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즐, 삶을 요리하다 - 슬로푸드를 찾아 떠난 유럽 미식기행
노민영 지음 / 리스컴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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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 알록달록한 색상의 주방용품 사진이 나와 있어서인지 책의 첫 느낌은 산뜻했다. 먹는 즐거움만 추구하는 미식가였던 저자 노민영은 이탈리아행 유학에서 슬로푸드 철학을 지닌 신개념 미식가로 거듭나게 되었다. 신개념 미식가들은 음식이 어떻게 생산되고 유통, 소비되는지 연구하여 음식의 지속가능성과 다양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이들의 이러한 움직임이 바로 슬로푸드 운동이라 할 수 있다. (32p) 그녀가 유학한 이탈리아(파르마, 볼로냐, 모데나, 밀라노, 베네토, 토스카나)와 학교에서 현장학습을 위해 방문한 스페인(빅, 바르셀로나), 그리스 크레타섬, 프랑스(리용, 디종, 부로숑)에서의 맛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여행과 음식을 좋아해서 관련 책을 많이 보는 편인데 유럽 미식기행은 처음이다. 게다가 슬로푸드를 찾아 떠난 유럽 미식기행이라니 더욱 기대가 된다. 

전 세계의 미식가들이 열광하는 프로슈토(돼지다리를 염장하여 숙성시킨 것)와 파르미자노 레자노 치즈(큰 덩어리의 단단한 치즈로 연한 노란색을 띤다.)의 본고장이라는 이탈리아 북부에 위치한 파르마에서 그녀는 같은 반 친구들과 피자파티를 한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 된 볼로냐 대학과 볼로네제 스파게티로 유명한 볼로냐에서 슬로푸드영화제에 참석하고, 풍성한 맛의 젤라토를 맛본다. 발사믹식초의 원산지인 명품 도시 모데나와 베니스 축제만큼이나 화려한 음식문화를 발달시킨 베네토, 아름다운 경치와 풍요로운 음식문화를 자랑하는 토스카나 그리고 밀라노에도 들른다. 그렇게 이탈리아에서 골목골목 다니며 지역사람들이 북적이는 소박한 음식점을 찾아내어 소개해준다. 나는 이탈리아에 간다면 카푸치노와 코르네토(크루아상)로 이탈리아식 아침식사를 해보고 싶다. 스페인에서는 바게트 사이에 하몽을 넣은 샌드위치, 해산물과 파스타를 넣어 만든 '피데와', 차가운 토마토 수프 '가르파초'를 맛보고 싶다. 따뜻한 초콜라테에 추로스를 찍어 먹는 것도 빠뜨릴 수 없겠다.  

대학교 때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다니는 걸 좋아하던 친구와 나는 그리스 여행중에 여러 가지 그리스 음식을 맛보고 오자고 했었다. 하지만 무더운 날씨 탓에 음료와 아이스크림을 더 많이 먹어서 아쉽기만 하다. 여행 다녀온지 5년이 지났을 때 그리스 음식이 그리워서 찾은 그리스 음식 전문점. 그곳에서 맛본 음식들은 기억 속의 맛과 달라서 조금 실망했었다. 책에 나온 올리브 나무나 그리스식 샐러드가 그립다. 아테네에서 델피가는 길에 버스에서 내려 보았던 올리브 나무로 가득한 풍경은 마치 그림 같았다. 그리스인들의 아침식사는 간단하게 커피 한 잔 마시는 정도인데, 우리는 샐러드와 수블라키를 먹었었다. 그릇에 원하는 재료를 담아 샐러드를 만들어 먹는 식이었는데 올리브와 토마토, 갖가지 야채에 두부처럼 생긴 페타 치즈를 얹어 먹었다. 페타 치즈를 처음 먹었을 때 짠맛이 너무 강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맛에 익숙해졌다. 딱딱한 러스크(빵) 위에 미지트라(치즈)를 올린 크레타의 대표적인 간식 다코스와 미지트라로 속을 채운 반죽을 튀겨 타임 꿀에 찍어 먹는 크레타 전통 디저트를 먹어보지 못해 아쉽다. 언젠가 그리스에 다시 가게 된다면 크레타의 시골 마을을 여행하며 이전에 맛보지 못한 전통 음식들을 즐기고 싶다.

치즈와 빵이 가득한 프랑스의 시장 구경도 재미있겠다. 책의 여러 페이지에 나온 치즈 사진을 보고, 치즈 이야기를 읽다보면 왠지 느끼함에 머리가 아파오기도 했지만, 먹거리로 가득한 책 한 권을 참 맛있게 읽었다. 책에 소개된 십여 가지의 레시피도 고맙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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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여행책 - 휴가없이 떠나는 어느 완벽한 세계일주에 관하여
박준 지음 / 엘도라도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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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그게 아마 2005년 따뜻한 봄날이었던 것 같다. 예전부터 말버릇처럼 배낭여행 한번 다녀오자고 말했었고, 졸업 사진을 찍을 무렵 우린 학교 근처 카페에 있었다. 몇 군데의 여행사에 전화를 했고 무작정 그리스행 왕복 티켓을 예약해버렸다. 왜 그리스였는지 왜 보름이라는 기간으로 정했는지 이유는 없었다. 출국 날짜가 두 달도 남지 않은 그때 도서관에서 그리스 관련 책들을 쌓아놓고 읽었다.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으면서 그리스에 빠져들었고, 크레타섬의 카잔차키스를 찾아가기로 했다. 권삼윤의 '꿈꾸는 여유, 그리스'와 르네 그리모의 '매혹의 그리스'는 그리스인의 생활을 엿볼 수 있었고, 유재원의 '신화의 땅 인간의 나라 그리스'는 그리스에 관한 묘사가 좋았다. 이두영의 '신화보다 아름다운 그리스'는 각 지역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었다. 여행 후에 읽은 curious 시리즈 그리스 편은 여행을 추억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니까 그때였던 것 같다. 단지 어떤 곳에 관한 책을 읽었을 뿐인데, 마치 실제로 그곳에 다녀온 것 같은 기분이 들며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게. 사실, 여행을 할 때보다 여행 전에 책을 읽으면서 일정을 짜고 계획을 세울 때가 더 신나고 재미있었다.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을 넘기면 가장 먼저 나오는 <기대에 대하여>에서 프랑스 작가 위스망스의 소설《거꾸로》가 언급된다. 이 작품의 퇴폐적이고 염세적인 주인공인 데제생트 공작은 디킨스를 읽고 영국인의 삶의 모습을 직접 보고 싶었다. 들뜬 마음으로 여행 준비를 하고 파리로 가서 런던으로 출발하기 전에 런던 여행 서적을 산다. 런던의 볼거리를 읽으며 달콤한 백일몽에 빠져들고, 영국인 단골 주점에서 디킨스 소설에 나온 그대로의 분위기를 느낀다. 그러나 데제생트는 실제로 여행을 하면 얼마나 피곤할까,라는 생각에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간다. '의자에 앉아서도 아주 멋진 여행을 할 수 있는데 구태여 움직이며 다닐 필요가 뭐가 있는가?'라면서.

저자 박준은 떠나고 싶지만 떠날 수 없는 날들이 이어지던 중 책과 지난 여행의 기억 속으로 떠나는 몽상가의 여행을 시작했다. 그의 거실에서 갈 수 없는 곳은 없었고, 그 여정이《책여행책》이 되었다. 그가 말하는 책여행에서 내가 읽은 책과 겹치는 것은 둘 뿐이다. 앞에서 말한 '여행의 기술'과 '청춘 · 길'. 나 역시 '청춘 · 길'에서 마음에 드는 문장을 적어두었다.


       열네 살 무렵, 거리를 걸을 때면 나는 누군가가 나를 납치해주기를 꿈꾸곤 했다. 내 등 뒤로 다가오는 자동차 소리를 들으면서, 이번이야, 라고 혼잣말을 하곤 했다.

 
       더운 계절 아침 10시경에 사헬의 거리로 나간다는 것은 현기증 나는 열기와 눈부신 빛 가운데로 뛰어드는 것과 같다. 거리의 메마른 흙 위를 걸으면서 나는 이곳의 높은 기온과 너무도 강렬한 빛에 짓눌리기보다는 오히려 내가 이곳에 있다는 사실에, 온전히 이곳에 있다는 사실에 흥분했고, 그러자 견디기가 별로 힘들지 않았다.



그가 읽은 책들 대부분이 흥미로워 보인다. 특히, 지하철 바뱅역 바로 앞, 몽파르나스대로와 바뱅거리가 만나는 코너의 카페 셀렉트(40p)에 앉아 진하고 고소한 에스프레소를 마시며 '파리 카페'를 읽고 싶다. 델리에서 바라나시행 기차를 타고 혹은 짜파티와 라씨로 가볍게 배를 채운 뒤, 후지와라 신야의 '인도방랑'을 읽고 싶다. 모로코의 옛 수도이며 세상에 하나뿐인 중세도시 페스를 거닐면 어떤 느낌일까? 페스의 구시가지에 있는 '메디나'에는 만 개의 골목이 있다고 한다(160p). 지도가 있어도 소용 없는 곳, 하루에 다섯 번씩 기도하는 사람들……. 모로코의 전통가옥인 리아드에서 '페스의 집'을 읽는다면 어떤 기분일지 궁금하다. 

저자 박준의 지난 여행을 고스란히 담은 여행책의 이야기도 재미있다. 그의 첫 번째 책 'On the Road'를 읽고서 나도 카오산로드에 가고 싶었다. 전세계에서 모여든 여행자들로 넘쳐나는 곳, 그곳에서 여행의 에너지를 느껴보고 싶다. 일본 교토는 벚꽃이 피었을 즈음에 가서 료칸에서 꼭 하룻밤 묵고 싶다. 홋카이도는 겨울에 가면 좋다고 들었는데, 하코다테에서 노란 전차를 타고 오마치역 근처에서 내려 오래된 목조건물 2층의 카페 '카모메suq'에 가보고 싶다. 그곳에서 만난 친구에게 가볼만한 곳을 물어봐야지.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에서는 야간열차 산타클로스익스프레스를 타고 싶다. 산타클로스가 산다는 로바니에미의 모습은 어떨까. 조용하고 내향적이라는 핀란드인 친구를 사귀어 숲속의 통나무집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도 좋겠다. 프랑스의 작은 동네 아를에서는 고흐의 흔적을 찾아 걷고 싶다. 별이 빛나는 밤에 아를의 밤하늘을 바라보며 그를 기억하는 시간도 가져야지.

정말 휴가 없이 세계일주를 했다. 보스턴에서 43킬로미터 떨어진 프로빈스타운에 갔다가 체 게바라의 여정을 따라 아르헨티나, 칠레, 페루를 여행한다. 파리, 인도, 몽골, 알래스카, 멕시코를 갔다가 시베리아 횡단 열차도 타고, 후지산도 보러 간다. 정말 그의 말대로 여러 도시를 여행하기 위해 집을 떠날 필요 없이 안락의자와 8,894페이지의 책이 있다면 좋겠다. 여유롭게 두 달 정도면 멋진 여행을 할 수 있을테니까. 하루하루를 창조적으로 산다면 일상이 곧 여행이라는 그의 말을 몇 번씩 되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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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링 calling - 빅마마 이지영 터키 소나타
이지영 지음 / 북폴리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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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터키의 풍광 아래, 그리고 썼다는 빅마마 이지영의 CALLING 콜링. '터키'라는 단어 하나만으로 꼭 읽고 싶었다. 연보랏빛 겉표지 안에 더욱 멋진 사진의 속표지가 숨어 있었다. 내년 봄에 계획중인 터키 여행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읽게 되었는데, 빅마마 이지영의 말대로 이 책은 여행기가 아니었다. 그녀가 잠시 방황하는 시간에 쓴 글이다. 여행 정보가 나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책 안 가득한 터키에서의 사진들로 느낄 수 있었다. 터키에 대한 느낌을. 내가 생각했던 것과 같은 느낌의 터키였다. 한 달여의 여행지를 터키로 정하길 잘했다는 생각에 뿌듯하다.

 

하산케이프의 동굴집, 악다마르 섬과 반 호수, 신선한 샐러드와 버터 발린 고소한 향이 나는 갓 구운 빵, 차와 함께 여유와 마음을 따라주는 터키 사람들, 초대 대통령 케말 아타튀르크, 이스탄불 최대의 번화가 탁심 한가운데의 낡은 서점, 도시 곳곳, 거리 곳곳의 유적 등. 터키를 알려 주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그녀가 터키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소통이 따뜻하게 느껴져서 좋았다.

 

한때 꿈이 화가였고, 그림 그리는 것이 좋지만 그림을 배우지는 않아서 낙서에 가깝다는 그녀의 그림이 책 곳곳에 숨어있다. 글을 쓰면서 자연스럽게 떠올랐다는 음악 아홉 곡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의 제목과도 같은 빅마마 3집 <For the People>의 Calling. 가사가 맘에 와닿는다. 

 

이야기는 길지 않아 금방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 알 수 있다. 그녀가 얼마나 따뜻하고 감성적인지를. 가벼운 책 한 권에서 그녀의 생각과 그림과 노래와, 작은 한 부분이긴 하지만 터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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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유혹 - 열혈 여행자 12인의 짜릿한 가출 일기
김진아 외 글 사진 / 좋은생각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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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끌렸다. 여행자의 유혹, 열혈 여행자 12인의 짜릿한 가출 일기. 내가 골랐던 여느 여행기들과 마찬가지로 제목과 표지 모두 마음에 들었다. 한 사람의 여행 이야기도 아니고, 한 곳의 여행 이야기도 아니고, 무려 열두 명의 세계 곳곳의 여행 이야기라니 읽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열두 명의 소개를 보면 그동안 재미있게 읽었던 여행책의 저자, 소개만으로도 끌리는 저자들이 다수 출동했다. 결혼 10주년을 맞아 전셋돈을 들고 아내와 배낭을 꾸린 분, 대기업 샐러리맨으로 살다가 '자유로운 인간'으로 살고 싶어 길 위의 여행자가 된 분, 역마살 본능에 충실하고자 부부가 동반 사직을 하고 여행자의 삶을 시작한 분들 등 모두 대단한 것 같다. 

그들의 이야기는 길지 않다. 짤막한 에피소드를 들려 준다. 길지 않아서 지루하지 않지만 여운이 있고, 아쉬움이 있지만 즐거움이 있다. 책을 읽으면서 내 스스로 인상 깊게 혹은 관심을 갖고 읽었던 부분들을 말하려고 한다. '이 세상에서 가난하면서도 가장 삶을 즐기면서 사는 사람들이 러시아와 터키 사람이라는 생각이다.(34p)' 내년 4월쯤 터키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데 삶을 즐기며 사는 터키인들의 모습이 더욱 궁금해진다. '여행이란 그런 것이다. 계획된 일정을 비틀어 주어진 길에서 벗어나는 순간 더욱 즐거워지는.(129p)' 여행 전에 항상 계획을 세운다. 매일 돌아볼 일정을 짜고, 여행하면서 그 일정에 맞춰 움직이는 편이다. 하지만 가끔은 짜여진 일정대로가 아닌 발길 가는대로 여행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어쩌면 터키에서 그런 여행을 하지 않을까. '이것이 바로 터키인들이 하루를 보내는 법이다. "오투르! 오투르!"를 외치며 손님들을 소파에 붙들어 앉히고 차이를 대접하며 시시콜콜 끝도 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터키인들이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일이다.(175p)', '갈라타 다리는 이스탄불에서 내가 가장 사랑했던 곳이다. 해질 무렵 집으로 돌아오는 고깃배와 이를 환영하는 갈매기들의 날갯짓, 그리고 삐죽삐죽 이스탄불의 하늘을 받치고 선 모스크의 첨탑들이 그곳에 있다.(205p)' 많은 사람들이 좋았다고 말하는 그곳에 두 발로 섰을 때, 내 심장은 얼마나 빠르게 뛸까?

이 책을 읽으면, 여행자들의 유혹에 넘어가 버리고 말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제목을 잘 지은 것 같다. 자그마한 책 한 권에 참으로 값진 여행 이야기들이 들어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케이프타운을 찾은 7월 초, 그곳은 추운 겨울이었고, 사이먼스타운에는 펭귄이 살고 있다는 이야기. 히말라야 트레킹을 하다가 낭떠러지에서 죽을 뻔한 이야기. 에스토니아 국경을 통과하려면 '한국인 시험'에 백 점을 맞아야 하는데, 인순이의 직업, 여배우가 아닌 사람, 한글을 창제한 사람을 고르는 문제라는 이야기 등 여행하면서 직접 겪었을 그들만의 소중한 이야기다.  

베트남의 번잡한 호치민에서 포도 장수 아주머니의 넉넉한 표정을 보고 싶고, 인도의 허름한 식당에서 매콤새콤한 툭파와 모모를 먹어보고 싶다. 어지간한 명소는 걸어서 둘러볼 수 있을 정도로 아담하다는 프라하에서 동네 뒷골목의 아름다운 풍경을 눈에 담고 싶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가우디의 작품들을 둘러 보고 싶다. 콜럼버스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상낙원'이라고 극찬했던 땅 쿠바의 사람들은 음악이 흐르면 어디서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춤을 춘다고 한다. 그들의 모습은 얼마나 행복할까. 세계 곳곳의 사람들을 만나 친구가 되고,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풍경을 기억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여행의 즐거움을 느끼기엔 충분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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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떠나도 일본어는 남는다
조정순 지음 / 에디션더블유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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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을 전공했고 호텔리어를 꿈꿨던 그녀가 스물여섯에 국내 일본어 교육시장에 새로운 돌풍을 불러왔다. 내가 대학교 3학년을 마치고 휴학했던 2004년에 그녀가 '놀면서 배우는 일본어 놀이터'인 이스트원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한 것이다. 난 그때 용산에 위치한 일어 학원에 다니며 일어능력검정시험 2급을 보려고 공부중이었다. 시험은 합격했지만 회화나 듣기 실력이 많이 부족했다. 일본어를 즐겁고 빠르게 익힐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는 그녀. 내가 한창 일어공부를 할 때 그녀를 알지 못한 것이 아쉽고, 그녀를 만났더라면 내 일어 실력에 어떤 변화가 생겼을지 궁금하다. 

  

이 책은 일어 공부를 위한 책이 아니다. 유창한 회화로 일본인 친구들과 연락하며 지내고 싶어 일본어 공부를 시작한 그녀가, 일본과 일본어에 관한 일을 하는 과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배우 신민아, 박신양, 이준기의 일본어 전담교사로도 유명하다는데 그녀의 일어 프로그램이 더욱 궁금해진다.  

 

그녀 조정순은 짧은 기간에 바로 성과가 보이는 일본어에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자신이 진짜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일 것 같아 직접 공부했던 것을 정리하여 교재로 만들고, 커리큘럼도 짜서 사업을 준비했다. 이스트원에서 일하는 한국인 직원들이 모두 그녀에게서 일본어 수업을 듣던 학생이었다니 정말 만남과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게 보인다. 일본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카페에 혼자 앉아 지나다니는 일본인을 구경하는 것이라는 그녀 말에 소박하고 구수함이 느껴진다.  

 

일본어와 한국어는 문장 순서가 똑같고, 어미가 닮았으며, 단어도 비슷해서 배우기가 쉽다. 나 역시 그 점 때문에 일본어 공부를 재미있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일본에서는 자녀가 대학에 들어가면 학비 외에 생활비를 보태주지 않는다. 게다가 결혼 준비를 하면서 당사자끼리 마음에 들면 부모님에게 반대할 권리는 아예 없다고 한다. 일본 사람들은 직접적으로 거절을 잘 못한다고 하니 일본인을 만날 때 사소한 것에도 주의해야겠다.  

 

책에서 70개 정도의 단어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짤막하게 단어 공부도 되지만, 일본 문화를 이해할 수 있어서 더 좋았다. 일본어 프로인 그녀의 도전과 열정은 참으로 유쾌했다. 책을 읽는 동안, 친한 언니의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편안한 마음이었다. 이제 그녀의 미니홈피와 이스트원 홈페이지를 둘러볼 생각이다. 일어 공부와 일본 여행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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