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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 2 - 7月-9月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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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재미있는 영화의 하이라이트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영상이 꺼져 버린다면?
화면이 일시정지되어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 다음 스토리의 전개가 어떻게 될지 신경이 최고조로 곤두서있는데 이런 현상이 벌어진다면 관객들은 울화통을 터트릴 것이 분명하다. 그 다음에는 사랑하는 남녀가 다시 만났는지, 그 주인공이 생명을 구했는지, 살았는지 죽었는지 등등...수많은 이야기가 잘 전개되다가 갑자기 멈췄을 때 그 기분이란 무어라 표현할 수 있을까? 

1Q84의 1,2권을 다 읽은 느낌은 이런 느낌이다.

아직 스토리는 끝나지 않았는데, 독자들은 더 큰 무언가를 기대하고 있는데 갑자기 책장이 덮어야 한다. 아무리 책장을 넘겨도 하드커버(표지)만이 자기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소설가, 작가는 이런 점에도 굉장히 독재자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다. 이야기를 술술술 풀어놓고는 갑자기 우리에게 그 이야기에 관심을 끌 것을 강요하며 책장을 덮게끔 만들고 있다. 그래서 화가 났다. 





 하루키의 이 5년 만에 출간한 대단한 작품!

독자인 나는 이 작품을 흥미롭게 접하며 하루키의 위업에 찬사를 보내고 있었다. 아오마메와 덴코의 오가는 이야기에 푹 빠져 있었는데 웬 걸??? 이야기가 잘렸다는 느낌! 누구 말처럼, 한 동안 소설은 보고 싶지 않을 것 같다는 말이 실감나는 대목이다.


이 대목은 마치 어네스트 헤밍웨이가 <노인과 바다>에서 노인이 그렇게 사투를 벌여 잡은 물고기, 자기가 실컷 잡은 고기가 상어들에게 다 먹이고 할퀴고 찢기고 난 후 바닷가에 당도했을 때는 앙상한 물고기의 뼈대만 남아있는 허무한 대목과 오버랩된다. 니힐리즘, 허무주의? 헤밍웨이의 허무주의는 그의 삶과도 연계된다. 노벨상을 받았지만 엽총으로 자살하고 마는 씁쓸한 대목을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죽음이 주는 굉장한 여운! 그러나 그 여운은 생명과 삶과 인생을 희망하는 이들에게는 정신적인 굉장한 데미지로 작용한다. 그래서 글이 대단한 것이기도 하고 해악적인 요소가 다분하다고도 볼 수 있다.


하루키가 헤밍웨이의 닮은 꼴을 지향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아오마메와 덴코...모처럼 하루키의 매력에 흠뻑 빠졌는데...역시 하루키는 글쟁이다.


문학적인 위업이나 평가는 시간이 없어 표피적인 느낌만을 적는다.

아쉽다, 아쉽다, 아쉽다......

1개월 동안 쉬면서 올린 성과라면 무라카미 하루키의 이 신작 소설을 독파했다는 것뿐? ㅎㅎ

Written By Karl21


하루키를 어떻게 이해할까?


1q84를 어떻게 읽을까에 대한 해석서라고 할 수 있는 글, 다양한 관점을 보여주는 해설서에 대한 글!


http://blog.naver.com/eugenetec/13007760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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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시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유유정 옮김 / 문학사상사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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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비리(?)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는 주인공 와타나베가 '고등어의 푸른 빛깔'같은 20대로 접어드는 시점 전후의 사건을
기억하면서 이야기의 첫 단추를 풀어가고 있다.  그러면서 하루키는 이 소설을 통해 '우리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과 같은 역할을 만들어 가고 있다. 

  상실의 시대
 이 소설은 상실자들의 이야기이다. 여기서 상실은 이중성(doubleness)을 갖는다.
 첫째는 자기 존재성의 상실이며 둘째는 관계성의 상실이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에 대한 방향감각이나 목표의식도 없는 주인공 와타나베의 자기 상실,
그리고 카오스(Chaos)는 자신에게만 머물지 않고
 자기와 관계하는 모든 이들에게 파급된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와타나베를 '피해자'로 볼 가능성도 없지 않아 있다.
와타나베의 고교친구인 나오꼬는 이미 어린 시절에 언니의 자살을 목도했고 
 
기즈키라는 소꼽친구를 교통사고로 잃었다.

  - 관계성의 상실과 상처다발
  그녀는 와타나베와 성관계를 가짐으로써 관계성을 회복할려고 하지만 그와의 섹스는 오히려 그녀의 카오스를 극에 치닫게 만들고 결국 그녀는 정신 요양소로 거처를 옮긴다.
그곳에서 만난 레이코여사는 어릴 적에 정신질환을 두 번 앓은 적이 있고 결혼엔 한 번 실패한 중년여성이다.
와타나베에게 있어 레이꼬 여사는 결과적으로 볼 때 '병도 주고 약도 주는' 그런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연극 강의를 같이 듣다 알게 된 미도리는 가족공동체로부터 받은 상처를 간접적으로 표현하기를

아버지의 장례식을 '피크닉'이라 부르고 아버지의 영정 앞에서 '내 존재의 절반은 아버지의 정자쟎아요?"

라고 하면서 자신의 알몸을 내보이는 아주 도발적인 행동을 한다. 

  와타나베의 학교 선배 나가사와의 애인, 하쓰미는 나가사와의 에고이스트적인 삶과 사랑의 방식-그에겐 모든 것이 '게임'이었으며 20여년 동안 80명의 낯선 여자와 섹스를 했다-에 상처만 입고는 결국 다른 남자와 결혼한다.
와타나베는 나오코와 미도리와의 연인관계를 이중적으로 계속 유지하면서도 주말이면 나가사와 함께 '여자사냥'에 나가 낯선 여자와 '프리섹스'를 하는 이러한 카오스적인 애정행각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그러다가, 나오꼬와 하쓰미는 자기 존재성의 상실과 관계성의 상실에 못이겨 자기파멸(파괴)-자살-로 치닫고 만다. 그렇게 카오스는 카오스를 낳고 만다.

 와타나베는 나오코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방황하다가 예전 고교시절 섹스파트너였던 여자친구를 생각하며 생전 처음으로 '상처 입은 자'에 대한 생각을 했다-이런 자각은 후에 미도리와의 전화통화하는 순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을지도 모른다.
방황 끝에 그는 레이꼬 여사를 만나게 되는데 이 만남은 와타나베 자신에게 있어 이중적인 의미를 가지게 된다.

   첫째는 미도리에게 다가갈수 있다는 가능성-관계성의 회복의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점이고, 
   둘째는 나오꼬의 장례식을 위해 51곡의 기타연주 이후에 아직 나오꼬의 죽음에 대한 슬픔도 가시지 않았는데 
            이들은 네 번의 방대한 섹스를 가졌다는 점-자기 존재성의 상실의 가능성-이다.
 
  와타나베는 레이꼬 여사와 헤어진 후 미도리에겐 전화를 하지만 

  '당신, 지금 어디 있어요?'


  라는 미도리의 물음에 그는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라고 자문하며 카오스상태로 빠져든다.
 왜냐하면 설사 미도리와의 관계성은 회복될지 몰라도
 자기 존재성의 상실, 카오스는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딜레마(dilemma)인 것이다.
 이것은 나 스스로 생각해 보건대
 인간이 보편적으로 가진 정체성(identity)의 위험수위를 넘어섰다고 본다.
 이것은 와타나베에게 있어 가장 큰 상실이요, 카오스인 것이다.  

 상실은 또 다른 상실을 낳고
  와타나베가 가진 개인적인 상실은 그 개인에게만 머무르지 않고 더 나아가 다른 이와의 관계 가운데 상실을 파급시키면서 상실은 또 다른 상실을 낳게 되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이것은 소설속의 와타나베의 초상화이기도 하지만 현대문화의 초상화이기도 하다.  
  
  하루키는 이 작품에서 '자기 존재성과 타인과의 관계성'의 '어울림' 을 강조하고 있다.

Written by Karl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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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 다이어리 - 연애보다 재미있는 압구정 이야기
정수현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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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동’을 중심으로 하는 이야기


나는 이 책의 제목 ‘압구정’이라는 말에 호감이 가서 구입했다. 조금은 답답하고 짜증나는 이야기들이 많지만 재미있기는 하다. ‘압구정 다이어리’는 말 그대로 압구정동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된장녀’들의 이야기

대한민국의 극소수인 부유층의 집합지인 압구정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이 즐비하다. 이를테면, 몇 백만원에서 몇 천만원까지 하는 헤르메스 백과 몇백만원 하는 구두, 명품중의 명품의 의류와 악세사리, 제니퍼 로페즈가 만들었다는 브랜드 J는 츄리닝값만 몇십만원을 육박한다. 요즘 대세인 성형수술 그리고 차는 억대를 능가하는 외제차들을 선호하는, 그리고 음식도, 취미도 연예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아니면 그 이상을 즐기면서 살아가는 대한민국 1%~5%에 속하는 사람들이 이야기이다. 언젠가부터 명품만을 밝히는 사람들에게 ‘된장’이란 말이 붙어 ‘된장녀’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이 책은 말 그대로 ‘된장녀들의 이야기’이다. 

Hermes...겁나게 비싼 명품

된장녀들의 ‘굶주린’ 이야기

 된장녀들의 끊임없이 굶주려 한다. 그 굶주림은 단순한 음식에 굶주림을 지칭하는 것만 아니다. 

“응, 외모, 연봉, 집안, 장래성, 매너, 미적 센스.
이중에서 외모는 저 남자 정도면 되고.”

 

이건 압구정동 지도이다. 책 안에 있다. 

 

‘이 압구정. 청담 바닥에서 외제 차 몰고 다니는 잘생긴 남자들은 딱 세 부류인 거.

연예인, 청담동 도련님. 그러니까 나 같은. 그리고 마지막으로 호스트!’

 

주인공의 남자 친구였던 상준의 말이었다. 돈이 최고라는 시대, 포스트모던 시대의 후유증은 대한민국에서 제일 나가는, 강남의 압구정동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난다.


 된장녀들의 굶주림의 정점은 ‘광림교회’에서

이 책의 정점은 마지막 대목에 여자 주인공들이 ‘광림교회’를 가게 되는데, 거기서 된장녀들의 진수를 볼 수 있다. ‘우리 나라에 이처럼 물 좋은 교회가 이곳 말고 또 있을쏘냐?’(누구나 한번 와 보면 그렇게 느낄 것이라고 나는 장담한다) 완전히 GG다. 이런 된장녀들의 몸짓들을 보면서 광림교회에 있는 주인공의 고백이 의미심장하다.

‘그렇다! 그들이 물질적인 것을 추구하는 것은 아마도 마음속 공허함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돼버렸을까. 뭐 이런 심오한 생각들이 나와 전혀 어울리진 않지만, 가끔은 이런 기분에 빠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회라는 장소적 특성 때문일까?...’

시대적인 대세 가운데 터져 나온 한 마디!

책 표지에 이런 말이 있다.


‘연애보다 재미있는 압구정 이야기’

그래, 재밌긴 재미있다.





이 차가 30억이 넘는 차였던가?

작중 유라가 이 차에 반해서, 이 차주인-키가 작지만 돈이 많기에-인 남친을 사겼다가,

1주일만에 둘이서 같이 운동하는 와중에 헬스클럽에서 만난 알리샤와 바람나서 파토난다.

나이트 클럽에서 친구 소개팅 시켜주려고 애쓰는 주인공과 친구, 지안! 상대 남자가 3시리즈의 차를 타고 다닌다고 하길래, 된장녀는


“아, 저도 예전에 BMW3 타고 다녔어요. 무슨 색이에요? 전 파랑색이었는데.”

“하하, 전 BMW가 아니라 삼성 건데.”

“.....”


뭐, 뭐라고? 그럼 그 3시리즈가 SM3였어? 맙소사! 얘 뭐야? 세상에 어떤 사람이 SM3를 3시리즈라고 하는 거야? 젠장, 이젠 내가 더 이상 여기 있을 여유가 없어졌다. 괜히 시간만 버렸어.


이런 이야기들의 일색이다.

하지만 그 발칙한 것이 조금은 상큼하게 다가온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전혀 꿈꿀 수 없는 것들이지만.

머리 식히기 위해 한 번 읽어보는 것도 괜찮은 발상! 

된장녀들의 발칙한 행위를 훔쳐보면서 커피 한잔하고 머리 식히는 것도 일상의 무료함을 달래는 좋은 방법!


  말 그대로 이러한 것에 극도로 집착하는 굶주림과 갈증의 된장녀들이 주인공이다. 헬스클럽 1년 회원권도 이지훈이 CEO로 있는 헬스클럽, 엄청난 금액이다. 나이트 클럽도 명품 나이트클럽이 따로 있고, 거기엔 연예인들도 들낙거리는, 하지만 사인공세를 받지 않아도 되는 대한민국의 성역(?)과도 같은 압구정동!


보통 사람들이라면 접할 수 있는 유일한 압구정동의 점포라면 ‘맥도날드’정도?

수많은 잡지와 연예계 뉴스에서나 볼 수 있는 이야기들이 즐비하게 담겨져 있어 흥미롭게 줄줄 읽혀져 내려간다. 이 책에서는 ‘압구정을 돌아다니는 이들이 연예인을 봐도 모른 척 하는 이유’, ‘새벽녁 압구정에서 술 마시기 좋은 포차 Best3’, ‘Best dress code in night or club’, ‘압구정 젊은 남자들이 타고 다니는 차종 & 성향’,‘나이트 초기녀(~3개월) VS 나이트 후기녀(3개월~)’등이 열거되어 있다. 이런 가십같은 정보는 잡지에서나 어울리지만 이렇게 소설 속에 등장하는 색다른 맛이 있다. ‘압구정동 다이어리’라는 소설의 독특함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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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다시 읽기 - 철학과 예술에서 경제와 과학까지, 우리가 알고 싶어했던 지식의 모든 것
커크 헤리엇 지음, 정기문 옮김 / 이마고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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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다시 읽기/ 커크 헤리엇 지음, 정기문 역/ 이마고


우리가 알고 싶어했던 지식의 모든 것

디트리히 슈바니처의‘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 교양’이란 책을 끈질기게 읽어 치웠다. 나는 그 책을 읽는 와중에 서점에서 꽂힌 책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교양, 다시 읽기’였다. 부피와 무게가 만만치 않은 이 두 책을 어떻게 읽을 용기가 있었는지 구입을 하는데 전혀 거리낌 없이 구입했지만 막상 읽는데는 굉장한 시간의 인내가 필요했다.

  전자의 책은 나에게 ‘역사, 세계사’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면, 후자의 책은 내게 지식의 방대함에 혀를 내두르게 했다고나 할까?

  솔직히 커크 헤리엇이 병리학자 즉 의학박사이면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는 이력을 보면서 그의 바탕이 인문학이 아니라 의학이었기에 글의 느낌이 많이 달랐음을 부인할 수가 없다. 디트리히 슈바니처는 영문학자이게에 인문학과 영문학을 전공한 나로서는 굉장히 이해가 빨랐고 재미도 있었다. 그러나, 커크 헤리엇이 보여준 정말 파리 뒷다리가 가진 세밀한 정보와 역사 훑기는 정말 솔직히 질릴 정도로 지루한 점이 있었다. 하지만 탄복할만한 것은 의학자로서 출발한 그가 이렇게 방대한 교양적인 지식을 900페이지가 넘는 책으로 엮어냈다는 데서 굉장한 찬사를 보내고 싶다. 그는 이러한 방대한 양의 교양지식을 이야기하면서 인류는 한 사람의 독점적이고 창의적인 지식과 발명에 의해 움직여진 것이 아니라 우연과 함께 협력된 수 많은 사람들의 아이템의 도움이 있었음을 분명히 짚고 가고 있다. 독불장군은 없다는 것이다. 벨이 전화기를 혼자서 발명한 것도 아니고, 증기기관을 와트가 혼자서 발명한 것도 아니다. 수많은 발명가들이 선구자적인 역할을 하긴 했지만 역사가 보여주는 진면목은 한 사람의 발명은 수 많은 사람들의 연구와 업적의 신세를 지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또한 이 책을 보면서 느낀 것은 의학자의 원래 신분이 없었다면 작가는 과연 이렇게 많은 정보를 나열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보통 의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수 많은 용어와 신체기관과 설명을 달달달 외워서 적재적소에 순간적으로 적용시켜야하는 직업군에 속하는 사람들이다. 그런 의학자만이 이런 다양하고 굉장히 나열성이 짙은 교양지식서를 펴낼 수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나는 책을 중간에 읽으면서 이 책에 건질만한 것은 이를테면, 벤츠 회사의 이름이 왜 메르세데스 벤츠냐 하면 카알 벤츠가 자기와 자동차 기술을 동업하기로 한 사람의 딸 이름이 메르세데스여서 회사 이름을 ‘메르세데스+벤츠’로 했다는 이야기나 아니면 우리가 엘리베이터를 타면 LG-OTIS라는 상호가 나오는데 그 오티스는 엘리베이터를 발명한 엘리샤 오티스에서 온 것이라는 정도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책을 끝까지 이를 악물고 다 읽고 난 후 느낌은 작가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오늘날의 수많은 지식인들 중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이 자기분야에서만 전문성을 띠지 다른 분야에서는 찍 소리도 못하는 현실이 오히려 각 분야와 전공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더 단절시킴으로 말미암아 교양의 결여를 초래함으로써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장벽이 걷잡을 수 없이 높아진다는 딜레마를 지적하고 있다. 그러면서 작가는 오늘날의 지도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학력’을 꼽고 있다. 많이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의 작가의 결론이 다소 의아하긴 했다. 하지만 그가 수없이 나열한 정보와 지식과 교양을 생각해본다면 그럴만도 하다 싶다.


  이 책은 부제처럼 ‘철학과 예술에서 경제와 과학까지’총체적인 모든 역사와 지식을 담고 있다. 세밀하게 다루고 있다. 특별히 작가는 과학지식에서 굉장히 세밀화를 기한 대신에 문학사나 예술사에서는 다소 줄기만을 잡아가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인문학도인 나로서는 과학사를 접하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었다. 로켓이 나오고 세포가 나오는데...병리학자인 작가야 익숙해서 닳고 닳은 지식영역이겠지만 나에게는 완전히 ‘쇠귀에 경읽기’수준이었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어디서부터 왔으며 어디록 가야 하는지, 그리고 우리는 과연 누구인지’에 대해서 질문하며 미래의 세대들을 향해 글을 적고 있다. 커크 헤리엇은 특히나 기독교가 조로아스터교에서 파생했다는 비교종교학적인 결론을 내리고 있는데 좀 의아했다. 작가의 눈에서 비친 개인적인 지식의 여정 가운데서 서양 뿐만 아니라 동양까지 다룰려고 했다는 데서 점수를 주고 싶지만 전체적인 교양의 모든 것을 다 다룰려고 하다 보니 양은 비대해졌다. 숲은 비대해졌지만 숲에 심긴 나무들이 다소 앙상한 느낌이 없지 않아 있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던 상식들이 우리의 편견에서 비롯된 것임을 저자는 고발하기 위해 상식의 파격적인 면을 노출시킬려고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
  역자는 이 책의 후기에서 이 책을 이렇게 설명했다.

“인류 교양의 총서이자 상식에 대한 도발적 질문 제기”

  나는 저자가 이러한 모든 교양지식을 집대성하여 마무리하는 대목에서 결론적으로 인간은 ‘장기적인 사고’를 해야 한다는 첫 번째, 두 번째는 교육의 절실한 필요를 말하며, 세 번째는 인구과잉에 따른 가족 계획을 들고 있다. 저자는 이런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TQM(Total Quality Management)를 들고 나와서 조금은 당혹스러웠다. 인류가 총체적인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선 개인의 발견과 발전과 아울러 제도적인, 시스템적인 뒷받침이 요구되어야 함을 작가는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 웬만한 용기가 없으면 읽을 엄두가 나지 않는 책이다. 개인적으로 디트리히 슈바니처의 책, ‘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 교양’이 훨씬 재미있다. 하지만 이 책은 끝까지 다 완독한 자에게는 무언가 특별한 지적 사유의 여운이 남는다. 한 지식인이 자식의 전공과 영역을 넘어서서 총체적인 교양을 다룰려고 했다는 점-심지어 의사가 음악의 대위법을 운운하고, 제임스 조이스의 ‘의식의 흐름’을 이야기했으니 말 다하지 않았는가?-이 너무나 탁월하다. 하지만 커크 헤리엇은 인류의 교양사가 그냥 독보적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모든 인물과 인물의 도움과 도움으로 이뤄진 것임을 자신의 책의 내용에서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자신의 전공외의 수 많은 학자들과의 교류와 커뮤니케이션으로 이 지적 산물을 탄생케했다.


모든 전공과 학문에 통달한 지식인은 있을 수 없다. 아무리 Walking Dictionary라고 해도 모든 분야에서 No.1이 될 순 없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이 No.1이라고 절대 이야기하지 않고 학문하는 자의 성실한 자세로 다른 학자들의 도움을 거절하지 않고 겸허하게 받아들여 이 저작을 탄생시켰다. 이 점에서 나는 커크 헤리엇을 더 높이 사고 싶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만을 가지고 책을 쓴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하고자 하는 총체적인 교양을 말하기 위해서 자기가 모르는 부분들을 조언과 충언과 피더백을 구하면서 방대한 저작으로 다듬어갔다는 사실, 그러한 사실이 그가 박사학위 Ph.D 학위를 받기에 합당한 자임을 보여준다. 정말 그래서 Ph.D 학위가 있는 자는 자기가 전공한 전공이 아니더라도 철저하게 연구하고 준비하면 또 다른 분야에서 가르칠 수 있는 자격이 있다는 것이 바로 이 말인 듯하다.

  세계적인 경영학자인 피더 드러커가 3년마다 자신의 공부하는 영역과 분야를 바꿔가면서 연구하고 공부하는 철저한 연구자의 자세가 커크 헤리엇에게서 엿보인다. 아...정말 지루했고 힘겨운 지적 탐색이었지만 ‘교양, 다시 읽기’정말 멋진 놈을 만난 기분에 감상을 적어 보았다.

20080625.

Written By Karl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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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에서 연애를 꺼내다
박주영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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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 처음 들어보는 작가였다. 문학계는 내가 모르는 사이에 수많은 신예 작가들이 등용되고 있다. 내가 뭐기에? 나는 세상의 중심이기에, 주관적이고도 이기주의적인 발상을 해 본다. ‘스타일’의 백영옥처럼 시원시원하게 글을 적어가고 있다. 백영옥은 잡지기자출신 답게 모든 것을 브랜드와 트랜드로 이미지화시키면서 소설을 재미있게 적어 나가고 있고, 박주영은 제목처럼 ‘냉장고’에서 모든 연애이야기를 가져온다. 이를테면 누굴 만났는데 무슨 레스토랑에서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그 사람에 대한 이미지를 만들어가고 있다. 주인공이 요리사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는 알라딘에서 책을 구입한지 하루만에 읽어버렸다. 연애이야기를 너무 재미나게 써내려가고 있다는 생각! 여자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그 연애의 시선! 보통 남자 작가들은 ‘성’, ‘섹스’이야기를 반드시 하고야 만다. 하지만 박주영은 여류작가이다. 그는 정말 ‘섹스이야기’를 하나도 언급하지 않는다. 남녀관계에서 반드시 개입되어질 ‘성’이 빠진 굉장히 건전한(?) 소설의 ‘냉장고에서 연애를 꺼내다’이다.

나는 800페이지에 달하는 ‘교양서’를 몇 달 동안 읽어 내려가면서 완전히 지적인 파김치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책은 무조건 재미있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다. 더 나아가 소설은 무엇보다도 재미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 박주영의 소설은 거기에 속하는 글이다. 일단 재미있다. 나영, 수진, 유리 그리고 은주...이렇게 여자친구들끼리 얽히고 설키는 연예관계를 아주 속도감있게 전하는 박주영의 필치가 돗보인다. 연애를 요리로 비유하여 글을 적어가는 것도 신선하다. 나는 남자라서 덜하겠지만, 요리에 직접적으로 접하는 여자 독자들은 더 친근하게 다가오지 않을까 싶다.


나는 주인공인 나영이 과연 누굴 선택할지 끝까지 궁금해했다...읽는 독자라면 누구나가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의 다소 보편적이면서도 의례적인 콤멘트를 옮겨보면,


오늘의 요리


-아무리 요리를 못하는 사람도 한 가지쯤은 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준비할 수 있는 최상의 재료를 준비하자.

-처음부터 너무 욕심내지 말자.

-돌이켜보고 반성하자.

-느낌, 감각, 습관,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믿자.


작가는 요리를 연애로 보고 있다는 관점! 그게 이 소설의 특색이다!


하나 더 이야기하면, 특히, 박주영의 이 소설의 표지가 굉장히 이뿌다. 느낌이 사뭇 다르다. 만져보면 촉감이 다르다. 그것은 포스트잇 붙이는 부분을 볼록하게 처리함으로 디자인에 신경을 좀 썼음을 알 수 있다. 이것도 멋진 마켓팅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Written By Karl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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