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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디 스내처 - 이색작가총서 1
잭 피니 지음, 강수백 옮김 / 너머 / 2004년 8월
평점 :
절판
너무도 친숙했던 것이 낯선 것으로 바뀌는 공포, 그것이 귀신이나 괴물보다 사람을 더 두려움에 떨게 하는 건 사실이다. 고등학교 땐가 한참 유행했던 괴담이 있다. 야자를 하고 마중나온 엄마와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딸애가 엄마, 하고 부르자 엄마가 '내가 아직도 니엄마로 보이니?'라고 말했다는.
그런 비슷한 공포다. 어느날 같이 사는 식구가 겉모습은 똑같은데, 점하나 흉터 하나까지 똑같은데, 어딘지 모르게 내가 아는 그 사람이 절대 아니라고 느끼는 순간은 얼마나 무서울까. 그러나 이 책은 그렇게까지 무섭지는 않은데 그 이유를 모르겠다. 작가의 글빨이 딸려서인지 아님 너무 옛날에 나온 책이라서 그런지, 그래서 그동안 이와 비슷한 영화가 쏟아져 나왔기 때문인지, 하여간 호러라고 부르기에는 긴장감이 좀 덜하다.
SF지만 과학적인 설명에 치중한 것은 아니다. 작가는 외계인이 어떤 원리로 인간과 몸을 바꿔치기하는지 보다는 그 과정의 괴기스러움을, 분위기를 묘사하려고 노력한 듯 한데 내가 이렇게 공포를 못 느끼다니 미안한 노릇이다. 이 책이 처음 나온 1955년에 내가 이 책을 읽었다면 충분히 공포스러울 수도 있었을 것을. 50년 동안 이런 소재는 책과 영화를 통해 재탕삼탕사탕....하여간 끝없이 우려먹었으니 이제 웬간하면 눈도 깜짝 안하게 되었다.
그래도 단숨에 읽히는 책이었다. 골머리 싸매는 책 읽다가 집어들고 잠시 서늘함을 느껴볼 수 있겠다. 그리고 친숙한 것이 갑자기 낯설고 공포스러운 것으로 바뀌는 '친근한 관계성의 공포'는 그 시대에 미국에 미친듯이 불어닥쳤던 매카시즘 선풍에 대한 강력한 알레고리로 작용한다니(역자후기) 또 그렇게 본다면 새로울 수도 있다. 내 이웃과 내 친구를 믿을 수 없다........
그리고 인간의 몸을 강탈하던 외계인들이 주인공에게 '너희도 버팔로를 멸종시키고, 지구를 점령하고 있지 않느냐. 우리랑 다를 것이 무엇이냐. 우리는 종족 보존의 본능대로 움직일 뿐이다'라고 한 말도 의미심장하긴 했다. 인간도, 다른 생물의 입장에서 보면 사악하게 보일 것이다. 우리야 그럴 의도가 없었다고 해도. 그렇게 보면 이 외계인들은 아주 점잖다. 작은 저항에 부딪히자 조용히 물러난다. 그래서 마지막이 싱겁긴 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