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 Free 러브 앤 프리 (New York Edition) - 개정판
다카하시 아유무 지음, 양윤옥 옮김 / 에이지21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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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실 표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이의 사슴 같은 눈망울은 예쁘지만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웃고 있는 얼굴이거나 좀더 밝은 표정이면 좋았을텐데. 조금 아쉬운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책을 읽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생각보다 글은 많지 않았고, 멋진 사진과 그림들이 가득했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과 티 없이 맑은 해변, 노을 지는 수평선, 그리고 이제 막 물감을 칠한 듯한 그림들. 무엇보다도 해맑은 아이들의 사진이 가장 따뜻했다.

저자 다카하시 아유무의 소개글에 쓰여진 '자유인'이라는 말이 참 부럽다. 단어 자체만으로 여유로움과 행복함이 묻어난다. 요즘으로 따지자면 어리다고도 할 수 없는 스물 여섯이란 나이에 결혼을 하자마자 아내와 세계일주 모험에 나섰다는 그가, 그들이 용감하다. 2년이란 긴 시간 동안 남극에서 북극까지 세계 수십 개국을 돌았다고 한다. 마음 맞는 사람과 함께 하는 세계일주, 생각만 해도 멋지다. 여행 코스도 주기도 정하지 않고 마음 내키는 대로 여행하고 돈 떨어지면 돌아오자는 생각으로 출발한다. 사진을 찍고 시를 쓰고 한 권으로 정리하여 책을 완성한다. 그와 그녀의 책이다. 그들의 추억이다.   

세계의 길모퉁이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팬티 한 장 걸치고 노래하며 돌아다니는 아저씨, 슈퍼마켓 바닥에서 잠에 빠진 소년, 팔뚝에 잔뜩 문신을 한 젊은 사람들, 바다를 지키는 사나이들, 바람의 하모니카 연주를 들려준 유목민 소년. 무언가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며 즐겁게 생활한다면 어느 나라 어느 땅에 있건 행복하지 않을까? 

누구든지 여행을 하는 동안 더욱 성숙해지는 것 같다. 일주일에 한 번씩 이사를 다니는 기분으로 각지에 일주일씩 머물며 하는 여행이라든지 돈은 좀 부족하지만, 시간만은 무한히 가진 여행에서든지. 어느 잠 오지 않는 밤도 있을테고, 세상의 골목골목을 걸으며 감상에 젖기도 할테지만 발 가는 대로 거닐고 싶고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하고 싶다.   

여행으로 인해 완성된 책이지만 여행이야기라고 할 수는 없다. 여행하면서 떠오르는 생각과 느낌을 시로 표현하고 있다. 자신과의 다짐도 있고, 학창시절의 기억도 있다. 소소한 것들에 대한 소중함도 있고, 반성도 있고, 앞으로의 희망도 있다. 스스로에게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독자들에게 들려주는 것 같기도 한 글도 있다. 사진과 그림의 색감이, 여행 중에 끄적였을 그의 글들이 포근하고 따뜻하게 느껴진다. 저자의 일본어를 영어로도 번역해 놓아서 함께 읽어보면 색다른 느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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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살기 2 - 그림쟁이 홍시야의 알록달록 싱글 스타일
홍시야 지음 / 브이북(바이널)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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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살고 싶다는 생각은 여러 번 했지만 선뜻 집을 나가기란 어려운 일이다. 아마도 결혼할 때가지는 부모님과 함께 살지 않을까. 지금처럼 구속된 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말이다. '혼자살기'라는 제목에 눈이 갔다. 어떤 책일까. 이름이 예쁜 저자 '홍시야'에 대해 검색해보니 많은 그림 작업을 했고 프로젝트 기획도 했으며 여러 전시회도 열었다. 경력이 화려하다. 앳된 얼굴의 그녀가 곧 서른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책이 아기자기하다. 그녀만의 일러스트가 참 예쁘다. 감각있는 표지디자인도 책 안의 사진도 하나하나 정성 들여 그렸을 그림도 마음에 든다. 사실 그녀의 그림을 처음 보면서 아이가 낙서한 것 같기도 하고 이건 무얼 그린건지 무엇을 뜻하는지 이해하기 어렵기도 했다. 하지만 책을 덮는 순간 그녀의 그림에 폭 빠져 있었다. 왜 이렇게 빨리 끝난거야. 그녀의 이야기가 더 듣고 싶었고 그녀의 그림을 더 보고 싶었다.  

새 단락으로 넘어갈 때마다 다이어리 속지나 편지지의 디자인으로 쓰면 예쁠 듯한 불규칙적인 패턴의 반복이 돋보이는 그림이 나온다. 작업실에 앉아 자그마한 그림을 하나하나 그리고 색칠해나갔을 그녀를 생각하니 더욱 집중하여 보게 된다. 혼자살기 4년차인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혼자살기 지침 열 두 가지를 읽으면서 마치 친한 언니가 동생에게 말해주는 듯했다. 

01_마음껏 울 수도 있고, 누구의 눈치도 안 보고 행동할 수 있는 '나만의 아지트'를 만들자! 08_혼자 하는 여행을 적극 추천! 09_가끔은 무계획으로 떠나는 여행을! 10_나만의 세계를 이해해 줄 수 있는 진정한 친구가 필요하다. 11_반드시 나만의 취미가 필요하다.12_말도 안 되는 꿈일지라도 '꿈'을 가져보자. 

세상을 바라
보는 남다른 시각, 독특하고 유쾌한 그녀만의 싱글 라이프를 엿보는 동안 정말 즐거웠다. 딱 그녀만의 책인 것 같다. 그녀의 일상이 담겨 있고, 그녀의 작품이 담겨 있고, 그녀의 추억이 담겨 있고, 그녀의 애정이 담겨 있다. 나도 언젠가 나만의 책을 만들고 싶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어떤 책인가 훑어만 보고 자야지 했는데 책을 펼치고서 끝까지 읽어버렸다. 매력적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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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읽는 책 - 일러스트레이터 한울의 느낌 있는 책 읽기
김지혁 지음 / 이미지박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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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연재 종료되었지만 인터넷서점 예스24에서 인기있었던 칼럼 '한울의 그림으로 읽는 책'을 좋아했다. 연재 시작할 때부터 알았던 건 아니지만 어느날 클릭해 본 칼럼의 일러스트가 너무 예뻤다. 나도 한때 컴퓨터 디자인 학원을 다니며 일러스트를 재미있게 배웠다. 그래서 더욱 관심있게 보았는지도 모르겠다. 본인이 읽은 책에 대한 느낌이나 책을 읽고 떠오르는 이미지를 그림으로 표현한다는 한울님의 작품이 언제쯤 올라올까 수시로 확인해보곤 했다. 마음에 드는 작품은 미니홈피에 스크랩하곤 했는데, 연재를 종료한다는 말을 듣고 얼마나 아쉬워했는지 모른다.  

그런 내게 희소식이 있었으니 '그림으로 읽는 책'이 출판된 것이다. 아쉬움에 무거웠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다. 표지디자인은 다른 분이 했지만 역시 책과 잘 어울린다. 내가 바라는 모습이다. 책장의 공간이 모자라 바닥에까지 쌓여있는 책들을 보니 답답했던 가슴이 뻥 뚫리며 후련하다. 하루 중 열두 시간을 책만 읽으며 지낸다면 정말 행복할텐데.

가벼운 책이지만 긴 내용은 아니지만 책에 실린 일러스트를 보는 것만으로도 값진 책이다. 그가 읽은 책 중에 내가 읽은 책도 있고, 제목이나 작가 이름은 들어봤지만 읽어보지 않은 책도 있다. 읽은지 오래 되어서 그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은 책들도 많았다. 제대로 읽은 적 없이 어릴 적에 한번 훑어본 정도였던『나의 라임오렌지나무』와『어린 왕자』, 읽을 때는 책에 빠져서 읽었는데 지금은 잘 기억나지 않는『상실의 시대』와『해변의 카프카』, 영화 '마들렌'에서 여주인공이 읽었던『달의 궁전』등 꼭 다시 읽어봐야겠다. 

책으로도 영화로도 보았던『냉정과 열정 사이』,『향수』,『우리들의 행복한 시간』,『GO』,『레미제라블』은 무엇으로 보아도 좋았다. 책이든 영화든 한 가지를 보면 으레 다른 한 가지는 별로인 경우가 있는데 말이다. 왠지 한울님의 그림과 이야기가 내 정서에 맞는 듯하다.  

side story에서는 한울님의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들려 준다. 나 역시 내가 즐겨 듣는 음악과 좋아하는 책들에 둘러싸여 커피 한 잔 마시며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싶다. 이사할 때마다 몇 년 동안 읽지 않은 책을 버릴까 고민하다가도 결국 한 권도 골라내지 못하고 챙겨간다. 

책을 덮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펼쳤다. 차례를 살펴보며 읽지 않은 책과 다시 읽어야 할 책을 정리했고, 책장을 넘기며 이야기 안에서 한울님이 언급한 도서의 제목을 정리했다. 두껍지도 않은 책 한 권이 오랜 시간 읽어나갈 책 여러 권을 소개해주었다. 신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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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일요일 2시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여행 4
김재호 지음 / 은행나무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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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여행 이야기를 읽었다. 멕시코 이야기는 처음이다. 빨간 꽃 한 송이가 그려진 표지가 깔끔하면서도 강렬하다. 겉표지를 벗긴 책표지도 마음에 든다. 삶을 푸석하게 만드는 것들로부터 잠시 떨어져보려고, 7년 동안 일한 저자가 자신에게 긴 휴가를 선물했다.  

손바닥만한 작은 책 한 권에 빽빽이 적힌 글자들을 읽으며, 무거웠던 내 마음은 둥둥 떠올랐다. 단순한 여행책이 아니라서, 그녀의 멕시코 모험기라서였다. 서른둘이라는 게 믿겨지지 않을 만큼 앳된 얼굴이다. 왠지 그녀와 여행한다면 신 나고 즐거울 것 같다. 

연착되는 비행기를 기다리는 탑승구에서 옆구리에 기타를 끼고 노래 부르는 멕시코 청년들의 모습을 시작으로 멕시코 이야기가 펼쳐진다. 아무리 깊은 산속에도 십자가와 코카콜라가 있는 곳이 멕시코란다. 아침에 일어나 느지막하게 아침을 먹고, 직접 맷돌에 원두를 갈아 커피를 마시며 느긋하게 생활한다. 멕시코의 시골 동네, 찰미타에서 다른 여행자들과 청소를 하고 요리를 하고 생일 파티를 하고 스페인어를 배운다. 사람들 모두가 욕심이란 걸 모르고 사는 듯한 곳에서의 생활은 과연 어떨까. 걸으면 걸을수록 편안해진다는 매우 조용한 동네 말리날코에서는 골목마다 멕시코 남자들이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있다. 그녀를 따라 동네 골목을 거닐며 치즈 맛이 나는 환상적인 아이스크림을 먹어보고 싶다. 

멕시코시티로 가서 프리다와 디에고가 함께 살았다는 '프리다 칼로 뮤지엄'에 들르고, 미술관에서 수많은 그림을 감상하는 것도 좋겠다.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크다는 우남 대학(멕시코국립자치대학교)의 중앙도서관은 건물 외벽이 모자이크 작품으로 도배되어 있다. 사진으로 봐도 멋있다. 무지 작고 예쁜 형형색색의 고운 마을 과나후아토의 사진을 본 순간, 저 안에 내가 있다면 동화 속을 걸어다니는 느낌이 들 게 분명하다는 생각을 했다. 좁은 골목에 천연색 집들이 빼곡한 과나후아토는 세계문화유산이 된 도시란다. 

신들의 도시, 테오티우아칸에서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피라미드 꼭대기까지 올라가보고, 멕시코의 작은 도시, 쿠에르나바카에서 싸고 맛있는 음식들을 먹는다. 한나절이면 한 바퀴 돌고도 남는, 초미니 사이즈 마을 산크리스토발의 빵집에서 4천 원도 안 한다는 푸짐한 아침 메뉴를 먹고, 바다와 하늘이 서로 닮아 푸르고 푸른 곳 이스타파 해변을 거닌다.

평화롭고 여유롭고 욕심 없는 곳인 것 같다.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풍요로웠다. 지금 막 가보고 싶은 나라 목록에 멕시코가 추가되었다. 나도 미친 듯이 일하다가 긴 휴식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 혼자서 훌쩍 떠나보고 싶다. 그럴 만한 용기 또한 필요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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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 - 정혜윤이 만난 매혹적인 독서가들
정혜윤 지음 / 푸른숲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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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칭 '책 행동학'의 창시자이고 싶어 하는 저자 정혜윤의 '(지상에서 가장 관능적인 독서기) 침대와 책'을 읽었었다. 읽는 내내 속으로 감탄하고 있었지만 정작 내용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대학교 다닐 적에 전공은 화학공학이었는데 교양과목으로 '서양 문화의 이해'를 들었다. 수업 시간에 교수님 목소리는 듣고 있으나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 힘들었는데 '침대와 책'을 읽으면서 그런 느낌이었다. '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를 읽고 싶었던 이유는 책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인 정혜윤의 책이고, 그녀가 만난 매혹적인 독서가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때문이다. '침대와 책'보다는 쉽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녀의 책 앞표지에는 무릎 정도까지 오는 하늘거리는 스커트, 맨발 그리고 수많은 책의 모습이 보인다. 이번에도 표지 모델은 저자가 직접 했다. 한 서점에서 촬영했다는 분위기 있는 표지 사진을 보고 있으면 어릴 적 만화영화에서나 볼 수 있음직한 마치 책 사이로 빨려들어갈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매혹적인 독서가들의 소개가 짤막하게 나오고 정혜윤이 그들을 이야기하며 그들의 목소리 또한 들려준다. 

일어 스터디 모임에서 만난 언니가 추천해준 '미학 오디세이'를 읽고 진중권을 알게 되었다. 그는 독서에서 가장 중시하는 것으로 자기만의 목록 만들기를 꼽는다. 감동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만의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려고 책을 읽는단다. 정이현의 '달콤한 나의 도시'나 '오늘의 거짓말'은 표지가 마음에 들어 집어들었고, 도서관에서 빌려 읽거나 서점에서 자리잡고 앉아 읽었다. 어린 시절엔 활자 중독증에 걸린 소녀였다는 그녀, 5학년 때 처음 교보문고에 가서는 많은 책을 보며 언젠가 자신의 책을 여기에 못 꽂아놓고 죽는다면 아무 존재도 아니구나 생각했단다. 그런 생각을 했었기에 지금의 그녀가 존재하는 건 아닐까.

중학교 음악 시간에 선생님 책상에서 공지영의 책을 보았었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와 '고등어'. 난 그때 '고등어'의 표지만 보고 어른들이 읽는 책이라고 단정지어버렸다. 그녀의 책을 처음 읽은 건 도서관에서 베스트셀러 목록을 보고 고른 '봉순이 언니'였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읽으면서는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다. 안셀름 그륀 신부의 '너 자신을 아프게 하지 말라'는 모든 사람이 읽어야 할 책으로 추천하고 있다. 대학교 다닐 때 김탁환의 '방각본 살인 사건'을 읽고서 친구들에게 읽어보라고 추천했었다. 아마도 그 책을 읽은 후로 역사소설에 흥미를 갖게 되었을 것이다. 김탁환은 이문열의 소설은 거의 다 읽었고 특히 김승희의 시집 '왼손을 위한 협주곡'을 좋아한단다. 

일하면서 알게 된 언니는 은희경을 좋아했다. 그래서 생일에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를 선물했었다. 내가 읽은 것은 소설집 '상속'과 장편소설 '비밀과 거짓말'이다. 그녀의 글을 읽다보면 마음에 드는 구절이 꽤 많다. 은희경은 초등학교 때의 '닥치는 대로 한 바퀴 도는 독서'가 그렇게 신나고 즐거웠단다. 한때 소설만 읽던 나는 다른 분야의 도서 목록을 정리해 도서관에서 찾아내어 훑어보고는 했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읽은 것이 아니고 훑어보았다는 것이다. 그동안 접하지 않은 분야가 딱딱하게만 느껴졌다. 자칫 지루하다고 느끼면 그 분야에 아예 흥미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책장을 넘기며 눈길을 끄는 부분을 골라 읽었다. 그 중에 이진경의 '철학과 굴뚝청소부'도 있었다. 어린 시절에 말없고 내성적이고 책 읽는 걸 좋아하는 아이였다는 이진경, 주변에 조언해주는 사람이 없어서 혼자 닥치는 대로 읽었고 고등학생 때 카프카를 좋아하게 된다. 

2006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신경숙' 작가의 방을 보았던 게 생각난다. 장편소설 '바이올렛'의 신경숙은 대학 졸업하고 취직이 안 되어 시립도서관에 매일 다녔다. 일이 년 정도 기간에 특정 작가의 책을 다 읽어보기.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권하는 방법이란다. 나도 그랬었다. 특정 작가의 책을 전부 읽은 건 아니지만 여러 작품을 읽으려고 했다. 중학교 때 친구 소개로 '개미'를 구입해 읽고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팬이 되어 대학생 때 그의 책을 출간된 순서로 읽었다. 검은색 표지에 이끌려 '미소 지은 남자'를 읽고 스웨덴 작가 헤닝 만켈의 이야기에 빠져들어 그의 다른 추리소설을 읽기도 했고, 김진명이나 로빈 쿡, 김하인, 이외수, 한비야의 책들도 여러 권씩 읽었다. 여행과 미술을 좋아하여 그 분야의 책은 가리지 않고 읽었다. '미애와 루이, 318일간의 버스여행'과 한젬마의 '그림 읽어주는 여자', 박서림의 '나를 매혹시킨 화가들', 다빈치 아트 시리즈(샤갈/클림트)를 재미있게 읽었다. 그리스 여행을 앞두고는 그리스 관련 책들을 쌓아놓고 읽기도 했고, 가보고 싶은 나라 터키에 관한 여행 보고서를 작성하면서는 터키 관련 책들을 잔뜩 읽었다. 특히 르네 그리모의 '매혹의 그리스'와 역사여행가 권삼윤의 '꿈꾸는 여유, 그리스', 니코스 카잔차키스 장편소설 '그리스 인 조르바', 미노의 '수상한 매력이 있는 나라 터키' 그리고 curious 시리즈가 좋았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는 자기계발서를 많이 읽었고 취업을 하고서는 재테크 서적을 읽으며 공부했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국어 수학이나 유아교육 관련 책에 관심이 갔고, 에세이를 읽을 때는 마음이 편안했다. 트레이시 슈발리에의 '진주 귀고리 소녀'와 고든 글래스코의 '르노강에 피는 사랑'을 좋아하고, 윤대녕 장편소설 '호랑이는 왜 바다로 갔나'와 그 책에 나오는 김영갑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 깊어서 읽게된 '그 섬에 내가 있었네'도 좋았다. 그 덕에 지금도 국내에서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은 제주도의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이다. 내가 읽은 책 이야기를 하자면 정말 끝이 없을 것 같다. 다시 한 번 내가 읽은 책들에 대해 깔끔한 정리를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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