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푼도 용서없다 동서 미스터리 북스 86
제프리 아처 지음, 문영호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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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남동생이 '추리소설 사 모으기'란 새로운 취미를 갖게 된 바람에(물론 읽기도 하겠지^^) 남동생 집에 가면 빌려올 만한 책들이 쏠쏠히 있다. 날도 덥고 골아픈 책은 읽기 싫고 그래서 그 중 가벼운 책을 골라서 집에 가져왔는데 읽다보니 옛날에 읽은 책이었던 거다!

그때는 <한푼도 더도 말고 덜도 말고>란 제목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게 책 내용과는 더 딱 맞아 떨어지는 것 같다. 이야기인즉슨, 법망을 피해 요리조리 교묘히 사기를 치는 벼락부자 나쁜놈(하는 짓과 어울리게 생긴 것도 품위없고 천박하다)이 있는데 이놈한테 전재산을 사기당한 네명의 나름대로 전문분야에서 멋지구리한 네명의 신사(수학자, 화상, 의사, 귀족)가 빼앗긴 재산을 한푼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되찾아오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이다. 그래서 한푼도....운운 하는 것이다.

추리소설 두 번째 읽는 게 도대체 무슨 재미냐 하겠지만 재밌었다. 워낙에 유쾌하고 가벼운 영화 한 편 보는 듯한 이야기라서 원래 처음 볼 때도 대단히 머리 쓸 내용은 아니다. 각자가 자신의 지위와 재능을 이용하여 탐욕스런 그놈을 제꾀에 제가 넘어가게 만드는 게 통쾌해서 그냥 하하거리며 책장을 넘기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 반전은 더욱더 유쾌하고....아무 생각없이 볼 수 있다.

그리고 처음에 그 나쁜 놈이 이들에게 사기를 치는 수법은....요즘도 심심찮게 써먹고들 있지 않나? 증권사기라는 것이 다 이런 것 아닌가 싶다.  유령회사 차려서 거짓정보 슬슬 흘려가지고는 주식의 가격을 높인 후 팔아먹고 도망치는 것. 거기에 그렇게 쉽게 속아버린 '나름대로 전문분야에서 멋지구리한 네명의 신사'가 좀 우스워 보이기도 한다. 그들이 그렇게 바보같이 자기의 전재산을 고스란히 그 악당에게 바친 것에 비해 그 후의 복수극은 치밀하고도 유쾌하다. 뒤의 해설에서 '사람을 속이고 돈을 갈취하는 것이니까 범죄임에는 틀림없겠지만, 흉기를 위두르거나 사람을 죽이는 것도 아닌 이들 콘맨들은 어쩐지 미워할 수 없는 구석이 있어서,자칫하면 아무 생각없이 불쑥불쑥 박수를 보내고 싶어질 때가 있다'고 했는데 사실 툭 까놓고 말하자면 이들의 행위는 전혀 범죄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내가 내돈 찾자는데 그게 왜 범죄냐고.

<범죄의 재구성> <스팅> 등 내가 본 '사기'를 다룬 영화는 대부분 재밌었다. 그것이 일종의 두뇌게임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리라. 당하는 사람이 내가 아니라면 사기란 흥미진진한 것이다. 그리고 측은지심이 작용하여 재미가 없어지면 안되니 당하는 사람은 당해도 싼 나쁜놈이어야 한다. 어쨌든 유쾌했다. 좀 유치하고 속이 훤히 보이는 면이 없지도 않았지만 나름대로는 귀여웠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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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8-05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비슷한 건 그나마 나아요. 얼토당토 않은 건 어쩔 수 없게 속는다니까요...

깍두기 2005-08-05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전 제목이 전혀 바뀌지 않았어도 기억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해서 두번 본 책 많걸랑요. 심지어는 책을 반 넘어 읽고 나서야 "언제 읽은 것도 같은데...." 요런 적도 있어요^^

게으름이 2005-08-08 1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 모으기'라니...
변호사 선임하시오.

깍두기 2005-08-10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게으름이님! 넘 무서워요^^;;;
 
비잔티움의 첩자 행복한책읽기 SF 총서 8
해리 터틀도브 지음, 김상훈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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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드디어 행책에서 SF시리즈 여덟번째 권이 나왔다. 얼마나 오매불망 기다렸던고.

내가 이놈의 행책 SF시리즈를 이렇게 고대하는 것은 시공그리폰북스의 아픈 추억 때문이다. 지금은 나오지 않는 시커먼 표지의 시공그리폰북스......내가 이것을 알게 된 것은 그리폰 북스가 나온지 한참 지난 후였고, 아니, 우리나라에도 SF시리즈가 드디어! 이렇게 생각하고 사모으기 시작했으나 이미 책은 반넘어 절판, 품절된 후. 그리하여 열세권의 시공그리폰북스를 사모으는데는 정말이지 눈물겨운 노력이 필요했던 것이다.(사지 못한 것은 도서관에서 빌려 읽어 결국은 다 읽었다)

그 이후 계속 출간된다던 그리폰북스는 <유년기의 끝>을 끝으로 시리즈가 종료되어 예전 '동서추리문고'같은 백권 넘는 문고판의 출현을 기대하던 나를 실망시키고 있던 찰나, 너의 그 백권의 꿈을 이뤄주마! 라며 등장한 것이 행복한 책읽기의 SF총서이다. 그리폰북스를 계기로 '책은 절판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은 나는 이 총서를 나오는 족족 초판 구매를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출판사는 도대체 백권의 꿈을 언제 이루려는 것일까? 2003년에 나온다던 이 책이 2년이 지난 지금에야 나왔으니......그래도 뭐 급히 먹는 밥이 체한다고 했으니 언제까지라도 백권을 내주시기만 한다면야 나는 감지덕지다. 그리고 요즘은 여러 출판사에서 SF가 옛날보다는 자주 출판되는 터라 이 총서에만 목매지 않아도 되고 말이다^^

어쨌든 이 책 <비잔티움의 첩자>는 나온다 나온다 하며 하도 얘기를 많이 들은 터라 나는 읽지도 않고 마치 읽은 듯한 착각에 빠져 있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은근히 부담되기도 했는데 비잔틴 역사를 배경으로 한 대체역사소설이라는 소개 때문이었다. 비잔틴이라면 고등학교 세계사 시간에 배운 알량한 지식밖에 없는 나로서는 과연 소설의 배경지식이 이렇게 전무하고도 소설을 즐길 수 있을까 염려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그야말로 기우였다. 물론 잘 알고 보면 더 즐거웠겠지만 워낙에 가벼운 첩보물이었기 때문에 역사지식의 무지가 별로 장애가 되진 않았다. 아래 다른 분의 리뷰를 보고 내가 완전 동의한 부분이 있는데 '이것은 비잔틴을 배경으로 한 007시리즈'라는 것이다.  주인공 아르길로스의 직업은 '마지스트리아노스' 지금으로 말하면 스파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있는 말로는 '간첩'이라는 것인데, 스파이 - 첩자 - 간첩, 왜 이리 어감이 천양지차이지? 스파이라고 하면 괜히 멋지고 폼 나 보이고 간첩이라고 하면......반공멸공 시대를 살아온 우리 머릿속엔 다들 동일한 이미지가......^^

어쨌든 주인공인 아르길로스는 절대 '간첩'이 아닌 '스파이'다. 모두 7장으로 되어 있는 이 책에서 주인공은 한 장에 하나씩 커다란 사건을 뛰어난 통찰력과 지력으로 해결해 낸다. 그의 아내와 아이는 2장에서 병사하여 그는 그 이후 우울한 표정을 얼굴에 드리우고 다양한 여성편력을 쌓을 수 있게 되었다.(이렇게 말하면 심술궂게 들리겠지만 하여간 읽다보면 그의 아내는 소설의 재미를 위해 죽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걸 어쩔 수 없다)

이 책에서 내가 가장 흥미있었던 것은, 인류문명의 중요한 발명품(화약, 활자, 위스키, 망원경)들을 주인공의 시대에 발명한다고 설정해 놓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었다. 거기서 주인공은 그러한 발명품들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것을 군사적,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는데 머리를 쓴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마치 옷 속에 숨겨놓은 비밀무기로 사건을 해결하는 007처럼.

작가가 생각해 낸 새로운 역사무대가 배경이라는 것 이외에는 이 책은 철저히 흥미위주의 소설이다. 뭔가 깊은 맛을 기대한 사람은 실망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여름밤 더위를 잊고 몰두하기에는 딱 알맞은 책이다. 다만 책을 읽다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대체역사라는 건 어떤 민족, 어떤 국가에게는 기분 나쁠 수도 있겠다,라는. 이 책에서 이슬람교의 창시자 무하메트는 기독교로 개종한 성인으로 나온다. 아랍국가들은 아예 세워지지도 않았다. 그래서 비잔틴이 문화의 중심지가 되는 것이다. 아마 이슬람 국민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분개할 것이다. 나는 약간 의심을 하기도 했는데 ㅡ 작가가 백인우월주의자라거나 뭐 그런 ㅡ 이슬람 문명을 배경으로 한 대체역사도 썼다니 오해일지도 모르겠다. 하여간 역사의 다양한 장면에서 '이렇지 않고 다르게 되었다면....'이라는 가정 하에 쓴 대체역사를 읽는다는 것은 적당히 지적 욕구를 만족시켜 주는 독서여행이 될 것 같다.

 

****그리고 잘난척 하나^^

5장 <아키타이프>는 인쇄활자의 정치적 효용성을 찾아내는 주인공의 활약을 그리고 있다. 거기서 주인공은 활자로 자기 이름을 찍어보는데 글자를 왼쪽---->오른쪽으로 보이게 하려면 오른쪽부터 활자배열을 해야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해 실수를 하게된다. 그렇다면  바실 아르길로스는 '스로길르아 실바' 이렇게 찍혀야 할텐데 책에는 한글 자모 자체가 좌우 반전되어 나오는 것이었다. 그래서 행책 게시판에 문의를 했는데 원본에도 그렇게 나온다고, 아마 작가나 편집자의 실수인 것 같다는 답변이 달렸다. 아니, 독자인 나도 발견할 수 있는 것을 작가가 실수를 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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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름이 2005-08-08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난척 맞구려 ^^

깍두기 2005-08-10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 추천이나 할 것이지!
 
거미여인의 키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7
마누엘 푸익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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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소설의 리뷰가 많은 데 놀랐다. 41편이나 되더라. 거기에 내가 한편의 글을 보태기가 민망하다.

2. 매우 흥미로왔으나 처음에는 몰리나와 발렌틴의 대사가 헷갈려서 힘들었다. 대화만으로 이루어진 소설이라니. 몰리나, 발렌틴, 몰리나, 발렌틴....이렇게 세어가며 읽었다.

3. 좌경세력(!)과 성적 소수자는 동지이다. 그걸 몰랐던, 혹은 아직도 모르고 있는 대한민국 진보가 있다면 이 책을 읽고 반성해야 한다.(사실 이걸 안 지 얼마 안되었다고 생각한다) 

4. 온갖 B급 대중문화의 텍스트들을 모아 모아서 훌륭한 작품을 만든 걸 이거 말고 어디서 또 본 것 같던데....그럼 이 소설이 시초일까? 70년대 작품이니?

5. 그런데 왜 모모 앞에 있는 생은 행복한가.....인간은 사랑없이는 살 수 없다는 것을 모모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여기에 모모 대신 몰리나를 대입시키련다)

6. 우리도 이 차디찬 감옥 안에서, 서로에게 자신이 원하는, 그리고 상대방을 위로하는 아라비안 나이트를 들려주며 수감생활을 견디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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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루다의 우편배달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4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지음, 우석균 옮김 / 민음사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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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멋져, 정말 멋져.

이렇게 즐겁고, 유쾌하고, 화끈하고, 찐득~하고, 절묘하고, 소박하고, 사랑스러우면서 슬플 수가 있다니.

처음에는 좀 심드렁하게 시작하여 뭔 소린가 싶었는데 몇 장 넘기지 않아 마리오와 네루다의 만남이 나오고, 마리오와 베아트리스의 만남이 나오고, 베아트리스와 그의 멋진 엄마(아, 그녀의 엄마는 정말 멋지고도 위대하다)의 대화가 나오면서 나는 처음에는 미소로 시작하여 실실 웃기 시작하다가 나중에는 딸내미들 앞에서 포복절도를 하는 바람에 해송이가 도대체 무슨 장면이냐고 읽어달라고 조르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이 대목을 어떻게 중학생 딸애에게 읽어 주겠는가.

닭대가리 같으니! 지금은 네 미소가 한 마리 나비겠지. 하지만 내일은 네 젖통이 어루만지고 싶은 두 마리 비둘기가 될 거고, 네 젖꼭지는 물오른 머루 두 알, 혀는 신들의 포근한 양탄자, 엉덩짝은 범선 돛, 그리고 지금 네 사타구니 사이에서 모락모락 연기를 피우는 고것은 사내들의 그 잘난 쇠몽둥이를 달구는 흑옥 화로가 될 걸! 퍼질러 잠이나 자!

위대한 시인 네루다의 평온한 노년에 연못에 돌을 던지듯 파문을 일으키며 자신에게도 메타포를 가르쳐 줄 것을, 사랑하는 여인과의 사이에서 뚜쟁이 노릇을 해 줄것을 요구하는 뻔뻔한 마리오도 사랑스럽고, 내치는 듯 하면서도 결국은 마리오의 수작에 장단 맞추어 해 줄 것 다 해주고 가르칠 것 다 가르치며 그 소박한 바닷가 마을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노구를 이끌고 비틀즈의 음악에 맞추어 덩실덩실 춤을 추는 대시인도 이 책에서는 위대함 보다는 친근함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그렇기에, 더 위대해 보인다. 시인도, 마리오도, 이 마을의 꾸밈없고 질펀한 사람들도, 그리고 무엇보다도 마리오가 숭배해 마지않는 베아트리스의 그 무시무시한 엄마.......^^

메타포를 가르치는 사람은 네루다이고, 그걸 배우는 사람은 마리오인데 이 책에서 메타포를 가장 시의적절하게 사용하는 사람은 베아트리스의 엄마인 과부 여인이다. 저 위의 인용문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그녀의 말은 거칠 것 없이 질펀하면서도 상황을 단번에 정리해 주는 칼과도 같다. 세계 어디서나 민중의 삶에서 시가 나오나니 우리도 고생하신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입에서 촌철살인의 시의적절한 말씀이 튀어나오는 것을 자주 목격하는 바이다.

그래서 그런지 칠레라는 아득히 멀고도 먼 곳에서 벌어지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그곳은 매우 가까운 곳이고 그 사람들은 다 금방 친해질 수 있을 것만 같다. 마치 이문구나 성석제 소설에서 사투리를 구사하며 능청을 떠는 등장인물들을 보는 듯한 느낌도 든다. 게다가 갑자기 그 나락으로 떨어지는 결론도......군사쿠데타로 죄없는 주인공이 임의동행 형식으로 끌려가 사라져 버리는 그 장면은 우리들이 결코 생소하다고 말할 수 없는 장면이다. 세계 어느 곳에서나 인간의 즐거움과 괴로움은 이렇게 비슷한 것인가, 이들을 그냥 행복하게 살게 해 주면 안되는 건가?

 어쨌든 하늘나라에서 이 작품을 읽은 시인 네루다는 물론 대만족일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자신의 노벨상 수상을 축하하며 '미래는 랭보의 말대로 라는 것을 노동자, 시인, 그리고 선한 의지를 가지 사람들에게 말씀드려야겠습니다. 불타는 인내를 지녀야만 빛과 정의와 존엄성이 충만한 찬란한 도시를 정복할 것입니다. 이처럼 시는 헛되이 노래하지 않았습니다' 라는 시인의 엄숙한 수상 소감을 듣고는 술과 노래, 춤으로 광란의 축하파티를 벌인 뒤 '백퍼센트 예식장에서 맺어진 대로라고 볼 수 없는' 질탕한 쌍쌍파티로 마무리한 것도 아마 불만은 아닐 것이다. '원님 덕에 나발 분다'고 신랄하게 중얼거린 베아트리스의 엄마만 빼고는 아마 모두 만족스러웠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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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초의시종 2005-06-11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출어람이옵니다. 멋진 책에서 더 멋진 리뷰라니, 아이디에 '신'자를 넣으신 것이 괜한 변화가 아니셨구만요. ㅋㅋㅋ 리뷰를 읽고 깜짝 놀라서 추천합니다. (아직도 이 책 사놓기만 하고 안 읽었다는 ;;;)

깍두기 2005-06-11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무슨 이런 엄청난 찬사를요! 청출어람이라니 땀 뻘뻘;;;;;; 이 책을 아직 안 읽으셔서 그런 말씀 하시는 거예요! 읽고 나면 제가 그 멋진 소설을 좀 버려놨다는 걸 알게 되실텐데....^^;;;
그래도 추천은 덥썩 받고^^ (감사합니다)

미설 2005-06-12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어보고 싶었는데 리뷰를 보니 더 읽어보고 싶어져요.

마냐 2005-06-12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신'이 그런 뜻이군여...호오..
암튼, 영화, '일 포스티노' 좋았는데....이게 원작인가 보죠? 영화보다 나을거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 기막히 대사 하나만으로 짐작컨대 말임다...ㅋㅋ

하이드 2005-06-12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나도 아끼고 있는데!

깍두기 2005-06-12 0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설님, 꼭 읽으세요. 후회 안 하세요. 강추!
마냐님, 아이참, 그런 뜻 아니라는 거 아시면서....영화는 못 봤는데 저는 항상 책 쪽에 점수를 더 주는 경향이 있어요. 영화도 보고 싶어요.
하이드님, 아끼고 안 읽고 있다 그 말이신가요?^^

하이드 2005-06-12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다들 재미있다고 하니깐, 진짜 책 읽기 싫을때 꺼내 읽어야지 . 하고 있어요. 아 그리고 perky님 말로는 이자벨 아옌데의 '영혼의 집'과 같이 읽으면 좋답니다.

딸기 2005-07-28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뒤늦게 추천하고 갑니다...
 
바디 스내처 - 이색작가총서 1
잭 피니 지음, 강수백 옮김 / 너머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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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친숙했던 것이 낯선 것으로 바뀌는 공포, 그것이 귀신이나 괴물보다 사람을 더 두려움에 떨게 하는 건 사실이다. 고등학교 땐가 한참 유행했던 괴담이 있다. 야자를 하고 마중나온 엄마와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딸애가 엄마, 하고 부르자 엄마가 '내가 아직도 니엄마로 보이니?'라고 말했다는.

그런 비슷한 공포다. 어느날 같이 사는 식구가 겉모습은 똑같은데, 점하나 흉터 하나까지 똑같은데, 어딘지 모르게 내가 아는 그 사람이 절대 아니라고 느끼는 순간은 얼마나 무서울까. 그러나 이 책은 그렇게까지 무섭지는 않은데 그 이유를 모르겠다. 작가의 글빨이 딸려서인지 아님 너무 옛날에 나온 책이라서 그런지, 그래서 그동안 이와 비슷한 영화가 쏟아져 나왔기 때문인지, 하여간 호러라고 부르기에는 긴장감이 좀 덜하다.

SF지만 과학적인 설명에 치중한 것은 아니다. 작가는 외계인이 어떤 원리로 인간과 몸을 바꿔치기하는지 보다는 그 과정의 괴기스러움을, 분위기를 묘사하려고 노력한 듯 한데 내가 이렇게 공포를 못 느끼다니 미안한 노릇이다. 이 책이 처음 나온 1955년에 내가 이 책을 읽었다면 충분히 공포스러울 수도 있었을 것을. 50년 동안 이런 소재는 책과 영화를 통해 재탕삼탕사탕....하여간 끝없이 우려먹었으니 이제 웬간하면 눈도 깜짝 안하게 되었다.

그래도 단숨에 읽히는 책이었다. 골머리 싸매는 책 읽다가 집어들고 잠시 서늘함을 느껴볼 수 있겠다. 그리고 친숙한 것이 갑자기 낯설고 공포스러운 것으로 바뀌는 '친근한 관계성의 공포'는 그 시대에 미국에 미친듯이 불어닥쳤던 매카시즘 선풍에 대한 강력한 알레고리로 작용한다니(역자후기) 또 그렇게 본다면 새로울 수도 있다. 내 이웃과 내 친구를 믿을 수 없다........

그리고 인간의 몸을 강탈하던 외계인들이 주인공에게 '너희도 버팔로를 멸종시키고, 지구를 점령하고 있지 않느냐. 우리랑 다를 것이 무엇이냐. 우리는 종족 보존의 본능대로 움직일 뿐이다'라고 한 말도 의미심장하긴 했다. 인간도, 다른 생물의 입장에서 보면 사악하게 보일 것이다. 우리야 그럴 의도가 없었다고 해도. 그렇게 보면 이 외계인들은 아주 점잖다. 작은 저항에 부딪히자 조용히 물러난다. 그래서 마지막이 싱겁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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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5-06-03 2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은 저항에 부딪히자 조용히 물러나는 외계인이라... 그거 부리 같은데요...

마태우스 2005-06-03 2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신깍두기님, 제가 아직도 부리로 보이세요?

마태우스 2005-06-03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리뷰엔 안이러기로 했는데... 리뷰 멋지게 써놨더니 이상한 애들이 이상한 댓글 달면 정말 짜증날 것 같아요. 죄송해요 깍두기님. 하지만 님은 신깍두기님이니 용서해 주시겠죠? 구깍두기님 같으면 난 죽었다...

깍두기 2005-06-03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마태우스님 그만 좀 웃겨요. 그동안 저한테 잘못하신 거 다 용서해 드릴게요^^
리뷰에다도 얼마든지 이상한 댓글 달아도 되니 걱정 마시구요.

하이드 2005-06-03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해해요. 이 아파서 그럴꺼에요.

하이드 2005-06-03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발송되었다고 문자 왔던데, 그래 스무넷 화이팅! 내일쯤은 도착하겠네요.

깍두기 2005-06-03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쌍한 마태님.....게다가 내가 메롱까지 했으니....

깍두기 2005-06-03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알라딘을 버리고 그래스무넷을....거기가 더 싸요?

마냐 2005-06-04 0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왜 신깍두기님이셔요. 제가 그 사연을 놓친거 같아요..어맛. 정말 생뚱맞은 댓글이로군요. 저로 하여금 선택의 오류를 줄여주신 고마운 리뷰인데..^^

하이드 2005-06-04 0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한달에 한 번 정도는 그래스무넷에서 주문해요. 제일퍼스트카드 적립금을 위하야;; 그리구, 마침 알라딘에 품절인 음반도 있고 해서 주문하는김에;;

깍두기 2005-06-06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냐님, 그 말씀은 책을 안 사시겠다는....?(딜비쉬 사면 그냥 줘요^^)
하이드님, 알뜰하시군요. 전 여기저기 적립금 계산하기 귀찮아서 분산투자(?)는 못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