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자의 심판에 못생기고 아픈 비둘기를 다정하게 스다듬어 주는 남자가 나온다. 지난 이주간 무수한 로맨스물을 봤는데 가장 호기심이 가는 남자는 이쪽이다. 


 이주전쯤 우연히 고등학생들이 출연한 청춘물을 보다 불현듯 우리나라 로맨스물을 모처럼 읽어볼까 하는 가벼운 마음에서 시작해서 여섯편의 드라마, 네편의 영화, 두편의 웹소설을 보게 되었다. 


약간의 개인적 깨달음은

 1. 드라마는 작가가 정말 중요하다. 영화보다 더 중요하다. 

 어찌보면 드라마의 서사구조랄게 딱히 없다. 누군가가 내 삶에 전부가 되는데 특별한 이유가 필요한 것은 아니니까. 어찌보면 대부분의 로맨스물을 세줄로 줄이면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대사. 저렇게 잘생긴 입에서 더없이 없어보이는 말을 하게 하는 안타까움... 요즘 드라마의 ppl의 문제점을 여실히 깨달았으며, 귀여니의 성대입학은 참으로 합당한 결정이었다는 걸 느끼게 해준 이주였다. 그리고 나는 로맨스 드라마의 두 주인공이 손잡고 입맞춤 하는 것까지만 관심있다는 걸 깨닫았다... --;;  


 2. 아 웹에 연재되는 여러 로맨스소설...

 뮤지컬을 보면서 굉장한 반전을 기대하는 바보는 많지 않을 것이다. 내 경우엔 공연을 보는 동안만이라도 익숙하고 그리운 그 감정을 다시 한번 반추해보기를 원한다. 내가 원하는건 새끼 강아지를 안았을때의 몽글함, 그리고 너무 약하고 곧 사그라들 아름다움을 볼때의 서글픔이 섞은 어떤 감정이다. 곱디고운 해피앤딩에 역시 드라마처럼 읽다 말았다. 


이렇게 드라마와 책을 모두 끝까지 보지를 못해서 오글한건 안되겠다 싶어서 영화는 잔잔해 보이는 걸로 골랐다. 우리나라 작품으로 한정했더니 최근 영화경향이 아주 센놈들이 유행이라 쉽지 않았다.


*소지섭 주연 좋은날 : 음............. 풋사과 같고, 제주도 홍보물 스럽다. 웹 영화라던데, 뭔가 웹과 내가 어긋나는거 같다.

*이상윤 주연 산타바바라 : 이상윤은 웃는 모습이 참 예쁜데, 영화속에서 하도 어리버리한지라 저렇게 웃으면서 사고치면 더 패고 싶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ㅎㅎㅎ 생활 연애물... 

*연애의맛 : 에스케이에서 공짜로 제공해서 봤는데... 나는 이런 코미디에 웃지않는다...


요즘 여기저기 재벌만 등장하고, 입시 취업으로 살기가 힘들어 그런지 청춘, 순정물 이런게 별로 인기가 없나보다. 


로맨스물 탐구 대실패. 추천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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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리풀말미잘 2015-08-29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괜찮아, 사랑이야` (2014) 추천합니다. 노희경 작가. 제가 본 한국 로맨스 드라마 중에서 최고인듯. 아, `내 멋대로 해라`가 있었지 참..

무해한모리군 2015-08-31 08:51   좋아요 0 | URL
내 멋대로 해라는 정말 최고의 작품이지요. 괜사는 본방으로 봤었는데 왜 공블리인줄 알겠더군요 ㅎㅎㅎㅎ

무스탕 2015-08-29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에 본 영화 `뷰티 인사이드` 괜찮았어요.
남자주인공은 18세부터 자고 일어나면 다른 사람으로 바뀌는 희귀병(?)에 걸렸고
여자주인공 한효주는 그런 남자를 사랑하면서 둘이 겪는 여러 이야기들이에요.
(그러니 여주는 한효주라고 적을수 있는데 남주는 누구라고 적을수가 없네요.ㅎㅎ)
전 이 영화 보고 감상평을 `마음을 흔드는 영화가 아닌 마음에 스미는 영화` 라고 적었어요 ^^

무해한모리군 2015-08-31 08:52   좋아요 0 | URL
다운로드 사이트에 4천원 선으로 떨어지면 꼭 보겠습니다... 스미는 것 좋다... 아, 영화관 그리운 곳 ㅠ.ㅠ
 

 삶이 공평하지 않다는건 7살짜리도 알고있다. 저마다 지고가는 짐의 크기도 다르고 짐을 끌수 있는 능력도 다르다. 어떤 사람은 지지리도 능력도 없는데 끌고갈 짐만 잔뜩이라 중도포기해 버리기도 한다. 여기에 하나님 탓을 하자면 짐을 잔뜩 주신 것도 문제고, 그에 합당한 능력을 안주신 것도 문제고, 어쩌면 좀 더 버티면 레벨업 해주셨을지 모르는데 못버틴 내가 잘못이겠지만 그런 끈기를 안주신 이유는 뭘까 원망하게 된다.. 우리엄마 마음도 모르는데 하나님의 뜻 따위를 생각하다보면 이렇게 뭔가 뱅뱅 도는 답 없는 감옥에 갖히는 것이다.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지만 그냥 불운엔 특별한 이유가 없다고 본다. 거기서 시작해야 선택이 좀 쉬우니까 그냥 그렇다고 퉁친다.. 그게 아니면 북극곰이나 코뿔소는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네메시스를 읽고 '사막에서 연어낚시'를 봤다. 이 영화는 예멘에 계곡을 만들고 영국산 연어를 풀어놓겠다는 황당한 프로젝트에 참가한 어류학자가 주인공이다. 트랜스포팅은 지금도 즐겨보는 영화인데, 아마도 내게 청춘은 지나치게 들끓고, 무모하고, 실패했던 기억이라 그런가보다. 그 이완 맥그리거가 이 영화에서는 어류학자로 나온다. 이제 그는 공무원이고, 오래된 관계인 엄청나게 바쁜 부인이 있고, 주택 모기지론을 걱정하고, 낚시를 좋아하고, 퇴근하고 아내와 아마추어 연주단에 참석하는 남자가 됐다. 그런 그가 이 무모한 프로젝트의 책임자가 되면서 연금이 보장된 직장도, 아내도, 모기지가 남은 집 연못의 물고기들로 부터도 멀어진다. 이건 그의 아내 말대로 중년의 위기이고, 그는 그의 본성대로 결국 지루한 생활로 돌아가게 될까? 양식장의 연어는 한번도 경험해 본 적이 없지만 본성대로 물을 거슬러 오를까?


어떤 것에 의지를 가지는 것이 그분이 주신 어떤 본성과 환경에 의해 눌러지는지 모르겠지만, 의지가 꼭 가능성과 함께 가는 것은 아니다. 유시민씨가 자신은 3살때부터 대학생이 될때까지 같은 사람이 대통령이었다는 말을 했다. 일제치하는 한사람이 태어나 장년이 되는 시간이다. 그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같은 두려움의 깊이를 가늠해본다.


영화 암살이 천만을 훌쩍 넘었단다. 하도 엄청난 숫자라 감이 잘 안온다. 천만. 어찌보면 독립운동가들이야 말로 터무니 없는 일에 일생 도전하다 사그라져간 사람들이다. 과학적 합리적 분석으로 해방을 낙관한 이들도 있겠지만, 다수는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삶을 던진 것이리라. 


세상은 크게 달라진 바가 없다. 독립운동가를 잡아 죽이던 인간들이, 노동자들을 때려잡고 있고, 무식하고 돈없는게 죄라며 침까지 뱉어댄다. 이런 나라에 이러저러한 부모밑에 태어나, 쓸데없는 직업을 가지고, 황당한 남자와 결혼한 운명과 선택을 모두 되짚기보다, 그냥 여기에 선다. 자세를 잡고 나의 스타일대로 주먹을 휘두른다. 바보라고, 가진게 뭐가 있어 그러냐, 니가 할 일은 이러이러한 것이라는 비난. 내 불행의 원인이 그 미친 의지더라도 그냥 그런 인간일 수 밖에 없는 불운. 


그래도 여전히 싸우는 모두에게 존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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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집 파란시간에 '밤낮으로'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어머니에 대한 노래입니다

이번 새음반에도 어머니에 대한 노래가 들어갈것 같습니다
어머니가 해주신 말씀으로 가사를 쓴 노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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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짜든지

엄마다 밥은 묵었나 집은 춥지는 않나
밤늦게 댕기지 마라 일찍일찍 드가래이
차조심하고 사람조심하고
술많이 먹지말고 담배도 좀 줄이고
우짜든지 용기내서 살아라 기죽지말고
우짜든지 힘을내 살아라 엄마걱정하지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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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아이를 두고 먼길 떠난 선배의 소식을 듣고
오래전 적어둔 노트의 글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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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08-09 0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 좋습니다..투박한 글씨에서,
진솔한 마음이 그냥 여과없이 스며드는,
그래서 마냥 좋은^^

무해한모리군 2015-08-10 08:52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그장소님... 돌아가신 언니는 주민분들과 합창단에 지역위원회 활동에 정말 열정적으로 살던 그지 없는 좋은 사람이었는데 마음이 아픕니다. 좋은 날 못보고 이런때....

글샘 2015-08-13 0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질 급하게 생긴 글씨 ㅋ

무해한모리군 2015-08-13 11:10   좋아요 0 | URL
인정 ㅎㅎㅎㅎ 글샘님 저정도로 악필은 아닌데 저날 너무 많이 베껴적다 힘들어서 저래요..

개인주의 2015-08-22 0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씨에 힘이 꽉 들어간 거 같은 느낌이..

놀러갔다가 강바람에 휘청하다가 움찔하고
강이 보고 싶어서 다리위에서 머리만 내밀고 구경하는 나를 보면서
사는게 *같네. 욕할 땐 언제고 죽고 싶진 않은 모양일세.
생각을 했어요..ㅋ;;;

무해한모리군 2015-08-24 08:57   좋아요 0 | URL
스누피님 반갑습니다. 저희 너무 오랜만이다 그죠? 악필들의 공통점이 손에 힘을주고 쓰는거라네요 ㅠ.ㅠ

그만두는건 언제든 할 수 있으니까 조금만 조금만 더 이렇게 생각해보려고 해요.
 

 미스터 메르세데스는 참으로 스티브킹스럽다. 살인자의 독백과 그의 목표물인 퇴역 형사의 기술이 벌갈라 가면서 나오는데 늙고 살찐 형사에게 무슨 일이 생길거 같아서 너무 조바심이 난다. 그런데 이 책이 제법 두껍고 무거워서 출퇴근길에 들고나가기 부담스럽다. 거기다 이형사에게 곧 무슨 일이 생길 것만 같은데 알기가 싫다. 나이가 한살씩 먹으면서 신경줄도 가늘어지는지. 여하튼 책의 두께와 완독률의 상관관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배우 소지섭이 랩 앨범을 낸 기념으로 어젠 무려 10년전 드라마인 '미안하다 사랑한다'를 봤다. 그는 요즘도 멋지고 그때도 예뻤을 뿐더러 ppl 번벅인 요즘 드라마보다 소박하고 진지하다. 세상 쓸데없는 걱정이 연애인 걱정이라지만 한때 소지섭을 보면 저사람 저러다 어떻게 되는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곤했다. 그러다 어느날부터(아마도 가까운 벗이 죽은 다음해부터라...) 앨범을 계속 내는 걸 보면서 안심이 됐다. 게다가 세상 하다보면 늘지않는 것은 없는지 점점 실력이 나아지고 있다. 그래 한번 사는 인생 하고 싶은거 해보며 살아야지 나역시 다짐.


드라마 얘기로 돌아가서 이 드라마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는 겨울날 지하철 계단에서 여주인공이 남자주인공을 붙잡고 주저앉아 끊없이 '사랑해요 사랑해요 사랑해요'라고 외치는 장면이다. 사무친다. 이 드라마를 볼 당시에는 인연이 끊어지는 아픔을 몰라서 이렇게 슬픈 드라마인지 몰랐는데 다시보니 몹시 슬프다. 어렸을때 드라마를 보며 중얼거리며 우는 엄마가 그렇게 이상하더니 그저 내가 그때 사무침을 몰랐나보다. 어제는 대학때 죽고싶을 때 읽으려고 필사해둔 노트의 글을 두번 읽고, 끊어진 인연들에게 사랑한다고 몇번 외쳐보았다. 그립다. 


그리고 아직 그리워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서른일곱 한창 울 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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