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유성의 인연 1~2 - 전2권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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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오랜만이다. 일본 추리소설계의 최고 베스트셀러 작가라지만 그의 작품을 그저 몇 편 읽어봤을 뿐이다. 그의 작품은 상당히 촘촘하다. 그렇다고 무슨 자극적인 풍경을 묘사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그가 엮어가는 씨줄과 날줄의 묘한 마력에 빠져들곤 한다. 어쩌면 그런 면이 그의 작품의 매력인지도 모르겠지만 쉽게 단정지을 수 없는 이야기의 전개와 예상을 뛰어넘는 마지막의 반전은 끝까지 긴장감을 놓치지 않게 한다. 이 작품이 신간인줄 알았는데 신간은 아니었다. 이미 오래전에 나왔던 작품의 개정판이다. 문득 궁금해진다. 전에 출간했던 내용에서 무엇이 보완되어 새로운 모습으로 탄생했을지.

<유성의 인연>은 상당히 부드럽다. 그리고 인간냄새가 물씬 난다. 많은 사람에게 회자되었던 <용의자 X의 헌신>만큼 조여오는 맛은 강하지 않지만 역시 예상치 못한 반전으로 인해 아하, 하고 탄성을 내뱉게 된다. 양식당을 하는 아리아케에게는 초등학교 6학년 고이치, 4학년 다이스케, 1학년인 시즈나가 있었다. 어느날 밤 아이들이 유성을 보겠다고 부모 몰래 집을 빠져나간 후 그들 부부는 살해된 채 발견된다. 그렇게 아이들은 보육원으로 들어가고 14년이란 세월이 흐른다. 부모의 살인사건 공소시효를 1년 남기고 그들이 모여 뭔가 일을 꾸미게 되는 상황까지는 짐작할 만한 전개였지만 이제 성인이 된 아이들에게 복수라는 개념은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

세상은 부모잃은 아이들에게 친절하지만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들에게 세상은 공평하지 않으며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가르쳐주었을 뿐이다. 그러니 그들이 세상을 살아갈 수있는 방법이라는 게 정당할리가 없다. 그 과정에서 다이스케는 살인사건이 나던 날 밤에 보았던 실루엣을 다시 보게 되고 그것으로 인해 그들은 복수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게 된다. 이미 14년이 지난 일이기에 하나의 실수라도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었다. 그들은 과연 복수에 성공할 수 있을까? 아니 복수에 성공했을까?

"나는 이제 누구도 믿지 않는다."

"그냥 사기를 당한 것뿐이잖아. 부끄러울 거 없어."

"내가 전에도 말했었지. 이 세상은 속느냐 속이느냐 둘 중의 하나야. 나는 나는 그걸 알면서도 속았어."

"그렇다면 우리도 속이는 쪽이 되자. 왜 우리만 이런 꼴을 당해야 해? 아빠 엄마는 살해되고, 집에서는 쫓겨나고, 그 집을 처분한 돈도 친척 누군가가 가로채 가고, 이제 겨우 셋이서 사이좋게 살려고 하는데, 줄줄이 우리에게서 돈을 빼앗아 가잖아? 이런 건 이상하지 너무 부당해. 큰오빠, 이 세상은 속느냐 속이느냐 둘 중의 하나라고 했지? 그렇다면 언제까지고 속는 쪽에 서 있는 건 너무 바보 같잖아? 우리도 속이는 쪽으로 돌아서자." (- 118쪽, 119쪽)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으면 아마도 공감할 수 있는 사람 엄청 많을 것이다. 우리는 어쩌다가 이런 세상을 만들게 되었을까? 이런 세상을 만들어놓고는 이런 세상을 탓하며 살아가고 있다. 인간성을 잃어버리면 안된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속깊이 감춘채 살아간다. 공존을 외치면서도 공존을 외면하는 세상이 우리의 현실이 아닌가 싶다. 이 작품속에 숨은 반전의 의미, 그 커다란 울림이 서글프다. /아이비생각

사족: 번역의 힘을 무시할 수 없다고 문득 생각하게 된다. 매끄럽게 읽힌다. 최소한 두 번은 읽어보라는 옮긴이의 말이 시선을 끈다. 행복한 범인 찾기... 그가 이런 말을 쓴 것은 아마도 이 작품속에서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던 '사랑'의 속성때문이었을 게다.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끌림, '사랑'. 그 와중에도 사랑은 그들 곁에 머문다. 그리고 그 사랑은 그들을 하나로 묶어준다. 그리고 그 사랑은 고통마저도 끌어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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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캐너 다클리 필립 K. 딕 걸작선 13
필립 K.딕 지음, 조호근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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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인공은 프레드와 밥 아크터다. 그런데 프레드와 아크터는 한사람이다. 무슨 말이냐하면 프레드는 신종 마약 'D물질'의 공급원을 뒤쫓는 비밀요원으로 아크터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중 캐릭터다. 하다못해 프레드는 친구나 동료 수사관에게까지도 그의 정체를 숨기고 있다. 마치 그림자같은 존재로 행크라는 윗선과만 소통이 가능하다. 신기한 것은 그의 정체를 완전히 가릴 수 있는 스크램블 슈트를 입어야 프레드가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 생활을 하는 것은 아크터라는 말일까? 더군다가 아크터의 모든 일상을 감시하고 기록한다. 모든 일상을 감시하고 기록하여 윗선에 보고하는 업무를 프레드가 하고 있다. 이 무슨! 책을 읽으면서도 도무지 집중이 되지 않았다. 앞뒤로 왔다갔다 하기를 몇번인지... 흥미로운 것은 프레드가 본연의 자신을 잃어간다는 것이다. 약물중독으로 인해. 마약조직을 소탕하기 위해 잠복을 하다보니 그 역시 마약을 하게 되고, 그 약이 서서히 그를 잠식해들어가는 단계에까지 도달한다. 이제 프레드는 아크터로써의 삶을 살게 될까? 아니면 프레드로써의 삶을 살게 될까?


저자의 말에서도 언급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오버랩되었던 작품이 있다. 조지오웰의 <1984>였다. 모든 이들의 생활을 감시하는 빅브라더의 존재를 부각시켜 미래를 보여주었던 <1984>가 출간된 것은 1949년이었다. 하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감시망은 그것과는 다르다. 빅브라더가 사회 전체를 감시한다면 스캐너는 한 인간의 일상과 그 인간의 주변 인물들에 대한 감시를 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 주변 인물들과 아크터와의 관계성을 미묘하게 그려내고 있다. 어디선가 본 듯한 기시감이 든다. 같이 있으나 뭔가 동떨어진 듯한 느낌. 서로를 믿지 못하는 모습, 겉도는 대화들, 약에 취해 흔들리는 시선들... 저자 필립 K. 딕은 1952년에 전업 작가로서의 삶의 시작해서 136편에 이르는 장,단편의 소설을 발표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무려 50년 전에 쓰여진 작품이라는 말인데 그 때나 지금이나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약물중독이 만연했다는 말일까? 저자의 이력을 살펴보면 이 책이 자전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불안한 유년시절을 보낸 저자는 성인이 되어서도 안전안박증에 시달렸다고 한다. 마약에 중독되고 결혼과 이혼을 다섯 번이나 했다는 걸 보면 그의 삶이 순탄치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내용을 이해하고 공감한다는 건 매우 어려웠다. 접해보지도, 상상해보지도 못했던 모습들이었던 까닭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그저 즐겁게 보내고 싶을 뿐이었는데 너무나 가혹한 형벌을 받은 사람의 이야기라고. 힘들여 일하지 않고 헛소리를 지껄이며 즐길 수 있었던 시간에 대한 댓가였다고. 약물 남용은 질병이 아니라 선택이라는 말도 보인다. 개인이 아니라 집단이 같은 행동을 벌이기 시작하면 그것은 사회적인 실수, 즉 생활양식이 된다고. 자신의 삶에 충실하지 않았을 때 어떤 결과가 오는지를 알려주고 싶었을 뿐이라고. 이 얼마나 무서운 말인가!


비밀경찰이었지만 임무에 충실하기 위해 마약 중개상이 되었던 남자. 자기 자신의 모습을 감시하면서도 파괴되어져가는 자신의 모습을 느끼지 못했던 남자. 그 남자는 자신이 망가져버리고 난 후에야 알게 된다. 자신이 경찰이 던진 미끼였음을. 그리고 그는 재활센터로 들어간다. 완전히 망가진 모습으로.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채. 그러나 재활센터로 들어간 그의 모습조차 감시당하고 있었다! 책의 말미에 작가의 연보가 나온다. 장장 24쪽에 걸친 그의 삶은 그야말로 한편의 소설같았다. 평생을 신경쇠약증과 우울증, 피해망상에 시달리며 작품활동을 했다는 말은 차라리 경이로웠다. 경이로웠으나 불편했다는 말이 솔직한 말일 것이다. 약물중독의 폐해가 이렇게까지 참혹하다는 걸 이 책을 보고서야 알게 되었다. 굳이 이런 주제의 글을 쓴 이유가 무엇이었을지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한다. /아이비생각


"묵직한 것은 세상에 오로지 삶뿐이니."

"단 하나뿐인 묵직한 여정이지.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덤에 이르는 여정. 모든 인간과 생명이 겪을 수 밖에 없는 여정." (-16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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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중국은 없다 - 시진핑이 모르는 진짜 중국
안세영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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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이 모르는 진짜 중국' 이란 부제가 재미있다. 이 말은 곧 내가 생각하는 내 모습과 다른 이들이 보는 내 모습이 다르다는 말일터다. 누군가는 말한다. 자기 자신을 가장 잘 아는 건 자기 자신이라고. 그러나 그것도 어떤 상황에서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물론 그 두가지 모두가 다 옳은 건 아닐 것이다. 내가 보는 내 모습과 남이 보는 내 모습을 적절히 버무릴 수 있다면 좋은 일이겠지만 말이다. 이 책은 상당히 많은 염려증을 자아내게 한다. 아직도 자주적이지 못한 우리의 현실을 직시하게 한다. 그러므로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잘 보고 있는지 한번쯤은 따져보게 한다. 그런데 그 방향 선택이라는 것이 국민의 힘으로 가능할까? 어쩌면 이 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올바른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중국처럼 덩치만 커진 나라가 아닌 실속있는 나라로 가기 위해서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주고 싶었던 거라고.


東北工程.. 중국이 2001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역사왜곡 프로그램이다. 중국 국경안에서 전개되었던 모든 역사를 중국 역사로 만들기 위해 동북쪽 변경지역의 역사에 대한 연구를 한다는 말인데 안타깝게도 그 안에는 우리의 고구려나 발해의 역사까지 들어있다. 2006년까지 5년을 기한으로 진행되었지만 지금도 진행중이다. 궁극적인 목적은 한반도가 통일되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영토분쟁을 방지하기 위함이란다. 그렇다면 동북공정에 대한 우리의 대안이나 방책은 무엇일까? 광개토태왕의 비까지 막아버린 중국의 막무가내 앞에서 고구려 역사를 우리의 역사라고 말할 수 있는 자신감은 있는 것일까? 궁금해진다. 동북공정에 대한 우리의 대처방안이. 통일에 대한 환상에 앞서 통일후의 대한민국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一帶一路.. 중국이 추진중인 新 실크로드 전략이다. 한마디로 말해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육상 실크로드와 동남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해상 실크로드를 뜻하는 말이다. 2013년 가을에 중국의 국가주석인 시진핑이 제시한 전략으로 육상 실크로드는 미국을 피함이고 해상 실크로드는 남중국과 인도양, 아프리카를 잇는 바닷길을 장악한다는 것이 목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일대일로를 통해 중국이 안정적인 자원 운송로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경제 성장을 이룩하겠다는 속셈인 것이다. 오로지 중국만을 위한 전략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나라가 이에 동참했다고 한다. 동남아국가연합과의 운명공동체를 강조하면서 해양협력기금도 5억 달러에서 30억 달러로 대폭 확대했다. 동남아와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속셈을 우려하면서도 교통 통신이나 여러가지 경제효과를 기대하면서 환영했다고 하는데 지금은 중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일부 국가들도 많이 생겨나고 있단다. 일대일로 전략은 중국의 해양굴기이기도 하다. 대륙에만 머물지 않고 해양으로 나아가겠다는 '중국의 꿈'이라는 말이 시선을 끈다. 결국은 영토싸움인 것이다. 중국과 인접한 여러나라의 영토를 무력으로 먹어치우고 이어도를 두고 우리나라와도 대치중이다.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엄연히 우리땅인 독도를 두고 일본과 싸우면서도 이어도를 노리는 중국에게는 왜 한마디 말도 안하고 있느냐고. 사실이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암담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다가 지금의 중국은 中華主義에 빠져 있다. 자문화 우월주의가 바로 中華主義다. 세상에서 내가 제일 잘났다고 하는 놈치고 주변을 우습게 보지 않는 놈이 없었다는 말이 가볍게 들리지 않는 이유다. 뼈아프게도 우리는 지금 중국과 미국의 싸움사이에 있는 것이다.


"코리아는 중국의 속국이었다" 라는 시진핑의 말에 우리는 정부차원에서 한마디의 발언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 책은 다시 말하고 있다. 아직도 소중화사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게 아니냐고. 물론 역사적으로 따지고 들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지만 작금의 상황에 비춰볼 때 너무 한쪽으로만 치우치는 것도 문제는 있어 보인다. 저자의 말처럼 덩치 큰 놈이 작은 놈을 잡아먹는 시대는 아닌 까닭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에 대처할만한 힘을 키우고 있는 것일까? 안타깝게도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이쯤되면 역사속의 일화를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이이의 10만양병설이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바보같은 짓을 하기보다는 소를 잃기전에 우리를 튼튼히 하자는 말이었지만 역사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는 왜침을 당했다. 결국 힘이다. 힘을 키우는 것만이 살길이다. '위대한 중국은 없다'는 책의 제목처럼 이 책은 중국에 대한 우리의 편견과 안일함에 대해 일침을 가하고 있다. 그러면서 중국이 자신의 힘을 키워나가는 방법에 대해 말하고 있는데 상당히 놀라웠다. 도와주는 것처럼 기술자나 노동자를 보내 일을 하게 만들고 그 일이 끝나면 귀국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그 나라에 눌러앉아 세를 넓혀 나간다는 것이다. 그 화교들이 세를 넓히지 못하고 힘을 키우지 못한 곳이 한국과 일본뿐이라 한다. 대단한 일이다. 저자가 말한 모하비사막의 중국집은 정말 경이로웠다. 열 개 정도의 조그만 테이블만 있는 작은 식당이지만 그곳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곳이라 한다. 세상 어디에도 한족처럼 생활력이 강한 민족이 없다고. 그런데 더 놀라웠던 것은 바로 옆에 중국집 뺨치는 샌드위치 가게가 있는데 그 집의 주인이 한국사람이라는 거였다. 한국인도 어디가면 지지않는 민족이라고.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오죽하면 미국이 중국인 이민금지법을 만들었을까 싶다. '쿨리'라고 얕잡아보았으면서도.


몽골제국은 정복한 나라의 왕조들을 모두 무너뜨리고 직접 통치했다. 그런데 전 세계에서 몽골제국에 거세게 맞서다가 정복당하고도 왕조를 유지한 나라가 고려다.(-76쪽)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영토에 편입되고 한자문명권에 들어갔다가 빠져나온 나라는 한국과 베트남 두 나라뿐이다.(-81쪽)

요즘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꿈꾸는 중국은 칭기즈칸마저 'Chinese'로 포장하고 있다. 이건 명백한 역사 왜곡이다. 몽골제국은 북방 몽골리안으로서 수억 명의 한족을 100여년간 지배했다. 원나라의 4등급 신분제에서 남송의 한족은 최하위계층 취급을 받은 반면, 고려는 같은 북방 몽골리안 세계의 혈연국가로서 상당한 예우를 받았다. 한번쯤은 도새겨볼 만한 역사의 아이러니다.(-97쪽)

이 책은 이렇게 중국의 역사에 대해 다시한번 들여다보게 만든다. 우리가 알고 있는 중국의 겉모습만 중국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는 몽골리안이다. 일본도 몽골리안이다. 아주 넓게는 아메리카 인디언들도 몽골리안이다. 그러나 중국은 인종학적으로 핏불이 다른 지나족이다. 새롭게 역사를 배운 기분이다. 아울러 중국과 우리나라의 역사에 대해 다시한번 더 생각하게 한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우리의 역사가 조선이 아닌 고려에서 끝났더라면 어땠을까? 그랬더라면 그야말로 대단한 KOREA가 되지 않았을까?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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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알고 있다 - 꽃가루로 진실을 밝히는 여성 식물학자의 사건 일지
퍼트리샤 윌트셔 지음, 김아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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花粉學... 도대체 뭘까? 꽃의 성분을 조사하는 학문일까? 이 책의 말을 빌리자면 '먼지에 관한 연구'라고 한다. 그래서 한번 더 찾아보았다. 그리고 놀랐다. 화분학이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이길래 이리도 많은 분야에 관여를 한다는 말인지. 꽃가루의 형태나 그에 따른 물리적, 화학적 성질을 연구하는 것이 기초라고 한다. 유적지의 흙에 함유된 꽃가루를 연구해서 당시의 식생이나 고기후를 판단하기도 하니 고고학에도 응용되는 학문이다. 삼림의 변천과정, 나무의 우량 품종 교배나 품종을 개량하는 연구를 하기도 하며 식물의 연구나 지층중에 포함된 꽃가루나 포자 화석을 이용하여 지질학을 연구하기도 한다. 정말 놀라웠다! 게다가 그런 모든 것을 이용하여 범죄수사에 깊이 관여하고 있으니... 저 많은 분야의 이야기가 이 책속에 담겨 있다. 그리 두껍지도 않은 책속에 그 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 있다는 게 어쩌면 무리일지도 모를 일이다. 긴장감 넘치는 범죄현장을 쫓아다니며 시원하게 해결하는 그런 책을 원한 사람이라면 어쩌면 조금 인내심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낯선 분야라서인지 조금은 호기심도 발동했다. 이 책에는 그다지 많은 사건이 실려있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궁에 빠진 사건을 파헤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지은이의 모습이 영화처럼 그려진다.

지은이 퍼트리샤 윌트셔는 영국의 식물학자, 화분학자이자 고고학자로 법의생태학의 선구자다. 어린시절 뜻하지 않게 크게 화상을 입고 고생하기도 했으며 기관지염과 폐렴을 앓아 병약했던 까닭에 많은 책과 백과사전 전집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게다가 그녀는 어린 딸을 잃었으며 자신이 자연과 함께 살아갈수 있도록 항상 곁에서 돌봐주던 할머니를 잃는 슬픔을 겪었다. 한마디로 온갖 풍상을 다 겪으며 살아온 삶이었다는 말이다. 어쩌면 그런 시절이 있었기에 그녀가 그 광범위한 분야의 학문을 하는데 거리낌없이 다가설 수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대학에서 미생물과 일반생태학을 강의하기도 했고 환경고고학자로 영국 전역을 누비기도 했다. 그러다가 어느날 범죄 사건의 증거 분석을 위해 도움을 요청하는 한 통의 전화를 받고 법의학자로 살게 된다. 수많은 사건을 접하며 때로는 무고한 사람의 누명을 벗겨주기도 하고 충분한 증거를 찾아내 가해자를 법정에 세우기도 했다. 이 책은 바로 그녀가 겪은 수많은 사건중 몇 건에 지나지 않는다. 소설같은 이야기들이 모두 실화라는 게 경이로울 뿐이다.

세균과 균류가 가까이 오지 않는 한 꽃가루와 포자는 수천 년, 몇몇 암석 안에서는 심지어 수백만 년까지도 견딘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고고학이나 생태학에서 과거의 환경을 재구성하고 주변 풍경의 변화를 알아내는 데 매우 가치 있는 수단이다. 식물은 인류 역사에서 중추적인 역학을 했으며, 그것들이 남긴 흔적을 보면 수천 년에 걸쳐 사람들에게 어떻게 이용되었는지를 알 수 있다. (-158쪽)

범죄를 다룬 사건이라고하면 그저 쫓고 쫓기는 범죄자와 형사의 모습을 다루게 된다. 그 안에 담긴 수많은 이야기는 생략된 채. 이 책을 통해 다시한번 자연의 위대함에 고개를 숙인다. 인간이 자연속으로 걸어들어갈 때 자연은 많은 것을 준다. 꽃가루의 흔적이, 말라 썩어들어가는 낙엽 하나가, 포자나 균류의 여정이 그렇게나 많은 것을 우리에게 알려줄 수 있다는 걸 지금까지는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 우리가 발을 내딛는 모든 길위에는 지울 수 없는 흔적이 남게 된다는 걸 잊으면 안된다. 그리하여 그 모든 흔적들이 결국에는 우리와 연결이 되어 이미 지나가버린 시간일지라도 그림을 그리듯 말하여 준다는 것도. 운동화 바닥에, 스친 옷자락에, 잠시 닿았던 머리카락에, 머물렀던 곳의 흔적은 남겨진다. 아무리 많은 시간이 흘렀다해도 식물의 포자가 말해주며 흙의 성분이 말해준다. 정말 흥미진진했다. 증거가 될 만한 소재들을 하나하나 훑어가며 채집하는 그녀의 손길이 마치 마법사의 손처럼 느껴졌다. 이런 마법사라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게 아닐까 싶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어쩌면 자본주의의 폐단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힘들고 어려운 일,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일보다는 편하고 쉬운, 그리고 빠르게 결과를 보고싶어하는 현대인들에게는 등한시되는 게 당연한 일인지도....

책속에는 많은 꽃과 나무, 혹은 흙이나 균류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그것들이 해결해나가는 많은 사건이 있다. 사건해결을 위해 자연이 내어주고 있는 부분들이다. 꽃과 나무에 관해 좀 더 천천히 다시한번 읽어보고 싶다. 흙이 인간에게 어떤 존재인지,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균류는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꼼꼼하게 한번 더 읽어봐야 할 것 같다. 들뜨지 않고 차분하게 책을 읽을 수 있어 좋았다. 힘겨웠던 자신의 과거마저도 지금을 있게 하는 힘이 되었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지은이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마치 앞에서 조곤조곤하게 속삭였던 것처럼. 멋진 시간이었다. /아이비생각

고대 문명 그리고 오늘날까지 열대우림에서 살아가는 원주민부족들은 그들 삶의 터전을 둘러싼 식물과 균류에 조예가 깊었으며 오늘날까지 풍부한 지식을 갖추고 있다. 많은 균류와 식물들이 찌는 듯이 더운 숲에 모여들었고, 향정신성 성분을 가진 이것들은 원주민 부족의 일상 속 일부가 되고 있다. 그리고 부족의 구조와 응집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2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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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을 위한 친절한 지식 교과서 1 - 사회, 과학, 수학, 국어 어른을 위한 친절한 지식 교과서 1
김정화.김혜경 지음, 서원초등학교 교사연구회 감수, 박현주 기획 / 소울하우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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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다. 우리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이미 유치원에서 배우고, 학교에서 배웠다. 하지만 우리가 배웠던 많은 것이 살아가는 동안에 꼭 필요한 것들이었는지 한편으로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실생활에 필요한 것들 위주로 배웠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은 마음이 들때도 여러번 있었다. 그러나 어쩌랴, 우리의 교육현실이 그런 것을.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는 말이 괜히 나온게 아니다. 이 책속에는 우리가 배웠던 그렇게나(?) 많은 것이 가득하다. 우리가 상식이라고 말하는 것들. 이 책에 나온 것들을 모른다고해서 큰일이 나는 건 아니다. 단지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의 입장이라면 좀 다를까? 최소한의 대답이라도 할 수 있어야 한다면 이 책은 정말 도우미의 역할을 톡톡히 해 낼 것이다.


요즘 백두산의 화산 폭발에 대한 영화가 인기라 한다. 그렇다면 백두산이 정말 폭발할까? 946년에 정말로 폭발했다. 당시 백두산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바다 건너 일본의 홋카이도에서도 하얀 재가 눈처럼 떨어졌다는 기록이 남아있다고... 백두산이 지금도 화산활동을 하고 있는 걸 생각하면 정말 엄청난 위력이 아닐 수가 없다. 많은 나라의 학자들이 백두산의 폭발에 대해 연구중이지만 언제 폭발할지 정확한 예측이 어렵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도 있다. 우리에게 억울한 일이 생기면 어디에다 도움을 요청해야 할까? 이 책을 보고나서 알았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은 판매자에게 손해배상 요구는 할 수 있지만 강제성이 없으므로, 손해배상을 받기 위해 소송을 할 생각이라면 법률구조공단을 찾아가야 한다는 것을. 살면서 그런 일이 없으면 좋겠지만 예상치못한 어려움에 닥쳤을때 찾아갈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건 고마운 일이다. 법률구조공단에서 무료상담은 물론 경우에 따라 낮은 수준의 비용으로 공단을 통해 소송을 진행할 수도 있다고 한다. 중산층의 기준에 대해서도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소득 수준으로 중산층을 가늠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미국이나 유럽등에서는 페어플레이를 하고, 자신의 주장과 신념이 있으며, 독선적이지 않고, 약자를 두둔하고 강자에겐 맞서며, 불의와 불법, 불평등에 의연하게 대처할 줄 아는 것이 중산층이라는 것이다. 부채없이 30평대 아파트를 소유하고, 월급이 500만원 이상이며, 중형급 자동차를 소유하는 것까지는 그렇다고 해도 예금 잔고가 1억원 이상으로 연 1회 이상의 해외여행을 갈 수 있다면 그것이 중산층이라는 우리나라 직장인의 이상적인 중산층 기준은 정말 놀라웠다. 그것은 중산층이라기보다 중상류층이 아닐까 싶은데... 그들이 서민층의 삶을 알기나 할까? 무엇이 그들을 그런 기준으로 몰고 갔을까? 그들은 어떤 것에 가치를 두고 살아가는 것일까? 요즈음의 우리 사회를 보면 마치 터지기 직전의 풍선을 보는 것만 같다.


우리나라는 저출산 국가다. 2050년이면 초등학교 한 반의 학생수가 11명으로 줄어들거라고 한다. 지금의 딱 반이다. 반면에 65세 노인의 비율은 높아진다. 이것이야말로 큰일이 아닐 수가 없다. 하지만 소가 없어지고나야 외양간을 고치는 우리의 정치현실은 아직도 외면하고만 있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재미있는 이야기도 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공룡과 사람이 싸웠던 시대는 어느 시대였을까? 정답은 없다, 이다. 사람과 공룡은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았기 때문에 서로 싸울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공룡이 멸종하고도 한참이나 지난 뒤에 인류가 등장했다는 말이다. 상상력의 가치가 높이 평가되는 순간이다. 이처럼 이 책속에는 우리가 알아야 할, 혹은 몰라도 살아가는데 불편하지는 않을 내용들이 빼곡하다. 경제상식도, 과학이나 수학상식도, 일반상식도 나름대로 흥미로웠다. 덕분에 새로 알게된 지식도 있었다. '어른을 위한 친절한 지식교과서'라는 제목에 충실한 책이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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