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캐너 다클리 필립 K. 딕 걸작선 13
필립 K.딕 지음, 조호근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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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인공은 프레드와 밥 아크터다. 그런데 프레드와 아크터는 한사람이다. 무슨 말이냐하면 프레드는 신종 마약 'D물질'의 공급원을 뒤쫓는 비밀요원으로 아크터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중 캐릭터다. 하다못해 프레드는 친구나 동료 수사관에게까지도 그의 정체를 숨기고 있다. 마치 그림자같은 존재로 행크라는 윗선과만 소통이 가능하다. 신기한 것은 그의 정체를 완전히 가릴 수 있는 스크램블 슈트를 입어야 프레드가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 생활을 하는 것은 아크터라는 말일까? 더군다가 아크터의 모든 일상을 감시하고 기록한다. 모든 일상을 감시하고 기록하여 윗선에 보고하는 업무를 프레드가 하고 있다. 이 무슨! 책을 읽으면서도 도무지 집중이 되지 않았다. 앞뒤로 왔다갔다 하기를 몇번인지... 흥미로운 것은 프레드가 본연의 자신을 잃어간다는 것이다. 약물중독으로 인해. 마약조직을 소탕하기 위해 잠복을 하다보니 그 역시 마약을 하게 되고, 그 약이 서서히 그를 잠식해들어가는 단계에까지 도달한다. 이제 프레드는 아크터로써의 삶을 살게 될까? 아니면 프레드로써의 삶을 살게 될까?


저자의 말에서도 언급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오버랩되었던 작품이 있다. 조지오웰의 <1984>였다. 모든 이들의 생활을 감시하는 빅브라더의 존재를 부각시켜 미래를 보여주었던 <1984>가 출간된 것은 1949년이었다. 하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감시망은 그것과는 다르다. 빅브라더가 사회 전체를 감시한다면 스캐너는 한 인간의 일상과 그 인간의 주변 인물들에 대한 감시를 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 주변 인물들과 아크터와의 관계성을 미묘하게 그려내고 있다. 어디선가 본 듯한 기시감이 든다. 같이 있으나 뭔가 동떨어진 듯한 느낌. 서로를 믿지 못하는 모습, 겉도는 대화들, 약에 취해 흔들리는 시선들... 저자 필립 K. 딕은 1952년에 전업 작가로서의 삶의 시작해서 136편에 이르는 장,단편의 소설을 발표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무려 50년 전에 쓰여진 작품이라는 말인데 그 때나 지금이나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약물중독이 만연했다는 말일까? 저자의 이력을 살펴보면 이 책이 자전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불안한 유년시절을 보낸 저자는 성인이 되어서도 안전안박증에 시달렸다고 한다. 마약에 중독되고 결혼과 이혼을 다섯 번이나 했다는 걸 보면 그의 삶이 순탄치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내용을 이해하고 공감한다는 건 매우 어려웠다. 접해보지도, 상상해보지도 못했던 모습들이었던 까닭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그저 즐겁게 보내고 싶을 뿐이었는데 너무나 가혹한 형벌을 받은 사람의 이야기라고. 힘들여 일하지 않고 헛소리를 지껄이며 즐길 수 있었던 시간에 대한 댓가였다고. 약물 남용은 질병이 아니라 선택이라는 말도 보인다. 개인이 아니라 집단이 같은 행동을 벌이기 시작하면 그것은 사회적인 실수, 즉 생활양식이 된다고. 자신의 삶에 충실하지 않았을 때 어떤 결과가 오는지를 알려주고 싶었을 뿐이라고. 이 얼마나 무서운 말인가!


비밀경찰이었지만 임무에 충실하기 위해 마약 중개상이 되었던 남자. 자기 자신의 모습을 감시하면서도 파괴되어져가는 자신의 모습을 느끼지 못했던 남자. 그 남자는 자신이 망가져버리고 난 후에야 알게 된다. 자신이 경찰이 던진 미끼였음을. 그리고 그는 재활센터로 들어간다. 완전히 망가진 모습으로.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채. 그러나 재활센터로 들어간 그의 모습조차 감시당하고 있었다! 책의 말미에 작가의 연보가 나온다. 장장 24쪽에 걸친 그의 삶은 그야말로 한편의 소설같았다. 평생을 신경쇠약증과 우울증, 피해망상에 시달리며 작품활동을 했다는 말은 차라리 경이로웠다. 경이로웠으나 불편했다는 말이 솔직한 말일 것이다. 약물중독의 폐해가 이렇게까지 참혹하다는 걸 이 책을 보고서야 알게 되었다. 굳이 이런 주제의 글을 쓴 이유가 무엇이었을지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한다. /아이비생각


"묵직한 것은 세상에 오로지 삶뿐이니."

"단 하나뿐인 묵직한 여정이지.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덤에 이르는 여정. 모든 인간과 생명이 겪을 수 밖에 없는 여정." (-16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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