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도 말고 덜도 말고 쫄깃 - 메가쑈킹과 쫄깃패밀리의 숭구리당당 제주 정착기
메가쇼킹.쫄깃패밀리 지음 / 청어람미디어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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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쫄깃쎈타 앞 에메랄드 빛깔을 자랑하는 협재바다에서 다이빙을 하면 쫄깃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제주도에 세 번 가봤는데 겨울, 봄, 가을에 갔었다. 네 번째 제주 여행은 초여름에 가서 쫄깃쎈타에 머물면 좋겠다. 사실, 쫄깃쎈타에서 묵을 계획이라면 언제 가는지는 중요하지 않을 것 같다. 부엌의 커다란 창 밖으로 마치 '어린왕자'에 나오는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의 모습을 한 비양도가 보인다. 따뜻한 봄날, 음악을 들으며 내리쬐는 햇살을 받아도, 장마철 빗소리를 들으며 커피 한 잔 마셔도, 보슬보슬 내리는 가을비를 배경으로 두툼한 책 한 권을 읽어도, 함박눈이 내릴 때 뜨거운 코코아를 마시며 쫄깃패밀리와 담소를 나누어도, 무얼 해도 좋을 것 같다.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무엇을 얻으려고 하기보다는 무엇을 버리려고 오는 곳이었으면, 한다는 메가쑈킹. 그의 말대로 쫄깃쎈타에서는 무엇이든 해도 좋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은 곳이라고 생각된다.

 

편하게 술 마시고 얘기 나누며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아지트 같은 장소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쫄깃쎈타의 '시작'이었다. 홍대에서 제주도로 계획이 급변경되고, 남자 셋은 제주도 쫄깃쎈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본인의 얼굴과 쫄깃 로고가 박힌 티셔츠 500장을 팔아 목돈을 마련해 제주도로 내려갔다. 메가쑈킹의 목표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본인의 글을 보고 일단 제주도에 오고 싶도록 만드는 거였다. 세 남자가 찾아갔던 제주도의 숨겨진 비경과 맛집, 제주도 생활에 대한 본인의 생각들, 쫄깃쎈타를 준비하는 과정을 트위터에 야무지게 올렸고, 그것을 본 사람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고 한다.

 

쫄깃패밀리를 결성하여 함께 힘을 모아 쫄깃쎈타를 짓는 과정이 감동이다. 재주꾼들이 모여 2011년 3월 2일, 공사를 시작했다. 공사현황을 실시간으로 계속 트위터에 올렸고, 많은 사람들의 응원에 힘입어 열심히 일했다. 중간에 갈등도 있었고, 계획했던 공사 기간이 늘어나기도 했지만 믿음직한 쫄깃패밀리와 공사현장을 방문한 사람들, 온라인상으로 응원해준 사람들이 하나 되어 멋진 쫄깃쎈타가 6월말에 무사히 완공되었다.

 

책의 절반 정도에 걸쳐 쫄깃쎈타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았더니 더욱 애정이 간다. 그곳에 일주일 정도 머무르며 매일 아침 '메.뚜.기 수프'를 먹고, 거실 벽을 둘러싼 노란 책장에서 맘에 드는 책을 꺼내어 오전 시간 동안 읽고 싶다. 메가쑈킹도 멋진 바다풍경을 눈에 담으며 책과 함께 빈둥거리고 싶은 사람들이 많이 방문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책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은 '자.찾.생'의 이야기였다. 메가쑈킹이 트위터에 올렸던 기록들도 재밌고, 자찾생의 말과 행동도 웃겼다. 부모님 뜻에 따라 억지로 쫄깃쎈타에 2박 3일 귀양 온 자찾생은 그곳에서 한 달을 머무른다! 

 

          이제 난 더 이상 재미없는 건 하지 않겠다. 앞으로 얼마나 더 살게 될진 모르겠지만 하루하루 매순간순간 스트레스 받지 않고 재미있게 살고 싶다. 바로 지금 이 순간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사람이어야 나중에 나이 들어서도 재미있는 삶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280~281p)

 

 

올레 14코스 끝자락에 위치한 쫄깃쎈타에 들르기 전 '쫄깃쎈타를 이용하는 제주여행자를 위한 안내서(66~68p)'를 꼭 읽어보자. 관광지를 둘러보는 여행 말고 사전정보 없이 가서 고독을 만끽하는 여행이 하고 싶다면, 우선 시간을 만들고 쫄깃쎈타를 예약해야겠다. 참! 최소한 4박 5일 이상은 묵어야 쫄깃쎈타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거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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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배낭여행자들의 안식처, 빠이 - [Pai]: 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노동효 지음 / 나무발전소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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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에서 히말라야 트레킹을 하며 보름, 제주도에서 한 달, 동해안 7번 국도를 따라 일주일, 서해안을 따라 오토캠핑장과 템플스테이를 하며 일주일을 보내는 등 아내와 여러 번의 신혼여행을 다녀왔다는 저자. 아내가 좋아할 만한 여행지를 찾아 배낭 짊어지고 홀로 사전 답사 여행도 한 달간 다녀왔단다. 그의 아내가 부러웠다. 나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여행을 다니고 싶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도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어 봤다면 좋겠다.

 

'빠이'에 가기 전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3박 4일 머물렀던 빠이에서의 여행에 변화가 있었을까? 빠이에 도착하자마자 서점 씨암북스에서 <빠이 이벤트 플래너>가 있는지 물어보지 못한 것과 아야 서비스에서 무료 빠이 지도를 구하지 못한 것이 아쉽긴 하다. 하지만 책을 읽었든 읽지 않았든 간에 여행은 비슷했을 것이다. 아! 대나무통에 차를 담아 파는 사람을 보지 못한 것도 아쉽다. 처음에는 1,000원, 대나무통을 재활용하면 300원에 맛있는 길거리 허브차를 마실 수 있다고 한다.

 

몇 년 전에 박준의 <On the Road : 카오산 로드에서 만난 사람들>을 읽고, 태국에 간다면 방콕의 카오산 로드에 꼭 가보자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올해 여름휴가를 앞두고 읽었던 <일주일 해외여행>에서 6박 8일 태국 여행 소개에 눈길이 갔다. 자유로운 영혼을 위한 게으른 히피 여행 콘셉트였다.

 

          카오산은 방콕의 유명한 여행자 거리이고, 빠이는 태국 북부 산속에 위치한 마을로 예술가들과 히피들이 숨어 살던 슬로우 타운이다. 이 두 곳에는 이렇다 할 볼거리가 없다. 그러나 이곳에는 세상 다른 곳에서 찾아보기 힘든 분위기가 흐른다. (중략) 카오산은 좀 더 왁자지껄하고, 빠이는 좀 더 차분하고 조용하다. 굳이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걸 거다. 자유. 게을러도 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 그저 그 안에 있다는 것만으로 이유 없이 충만해지는 기분. ─ <일주일 해외여행> 비타북스. 145p

 

 

빠이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었는데, 책에 나온 단 몇 줄의 설명만으로 여행을 결심하고 하루 만에 항공권을 예약했다. 원래는 '카오산-빠이-치앙마이' 일정이었다. 그런데 빠이에 도착한 날, 빠이에서 카오산까지 가는 버스가 있다고 해서 그리고 방콕에서 기차를 타고 치앙마이를 경유해서 빠이에 온 것보다 버스비가 훨씬 저렴해서 바로 예약해버렸다. 치앙마이에서 1박하기로 했던 계획 대신 빠이에서 하루 더 머물기로 했다. 빠이에서 3박 4일을 보냈지만, 사실 며칠 더 머물고 싶었다. 한국에 바로 돌아가야 할 이유가 없었다면, 일주일이건 한 달이건 눌러앉아 지냈을지도 모른다.

 

치앙마이에서 미니버스를 타고 S자도 아닌 8자 도로를 4시간 동안 가야 빠이에 도착한다. 치앙마이 터미널에서 멀미약을 먹었기 때문인지 걱정했던 멀미는 하지 않았다. 단지 버스 안에서 자는 동안 창문에 머리를 수없이 부딪힌 기억만 난다. 오후 두 시쯤 빠이 터미널에 도착했다. 한 시간 정도면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다고 해서 여러 군데의 숙소를 둘러볼 계획이었다. 하지만 야간기차를 12시간 넘게 타기도 했고 무척 피곤한 상태여서 숙소를 살펴보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진 않았다. 첫 날은 빠이 중심가에서 멀리 떨어진 'Pai Park'에 묵었고, 둘째 날 중심가에 가까운 'Breeze of Pai'로 옮겨 이틀을 묵었다.

 

방갈로 형태의 숙소가 새로웠다. 관광이 목적이 아니라 정말 쉬러 왔다는 걸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빠이와 방갈로, 잘 어울린다. 뜨거웠던 여름날, 배낭과 카메라만 짊어지고 한 시간이면 한 바퀴 돌 수 있는 작은 마을, 빠이에 갔다. 혼자서 시간 보내기 좋은 카페에 앉아 시원한 딸기 스무디로 목을 축이며 창밖으로 바라보던 그들의 일상, 내가 가장 좋아한 볶음국수 '팟타이'와 수박 셰이크 '땡모반', 빠이에 하나 뿐인 학교 운동장 나무 그늘 아래 앉아 예쁜 미소의 아이들과 눈인사, 디저트로 먹은 망고찰밥, 비가 그친 뒤 하늘에 살짝 비친 무지개, 그 아래 지나가던 오토바이에 탄 세 남자의 무지개만큼 환한 미소, 그리고 빠이에서의 마지막 밤, 재즈바에서 칵테일 한 잔 …. 빠이에서는 먹고 걷고 쉬기만 반복했다. 여유로운 시간이었다.

 

책에 온전히 '빠이' 이야기만 담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빠이의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책 안 가득한 빠이 사진을 보며, 4개월 전 빠이에서의 추억이 떠올랐다. 책 속 이야기 중에는 빠이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인터뷰가 인상 깊었다. 빠이가 어떤 곳이냐는 물음에 '천국',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곳', '평화롭고 조용한 마을', '오래된 친구처럼 푸근한 곳' 등의 대답이 나왔다. 그중에서도 '사랑하는 사람과 여행하기 정말 좋은 곳'이라는 대답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언제 즈음의 빠이가 가장 아름답냐는 물음에는 '적당히 따뜻하고 습하지 않아서 기분 좋은 11월에서 1월 사이', '해 질 무렵', '풍등 축제 때', '온 들판이 황금빛인 10월', '크리스마스 시즌부터 새해를 맞이할 무렵', '10월부터 2월까지의 겨울' 그리고 '우기', 크게 두 가지로 답했다. 다음에는 10월부터 2월까지 빠이에서 5개월간 머무르는 행복한 상상을 해본다. 느리게 움직여야 제맛을 알 수 있고, 낮보다 밤이 더 아름다운 마을. 그곳에서라면 마음 편히 삶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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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그리움을 부른다 - 여행, 인간과 대자연의 소리 없는 위로
함길수 글 사진 / 상상출판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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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호텔, 마다가스카르』를 읽고 귓가에 어른거리는 예쁜 이름의 마다가스카르에 가보고 싶었다. 『사람이 그리움을 부른다』표지의 바오밥나무를 보고, 또다시 마다가스카르를 떠올렸다. 곧게 뻗은 바오밥나무의 우람한 모습을 보며, 황톳길을 맨발로 걷고 싶다. 해맑은 미소의 까만 꼬마와 함께 모론다바의 모잠비크 해를 거닐고 싶다.

 

책에 글보다 사진이 더 많다. 여행 사진 구경하기를 좋아하는 내게 이 책은 참 고맙다. 여행 중 찍었을 한가득 사진들을 보면서 가슴이 뻥 뚫림을 느낀다. 있는 그대로 자연의 모습, 저마다의 표정이 있는 사람들 모습이 거짓 없고 꾸밈없기에 더욱 아름답다. 집착을 버리고, 단순하게 살면서도 작은 행복을 만끽할 수 있고, 지친 나를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가슴 설레는 여행을 떠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삶이 아닐까?

 

슬프도록 아름답다는 페스, 사하라 사막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래 언덕 에르그 셰비, 온통 신기한 것 투성이인 자그마한 파란 도시 쉐프샤우엔, 그리고 살아가는 순간의 감사함을 느끼게 해준다는 에사우이라. 여기가 바로 모로코다. 사진들의 느낌이 좋다. 미로 같은 페스의 골목길, 마치 마법사 복장을 한 듯한 사람들이 있는 쉐프샤우엔의 골목을 거닐며 잠시 길을 잃고 싶다.

 

오래도록 꿈꿔온 터키에 한 달간 배낭여행을 갔었다. 여행 준비를 하면서는 설레이는 마음이 컸고, 여행을 하면서는 가는 시간이 아쉬웠다. 여행에서 돌아온지 20개월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터키가 그립다. 생생하게 떠오르는 그때의 기억을 잊을 수가 없다. 난 하얀 산등성이 마을이 인상적인 보드룸 대신 카쉬에 갔었다. 카쉬도 보드룸과 마찬가지로 파란 하늘과 푸른 바다가 기가 막히게 예쁜 작은 동네였다. 사진으로 터키의 다양하고 매력적인 색깔의 소품들을 보니 따뜻한 애플티 한 잔 마시고 싶어진다. 카파도키아에서 계획에 없던 벌룬투어를 하게 되었다. 기이한 괴레메 지형을 배경으로 하늘 위에 여러 대의 열기구가 꽃처럼 떠오른 모습은 터키까지 가서 보지 못했으면 억울할 만큼 경이로웠다.

 

일주일의 시간이 났던 지난 여름 휴가에 어디든 다녀오자고 마음먹었다. 가까운 동남아 국가 중에 고르다가 미얀마와 라오스에 대해 알아보았다. 그 두 나라는 각각 최소 10일 이상은 머물러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음을 기약했다. 미얀마, 만달레이 어느 호숫가에서 이른 아침에 바리때를 들고 가는 승려들의 모습을 보고 싶다. 해 질 무렵, 우베인 다리를 건너는 사람의 모습을 찍은 멋진 사진을 본 적이 있다. 고요함이 느껴져 마음을 차분히 정리하기에 좋은 장소라고 생각했다. 바간 칸 시타르 마을의 순박하고 티 없는 아이들과 강가로 놀러가고 싶다. 사람 사는, 인간의 향기 나는 평화로운 마을 낭쉐에서 나를 되돌아보며 반성의 시간을 갖고 싶다.

 

'카모메 식당'을 책으로 읽고, 영화로 보고, 핀란드에 가고 싶어졌다. 물가가 비싼 북유럽이라 언제쯤 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북유럽의 또다른 나라 노르웨이가 반갑다. 아름다운 자연과 찬란한 문화유산, 여유로운 삶과 풍광, 탁월한 디자인과 색감의 나라. 색채의 도시 헤우게순, 추억의 엽서처럼 향기로운 스쿠덴스하벤에서 동네 골목 여기저기를 두리번거리며, 그림 엽서 속 동화의 마을로 빨려 들어간 기분을 느끼고 싶다.

 

최근에 가족과 함께 에티오피아에 간 지인이 있다. 거의 매일 사진을 올리는데, 풍경은 예술이고 사람들의 표정에서는 여유가 느껴진다. 지금 읽고 있는 책에 에티오피아 이야기가 나오는데 한 번 가보고 싶다고 했더니, 앞으로 3년간 머무를 거라며 계획 잘 세워서 놀러오라고 한다.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언제나 평화로운 미소를 전해 주는 천사들이 사는 곳, 에티오피아의 남부 작은 마을 콘소에서 소 떼의 이동을 보고 싶다. 아르바민치의 아름다운 차모호수에서 차분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커피 한 잔 마시고 싶다.

 

 

          아프리카를 여러 차례 다녀오면서 에티오피아처럼 강렬하게 내 마음을 잡아끄는 나라는 없었다. 이 지구 상에 천국이 존재한다면 바로 이곳이라고, 지금 내가 서 있는 이곳 에티오피아라고 생각했다. (342p)

 

 

한 번쯤 가보고 싶은 나라 마다가스카르, 모로코와 미얀마, 배낭여행으로 가보았던 터키, 어릴 적 가족과 함께 갔던 뉴질랜드, 관심 있는 나라 노르웨이와 에티오피아, 여행을 좋아하는 지인이 꿈꾸는 알래스카 등 열두 나라에 대한 여행에세이다. 단순한 여행이야기가 아닌 대자연과 인간의 땅에서 마주한 감동과 희망의 메세지를 전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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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힘을 보낼게, 반짝 - 여자와 공간, 그리고 인연에 대한 공감 에세이
김효정(밤삼킨별) 지음 / 허밍버드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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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참여했던 어느 이벤트에서 상품으로 폴라로이드 엽서 50장과 스티커를 받은 적이 있다. 폴라로이드 엽서에는 '밤삼킨별의 감성여행 파리그라피'라고 적혀 있었다. 사진과 글씨체가 마음에 들었던 그 엽서에 편지를 써서 내가 좋아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곤 했다. 밤삼킨별 김효정의 책은 이번에 처음 읽었다. '여자와 공간, 그리고 인연에 대한 공감에세이'로 그녀의 글을 처음 만났다.

 

별밖에 보이지 않던 밤, 별 하나가 밤을 삼켜버린 느낌으로 '밤삼킨별'이라는 아이디를 만들었다는 그녀는 어릴 적부터 결혼을 해서까지도 자기만의 공간을 갖지 못하고 있었다. 본인처럼 온전히 혼자일 수 있는 공간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도 열려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서른다섯이 되던 해에 '마켓 밤삼킨별'을 열었다. 이 책「당신에게 힘을 보낼게, 반짝」에는 저자가 어릴 적부터 꿈꾸던 공간을 생각하며 그녀와 닮은 소중한 사람들을 만나 용기 내어 '마켓 밤삼킨별'을 시작하고, 그 공간에서 타인을 만나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스물다섯 살에 꿈꾸던 10년 후의 꿈을 그녀는 이루었다.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공간이자, 가지고 있던 이야기를 풀어내는 공간 '마켓 밤삼킨별'에서는 작은 소품에서부터 흐르는 음악, 작은 낙서까지도 감성이 소통한다고 한다.

 

 

      '마켓 밤삼킨별'엔 사람들과 약속이 있을 때 찾는 것보다 잉여의 시간에 방치되었을 때 혼자 찾는 게 좋다. 발을 들여는 순간, 집의 묘한 기운이 마음을 투명하고 느긋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 <페이퍼> 정유희 기자의 글 중에서 (49p)

 

 

발걸음에 삐걱거리는 낡은 나무 계단, 아기자기한 작은 소품들, 부엉이로 가득 찬 부엉이 방이 있는 서교동 332-32 '마켓 밤삼킨별'에 나홀로 가벼운 발걸음으로 들르고 싶다. 2층 다락방에 앉아 <페이퍼>도 펼쳐보고, 그녀가 여행 중에 찍은 수많은 사진들도 눈에 담고 싶다. 날씨나 시간에 따라 선곡된 그곳에서만의 음악을 들으며 따뜻하고 부드러운 커피 한 잔 마시고 싶다.

 

표지도 예쁘고, 책 안에 담긴 사진들의 느낌도 좋다. 맨 뒷쪽에 절취선을 따라 뜯어 사용할 수 있는 책갈피와 엽서도 마음에 든다. 그런데 책 내용과 제목이 조금 맞지 않는 듯하다. 여자와 공간, 인연에 대한 공감에세이라는 것을 연상할 수 있게 제목을 지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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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서른 산이 필요해 - 여자의 등산은 정복이 아닌 행복이다
이송이 지음 / 브레인스토어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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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열 살 때, 전라도로 이사를 했다. 공기 좋은 시골 작은 마을로. 등산을 즐기시던 아버지께서 주말이면 가족들을 이끌고 마을 뒷산으로 올라가셨다. 지금 생각하면 얼마 높지 않은 산이었을텐데, 어릴 때 오르던 그 산은 나와 동생들에겐 올라가기 싫은 높은 산이었다. 그래도 산 정상에 올랐을 때 상쾌함과 뿌듯함은 나를 기분 좋게 해주었다. 아마도 그때부터 내 몸이 등산하는 데 조금씩 적응을 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등산을 멀리했던 고등학교 3년을 보내고, 열아홉에 대학 동아리 사람들과 처음 도봉산을 오르면서 몸이 가뿐했다. 하지만 대학교를 좋업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동네 뒷산에 두 번 '들른' 게 전부이다.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 산악회가 있다. 한 달에 한 번씩 산행을 하는데, 도봉산 이후 10년 만에 오른 산이 한라산이다. 흰 운동화를 신고 올랐던 한라산, 몸이 조금 힘들긴 했지만 발걸음은 가벼웠다. 산에서 내려오면 꼭 하는 말이 있다. 힘들어서 다음엔 안 올 거라고. 그러면서 내가 가보지 않았던 산에 오른다고 하면 또 신청을 하게 된다. 생각해보면 난 등산이 아닌 산山을 좋아하는 것 같다.

 

 

          산에 간다고 하면 주위 사람들은 말 그대로 산에 오르는 행위가 좋아서 산에 가는 줄 안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건 등산登山이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건 산 속에 펼쳐진 자연이고 자연이 내어주는 호흡이고 배낭에 싸들고 간 간식이다. 내가 원하는 건 새소리 물소리이고 나무와의 접촉이고 가감도 없고 과장이나 가식도 없는 계절의 내음이고 사색의 시간이다. (35p)

 

 

그리고 올해, 서른의 1월에 난생 처음 등산복을 입고, 등산화를 신고, 등산장비를 갖추고 태백산에 올랐다.

 

'여자 서른 산이 필요해'라는 제목을 보자마자 읽고 싶었다. 내 생각과 같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쉽게 다녀올 수 있는 서울과 근교에 있는 산을 알려주고 있어서 좋았다. 지하철을 이용하여 쉽게 찾아갈 수 있도록 맨 앞장에는 지도에 산과 역 이름을 표시해두었다. Part 1에서는 등산의 효과, 등산장비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Part 2에서는 30곳의 산을 소개한다.

 

파주출판단지에서 오를 수 있는 심학산, 공원 산책하듯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우면산, 산책로 말끔히 닦인 공원 같은 개화산, 부담 없이 오를 수 있는 청계산, 숲을 즐기는 여자들이 걷기 좋은 아차산, 성곽길 따라 걷는 북악산, 인왕산, 남산, 남한산…. 집에서 가까운 수리산이나 삼성산, 관악산부터 올라가 봐야겠다. 산행이 습관이 되고 오히려 안 가면 몸이 뻐근해지는 기이한 경험을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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