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숨은 골목 - 어쩌면 만날 수 있을까 그 길에서…
이동미 글 사진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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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는 사람 많고 시끌벅적한 곳보다 화려하지 않으면서 사람 냄새 나는 곳을 좋아한다. 도쿄 여행을 할 때, 신주쿠나 시부야보다 지유가오카나 시모키타자와가 좋았고, 터키 여행에서는 이스탄불이나 카파도키아도 좋았지만 사프란볼루의 소박하고 정겨웠던 느낌을 잊을 수가 없다. 그래서 골목길을 좋아한다. 최갑수의 '이 길 끝에 네가 서 있다면 좋을 텐데'를 읽고, 2년 전 여름 휴가에 경주 사정동을 혼자 걸었다. 지도에도 나오지 않은 작은 동네의 골목길을 이리저리 헤매이며 보물찾기 하듯 걸어다니던 때가 참 좋았다.

 

경기도에서 경상도까지 멀리 가기보다 가까이에 있는 <서울의 숨은 골목>을 먼저 걷고 싶다. 작고 두툼한 책의 제목과 표지가 친근하다. 80년대 후반에 어린 시절을 보낸 나로서는 표지 사진을 보면서 친구들과 뛰어놀던 그때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바닥에 돌멩이로 선을 그으며 땅따먹기를 했고, 좁은 길에서 세발자전거를 탔으며, 동네 친구들과 참 많이도 뛰어다니던 그 골목에는 아련한 추억이 담겨 있다.

 

저자가 돌아본 서울의 골목들을 계절별로 나누어 이야기한다. 매달 한두 군데씩 가보자고 다짐해본다. 따뜻한 봄날에는 개나리가 피는 응봉산으로 향하는 쉬엄길 골목, 4월에는 벚꽃 이파리들이 봄바람에 흩날리는 면목동 골목, 맛집 가득 충무로 골목, 비 오는 날, 피맛골에서 막걸리 한 사발, 신당동 떡볶이, 6월에는 들장미가 만발하는 서래공원,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날엔 이문동, 무더운 여름날엔 한남동 골목길, 이방인이 되고 싶을 땐 동대문 중앙아시아촌, 낙엽이 떨어지는 가을날엔 가회동 북촌 한옥마을, 하늘 아래 첫 동네 후암동, 눈 내린 겨울날엔 아현동과 이화동, 추운 날 공덕동에서 빈대떡과 족발 한 접시….

 

찾아가기 쉽도록 약도만 보여주고 있다. 골목길을 돌아다니며 찍은 사진과 간단한 글이 전부인데, 책을 다 읽고 나서 서울 곳곳의 숨은 골목길을 돌아보고 온 느낌이다. 정겹고 아쉬움이 남는다. 친근하고 소박하고 따뜻하다. 아무래도 이번 휴가에 '서울의 숨은 골목' 탐험을 해야 할까보다. 지금 당장 계획을 세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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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 읽고 그림으로 기억하다 - 일러스트레이터 김지혁이 그림으로 그려낸 30권의 책
김지혁 글.그림 / 인디고(글담)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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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책을 다 읽고서 책장에 꽂혀 있던 <그림으로 읽는 책>을 꺼냈다. 인터넷 서점 예스24의 채널예스에 연재했던 '한울의 그림으로 읽는 책'을 엮은 것이다. 작고 가벼운 책 속에 담긴 따뜻하고 몽환적인 느낌의 일러스트가 참 좋았다. 이미지박스 출판사의 <그림으로 읽는 책>이 인디고 출판사의 <마음으로 읽고 그림으로 기억하다>로 다시 출간되었다. 붉은색 하드커버가 더욱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제목과 표지와 편집, '작가의 말'만 바뀌었을 뿐 손미나의 '추천의 글'도 그대로 실었다. <그림으로 읽는 책>에 담았던 스물 아홉 권의 책들에 무라카미 하루키의『1Q84』만 추가했다.

 

읽은 책의 간단한 소개와 함께 책에 얽힌 작가의 이야기를 들려 준다. 글에 전부 담아내지 못한 느낌과 책에 대한 감상을 일러스트로 표현했다.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어린왕자, 좀머 씨 이야기,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등 내가 읽은 책이면 내용을 떠올리며 일러스트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읽어보지 못한 책이면 일러스트를 보고 책이 읽고 싶어졌다. 김지혁의 일러스트는 마력이 있는 듯하다. 한 권의 책을 한 장의 일러스트로 정확히 표현해내는 그 솜씨가 멋지다. 오랜 시간 간직하고 싶은 책이다.

 

 

2012-06-02

 

 

 

 

지금은 연재 종료되었지만 인터넷서점 예스24에서 인기있었던 칼럼 '한울의 그림으로 읽는 책'을 좋아했다. 연재 시작할 때부터 알았던 건 아니지만 어느날 클릭해 본 칼럼의 일러스트가 너무 예뻤다. 나도 한때 컴퓨터 디자인 학원을 다니며 일러스트를 재미있게 배웠다. 그래서 더욱 관심있게 보았는지도 모르겠다. 본인이 읽은 책에 대한 느낌이나 책을 읽고 떠오르는 이미지를 그림으로 표현한다는 한울님의 작품이 언제쯤 올라올까 수시로 확인해보곤 했다. 마음에 드는 작품은 미니홈피에 스크랩하곤 했는데, 연재를 종료한다는 말을 듣고 얼마나 아쉬워했는지 모른다.  

 

그런 내게 희소식이 있었으니 '그림으로 읽는 책'이 출판된 것이다. 아쉬움에 무거웠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다. 표지디자인은 다른 분이 했지만 역시 책과 잘 어울린다. 내가 바라는 모습이다. 책장의 공간이 모자라 바닥에까지 쌓여있는 책들을 보니 답답했던 가슴이 뻥 뚫리며 후련하다. 하루 중 열두 시간을 책만 읽으며 지낸다면 정말 행복할텐데.

 

가벼운 책이지만 긴 내용은 아니지만 책에 실린 일러스트를 보는 것만으로도 값진 책이다. 그가 읽은 책 중에 내가 읽은 책도 있고, 제목이나 작가 이름은 들어봤지만 읽어보지 않은 책도 있다. 읽은지 오래 되어서 그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은 책들도 많았다. 제대로 읽은 적 없이 어릴 적에 한번 훑어본 정도였던『나의 라임오렌지나무』와『어린 왕자』, 읽을 때는 책에 빠져서 읽었는데 지금은 잘 기억나지 않는『상실의 시대』와『해변의 카프카』, 영화 '마들렌'에서 여주인공이 읽었던『달의 궁전』등 꼭 다시 읽어봐야겠다. 

 

책으로도 영화로도 보았던『냉정과 열정 사이』,『향수』,『우리들의 행복한 시간』,『GO』,『레미제라블』은 무엇으로 보아도 좋았다. 책이든 영화든 한 가지를 보면 으레 다른 한 가지는 별로인 경우가 있는데 말이다. 왠지 한울님의 그림과 이야기가 내 정서에 맞는 듯하다.  

 

side story에서는 한울님의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들려 준다. 나 역시 내가 즐겨 듣는 음악과 좋아하는 책들에 둘러싸여 커피 한 잔 마시며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싶다. 이사할 때마다 몇 년 동안 읽지 않은 책을 버릴까 고민하다가도 결국 한 권도 골라내지 못하고 챙겨간다.

 

책을 덮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펼쳤다. 차례를 살펴보며 읽지 않은 책과 다시 읽어야 할 책을 정리했고, 책장을 넘기며 이야기 안에서 한울님이 언급한 도서의 제목을 정리했다. 두껍지도 않은 책 한 권이 오랜 시간 읽어나갈 책 여러 권을 소개해주었다. 신 난다. 

 

 

2008-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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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그립지 않다는 거짓말 - 당신의 반대편에서 415일
변종모 지음 / 달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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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길 위에서 만나게 될 모든 사실에 대해 진심을 다하는 일,

그리하여 그것에 좀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마음으로 걷는 일, 나에겐 그게 여행.

 

 

전에 변종모 작가의 <여행도 병이고 사랑도 병이다>를 읽었다. 빠르지 않은 그의 여행 속도가 좋았고, 다른 여행자들처럼 분주하게 돌아다니지 않고 느긋하게 움직이는 그의 여행 멜로디가 좋았다. 이번 책도 기대가 되었고,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쳐있는 요즘 변종모 작가의 여행 산문집을 읽으며 심신을 달래고 싶었다. 제목도 표지도 감성적이다. 여행기 느낌이 들지 않도록 너무 여행이야기만 쓴 것도 아니고,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에세이 모음집도 아니다. 그래서 좋았다. 딱딱하거나 물렁하거나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음에 신뢰가 느껴진다.

 

지금의 나를 이곳에 두고 홀로 떠나는 여행. 나를 데려가지 않은 나만의 여행. 저 먼 곳에서 이곳에 남겨둔 나를 바라보는 일. 그래서 마침내 여행을 떠나지 않고서도 여행처럼 살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는 그. 길 위에서의 반성문을 책으로 엮었다.

 

가랑비가 쓸쓸히 내리는 늦은 밤, 베를린에서 따뜻한 커피와 흑맥주 한 잔. 한가로운 오전이나 그보다 더 한가로운 오후, 시애틀 외곽 아무도 없는 산책로 그리고 주말의 재래시장. 워싱턴 주의 롱비치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노래를 들으며 석양 바라보기. 미국 서부의 아주 낡고 오래된 101번 해안 도로 달리기….

 

여행이란, 능숙한 만남과 취약한 작별의 연속이다. 여행길에 만나 기분 좋은 얼굴로 인사하고 며칠을 함께 지내며 서로에게 익숙해질 때즈음 아쉬움을 뒤로 한 채 헤어질 수밖에 없다. 만남은 반갑고 즐겁지만, 작별은 언제나 슬픈 마음을 갖게 한다. 여행이 힘든 이유는 항상 배낭보다 무거운 생각이나 마음 때문이었다. 한번 결정하고 나면 항공권을 예약하고 여행 계획을 세우는 것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지만, 처음 결정을 하기까지가 무척 힘들다. 여행 중에 가족에게 무슨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여행 중 그 먼 나라에 눌러앉게 되지는 않을까, 여행을 다녀오면 원래의 내 생활로 쉽게 돌아갈 수 있을까 등 사소한 것부터 광범위한 것까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사랑, 바람 불면 사라지고 마는 것. 지금 나의 것도 아니고 앞으로의 당신 것도 아닌 것. 그 무엇도 사랑 앞에서 단언하지 못하고 확신할 수 없다. 다만 조금의 애틋함으로 서로의 현재를 사는 일. 서로가 서로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기대하며 살기 때문에 사랑하던 존재를 괴롭히고 동시에 자신도 괴롭히게 되는 것이리라. 방금 헤어지고도 다시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 다시 만나자고 이야기한 적 없는데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 멀리 있지만 항상 마음에 두고 싶은 사람이 있다. 그게 사랑이겠지. 사랑하기 전에 사랑하는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나와 그, 우리가 얼마나 닮았는지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

 

변종모의 따뜻하고 감동적이고 가슴 뭉클한, 슬프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여운이 남는, 그의 이야기가 좋다. 여행과 사랑, 소리내어 말할 때마다 행복하고도 아련함이 느껴지는 그 두 가지 이야기를 동시에 들을 수 있는 그의 책은 항상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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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책] 아무도 그립지 않다는 거짓말 - 변종모 (A lie of yearning for nobody)
    from 512 2012-10-14 14:57 
    노련한 여행자의 솔직한 이야기. 아무도 그립지 않다는 거짓말.한국에 돌아오면 제일 처음으로 읽고 싶던 책. 다른 몇 권의 책을 읽고 나서야 이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친구 집으로 향하는 전철 안에서 몇 장을 읽고, 오랜만에 만난 녀석들과 술을 한잔 마셨습니다. 목구멍까지 술이 차올라 찰랑거렸으니, 어쩜 술 한잔이라 하기엔 좀 과할 정도였을지도 모르겠군요. ...
 
 
 
이병진의 헌책 - 느리고 낡고 평범하지만, 세상 가장 아름다운 추적사
이병진 지음 / 영진미디어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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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보고 싶지만 아주 가끔 만났던 사람이 있다. 그를 마지막으로 만났던 날, 불꺼진 헌책방을 지나가면서 그가 헌책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나도 헌책을 좋아한다. 누군가의 손에서, 혹은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오랜 세월 바래졌을 그 모습에 정감이 느껴진다. 또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다음번에 그를 만난다면 선물해주고 싶은 책이다. '이병진의 헌책'은 느낌이 좋다. 몇 년전에 읽었던 이병진 포토 에세이 '찰나의 외면'도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지인에게 선물했다. 그러고 보면 이병진의 책은 선물하기 좋은 책인가 보다.

 

책이 이병진을 닮았다. 그의 말투처럼 느리지만, 그리고 평범하지만, 따뜻하고 아름답다. 그가 찍은 최고의 피사체는 그가 만난 사람들이었다. 사진 속의 순수하고 가식 없는 표정의 사람들을 보고만 있어도 가슴뭉클해진다.

 

자신에게 쓴 편지로 글을 시작하는 것도 마음에 든다.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랑하는 아내와 행복하게 사는 모습이 멋지다. 이병진은 사라지는 공간을 찾아서 사진에 담고,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썼다. 매력적이고 흥미 있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중독성 있는 옛 이야기를 듣고, 시간이 멈춘 듯한 곳에서의 사진 놀이를 한다. 그에게 많은 후회와 미련이 남는다는 그 작업이 내게는 마냥 부럽기만 하다.

 

놀이터의 아이들, 육교 위의 만물상, 빨간 우체통, 골목, 문방구 앞 게임기, 탁구장, 간이역, 동시상영관 등 점점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진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그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어서 안타까운 마음이 더하다. 강화군 내가마을의 유일 양복점, 전북 진안군 백운면의 원촌마을, 벌교 5일장 등 그가 찾아간 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정답고 친절하고 따뜻했다. 그들의 아름다운 최고의 표정을 보는 것만으로 내 마음이 포근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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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우리가 앉았던 의자들
기낙경 지음 / 오브제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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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을 앞두고 있는 요즘, 제목에 '서른'이란 단어가 들어가면 무조건 펼쳐보게 된다. 서른, 서툴고 미숙한 의자에 앉은 시간이란다. 생生이 고苦와 락樂의 범벅이라고 인정하는 나이란다. 그렇다면 나의 서른 또한 그럴까? 

 
친구들과 함께 음악을 들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매일 아침 출근하면서부터 퇴근할 때까지 시간에 얽매여 있고, 모두 해피엔딩일 수는 없는 연애를 한다. 온갖 실수와 착각을 하고, 상처를 받고, 다시 마음을 동여맨다. 가끔 밥을 혼자 먹고 싶을 때가 있고, 소중한 벗들을 위해 남은 생 의자를 내어주며 살고 싶다.

 
자주 만나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과 함께 가는 카페가 있다. 자주 만나는데도 만날 때마다 할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매번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하는데도 지루하지 않다. 이야기를 하다가 잠시 시간을 내려놓아도 어색하지 않다. 그런 사이로 지내는 사람들이 몇 명 남아있는 서른 즈음의 나는 조급하지 않다. 설령 조급한 마음이 있더라도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련다.

 
          나이가 드니 곁에 남은 이들은 자연스레 가려지고 또 그만큼 윤나는 관계들이 되었다. 하지만 욕심 많고 그 욕심자리로 인해 가슴이 어두워진 이들은 대체로 멀어졌다. 어떤 이는 바보처럼 손해만 보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마음이 약해 상처받기 일쑤지만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을 멍들게 하는 이들은 없다. 그래서 없으면 없을수록 또 넘치면 넘쳐서 나누는 관계들이 되었다. (180p)

 
저자에게 의자는 친구들과 두런거리는 시간에도, 혼자서 눈물을 삼키는 시간에도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어느 덧 대중교통보다 자가용과 택시를 이용하는 일이 빈번해진 나이의 택시야말로 세상을 읽는 또 하나의 의자라고 한다. 그녀는 자주 그녀의 집을 그리고 가꾸는데, 특히 의자에 관한 생각을 자주 한다. 어느 공간에 의자 하나 놓여 있으면 금세 분위기가 훈훈하게 바뀌기 때문이란다. 나도 그녀처럼 산기슭에 숨어 있는 나무 벤치의 낙엽 냄새를 좋아하게 될 것 같다. 길 위에서 지나친 모든 의자에 섞여 있는 낡고 새로운 먼지 냄새를 좋아하게 될 것 같다.


서른을 넘기고서야 생의 반짝임을 조금씩 맛보고 있다는 저자의 말처럼 나 역시 그러길 바란다. 주변에 언니들이 많은 나는, 그녀들에게 서른이 될 즈음의 느낌을 많이 들어왔다. 뭔가 이루어 놓은 게 없어서 우울하고 비참한 기분이 들었다는 언니도 있었고, 이십 대의 느낌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는 언니도 있었다. 그리고 뭐든지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고 마음을 다잡게 되었다는 언니도 있었다. 그녀들의 각기 다른 반응처럼 내 느낌 또한 어떨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나는 내 서른을 멋지게 맞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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