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중국은 없다 - 시진핑이 모르는 진짜 중국
안세영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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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이 모르는 진짜 중국' 이란 부제가 재미있다. 이 말은 곧 내가 생각하는 내 모습과 다른 이들이 보는 내 모습이 다르다는 말일터다. 누군가는 말한다. 자기 자신을 가장 잘 아는 건 자기 자신이라고. 그러나 그것도 어떤 상황에서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물론 그 두가지 모두가 다 옳은 건 아닐 것이다. 내가 보는 내 모습과 남이 보는 내 모습을 적절히 버무릴 수 있다면 좋은 일이겠지만 말이다. 이 책은 상당히 많은 염려증을 자아내게 한다. 아직도 자주적이지 못한 우리의 현실을 직시하게 한다. 그러므로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잘 보고 있는지 한번쯤은 따져보게 한다. 그런데 그 방향 선택이라는 것이 국민의 힘으로 가능할까? 어쩌면 이 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올바른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중국처럼 덩치만 커진 나라가 아닌 실속있는 나라로 가기 위해서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주고 싶었던 거라고.


東北工程.. 중국이 2001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역사왜곡 프로그램이다. 중국 국경안에서 전개되었던 모든 역사를 중국 역사로 만들기 위해 동북쪽 변경지역의 역사에 대한 연구를 한다는 말인데 안타깝게도 그 안에는 우리의 고구려나 발해의 역사까지 들어있다. 2006년까지 5년을 기한으로 진행되었지만 지금도 진행중이다. 궁극적인 목적은 한반도가 통일되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영토분쟁을 방지하기 위함이란다. 그렇다면 동북공정에 대한 우리의 대안이나 방책은 무엇일까? 광개토태왕의 비까지 막아버린 중국의 막무가내 앞에서 고구려 역사를 우리의 역사라고 말할 수 있는 자신감은 있는 것일까? 궁금해진다. 동북공정에 대한 우리의 대처방안이. 통일에 대한 환상에 앞서 통일후의 대한민국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一帶一路.. 중국이 추진중인 新 실크로드 전략이다. 한마디로 말해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육상 실크로드와 동남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해상 실크로드를 뜻하는 말이다. 2013년 가을에 중국의 국가주석인 시진핑이 제시한 전략으로 육상 실크로드는 미국을 피함이고 해상 실크로드는 남중국과 인도양, 아프리카를 잇는 바닷길을 장악한다는 것이 목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일대일로를 통해 중국이 안정적인 자원 운송로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경제 성장을 이룩하겠다는 속셈인 것이다. 오로지 중국만을 위한 전략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나라가 이에 동참했다고 한다. 동남아국가연합과의 운명공동체를 강조하면서 해양협력기금도 5억 달러에서 30억 달러로 대폭 확대했다. 동남아와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속셈을 우려하면서도 교통 통신이나 여러가지 경제효과를 기대하면서 환영했다고 하는데 지금은 중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일부 국가들도 많이 생겨나고 있단다. 일대일로 전략은 중국의 해양굴기이기도 하다. 대륙에만 머물지 않고 해양으로 나아가겠다는 '중국의 꿈'이라는 말이 시선을 끈다. 결국은 영토싸움인 것이다. 중국과 인접한 여러나라의 영토를 무력으로 먹어치우고 이어도를 두고 우리나라와도 대치중이다.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엄연히 우리땅인 독도를 두고 일본과 싸우면서도 이어도를 노리는 중국에게는 왜 한마디 말도 안하고 있느냐고. 사실이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암담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다가 지금의 중국은 中華主義에 빠져 있다. 자문화 우월주의가 바로 中華主義다. 세상에서 내가 제일 잘났다고 하는 놈치고 주변을 우습게 보지 않는 놈이 없었다는 말이 가볍게 들리지 않는 이유다. 뼈아프게도 우리는 지금 중국과 미국의 싸움사이에 있는 것이다.


"코리아는 중국의 속국이었다" 라는 시진핑의 말에 우리는 정부차원에서 한마디의 발언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 책은 다시 말하고 있다. 아직도 소중화사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게 아니냐고. 물론 역사적으로 따지고 들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지만 작금의 상황에 비춰볼 때 너무 한쪽으로만 치우치는 것도 문제는 있어 보인다. 저자의 말처럼 덩치 큰 놈이 작은 놈을 잡아먹는 시대는 아닌 까닭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에 대처할만한 힘을 키우고 있는 것일까? 안타깝게도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이쯤되면 역사속의 일화를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이이의 10만양병설이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바보같은 짓을 하기보다는 소를 잃기전에 우리를 튼튼히 하자는 말이었지만 역사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는 왜침을 당했다. 결국 힘이다. 힘을 키우는 것만이 살길이다. '위대한 중국은 없다'는 책의 제목처럼 이 책은 중국에 대한 우리의 편견과 안일함에 대해 일침을 가하고 있다. 그러면서 중국이 자신의 힘을 키워나가는 방법에 대해 말하고 있는데 상당히 놀라웠다. 도와주는 것처럼 기술자나 노동자를 보내 일을 하게 만들고 그 일이 끝나면 귀국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그 나라에 눌러앉아 세를 넓혀 나간다는 것이다. 그 화교들이 세를 넓히지 못하고 힘을 키우지 못한 곳이 한국과 일본뿐이라 한다. 대단한 일이다. 저자가 말한 모하비사막의 중국집은 정말 경이로웠다. 열 개 정도의 조그만 테이블만 있는 작은 식당이지만 그곳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곳이라 한다. 세상 어디에도 한족처럼 생활력이 강한 민족이 없다고. 그런데 더 놀라웠던 것은 바로 옆에 중국집 뺨치는 샌드위치 가게가 있는데 그 집의 주인이 한국사람이라는 거였다. 한국인도 어디가면 지지않는 민족이라고.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오죽하면 미국이 중국인 이민금지법을 만들었을까 싶다. '쿨리'라고 얕잡아보았으면서도.


몽골제국은 정복한 나라의 왕조들을 모두 무너뜨리고 직접 통치했다. 그런데 전 세계에서 몽골제국에 거세게 맞서다가 정복당하고도 왕조를 유지한 나라가 고려다.(-76쪽)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영토에 편입되고 한자문명권에 들어갔다가 빠져나온 나라는 한국과 베트남 두 나라뿐이다.(-81쪽)

요즘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꿈꾸는 중국은 칭기즈칸마저 'Chinese'로 포장하고 있다. 이건 명백한 역사 왜곡이다. 몽골제국은 북방 몽골리안으로서 수억 명의 한족을 100여년간 지배했다. 원나라의 4등급 신분제에서 남송의 한족은 최하위계층 취급을 받은 반면, 고려는 같은 북방 몽골리안 세계의 혈연국가로서 상당한 예우를 받았다. 한번쯤은 도새겨볼 만한 역사의 아이러니다.(-97쪽)

이 책은 이렇게 중국의 역사에 대해 다시한번 들여다보게 만든다. 우리가 알고 있는 중국의 겉모습만 중국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는 몽골리안이다. 일본도 몽골리안이다. 아주 넓게는 아메리카 인디언들도 몽골리안이다. 그러나 중국은 인종학적으로 핏불이 다른 지나족이다. 새롭게 역사를 배운 기분이다. 아울러 중국과 우리나라의 역사에 대해 다시한번 더 생각하게 한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우리의 역사가 조선이 아닌 고려에서 끝났더라면 어땠을까? 그랬더라면 그야말로 대단한 KOREA가 되지 않았을까?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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