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모메 식당의 여자들 - 인생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나선 여자들의 속깊은 이야기 키친앤소울 시리즈 Kitchen & Soul series 2
황희연 지음 / 예담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가장 가고 싶은 나라는 터키였다. 한 달간의 터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읽은 책이 『카모메 식당』이다. 그 소박한 느낌의 얇은 책을 읽고 나서 새롭게 가고 싶은 나라는 '핀란드'가 되었다. 아름답고 평온한 곳일 거라고 생각한다.

 

'카모메 식당'이 제목에 포함되어 있어서 무조건 읽고 싶었다. 표지 사진도, '인생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나선 여자들의 속깊은 이야기'라는 부제도 마음에 들었다. 저자는 여행자 거리에서 혼자 떠난 여자들이 많다는 걸 알았다. 영화 <카모메 식당>을 보고 영화에서처럼 소박한 식당에 그녀들을 초대하여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아홉 명의 그녀들, 도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패션지 기자로 폼 나는 삶을 살다가 한옥 카페 주인이 되고, SM 엔터테인먼트 부장으로 잘 나가다가 게스트하우스 주인이 되고, 특수학교 교사가 인디 뮤지션이 된다. 방송작가에서 여행작가로, 패션 디자이너에서 동화작가로, 별별 직업을 거쳐 인류학 탐험가로 변신한 사람들도 있다.  

 

시간이 흘러가고, 하루가 지나가는 풍경을 보면서 행복해하고, 책을 좋아하는 친구들과 함께 모여 같은 책을 읽고, 좋았던 구절을 이야기하며 지낸다. 통영에서 게스트하우스를 하며 블루베리 농원을 만들고 해초비빔밥을 먹으면서 소유욕을 버리고 자유롭게 산다. 제일 편하고 쉬운 방식으로 살면서 행복함을 느끼고, 재미있는 일을 하면서 생활도 즐거워지는 삶을 산다.

 

저자는 아홉 명의 그녀들을 통해 사람 만나는 즐거움을 찾았고, 행복을 손에 쥐고 즐겁게 만지작거리는 방법을 배웠다고 한다. 인생에서 큰 성공을 거두지는 않았지만 자기 자신을 알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 자체가 행복일 것이다.

 

핀란드는 문화유적도 거의 없고, 정체성이 확고하지 않은 나라란다. 하지만 관광객들에게 떠밀려 이리저리 쏠려 다닐 필요도 없고, 길을 잃을 리도 없고, 처음 가도 오래 머문 듯한 포근한 안정감으로 친근한 곳이다. 핀란드를 여행하게 된다면, 영화 <카모메 식당>에서 나온 장소들을 한 곳씩 찾아가고 싶다. 크림소스를 찍은 연어와 시나몬롤도 맛보고 싶다. 아카데미아 서점에서 요리책을 넘겨보다가 영화에서 나왔던 카페 '우르술라'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커피 한 잔 마시고 싶다. 카모메 식당의 여자들처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행, 혹은 여행처럼 - 인생이 여행에게 배워야 할 것들
정혜윤 지음 / 난다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정혜윤PD의 글은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독서 에세이 『침대와 책』도 그랬고, 인터뷰 모음집『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도 그랬다. 내가 읽은 그녀의 책 두 권은 어려웠지만, 감탄하면서 끝까지 읽었다. 책에 대해서라면 그녀는 모르는 것이 없는 것 같다. 읽어보지 않은 책이 없는 것 같다. 글을 쓸 때 다른 책의, 다른 작가의 글을 참 많이도 인용하는 것을 보며 그녀의 방대한 독서량이 부러웠다. 그러한 이유 때문에 정혜윤PD의 책이라면 무조건 궁금해진다.

위에서 언급한 두 권의 책은 제목 뿐 아니라 표지도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여행, 혹은 여행처럼>의 표지는 솔직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 책을 감싸고 있는 겉표지를 벗겨서 넓게 펼치면 '달' 사진이 나오는데, 어쩌면 앞표지의 노란색이 달빛을 나타내는 건지도 모르겠다. 마치 학 접는 종이를 생각나게 하는 책 안의 색지(色紙)도 별로다. 디자인에 조금 더 신경썼다면 더욱 예쁜 책이 되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정혜윤PD의 책이고, 제목에 포함된 '여행'이란 단어 때문에 망설이지 않고 선택했다. 여행에 대해서 그녀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지 무척 궁금했다. 

사실, 여행 이야기를 기대했었다. 그런데 여행의 이름을 빌린,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였다. 파리에서 만난 특별한 부부, 그녀의 부모님과 가족, 그녀 자신의 이야기, 해마다 캄보디아로 떠나는 사진작가, 고향을 떠나 서울로 온 이주노동자, 나무를 보러 다니는 나무 박사, 진딧물을 보러 여행을 다니는 진딧물 박사, 지도를 그리러 여행을 다니는 지도 제작자, 라틴어를 읽는 시간 여행자 등 여러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 그녀의 말에 따르면 여행을 주제로 한 인터뷰집이다. 



       나는 그들에게 지금까지 가본 최고의 여행지 혹은 잊을 수 없는 여행지, 추천 여행지가 어디냐고 묻지 않았다. 다만 이렇게 물었다. "당신 여행은 어떻게 시작되었지요? 어떤 방법과 생각으로 그 여행을 계속했지요? 그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18p)

 
뭔가 추구하기를 멈추지 않는 사람들, 훌륭한 여행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그 내용을 우리에게 들려준다. 그녀가 사랑하는 친구에게, 쐐기벌레와 푸조나무, 달, 파랑새에게 쓴 편지도 읽을 수 있다. 부제 '인생이 여행에게 배워야 할 것들', 조금은 알 것 같다. 전작들보다 난해하지는 않았지만, 책을 덮고 나서 '여행, 혹은 여행처럼'이라는 제목을 다시 확인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녀를 이야기꾼이라고 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빠담 빠담 빠담 - 나를 가슴 뛰게 하는 것들
우종완 지음 / 바다봄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TV에서만 보았던 그, 우종완처럼 책 한 권이 야무지다. 사실 여행책『빠담 빠담, 파리』를 떠오르게 하는 제목 때문에 처음에는 선뜻 눈길이 가지 않았다. 그러다 '나를 가슴 뛰게 하는 것들'이라는 소제목을 보게 되었다. 예전에 읽은 한비야의『지도 밖으로 행군하라』에서 '피가 끓고 가슴이 뛰게 하는 일을 하라'는 저자의 말을 자주 되뇌어 보는 요즘이다. 한창 취업 준비를 하면서 나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기 위해 심사숙고하는 중이다. 나를 가슴 뛰게 하는 것들은 책과 여행과 봉사(奉仕)다. 우종완, 그를 가슴 뛰게 하는 것들은 무엇일까?

 

     8남매 중 막내여서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지만, 집안 사정상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져 살면서 그는 상상놀이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때 기차여행을 했다. 앞으로도 가끔 어딘가로 훌쩍 떠날 것이라는 그의 말에 쓸쓸함보다는 담담함이 느껴진다. 그의 뮤즈이자 스타일 아이콘인 큰누나, 패셔니스타 어머니, 엽서로써 동생에게 사랑을 전하는 작은누나 등 소중한 가족이 있어 그는 행복해 보인다.

 

     스물 한 살 되던 해의 두근거리던 첫 사업, 파리에서의 7년, 대한민국 톱스타들과 함께한 작업, 케이블 TV의 패션 프로그램 그리고 <무한도전>. 그가 머릿속 생각들을 마음껏 펼칠 수 있었던 일들에 대해 들려준다. 그의 곁을 지키고 있는 소중한 인연들을 소개할 때는 부러우면서도 나 역시 내 곁의 고맙고 소중한 사람들을 생각해 보았다. 남자 혼자 사는 집이건만 그의 집은 무척 깔끔하다. 인테리어를 할 때 가족이 없어도 안락하고 편안하게 느껴지는 것을 가장 중요시 한다는 그, '화이트 & 내추럴'로 집을 꾸몄다. 패션에 대한 조언 뿐 아니라 홍콩의 맛집, 동경의 쇼핑 플레이스, 방콕의 호텔 & 스파, 파리의 서점과 거리 등 그가 여행했던 곳도 소개한다.

 

     그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지만, 책을 읽고 나서 더욱 호감이 간다. 자신을 배부르게 하고, 인생의 무게를 값지게 하는 순간들을 소중하게 여길 줄 아는 그가 멋져 보인다. 가족, 친구, 패션, 여행이 그가 걸어 온 길들의 이유이고 지금 이 순간이 존재하게 해주는 것이라며, 독자들에게 '가슴 뛰게 하는 것들은 무엇이냐?"고 되묻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연애는 멜로가 아니라 다큐다 - 파워블로거 라이너스의 리얼 연애코칭
라이너스 지음 / 청림출판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어쩌면 당신은 예전에 좋아했던 선배에게 먼저 고백했다가 실패한 이유로, "역시 여자는 먼저 고백해서는 안 되는 건가 봐"라는 생각을 마음속 깊이 새겼을지도 모른다. -121p 대학교 1학년 때, 동아리에 좋아하는 선배가 있었다. 내가 직접 고백하지는 못하고 선배의 친구에게 말했었는데, 나중에 그 선배가 그랬다. "네가 직접 얘기했다면 좋았을텐데. 하지만 앞으로도 동아리 사람하고는 사귀지 않을 거야. 사귀다 만약에 헤어지기라도 한다면 최소한 한 명은 동아리 활동하기 힘들테니까." 직접 고백했어도 가망은 없었겠다.

각자의 사생활과 취향까지 모두 다 인정하자. 어차피 20년 넘게 따로 살아온 두 사람이 만났는데 당연히 다를 수 밖에 없다. (…) 서로가 다르다는 걸 인정하는 순간 오히려 그에 대한 이해가 더 깊어지게 될 것이다. -184p 처음 사귀기 시작할 때는 모든 게 좋았다. 서로의 좋은 점만 보였을 수도 있고, 서로에게 잘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니 조금씩 변하더라. 아니, 그 모습이 원래의 모습이었던 건데 그제서야 보이게 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대화와 비난의 차이를 잘 구분하지 못한다. 처음에는 좋은 의도로 말을 시작했으나 말을 하다 보면 스스로의 감정과 서러움이 복받쳐 결국 상대의 잘못을 끄집어내고 비난을 퍼붓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214p 우린 참 많이도 싸웠다. 다퉜다는 표현이 더 나을까? 별 것 아닌 사소한 일들로 서로를 아프게 하고, 그러다가 결국 헤어지게 되었다.

이별을 극복하는 방법- 당신에게 찾아온 슬픔과 아픔을 애써 외면할 필요는 없다. 당신은 당신의 사랑에 최선을 다했고 그랬기에 슬픔 또한 큰 것이다. (…) 당신의 지나간 사랑과 다시 찾아올 사랑을 위해 마음껏 슬퍼하고 깨끗이 털어버리자. -221p 20대 초반, 대학 시절 3년간 사귄 남자친구와 헤어졌을 때, 멈추지 않고 흐르던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며칠 동안 슬프게 울다 잠이 들었다. 가장 친했던 친구와 이른 저녁부터 술을 마셔댔는데도 취하지 않던 그때의 나는 참 아팠다. 그리고 어렸던 것 같다. 

연애 단계에서부터 지나치게 결혼을 염두에 두는 것은 곤란하다. -156p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서 소개팅이 많이 들어왔다. 스물 다섯의 겨울에 만난 동갑내기였던 그는 내게 참 잘해주었는데, 3주간 3일에 한 번씩 만났지만 좋은 감정이 생기질 않았다. 아직 어린 나이였는데, 난 그 즈음부터 아니라고는 해도 누군가를 소개받을 때마다 결혼을 전제로 한다는 생각이 조금씩은 있었던 것 같다.

소개팅 후 다시 만나고 싶은 여자 되는 법! 첫 만남부터 과감하게 더치페이를 시도해보자. 상대방이 식사를 대접했다면, 커피는 당신이 사는 정도로 가볍게 시작하자. 그는 이런 배려에 당신에게 홀딱 반할 수도 있다. -135p 그랬던 적이 있다. 퇴근 후, 저녁 늦게 우리 동네로 온 그에게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어 간단하게 먹은 식사값을 내가 냈다. 소개팅하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했던 그의 얼굴이 썩 좋아 보이진 않았다. 어쩌면 식사 중에 이야기하면서 내가 맘에 들지 않았던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당신이 한 가지 알아둬야 할 것은 어떤 타입의 남자이건 진심으로 상대를 좋아한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마음을 표현하고야 만다는 것이다. (…) 당신은 둘의 관계가 꽤나 진전이 되었다고 생각하겠지만 정작 그는 호감의 1단계도 시작을 하지 않았는데, 당신은 벌써 3단계의 상상을 펼치고 있어서야 되겠는가? (…) 당신의 신호를 그가 충분히 받았다고 생각이 들었는데도 5개월이 지나서까지 그에게 아무런 신호가 없다면 과감하게 접을 것을 권한다. 사실 5개월도 너무 길다. -100~101p / 상대가 마음에 들어도 절대 먼저 연락하지 마라. 무조건 기다려라. 당신이 마음에 든다면 분명히 그쪽에서 먼저 연락할 것이다. -113p 동호회 모임에서 한번 보았을 뿐인데 계속 생각이 나던 사람이 있다. 20여일만에 연락처를 알아냈고 우연한 기회로 단둘이 만나게 되었다. 전시회도 보고 식사도 하고 커피도 마셨다. 얘기하면서 꽤 잘 통한다고 생각했다. 그날 집에 들어와 내가 먼저 문자를 보냈고, 답도 왔다. 2주 후 두 번째 만났을 땐 영화 보고 콘서트 보느라 이야기를 많이 못해서 아쉬웠지만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날은 집에 와서 문자를 보내지 않았다. 그도 연락이 없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만남 사이에 연락은 항상 내가 먼저 했고, 답이 거의 늦게 왔다. 그 이후에 이건 아니다 싶어서 연락을 하지 않다가 또 생각나서 한 번 연락하고, 단답형의 답 문자에 실망해서는 절대 연락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해할 수 없었던 건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문자를 보내는 그였다. 한 달 후, 혹은 두 달 후 안부 문자를 보내던 그를 정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다. 두 번째 만남 이후, 다섯 달만에 모임에서 만난 그는 내가 생각했던 모습이 아니었다. 내 눈에 콩깍지가 씌었던 걸까. 무려 여섯 달 넘게 내 마음을 뒤흔들어 놓았던 그가 참 밉다. 

연애에 관한 질문 중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요소가 있다. (…), 의외로 빠지지 않고 꼭 등장하는 필수 요소는 바로 혈액형에 관한 질문이다. -32p 혈액형에 대한 일반적 이야기들이 잠재의식 속에 남아, 그게 마치 불변의 진리인양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35p 단순히 재미로 보면 되는데 자꾸만 연관시키게 된다. 소개팅 전에 혈액형을 물어보거나 아니면 첫 만남에서 꼭 물어봤던 것 같다. 사귀다가 헤어지면 '그래, 역시 안 맞는 혈액형이었어.'라고 생각하고.

처음부터 매너가 철철 넘치는 바람둥이 타입보다, 조금 어색하고 수줍지만 일편단심 당신만을 사랑해줄 순진한 남자가 오히려 더 미래를 기약하게 하는 남자다. -45p 첫 만남에서 어색하고 수줍고 순진해 보이는 사람에겐 끌리지 않았던 적이 많다. 어쩌면 외모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말에는 공감한다. 나만 사랑해줄 남자가 최고라는 것!

책을 읽으면서 내가 겪었던 일들을 생각했다. 한창 행복했던 연애 초기에 이 책을 읽었다면 이별을 막을 수 있었을까? 소개팅은 잘 되었을까? 책에 나온 이야기들이 모두 맞고, 많이 들어보았던 말이라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정작 실전에는 약하다. 왜 잊어버리는 건지. 책을 펼치면서부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읽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씨즐, 삶을 요리하다 - 슬로푸드를 찾아 떠난 유럽 미식기행
노민영 지음 / 리스컴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표지에 알록달록한 색상의 주방용품 사진이 나와 있어서인지 책의 첫 느낌은 산뜻했다. 먹는 즐거움만 추구하는 미식가였던 저자 노민영은 이탈리아행 유학에서 슬로푸드 철학을 지닌 신개념 미식가로 거듭나게 되었다. 신개념 미식가들은 음식이 어떻게 생산되고 유통, 소비되는지 연구하여 음식의 지속가능성과 다양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이들의 이러한 움직임이 바로 슬로푸드 운동이라 할 수 있다. (32p) 그녀가 유학한 이탈리아(파르마, 볼로냐, 모데나, 밀라노, 베네토, 토스카나)와 학교에서 현장학습을 위해 방문한 스페인(빅, 바르셀로나), 그리스 크레타섬, 프랑스(리용, 디종, 부로숑)에서의 맛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여행과 음식을 좋아해서 관련 책을 많이 보는 편인데 유럽 미식기행은 처음이다. 게다가 슬로푸드를 찾아 떠난 유럽 미식기행이라니 더욱 기대가 된다. 

전 세계의 미식가들이 열광하는 프로슈토(돼지다리를 염장하여 숙성시킨 것)와 파르미자노 레자노 치즈(큰 덩어리의 단단한 치즈로 연한 노란색을 띤다.)의 본고장이라는 이탈리아 북부에 위치한 파르마에서 그녀는 같은 반 친구들과 피자파티를 한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 된 볼로냐 대학과 볼로네제 스파게티로 유명한 볼로냐에서 슬로푸드영화제에 참석하고, 풍성한 맛의 젤라토를 맛본다. 발사믹식초의 원산지인 명품 도시 모데나와 베니스 축제만큼이나 화려한 음식문화를 발달시킨 베네토, 아름다운 경치와 풍요로운 음식문화를 자랑하는 토스카나 그리고 밀라노에도 들른다. 그렇게 이탈리아에서 골목골목 다니며 지역사람들이 북적이는 소박한 음식점을 찾아내어 소개해준다. 나는 이탈리아에 간다면 카푸치노와 코르네토(크루아상)로 이탈리아식 아침식사를 해보고 싶다. 스페인에서는 바게트 사이에 하몽을 넣은 샌드위치, 해산물과 파스타를 넣어 만든 '피데와', 차가운 토마토 수프 '가르파초'를 맛보고 싶다. 따뜻한 초콜라테에 추로스를 찍어 먹는 것도 빠뜨릴 수 없겠다.  

대학교 때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다니는 걸 좋아하던 친구와 나는 그리스 여행중에 여러 가지 그리스 음식을 맛보고 오자고 했었다. 하지만 무더운 날씨 탓에 음료와 아이스크림을 더 많이 먹어서 아쉽기만 하다. 여행 다녀온지 5년이 지났을 때 그리스 음식이 그리워서 찾은 그리스 음식 전문점. 그곳에서 맛본 음식들은 기억 속의 맛과 달라서 조금 실망했었다. 책에 나온 올리브 나무나 그리스식 샐러드가 그립다. 아테네에서 델피가는 길에 버스에서 내려 보았던 올리브 나무로 가득한 풍경은 마치 그림 같았다. 그리스인들의 아침식사는 간단하게 커피 한 잔 마시는 정도인데, 우리는 샐러드와 수블라키를 먹었었다. 그릇에 원하는 재료를 담아 샐러드를 만들어 먹는 식이었는데 올리브와 토마토, 갖가지 야채에 두부처럼 생긴 페타 치즈를 얹어 먹었다. 페타 치즈를 처음 먹었을 때 짠맛이 너무 강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맛에 익숙해졌다. 딱딱한 러스크(빵) 위에 미지트라(치즈)를 올린 크레타의 대표적인 간식 다코스와 미지트라로 속을 채운 반죽을 튀겨 타임 꿀에 찍어 먹는 크레타 전통 디저트를 먹어보지 못해 아쉽다. 언젠가 그리스에 다시 가게 된다면 크레타의 시골 마을을 여행하며 이전에 맛보지 못한 전통 음식들을 즐기고 싶다.

치즈와 빵이 가득한 프랑스의 시장 구경도 재미있겠다. 책의 여러 페이지에 나온 치즈 사진을 보고, 치즈 이야기를 읽다보면 왠지 느끼함에 머리가 아파오기도 했지만, 먹거리로 가득한 책 한 권을 참 맛있게 읽었다. 책에 소개된 십여 가지의 레시피도 고맙게 느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