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자 : 난세를 이기는 지혜를 말하다 - 완역결정판
열자 지음 / 연암서가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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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자의 논어가 현실과 맞닿아있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이것은 유교를 한때 숭상했던 시대의 흐름이 지금까지 우리에게 영향을 주기 때문에 그리 여겨질지도 모른다. 실패한 사상가라는 이름이 아닌 지금도 많은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다. 더불어 도가하면 떠오르는 노자와 장자도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은 모든 것을 초월하고 도에 대한 의견 또한 삶의 깊은 철학에 대입하며 현대인에게 그저 먼 이야기가 아닌 깨달음을 준다. 이렇듯 학문은 생활 속에서 녹아들때야 인정을 받는다 하겠다. 

 그렇다면 도가 삼서 중 한권이라는 『열자』에 대해서 또한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노자, 장자에 비하면 덜 알려졌고 개인적으로도 처름 읽게 되었다. 알고보니 도가 사상을 대표하는 책이지만 노자나 장자에 비해 잡다하며 열자라는 사상가 또한 실제 인물인지의 여부와 여러 가지 이야기가 떠돈다. 일단 이 책의 특징은 그래서인지 다른 책에 비해 읽기가 수월하다. 우화 형식이라 쉽기 때문인데 그래서 깊은 철학적 사상의 맥이 따로 유지되는 느낌은 없다. 아니 적다고 해야겠다. 

 같은 출판사에서 이미 나온『노자(老子)』와 마찬가지로 독자가 다가서기 편하게 편집되어 있다. 책을 읽기에 앞서 기본적인 이야기를 들려주고 이후 본문, 해설, 원문 등을 비교할 수 있다. 어쩌면 도가 사상의 삼서 중 첫 번째로 읽기에 무난한 책이 될지도 모르겠다. 아무것도 없고 텅 빈 경지를 그린다는 게 실로 얼마나 어려운지 책을 읽으면서도 잡생각이 끊이지 않는다. 우리가 추구하지만 끝끝내 도달하기 어려운 것이 도(道)일지 모른다. 인간이 꿈꾸는 이상향이란 사실 지독히도 현실화 되기 어려운 것들이 아니겠는가.  

 춘추전국시대처럼 혼란한 시대는 끝나지 않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끊임없이 흔들리면서도 깨달음을 얻고자 한다. 수많은 사상가와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얻는 것은 무엇일까. 공자나 양주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 있는데 누구의 사상이 옳고 그름을 떠나서 치열한 삶의 고민 끝에 그들이 선택하고 지킨 신념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그래서 어느 사상가의 말이나 허투로 들리지 않는다. 물론 절대적인 진리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적어도 그들은 궤변론자이거나 잡설가가 아님이 명백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역시 중요한 것은 독자가 취하기 나름이다. 그것이 지금까지 회자되는 고전의 힘이니까. '오직 묵묵히 사람의 본성대로 자연스럽게 모든 일을 해가는 사람만이 도를 터득하게 된다는 것이다. 묵묵히 사람의 본성대로 일을 해간다는 것은 완전히 자기의 삶을 자연에 융합시키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217쪽, 제 4편 공자는 진정한 성인이었는가? 에서 14. 도를 터득하는 법에서 일부 발췌.)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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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1초들 - 곽재구 산문집
곽재구 지음 / 톨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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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구기행』의 곽재구 시인이 돌아왔다. 이번에는 인도시인 타고르의 고향인 산티니케탄에서 540일을 보내며 글을 쓰고 그림과 사진을 담았으며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해준다. 그 어떤 이야기보다 향기롭게 느껴진 것은 저자가 시인이기 때문일 것이다. 시인이 이해하는 시인의 마음 하나 그리고 사람과 인연,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까지 보태진 이 산문집은 참 예쁜 책이다.  

 시작인 종이배를 파는 소녀 이야기부터 아, 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내가 기다려온 것만 같은 따뜻한 내용이었다. 어쩌면 저자의 시선이 천진난만해서일지도 모르겠다. 이 사람은 시인이 아니었으면 뭘하고 살았을까 싶은 감성을 지닌 이였다. 그것도 아주 포근하고 기분 좋은 감성이다. 이를테면 인도의 챔파꽃이나 조전건다 꽃향기 이야기 등을 들으면 절로 오감이 깨어난다.  

 오래전 달맞이꽃의 향기에 제대로 취해본 적이 있었다. 그때 이후로는 그 어떤 달맞이꽃에서도 그때의 달콤함을 느끼지 못했는데 그것은 내가 변해서인지 환경이 변해서인지 솔직히 모르겠다. 아무튼, 기억 저편에 숨어 있던 향기와 색 등이 그대로 되살아났다. 이것은 순전히 독자의 오감을 뒤흔드는 저자의 필력과 감성 덕분이다. 달빛의 냄새가 난다는 조전건다 꽃향기라는 문장과 마주하니 행복한 기억이 되살아났다. 이래서 시인은 지상의 천사라고 불리는 게 아닐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 특히 인도에서 만난 이들과의 인연을 지그시 풀어두는데 어쩐지 현실적이지 않은 것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그곳이 인도이기에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저자가 껴안을 수 있는 사람이기에 가능할 것이다. 집안일을 하는 마시들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만약 우리나라에서였다면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두 명의 마시를 통해 그가 고민하고 해결하는 방법을 보니 참 재미있다. 사람이 사람을 이해하는 일이란 어쩌면 이다지도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저 상대의 처지에서 바라보며 의심하지 않고 그런 의심마저도 나를 탓하며 동정심과 따스한 마음이 앞설 때에만 가능한 이야기였다.


  델리 역으로 가는 내내 정류장 가는 길을 모두 제각각으로 대답하던 인도인들의 목소리가 귓전에 맴돌았습니다. 신기한 것은 모두 제각각인 그들의 답변 속에 혹 진리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그때 문득 찾아온 것입니다. 삶이란 원래 이런 거야. 이렇게저렇게 다 헤맨 뒤에야 지혜의 길에 도달할 수 있는 거라구, 라고 말하는 인도인들의 중얼거림이 들려오는 것 같았습니다. 이렇게 생각하자 제각각 다른 길을 일러주던 인도인들의 모습이 전혀 밉거나 당혹스럽지 않았습니다.

 

ㅡ345쪽, 다른 길로 가는 법에서 일부 발췌.

 위에 인용한 글만 읽어도 저자의 마음가짐이 느껴질 것이다. 나는 이런 푸근한 마음을 가진 이를 좀체 만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에서이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늘 이렇게 마음이 유지되기 어렵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는 게 더 지배적인 이유일 것이다. 자포자기나 어쩔 수 없어서 가진 자기 위안의 말이 아닌 진정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사람이었다. 어쩌면 몽상가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저자의 이런 면이 아주 마음에 든다. (당신, 정말 마음에 들어!) 

 가을의 문턱에서 마주한 오감을 깨우는 책이었다. 바람이 서걱거리고 나뭇잎이 물결치고 누군가의 목소리…. 이 모든 것들로 이루어지고 지나는 나의 1초를 놓치고 싶지 않다. 우리가 사랑한 1초들이 모여 우리의 삶이 된다. 그러니 어찌 소중하지 않을 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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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인간적인 아이로 키워라 - 내 아이가 기적처럼 달라지는 인성양육 지침서
조 웨일 지음, 김설아 옮김 / 지식채널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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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부터 마음에 드는 육아서를 만났다. 아이를 천재를 키운다거나 남보다 앞선 아이로 키우기 이전에 가장 선행되어야 할 것이 바로 인성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의 현실을 가만히 들여다본다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모두 찬성할 것이다. 지능은 뛰어나지만, 인성의 결핍으로 아이는 가슴이 따스한 사람으로 자라지 않고 사람이나 자연을 소중히 여기지도 않는다. 이런 아이들이 자라서 어른이 되는 세상이란 과연 어떨 것인가.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그러니 모든 육아서에서 말하듯 아이를 변화시키거나 가르치려면 부모가 변해야 한다. 

 저자는 아이들의 질문에 대답하지 말고 의견을 말하기 전에 아이들에게 생각하고 찾아가도록 하라는 널리 알려진 육아법부터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러나 이 책은 다른 육아서와 확실히 구별되는 점이 있다. 바로 인성에 대한 이야기에 중점을 두면서 그것을 굉장히 광범위하게 들려준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저자의 의견을 수용하려면 무엇보다 부모의 전폭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즉, 부모의 삶의 방식까지 송두리째 바꿀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이다.  

 예를 든다면 이러하다. 유전자 조작 콩, 육식, 환경오염, 유기농, 동물실험, 공정무역 등을 비롯하여 사회적인 문제 등 우리가 알면서도 지나치는 문제 혹은 몰랐던 사실을 받아들이고 실천해야 한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선택의 몫이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 대부분이기는 하다. 유기농이 좋고 육식 때문에 지구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일을 말이다. 그러나 일단 부모가 삶의 철학을 확고하게 정하고 이를 실행할 때 아이도 따를 것이며 지지할 것은 자명하다.  

 광고의 세계에서 무심하게 광고를 보는 것과 광고 속 상업적 메시지를 찾아내 읽고 비판하고 받아들이는 법을 제시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지만 모두가 그렇게 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육아가 어려운 것일지도 모른다. 양육법 1, 2, 3을 원하는 독자라면 실망할 것이지만 한 번쯤 육아 이전에 부모 자신의 삶에서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대한 고민을 해본 적이 있다면 추천할만한 책이다. 실제로 방향에 따라 얼마든 길은 있으니 적극적으로 임할 때 그 길을 찾아내 아이와 닦아갈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7장 <인간적인 청년으로 자란 아이들>의 이야기는 확실히 부모가 어떻게 아이들을 대했는지에 따라 그들의 성장 과정을 알 수 있는 좋은 이야기들이다. 개중에는 한국인 이민자 가족의 아름다운 청년 대니 서의 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 환경에 조금의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이미 익숙한 이름일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책에서 만나길 바라며 내 아이가 옆집 아이나 혹은 아는 아이와 다른 점이 무엇인지 그리고 아이가 원하는 진정한 관심사가 무엇인지 알고 새로운 방향이나 길을 찾아 씩씩하게 걸어갈 수 있게 돕는 역할을 잘해낼 때 부모의 역할을 빛날 것이다.  

 육아서를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은 정말이지 부모가 된 것은 축복이지만 큰 역할이라는 점이다. 내 아이의 삶이 중요하듯 부모의 삶 또한 중요하다. 책을 덮기도 전에 그간 실행하지 못한 작은 환경적 실천, 소소한 일을 포함해 지금의 생활을 재조명해 볼 필요성을 느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조율의 문제이다. 나는 저자처럼 바른 지구인의 삶을 존경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의 일만을 찾아 실행할 것이다. 우리 부부의 교육철학이 "사랑"할 줄 아는 사람으로 아이가 커가는 것이다. 아이가 커갈수록 우리의 고민도 커가고 진지해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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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 인생강의 - 내가 가는 길이 올바른 것인지 의심하는 당신에게 공자가 들려주는 인생 이야기
바오펑산 지음, 하병준 옮김 / 시공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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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의 사상가 중에는 유명한 이들이 많다. 그중 아마도 공자가 가장 잘 알려지지 않았나 싶다. 실제로도 공자의 말이 무엇인지 몰라도 흔히 사용하는 말이나 예 중에도 공자의 말들이 그만큼 많다. 이 부분은 예전에 다른 공자의 책인『명쾌한 논어, 21세기에 답하다』에도 인용한 적이 있다.(엮은글 참고) 워낙 많아서 열거하기 바쁠 정도이다. 도대체 왜 사람들은 아직도 공자와 그의 논어를 이야기할까.   

 어쩌면 공자는 다른 사상가들보다 친근한 이유가 더 인간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 아닐까. 그의 이상세계가 성공하진 않았지만, 끊임없이 노력한 그였기에 또 그의 말이 시공을 초월해 아직도 유효하기 때문일 것이다. 책의 표지에는 "평생에 걸쳐 따라야 할 가치는 무엇인가?"란 말이 큼지막하게 적혀있다. 책을 펴기도 전에 마음 속으로 절로 묻게 되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이제 공자의 이야기를 통해 그의 가치를 이해하고 우리만의 가치를 재정립 할 시간이다.

 책의 내용은 공자가 15세, 학문에 뜻을 세운 지우학(志于學)부터 시작해서 70세, 마음 가는 대로 해도 어긋남이 없는 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欲不踰矩)까지 따라간다. 더구나 공자의 탄생부터 개인적인 이야기까지 알 수 있어서 새롭다. 내가 읽은 공자의 책은 고작 두 권이었지만 모두 그의 논어에 대한 해석이나 견해에 대한 이야기만 있어서 사실 공자에 대해서는 그의 사상으로만 대충 상상하고는 했다.  

 그의 가족사는 사실 불행에 가깝지만 당당하게 홀로 서기 했으며 15세이 학문을 뜻을 세우더니 20세에는 이미 학문적으로 존중받았다. 당시 중요한 학문은 육예였으며 모친 안징기는 예기를 공자의 장난감으로 주었다고 한다. 즉 당시 아이들과 달랐다는 점 그리고 지속적인 노력이 공자 학문의 시작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런 공자가 추후 커가면서도 변치 않고 학문에 임하고 자신만의 가치관을 정립해간다. 게으르지 않았으며 전통, 고전을 즐겼다. 가장 좋아했던 게 <<주역>>이라 한다. 또한, 후학양성도 소홀히 하지 않았는데 그의 제자들 이야기도 재미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이 책의 장점은 공자의 개인적인 이야기부터 사상을 엿볼 수 있다는 사실이다. 내가 불혹(不惑)이 왔을 때 흔들림 없는 주관으로 세상을 판단할 수 있을까. 편견에 치우치지 않으려는 노력, 주관을 갖고 휘둘리지 않는 것 등. 내면을 부단히 갈고 닦았을 때만 가능한 일일 것이다. 공자는 불혹을 후학양성에 모두 쏟았다. 이미 자신이 바로 서있었기에 가능한 이야기다. 공자를 부담 없이 느끼며 즐겁게 만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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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싱한 것이 좋아 - 소박한 식재료를 찾아 떠나는 여행
안은금주 지음 / 동녘라이프(친구미디어)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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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계절 내내 원하는 채소, 과일을 사기 쉬운 요즘이다. 그러나 대량생산 뒤에 가려진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는 농약 등의 문제가 있다. 유기농부터 알아줄 만한 각종 인증마크를 붙인 제품에 신뢰가 가는 이유는 무엇보다 나와 가족이 먹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전적으로 믿을 수 없는 현실이 서글프다. 그렇다면 어떻게 구할까.  

 유기농 매장이나 농어촌 직거래, 아파트 등의 결연 그도 아니면 개인적인 온라인 거래 등 사실 방법은 많지만 그만큼 믿고 먹을 곳과 만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그러던 중 반가운 책『싱싱한 것이 좋아』이 나왔다. 우선 저자의 이력을 보니 리포터로 농어촌 프로그램을 통해 뼈대가 굵고 자신도 그만큼 관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책에는 전국을 돌며 저자가 알게 된 특산물과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광고에서나 보았던 구아바는 병충해에 강해 전부 유기농이라는 사실. 그리고 다른 나라 작물임에도 한국의 구아바 영양이 최고라는 점도 자랑스럽다. 농부가 그만큼 구아바와 씨름한 시간이 많았을 테고 결국 이뤄낸 성과이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딸기가 채소라는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되었고 즉석 청국장의 맛도 궁금하고 기다란 수세미의 모양도 재미있지만, 수세미 수액의 맛도 궁금해졌다. 또한, 생강밭에서 그 향을 진하게 맡아보고도 싶어진다. 

 이렇듯 책에는 도움이 되는 내용도 많고 농장소개부터 작물의 특징, 먹는 법 등까지 간단하지만 잘 정리되어 있다. 그러나 책을 읽으며 가장 좋았던 점은 따로 있다. 바로 이 땅에서 흙과 더불어 살아가는 이들에게 감사함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고집이 있었기에 지금의 성과를 얻었고 험난한 세월을 이겨내며 자식처럼 돌봐온 그들의 정성에 감동하게 되었다. 정말이지 밥상에 오르는 음식 하나 하나에 감사함을 표해야 마땅하다.  

 손이 새까매지도록 호두 청피를 까고, 굴 까느라 어깨가 빠지고 다리도 아프며, 배에서는 목숨을 걸고 어획량을 늘이려 애쓰고, 즉석 청국장을 만든 분은 하루 2시간 이상 자지 못한 게 습관이 되었다 한다. 다른 건 몰라도 예전에 남부지방에서 굴을 포대로 사왔던 적이 있다. 그때 엄마와 나는 정말이지 굴을 삶고 까느라 고생을 했다. 물론 정말로 맛있어서 이후 그런 굴을 먹어본 기억이 없을 정도였다. 값진 노동 후의 꿀맛이라 그랬던가. 한 번도 이리 힘들다 하는데 날마다 그렇게 까는 분들도 있다는 사실에 절로 숙연해진다. 

 알찬 정보와 감동이 함께라 좋은 책이었다. 예전에 읽은『기적의 사과』가 떠올랐는데 역시나 저자도 그 책을 읽었다고 한다. 농사도 과학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이를 대하는 마음인듯하다. 내 자식이 먹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절대로 함부로 다룰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찾는 웰빙식품이란 어쩌면 누군가의 정성과 마음이 진심으로 담긴 식품인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전국 방방곳곳에서 부단한 하루를 보내고 있을 수많은 이들의 땀방울에 우린 빚지고 있다. 고맙고 또 고마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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