

 

 

 

투명성이 폭력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인터넷 필드에서 수 많은 정보들에 대해 평가를 내린다. ‘좋아요싫어요로 구분 짓는다. 페이스북은 싫어요버튼을 만들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일관되게 그 정책은 반대한다. 한병철 교수는 이것은 투명사회는 일차적으로 긍정사회이기 때문에 싫어요란 부정성, 부정적인 커뮤니케이션은 장애가 된다고 말한다. ‘좋아요싫어요보다 더 빠르게 후속 커뮤니케이션을 유발하는 것이다. 거부에 담긴 부정성은 무엇보다도 경제적인 측면에서 효용성이 없다. 문득 아버지 K의 동영상이 뉴스에 보도되자 자살한 딸의 이야기에서 투명성은 폭력이다란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동영상에 대해 싫어요라고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그 동영상의 공유 자체가 자살이란 싫어요로 대두된 것이다. 애석할 따름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투명성이 주는 긍정성 VS 진리가 주는 부정성

투명성과 진리는 같은 것이 아니다. 진리는 다른 모든 것을 거짓이라고 선언함으로써 스스로를 정립하고 관철한다. 그 점에서 진리는 부정성이다. 정보의 증가와 축적만으로 진리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정보에는 방향, 즉 의미가 없다. 진리의 부정성이 결여됨으로 인해 긍정적인 것이 마구 증식하고 다량화한다. 과다 정보와 과다 커뮤니케이션은 바로 진리의 결핍, 존재의 결핍을 드러낼 뿐이다. 더 많은 정보, 더 많은 커뮤니케이션은 전체의 근본적인 불명료함을 제거하지 못한다. 더 많은 정보와 커뮤니케이션에 의해 불명료함은 오히려 더욱 첨예화된다(26-27p).’

 

 

    

 

투명사회의 기괴한 라디오

존 치버의 단편소설집 기괴한 라디오를 보면, <기괴한 라디오>의 이야기가 너무나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기괴한 라디오>의 스토리는 단순하다. 한 가정에서 라디오가 고장이 났다. 그래서 남편은 아내를 위해 제법 비싼 라디오를 거금을 들여 하나 장만한다. 그런데, 그 라디오가 보통 평범한 라디오가 아니라 옆집, 이웃집의 모든 사정들을 들을 수 있는 라디오인 셈이다. ‘훔쳐듣기가 되는 기괴한 라디오인 셈이다. ‘몰래카메라가 아니라 몰래녹음기정도 될까? 이웃집의 사생활을 우연찮게 염탐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부부의 감정과 기분의 동선을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부분은 현대사회에서는 너무나 흔하디 흔한 스토리이다. 세계에서 가장 CCTV가 많은 나라가 우리나라고 하던데.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다. 우리는 수많은 우리의 동선을 염탐당하고 있고, 기록되어 저장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몰래카메라를 다룬 영화 <웰컴 홈>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휴가를 떠난 두 연인, 새로운 재출발을 위해 휴가 온 연인에게 비추고 있는 수많은 몰래카메라들...일종의 기괴한 카메라가 되겠다.

 

    

 

 

존 치버는 <기괴한 라디오>35세 때 잡지에 게재한다. 그렇다면 그 때가 1947년이란 말인데, 그때 존 치버는 이 기괴한 이야기, <기괴한 라디오>를 글로 썼다는 것은 충격으로 다가온다. 현대사회는 공유사회이다. ‘공유의 힘을 통해 투명사회를 강조한다. 그런데, 존 치버는 1940년대에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역시 문학가의 저력과 통찰을 엿볼 수 있다. 이래서 나는 존 치버를 좋아한다. <기괴한 라디오>는 현대사회의 무수히 공유되고 흩어져있는 정보의 흐름’, ‘데이터의 자유가 과연 우리에게 어떤 결과와 영향력을 주는지 물음표를 던져 준다.

 

 

'교외의 체호프'라 불리는 존 치버는 66(1978)<존 치버의 단편선집>으로 퓰리처상과 전미비평가협회상, 전미 도서상을 받았다.

 

 

 

 

투명사회에서 불투명성을 주는 의미

엠제이 드마코가 쓴 부의 추월차선에서 부의 추월차선의 첫 번째로 명성을 들고 있다. 가장 빠른 시간 내에 자신의 이름을 퍼트리는 것이다. 오늘날은 투명사회이니, 만물인터넷이 수많은 인터넷 유저들에게 돈방석을 앉게 만들었다. 그것도 쉽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예전보다 더 빠르게 자신의 이름을 확장시키는 좋은 도구가 바로 데이터 사회인 것은 확실하다.

 

 

서행차선을 벗어나는 방법: 비밀의 출구

첫째, 명성이다. 명성을 얻으면 내재가치의 수학적 한계를 깨뜨릴 수 있다. 서행차선을 벗어난 사람들은 대부분 유명인으로서 문화계 곳곳에 얼굴을 알린 경우가 많다. 이들은 운동선수, 가수, 뮤지션, 배우 또는 연예인이다. 서행차선이 지닌 약점을 극복하고 싶다면 유명해지면 된다. 왜냐고? 명성이나 악명 모두 내재가치를 높이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당신과 당신이 제공하는 가치를 매우 높은 가격에 사려 할 것이다.

불행하게도 부자고 되고자 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추월차선을 통해서가 아니라 서행차선에 저항하는 방식으로 그 길을 찾으려 한다...

서행차선의 한계를 극복하는 또 다른 방법은 스스로를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부각시켜 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수백 명의 군중이 당신을 원하게 만들면, 수백만 달러를 벌게 될 것이다... 특별한 재능이 특별한 수입을 부른다.’(128-129p)

    

당연한 소리인가? 당연한 소리이지만, 저자의 이야기는 심지가 굵다. 나는 이런 사회의 트렌드를 거부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더 많은 자유가 우리에게 주어졌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만큼 그 자유가 우리에게 제약과 한계를 쥐어줄 것도 틀림없다. 이런 공유의 힘이 적절하게 잘 사용되길 바랄 뿐이다. 부의 추월차선이 책은 사업을 구상하고 새로운 자영업을 시도하는 이들에게 놀라운 통찰력과 혜안을 제공해준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자기계발서로 일축하며 폄하하는 우는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Epilogue...

마지막으로, 한병철의 이야기로 마무리하고 싶다.

인간의 영혼은 분명 타자의 시선을 받지 않은 채 자기 혼자 있을 수 있는 공간을 필요로 한다. 불투과성은 영혼의 본질에 속한다. 영혼의 내부를 훤히 비춘다면, 영혼은 불타버릴 것이며 특별한 종류의 소진 상태에 빠지고 말 것이다. 오직 기계만이 투명하다. 즉흥성과 우발성, 자유처럼 삶을 이루는 본질적 요소들은 투명성을 용납하지 않는다.’(16p)

 

페터 한트케는 이런 말을 남겼다.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것, 나는 그것으로 살아간다.”

 

 

투명사회를 살아가는 우리가 가끔은 기괴한 라디오를 끄고 살아가는 것도 좋을 법하다. 유발 노아 하라리의 호모데우스미래의 역사에 대해 비관하지도 낙관하지도 않고 그거 보여줄 뿐이라고 옮긴이 김명주는 밝히고 있다. 호모데우스 시대에 투명성, 데이터라는 기괴한 라디오는 그것을 사용하는 인간의 자질, 인격, 그리고 책임이 뒤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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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9-04-18 18: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기록에 대한 유발 하라리의 말에 저는 ‘피드백’을 추가하고 싶어요. 경험, 기록, 업로드, 공유, 그 다음은 피드백입니다. <팩트풀니스>에 보면 지식은 시간이 지나면 낡아지기 때문에 새로운 지식을 업데이트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어요. 저는 새로운 지식을 공부하는 것도 피드백의 첫 번째 단계라고 생각하고, 두 번째는 자신의 오류를 받아들이면서 고치는 것입니다. 당연히 피드백한 내용도 공유해야죠. ^^

카알벨루치 2019-04-18 18:48   좋아요 0 | URL
피드백, 좋은 생각인 듯 합니다 ^^

stella.K 2019-04-19 14: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싫어요는 반대하는데 좋아요 하나만 있는 것도 좀 갑갑하긴 하더군요.
슬프거나 안 좋은 내용에 좋아요를 누르면 물론 동감이란 의미긴 하지만
오히려 조롱하는 것 같기도 해 좀 그렇더군요. 차라리 예전에 공감이 훨씬 낫지 않나 싶기도 해요.

존 치버의 책 읽고 싶긴 하네요.
근데 전 꼭 이 작가의 이름을 오역해서 읽고 싶어져요.
존 버치로.ㅎㅎ

카알벨루치 2019-04-18 21:01   좋아요 1 | URL
유튜브나 다른 뉴스 같은 곳에는 ‘싫어요’가 있더군요! 비난이나 비판이 건설적이지 않다면 그걸 기록으로 남길때 부정적인 영향은 어쩔수 없는 듯 합니다 존 버치 ㅋㅋ서부영화 주인공 이름 같군요 ^^

북프리쿠키 2019-04-20 09: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카알벨루치님의 포스팅은 늘 좋아요♡

카알벨루치 2019-04-20 10:03   좋아요 1 | URL
여기서 이러심 안 되와요^^ 주말 행복하게 보내십시오 ~🙆‍♀️

서니데이 2019-04-21 22: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카알벨루치님, 즐거운 주말 보내셨나요.
오늘 부활절이었는데, 맛있는 계란 드셨는지요.
한주일 사이 날씨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더운 봄날 같아요.
빠른 속도로 주말이 지나고 일요일 밤이 되었습니다.
내일부터 시작되는 한 주, 좋은 일들로 가득한 시간 되시면 좋겠습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카알벨루치 2019-04-21 22:26   좋아요 1 | URL
아프지 마시고 늘 건강하게 출첵하시는 알라디녀 ^^ 화이팅입니다!
 
[eBook] 괴테가 읽어주는 인생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데키나 오사무 엮음, 김윤경 옮김 / 흐름출판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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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괴테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것은 <파우스트>일 것이다. 파우스트 박사와 메피스토펠레스 등일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괴테의 작품속에 드러난 괴테의 가치관과 철학, 생각, 사상들을 다루고 있다. 짧은 문장들이지만 깊숙하고 음미할만한 문장들이 많다. 나는 이 책을 E-book를 통해 알게 되었고, 귀로 듣는 오디오북을 먼저 들었는데, 너무 짧아 아쉬움이 컸다. 아는 내용을 다시 읽는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내가 대충 알던 괴테가 굉장히 대단한 인물이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THE Great 괴테Goethe

  19세기 독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빌헬름 니체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껏 괴테만큼 높은 경지에 다다른 인간이 있었던가?"

"괴테를 뛰어넘는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지 못할 일이아. 오히려 우리는 괴테가 한 대로 수 없이 반복해야 한다."

 

 니체가 괴테에서 물려받은 것은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교양이다. 교양은 인간에 대한 이해이다. 교양은 교양인에게 배울 수 밖에 없다.

 

  괴테는 모짜르트의 음악을 '악마가 인간을 유혹하기 위해 세상에 내보낸 음악'이라고 높이 평가하며 "<파우스트>에 곡을 붙일 권리가 있는 사람은 모차르트 뿐이다"고 했다. 그런데도 많은 작곡가들이 <파우스트>에 곡을 붙였다. 오페라만도 50곡이 넘는다.

  악성 베토벤은 괴테를 숭배하며 괴테와의 만남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때, 그 모든 일이 나를 얼마나 행복하게 했던가! 괴테를 위해서라면 나는 열 번이라도 죽었을 것이다."

 

  이 베토벤의 말이 괴테가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지를 보여준다.

 

 

 

 

격동의 시대를 거친 인물, 괴테

  괴테는 7년 전쟁, 미국독립혁명, 프랑스혁명, 나폴레옹의 영웅시대와 몰락을 경험한 격동의 시대의 인물이다. 괴테는 말했다.

 

"나는 크게 득을 보았다. 세계사적 대사건이 마치 예정된 일처럼 일생을 통해 끊임없이 발발한 시대에 태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나 그 시대에 태어났다고 괴테처럼 사유할 수 있을까? 그것은 괴테가 괴테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괴테에 대한 칭찬과 찬사는 니체에게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괴테는 공직자의 생활을 했다. 권력의 수장으로 있었다(괴테는 작가, 박물학자, 그리고 바이마르 왕국의 내각주석과 재무국장관으로 지낸 귀재였다). 하지만, 그는 항상 검소하고 기능을 중시한 환경에서 편안함을 느꼈다고 한다.

 

"화려한 방이나 호화로운 가구는 아무런 사상도 갖지 못하고, 가지려는 의식조차 없는 사람들을 위한 장식일 뿐이다."

 

"화려한 건물과 방은 왕이나 부자를 위한 것이다. 그런 곳에서 지내면 안락을 탐하고 편한 생활에 익숙해져 더는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된다."

 

"나는 천성적으로 그런 생활과는 전혀 맞지 않는다."

 

 공직자의 생활이 얼마나 안주할 수 있는 위치인가! 하지만 괴테는 안주하지 않고 움직였다. 역류하는 연어처럼 자신의 영혼이 꿈틀거리게 움직이고 또 움직였던 것이다.

괴테가 사랑한 것은 다른 그 무엇이 아닌 바로 '<자유롭게 사고할 수 있는 환경>을 사랑했다'. 얼마나 큰 인물이 되면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싶다. 그의 절제된 삶의 방식도 돋보이지만, 그는 항상 '존경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존경할 수 없는 사람이라면 사귀지 말라. 사람을 존경하는 마음이 없은 사람도 피해야 한다. 바이마르 공화국의 카를 아우쿠스트 대공을 섬겼던 괴테는 말했다.

 

"중요한 것은 단 한 가지이다. 지나치게 인간적으로 행동하려고 하지 말고 오히려 항상 존경하는 습관을 몸에 익혀라."

 

 

"자신보다 더 유능한 사람을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이 속물이다. 더욱이 속물은 자신이 갖지 못한 환경을 부정할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인간이 자신과 똑같은 존재이기를 바란다."

 

괴테의 이런 면은 '은혜를 잊는 약점(023)'에서 드러난다.

 

"은혜를 잊는다는 것은 항상 약점이 된다. 유능한 사람 중에서 받은 은혜를 잊었다는 사람을 이제껏 나는 본 적이 없다."

 

괴테는 권력과 재산과 능력의 보이는 면에 혹하지 않았다. 괴테는 인간적인 가치가 뒷받침되지 못한 권위는 존경을 잘라냈다.

 

"훈장 달린 상의와 여섯 마리의 말이 끄는 마차는 고작, 최하위층의 무지한 대중을 위협할 뿐이다."

 

괴테는 자신보다 8살이나 아래인 아우구스트 대공의 위대한 면모에 끌려 그를 향한 존경심을 잊지 않았다. 우리가 누군가를 존경할 때 나이가 얼마인지를 보는 경우가 혹 있다. 하지만 괴테는 물리적인 나이, 비주얼한 사이즈에 현혹되지 않았다. 이것은 그의 뚝심이기도 했다. 그의 이런 정신적 뚝심, 멘탈의 퀄리티quality는 그의 대작 <파우스트>에서도 드러난다.

 

 

 

 

 

괴테의 뚝심, <파우스트>

  괴테는 8세에 시를 지었다. 13세에 첫 시집을 냈다. 그는 조숙한 문학 신동이었다.

20대에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집필하여 베스트셀러작가가 된다. 대박이다. 이런 괴테였지만, 괴테가 이런 말을 남겼다.

 

‘...어떤 예술이든 실제로 해보면 대단히 어렵고도 광대해서, 어느 예술 분야에서든 대가의 반열에 오르려면 실로 한평생을 바쳐야 한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괴테는 그야말로 다방면에서 깨달음을 얻기 위해 노력했지만 생업 활동은 단 한 분야에만 국한시켜왔다. 그는 단 한가지 예술을 연마했으며, 사실 거장답게 실력을 쌓아올렸는데, 그것은 바로 독일어로 글을 쓰는 일이었다.‘-괴테와의 대화, 185-186

    

그의 말대로 괴테는 <파우스트>를 집필하기 위해 60년의 시간을 소요한다. 완성 후 그는 자신의 죽음을 예감한다. 원고를 봉인한 뒤, 자신의 죽음 이후에 발표할 것을 주위에 지시한다.

괴테는 독일어로 글 쓰는 일에 자신의 평생을 바쳤다. 공직자의 생활도 했지만, 늘 자신의 내면에서 끓어오르는 예술적인 열정때문에 공직자의 생활에서 도망치기도 했던 괴테였다.

문학 신동이라고 불렸던 다재다능한 괴테조차도, 한 가지 일, ‘독일어로 글을 쓰는 일에 자신의 인생을 바쳐야 한다고 말할 정도였다("괴테의 뚝심, 파우스트"이 대목은 이전에 썼던 <천년습작>에 대한 나의 리뷰에서 발췌 인용하였다

 

  괴테는 저술활동을 통해 독일어를 정리한 근대 독일어의 아버지로 불린다. 근대 독일 정신의 아버지라고도 불린다. 괴테는 독일어를 천재적 수준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니체의 유일하고도 진정한 경쟁자였다. 하지만, 그런 니체조차도 번역된 괴테를 따랐다. 니체의 저작권집만 봐도 니체가 괴테를 언급한 부분이 260군데가 넘는다. 니체가 언급한 '한층 높은 인간들' , 초인(Ubermensch위버멘쉬)은 육체적인 강자, 영웅이 아니라 정신적인 면을 의미하는데, 지금까지 밝혀진 인간 유형을 초월하는 '초인'이란 말도 괴테에게 붙인 말이다.

 

 

 

 

괴테의 탁월함, 그리고 실러

  나는 이 대목에서 가장 큰 감동을 받았다. 괴테의 친구중에 프리드리히 실러(독일의 시인, 극작가, 철학자로 괴테와 함께 고전주의 예술 이론을 확립했다)작가가 있다. 그는 유명한 희곡 <군도>와 <빌헬름 텔>을 발표했고, 베토벤의 9번 교향곡 합창 중 <환희의 송가>를 지은 인물이다. 하지만 실러에게 가장 큰 결점이 있었는데, 그것은 악취였다. 악취? 그게 무슨 말이냐? 실러는 글을 쓰거나 집필할 때 영감이 잘 떠오른다는 이유로 썩은 사과를 작업실 책상 서랍에 넣어두었다고 한다. 사과의 악취를 맡으면서 집필에 몰두하는 실러의 이런 고약한 습관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가 좋아하겠는가?

 

하지만, 괴테는 '인간은 누구나 이상한 버릇을 하나쯤 갖기 마련이다. 그러한 버릇을 모두 없앤다면 시시할 것이다. 연애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연인의 결점을 미덕으로 여기지 못한다면 사랑한다고 할 수 없다." 결점은 인간의 매력과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괴테는 '결점까지 사랑하라(014)고 조언한다.

 괴테와 실러는 처음부터 좋은 관계가 아니었다. 희곡 <빌헬름 텔>을 쓴 실러의 작품 분위기를 괴테는 매우 싫어했다. 매우 선동적이고 열정적이었기 때문이다. 괴테는 이 점을 싫어했다. 괴테는 실러에 대한 불평과 불만을 자주 토로했다. '강렬하지만 미숙한 재능을 지닌 남자'라고 비난했다. 실러의 작품을 '내가 가장 혐호를 느끼는 타입'이라고 평했다. <군도>도 비판했다. 반면에, 실러는 괴테를 흠모하고 있었다. 실러는 친구에게 괴테에 대한 마음을 호소했다.

 

'괴테를 무척이나 만나고 싶다네. 이제껏 내가 이 정도로 정신세계를 숭배한 사람은 없었어.'

 

  1788년 가을, 드디어 괴테와 실러가 만났다. 괴테 39세, 실러 29세였다. 괴테는 달갑지 않은 만남이었다. 하지만 괴테는 10살이나 연하인 실러의 정체 모를 매력에 빠져들었다. 처음의 비난과 비판이 이제는 서로를 존중하며 서로의 작품과 작품세계를 신뢰하고 괴테는 실러의 작품을 적극적으로 상연했고, 1799년 실러를 바이마르로 초대했다. 괴테의 대단한 점은 자신과 다른 캐릭터의 연하의 남자를 대등한 동료로 대했다는 사실이다. 괴테가 56세 때 실러가 먼저 죽었다. 괴테는 한달 동안 기운이 쳐저 절망가운데 있엇다. 3개월 후 비로소 실러의 추도회를 열 수 있었다. 실러가 죽은 후, 괴테는 이런 시를 썼다.

 

'장미의 계절을 떠나보낸 지금에서야

비로소 알겠구나, 장미 봉오리가 무엇인지를.

뒤늦게 피어난, 줄기에 빛나는 단 한 송이

천자만흥보다 아름답구나.

 

  괴테의 시신은 현재 바이마르 영묘에 실러의 관과 함께 나란히 안치되어 있다. 두 사람의 동상도 보인다. 두 사람의 나이와 성격과 캐릭터를 뛰어넘는 우정이 너무나 탁월하다. 아마도 괴테가 남들을 비난하고 비판하고 경멸하는 것을 혐호하고 존경할 것을 평생 주문한 것은 실러와의 관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혼자서 추측해본다. 평생 죽음에 대해 생각한 사상의 결대로 괴테는 실러 곁에 죽어 있다.

 

"죽음은 기묘한 일이다. 주변에서 죽음을 아무리 많이 경험해도 자신과 가까운 사람에게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그래서 괴테는 이렇게 읊었다.

 

"죽은 후에도 사랑하는 사람의 곁에 있고 싶다."

 

  수많은 연애상대가 있었고, 부인이 있었지만, 괴테, 그의 곁에 누워있는 사람은 바로 실러였다.

 

 

 (사진출저: 네이버지식백과)

 

 

괴테의 연애와 여성, 결혼

  괴테는 나이가 들어서도 '연애'를 굉장히 중시했다. 괴테는 결혼을 '모든 문화의 시작'이라고 규정했다. '문화는 가까이에 있는 행복을 쌓아올리는 일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한, '연애야말로 괴테를 쉼없이 움직인 원동력'이라고 했다. 그는 여성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남녀평등은 악절적인 허구'라고 했다.

 

"여성을 가장 든든하게 보호할 줄 아는 남자만이 여성의 마음을 얻을 자격이 있다."

 

  괴테는 57세, 1806년 예나-아우어슈테트 전투(1806년 10월 14일 나폴레옹의 프랑군이 프로이센군을 격파한 전투)에서 프로이센군을 격파한 프랑스군이 바이마르로 쳐들어와 거리에서 약탈을 범했고 괴테의 자택에서 침입했다. 위험했던 괴테를 내연의 처인 크리스티아네가 기지를 발휘해 구해냈고, 이 일을 계기로 크리스티아네와 오랜 동거생활을 끝내고 정식으로 결혼했다는 일화가 있다. 참고로 내연녀 크리스티아네는 그가 39세였던 1788년부터 시작되었으나, 18년동안이나 그녀를 호적에 올리지 않았다.

 

 

 

<더는 사랑도, 방황도 하지 않는 사람은 죽느니만 못하다>

 

아,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독일의 대문호, 괴테답지 않은가!

 

 

 

 

괴테의 글쓰기에 대한 생각

  괴테는 또 이런 말도 한다.

 

'세상은 훌륭한 작가가 되기를 꿈만 꾸는 사람보다 실제 글을 쓰면서 조금이라도 돈을 벌고 있는 사람을 인정한다.'

 

 이 말은 글을 쓰는 우리들에게 좋은 자극이 되어주는 듯 하다. 꿈만 크고 위대하고 그로테스크하게 꿈꾸면서 다른 이들의 글과 저작을 폄하하고 비판하는 우리 자신이 얼마나 이율배반적인 지 정곡을 찌르는 대목인 듯 하다.

 

 

 

 

멍 때리는 시간을 즐길 줄 아는 괴테

  "나는 절대로 무리하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 일이 효율적으로 되지 않는 날에는 잡담을 하거나 차라리 낮잠이라도 자는 편이 낫다. 그럴 때 무리하게 글을 써봤자 나중에 후회할 것이 빤하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에도 가치가 있다.

그런 말이 있지 않은가! 수많은 천재들의 영감과 아이디어와 창조력은 멍 때리는 시간에 탄생했다는. 괴테가 이런 말을 하다니 참 새롭게 다가온다.

 

 

 

 

괴테의 자유론

"진정한 자유주의자는 자신이 잘하는 방법으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좋은 일을 하려고 언제나 애쓰는 사람이다."

'자유가 아닌데도 자유라고 굳게 믿는 사람만큼 노예상태에 빠진 사람은 없다'고 괴테는 말했다.

 

'사람은 자신이 자유라고 선언하는 순간 스스로 제약을 느낀다. 과감히 자신이 제약되어 있다고 선언하면 오히려 자유를 느낀다.'

 

괴테는 '추상적인 자유'가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자유'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자신에 대해 모두 인정하지 않고는 자유로워질 수 없으며 ,자신에 관한 모든 것에 경의를 표함으로써 비로소 자유로워진다."

 

 

 

괴테의 무지의 지

  "조금밖에 알지 못하는 사람일수록 무엇이든 다 안다고 말한다. 그러나 많은 것을 알면 알수록 의문점도 많아지는 법이다."

 

괴테에 대한 이 책을 보면서 감동의 물결이 일었다.

삶에 대한, 인생에 대한 통찰이 다분하다.

 

 

 마무리는 괴테의 이 문장으로 마무리하고 싶다.

 

"진리는 꾸준히 반복해서 흡수해야 한다. 오류가 우리의 주변에서 끊임없이 유혹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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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9-04-10 00: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괴테 <친화력>을 감동적으로 읽어서 괴테 전작을 꿈꿨지만 대작들이 많아서 언감생심이 되어 버렸어요ㅎ
괴테 소개를 정말 잘 해주셨네요^^

카알벨루치 2019-04-10 08:28   좋아요 1 | URL
안 그래도 <친화력>은 꼭 읽고싶은 책입니다 이 책을 쓴 일본작가도 추천하더군요 ^^

stella.K 2019-04-10 12: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항상 글을 쓰면 그 책에 대해서만 쓰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에 대해서 쓰는 카일님을 존경합니다.
괴테에 대해 알려면 알겠지만 일부러야 알게 되나요?
카알님을 안 덕에 괴테에 대해 알게되고 이거 정말 대박이란 생각이 들 정돕니다.ㅋ

괴테의 글에 대한 생각은 천만 번 동감하는 바입니다.
역시 세상에 쉬운 일은 없습니다. 그런 걸 꿈만 꾸면 안 되죠.ㅠㅠ

카알벨루치 2019-04-10 13:11   좋아요 1 | URL
김형석교수가 괴테에 대해서도 칭찬을 하시던데 요즘 제 서재가 정리가 안되서 책을 인용하는것도 잘 안되고 여러모로 정신이 없습니다 계속 잘 쓰고 계시죠? 4월은 마감되었으니 5월에나 찾아갈까요? 싶습니다 ㅋㅋ그냥 글을 쓰다보니 괴테에 대해 이런 글이 나와버렸네요 이북이라 쪽수도 인용도 못하고 그게 좀 아쉽네요! 괴테가 좀 전방위적인 통찰과 감각을 지닌 듯 합니다 이런 공직자가 있으면 우리 나라도 좋을텐데 근데 우리나라는 남녀문제에 굉장히 민감해서 괴테의 연애가 맹폭격을 당할 듯 합니다 뭐 이런 상상을 해봅니다 ㅋㅋ

페크(pek0501) 2019-04-14 12: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긴 시간 간격을 두고 두 번 읽었어요. 아 <괴테어록>이란 책도 읽었어요. 이 책엔 괴테의 명언이 다 나와 있죠.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있어서 제 서재에서 복사 붙이기 합니다.

재물을 잃는다는 것 - 이것은 얼마간을 잃는다는 것이다.
명예를 잃는다는 것 - 이것은 많은 것을 잃는다는 것이다.
용기를 잃는다는 것 - 이것은 모두를 잃는다는 것을 뜻한다. - 괴테어록, 55쪽.

카알벨루치 2019-04-14 12:20   좋아요 1 | URL
로쟈님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초판에 빠진 번역본이 대중화되었다고 했어요 그 빠진부분을 보강해서 번역본이 나왔다길래 읽으려고 구매는 했는데 언제 읽을진 모르겠네요 ㅎㅎ 고딩졸업하고 <파우스트>랑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은 것으로 기억하는데 ㅎㅎ
 

백년이란 키워드
백년이라 하면 가브리엘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이 생각이 난다 마꼰도에서 벌어진 부엔디아 대령의 집안사에 스며내린 고독, 그 깊은 고독감의 극치는 이 책의 백미이다 제목도 <백년의 고독>, 어떻게 이름을 이렇게 잘 지을 수 있나? 안정효의 <백년동안의 고독>보다 훨씬 감칠맛 난다 마르케스의 백년이라 함은 백(100)이라는 숫자에 갇힌다기 보다 훨씬 더 길고 파란만장한 세월의 길이를 상징하는 숫자, 메타포라고 할 수 있겠다



김형석의 백년인생의 비결
김형석교수의 <백년을 살아보니>는 이런 마르케즈의 상징적인 백년이 아니라 말 그대로 “백세인생”을 사신 분의 에세이이다 고령화시대에 그래도 백세를 사셨다는 것은 대단한 것이다 그렇다고 그분이 장수를 위해 특별히 신경 쓴 것은 없다 그는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지 않았다 그는 일을 조금 더 하기 위해 운동을 했고 그게 매주 수영장에 3번씩 출입하여 수영을 하신다고 했다 이 포커스, 초점이 너무 매력적이다 “일을 조금 더 하기 위해서” 운동을 했다는 관점이다 물론 고령화시대에 고령자들의, 노인들의 무위고도 무시할 수 없는 노릇이고, 현실이다 그런데 그는 이제 100세에 닿았는데 아직도 그를 찾는 이가 있어 강연을 다니고 글을 쓰신다 연로하셔도 할 수 있는 일을 위해 자기관리, 자기건강을 챙기신 부분은 역시 대단하다 더 대단하신 것은 <그의 관점focus>이다




부의 요소는?
<부의 추월차선>은 저자가 30대에 람보르기니를 탄 여린시절의 로망과 꿈을 이뤘다고 호들갑을 떨면서 이야기가 시작되는 전형적인 자기계발서이다 하지만 점점 그는 부에는 ‘추월차선’과 ‘서행차선’이 있다는 이야기하는 대목이 흥미롭다 더 주목할만 한 것은 그가 부의 3가지 요소로 3F를 이야기하는데, 거기에 가족family(관계), 건강fitness(신체), 자유freedom(선택)들고 있다 근데 그는 람보르기니를 타지만 그게 행복의 근간이 되는 돈(재정)finance라는 단어는 사용하지 않는다 그에겐 부의 3요소는 바로 이런 것이다 그게 충격적이었다 반전의 매력! 부의 3요소에 ‘건강’이 있다는 것이 너무 놀랍지 않은가! 김형석교수는 그런 측면에서 부를 소유한 인물이다



백년을 살고자 하는 자는 이것을 기억하라!
이 책을 읽으면서 또 하나 강하게 다가온 것은 아무나 장수할 수 없는 것을 느꼈는데, 마르틴 루터는 “사람에게 가장 충격적인 사건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별)”이라고 한다 그것만큼 정신적인 데미지를 주는 사건은 없다 우린 모두가 장수하길 원하고 오래 살길 바란다 하지만 그 사람들은 소수일 것이다 왜냐고? 고령화시대인데? 무슨 이야길 하느냐고? 우리는 백세시대를 살면서 백년을 살면 앞에서 마르케스 이야길 했는데 말 그대로 “백년의 고독”을 감내해야 한다 저자 김형석 교수는 사랑하는 아내를 20년 동안 병간호했다 그리고 먼저 떠나보내셨다 그리고 북한에서 월남하면서 헤어진 친구들, 다시 만난 친구들, 어릴 적 친구들, 지식인들...빼놓을 수 없는 백년의 친구들이 다 먼저 세상을 떠났고 그들을 그리워하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버텨낼 내구성의 그릇이 준비되어야 100년을 살 수 있는 것이다 저자는 아내를 떠나 보내고 재혼을 권하는 주위의 분위기도 있었지만 홀로 지내고 계신다 그러면서 외로워하신다 ...백년의 고독이다...



숫자 백100보다 더 중요한 것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아픔과 슬픔을 추스리고 혼자서 내면을 케어하는 자는 곧 백년의 생애를 사는 셈이다 숫자 100이 주는 100년이라기 보다 그는 물리적, 시간적 격차를 껴안고 외로움과 고독과 싸워 버텨낸 영원한 인생이기 때문이다 저자 김형석은 그렇게 꽉꽉 채운 인생을 살고 있다고 나는 인생선배이신 그분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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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19-04-06 09: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개인의 인생 하나하나가 문학작품이네요 ㅎ
맞아요. 우리의 인생이 소중한 사람들을 떠나보내는 일들의 연속입니다.~ 백년동안의 고독은
읽는 내내 고독감을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었습니다 ^^;

카알벨루치 2019-04-07 00:31   좋아요 1 | URL
맞아요 개인의 삶도 기록도 다 역사가 됩니다 유시민이 그런 이야길 한것 같기도 합니다 아닌가? 요즘 집안정리에 서재정리까지 해서 정말 에너지가 소진된 상태입니다 다시 달려가야하는데 워밍업이 좀 필요한듯 합니다 북프리쿠키님 서재사진 또 보고싶은데 안볼래요 보믄 부럽고 부러우면 지는거니...서재정리하고 책 못 읽는건 누가 보상해주나요 정말 ㅡㅜ; 굿밤하소서!

북프리쿠키 2019-04-08 12:59   좋아요 1 | URL
서재정리 다 하시면 자랑해 주세요 ㅎㅎ
부러우면 지는 거니 저도 부러워하지 않겠습니다 ^^;
 
나는 천천히 아빠가 되었다 - 아빠의 방목 철학
이규천 지음 / 수오서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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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도서관에 우연히 눈에 들어와 빌린 책이다. 알고 보니 이소은이라는 가수가 있었다구. 큰 딸 이소연, 작은 딸 이소은, 두 사람 모두 음악인으로 성장했다. 큰 딸은 신시내티음대 종신교수로 피아니스트로 활동하고, 둘째 딸은 16세에 가수로 데뷔했다가, 지금은 미국의 뉴욕의 로펌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 책은 이 두 딸을 키운 아빠, 이규천의 방목 철학이야기이다. 법학과 행정학, 그리고 정치학 박사를 받아 교수로, 공무원을 지낸 저자이다.

 

 

 

2

아빠의 철학을 대변하는 모토, 잊어버려(Forget about it.)”

솔직히 육아와 교육에 정답(해답)은 없다. 학부모들끼리 모여 카더라통신에 연루되면, 자신의 철학 보다는 시대의 줌마들의 분위기와 흐름에 끌려다니는 것이 육아이고 교육문제이다. 저자는 아이를 키울 때 언제나 나를 위한 것인가, 아니면 아이들을 위한 것인가?’란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엄마 아빠, 나한테 공부하라고 하지 말고 유익한 것을 하라고 말해줬으면 좋겠어.”(14p)

 

저자의 방목 철학은 그냥 방관하는 것이 아니라 철학(뼈대)이 있는 자녀교육이었다.

 

방목은 무관심이나 무절제가 아니다.

오히려 드러나지 않게 아이들의 본성과 독특함을

최대한 보장하고 유지해주려는 세심한 배려이다.’(55p)

 

너희들의 인생은 너희들 것이지 엄마 아빠의 것이 아니다. 모든 것은 너희 자신이 선택하고 결정해야 한다.”

 

마음을 차분하게 다스리고 억제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자식 일 앞에서 더더욱 그렇다. 딸들의 결정과 판단에 간섭하지 않으려고 애쓸 때 내게 가장 요구된 자질은 절제였다. 큰 딸이 피아니스트로 가기로 진로를 정하면서, 딸만을 미국에 유학생으로 두고 돌아오는 부모의 마음이나, 작은 딸이 가수로 지내다가 로스쿨을 간다고 했을 때, 부모의 마음은 마아블링처럼 혼란스웠을 것이다. 우리 모두는 그렇게 아이를 키우면서 천천히부모가 되어간다. 생물학적으로는 아이를 낳기만 하면 엄마, 아빠가 되지만, 진정한 엄마, 아빠아주 천천히되어가는 것이다.

 

아이의 인생은 부모의 인생과 별개라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기다림의 여유가 생긴다.’(59p)

 

 

3

책임감은 일부러 가지려 한다고

갖게 되는 것이 아니라

네 의무를 다하면 자연적으로 생겨난단다.”

 

저자는 아이들을 키울 때, 모든 사람이 각자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면 자신도 사회도 행복해진다는 말을 자주 했고, 아이들은 그것을 자신의 철학으로 적용시켰다.

 

 

 

4

교육 정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녀에 대한 믿음과 관계맺음이라고 생각한다. 자녀와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다림이다. 하지만, 부모는 늘 조급함에 아이들에게 강요와 간섭의 악순환을 반복한다.

삶에는 굴곡이 있게 마련입니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의 문제를 모두 해결해 줄 수 없지만 그냥 옆에 있어줄 수는 있습니다. 결국 오랜 시간을 두고 본다면 그것이 가장 강한 사랑의 표현이 아닐까요?”(106p)

 

 

 

5

이규천의 아내, 아이들의 엄마의 철학이 반영된 이 말이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왔다. 작은 딸이 로스쿨에서 첫 학기 관문을 통과하는 중요한 중간시험에서 실패했다. 딸의 실망과 좌절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아내는 딸에게 다음 시험을 잘 치르면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위로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망쳤어도 다음에 잘하면 되니까 너무 속상해하지 말라는 식의 격려도 아니었다.

 

성적과 너를 분리해서 생각해. 너는 성적이 아니라 이소은이야!”(125p)

 

 

아이의 자립심, 독립심, 자존감을 스스로 세워주게 만드는 부모의 철학이 놀랍다.

 

 

세상 모든 나무의 모양이 다르듯 아이에게도 각자 타고난 모습이 있다. 제 모양대로 자라는 나무를 주인이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려고 하면 많은 손상을 입는다. 아이도 각각의 본성대로 자라게 두지 않으면 기형이 된다. 기형을 막는 방법은 부모의 사랑 뿐이다.”(188p)

 

 

일상은 배움의 과정이고 불평불만은 새로운 것과 진부한 것이 충돌할 때 발생하는 소음이라는 것이 아이들의 엄마, 아내의 모토이다. 새로움에 따른 반감으로 불만이 발생한다는 이야기다.

 

 

 

6

인간의 삶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것 중 하나가 부모는 아이들을 위해 형제나 자매가 되는 것이고, 아이들은 부모를 위해 아빠와 엄마가 되는 것이며, 형제와 자매는 친구가 되는 것이다.”(235p)-헨리 나우웬 신부

 

 

 

부모가 된다는 것은 참으로 느린 과정이다. 아이들이 쑥쑥 커가는 데 부모의 멘탈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늘 부모들은 허덕인다. 모든 것이 낯설고 새롭고 막막하다.

 

 

그래서... 우리는 아주 천천히 부모가 되어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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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소녀 2019-03-28 20: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있었어요, 있었어요.ㅋ 제가 좋아하는 김동률님과 가끔씩 듀엣도 부르고 해서 가족사는 알고 있었는데, 아버님이 책까지 내시다니.

카알벨루치 2019-03-28 20:17   좋아요 0 | URL
<복면가왕>에 나왔더군요 전 검색해보고 알았네요 ~부모 되는 것이 제일 무겁고 어려운 task인 듯 합니다 그래도 거기에서 행복이 나옵니다 ㅎㅎ

북다이제스터 2019-03-28 20: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소은 모르시면 김동률 팬 아니신 듯^^

카알벨루치 2019-03-28 20:46   좋아요 1 | URL
김동률은 여자들이 좋아하는것 같던데요 ㅎㅎ

hnine 2019-03-29 06: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는 둘째 딸이 부모님에 대해 말하는걸 듣고 보통 부모님은 아니시구나 생각한 적 있어요. 책 까지 내셨군요.
제목의 ‘천천히‘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와요. 뭐든 서두르고 빨리 되는게 아니고보면 역시 자녀교육에도 인내심, 기다려주는 것이 중요한 것 같네요. 제일로 어려운 것 ㅠㅠ

카알벨루치 2019-03-29 11:39   좋아요 0 | URL
제일 잘 아는 것이 제일 어려운 것 같습니다 자녀에게 존경받는 부모가 되는 게 우리의 바램인데......^^

syo 2019-03-31 11: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관계없는 이야기지만 옛날에 이소은 정말 사랑했었는데...... 친구들하고 저마다 <서방님>이란 노래 속 서방님이 나라며 실갱이도 하고...ㅠ 아 옛날이여....

카알벨루치 2019-03-31 12:08   좋아요 0 | URL
이소은 사랑했었는데...이거 너무 울림이 큰 문장인데. 이소은씨한테 연락해봐야긋네 우리 쇼군님 힘 되게 ㅋㅋ내가 먼말하고 있지?ㅋㅋㅋ

희선 2019-04-02 01: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분 얼마전에 라디오 방송에 나왔어요 이소은 아버지가 저런 분이었구나 하고 언니는 피아니스트였구나 했습니다 언니는 이소은이 가수로 잘될 때 좀 안 좋기도 했나 봐요 그럴 수도 있겠지요 이소은 지금 한국에 왔다고 하더군요 뭔가 해라 하지 마라 하기보다 그냥 지켜봐주는 것도 괜찮을 듯해요 그게 맞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관심을 보이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래도 내버려두는 게 좀 낫지 않을까 싶어요


희선

카알벨루치 2019-04-02 08:33   좋아요 0 | URL
방목, 쉽지 않은 길입니다 애들도 다 자율적인 존재인데...^^ㅎㅎ

페크(pek0501) 2019-04-02 13: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의 경우, 큰애를 방목하다시피 키웠어요. 제가 일하는 사람이라 어머니 역할을 충실히 할 정신적 여유가 없어서요.
집안일도 많았고 제가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아이 공부에 관해서는 전적으로 아이에게 맡겼어요.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하여 안심한 부분도 있었죠. 그 애가 지금 대기업에 취직해 다니고 있어요. 다들 방목의 성공 케이스라고 하는데, 이건 애들 나름이라고 생각해요. 어머니의 관리가 필요한 아이도 있어요. ‘스스로 학습‘이 되는 경우엔 굳이 잔소리해서 스트레스를 줄 필요가 없는 것 같고요.

카알벨루치 2019-04-02 18:58   좋아요 0 | URL
역쉬 페크님의 아이는 다르네욧! 양육은 정답이 없다는...ㅎㅎ 긴 댓글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