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유성의 인연 1~2 - 전2권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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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오랜만이다. 일본 추리소설계의 최고 베스트셀러 작가라지만 그의 작품을 그저 몇 편 읽어봤을 뿐이다. 그의 작품은 상당히 촘촘하다. 그렇다고 무슨 자극적인 풍경을 묘사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그가 엮어가는 씨줄과 날줄의 묘한 마력에 빠져들곤 한다. 어쩌면 그런 면이 그의 작품의 매력인지도 모르겠지만 쉽게 단정지을 수 없는 이야기의 전개와 예상을 뛰어넘는 마지막의 반전은 끝까지 긴장감을 놓치지 않게 한다. 이 작품이 신간인줄 알았는데 신간은 아니었다. 이미 오래전에 나왔던 작품의 개정판이다. 문득 궁금해진다. 전에 출간했던 내용에서 무엇이 보완되어 새로운 모습으로 탄생했을지.

<유성의 인연>은 상당히 부드럽다. 그리고 인간냄새가 물씬 난다. 많은 사람에게 회자되었던 <용의자 X의 헌신>만큼 조여오는 맛은 강하지 않지만 역시 예상치 못한 반전으로 인해 아하, 하고 탄성을 내뱉게 된다. 양식당을 하는 아리아케에게는 초등학교 6학년 고이치, 4학년 다이스케, 1학년인 시즈나가 있었다. 어느날 밤 아이들이 유성을 보겠다고 부모 몰래 집을 빠져나간 후 그들 부부는 살해된 채 발견된다. 그렇게 아이들은 보육원으로 들어가고 14년이란 세월이 흐른다. 부모의 살인사건 공소시효를 1년 남기고 그들이 모여 뭔가 일을 꾸미게 되는 상황까지는 짐작할 만한 전개였지만 이제 성인이 된 아이들에게 복수라는 개념은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

세상은 부모잃은 아이들에게 친절하지만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들에게 세상은 공평하지 않으며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가르쳐주었을 뿐이다. 그러니 그들이 세상을 살아갈 수있는 방법이라는 게 정당할리가 없다. 그 과정에서 다이스케는 살인사건이 나던 날 밤에 보았던 실루엣을 다시 보게 되고 그것으로 인해 그들은 복수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게 된다. 이미 14년이 지난 일이기에 하나의 실수라도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었다. 그들은 과연 복수에 성공할 수 있을까? 아니 복수에 성공했을까?

"나는 이제 누구도 믿지 않는다."

"그냥 사기를 당한 것뿐이잖아. 부끄러울 거 없어."

"내가 전에도 말했었지. 이 세상은 속느냐 속이느냐 둘 중의 하나야. 나는 나는 그걸 알면서도 속았어."

"그렇다면 우리도 속이는 쪽이 되자. 왜 우리만 이런 꼴을 당해야 해? 아빠 엄마는 살해되고, 집에서는 쫓겨나고, 그 집을 처분한 돈도 친척 누군가가 가로채 가고, 이제 겨우 셋이서 사이좋게 살려고 하는데, 줄줄이 우리에게서 돈을 빼앗아 가잖아? 이런 건 이상하지 너무 부당해. 큰오빠, 이 세상은 속느냐 속이느냐 둘 중의 하나라고 했지? 그렇다면 언제까지고 속는 쪽에 서 있는 건 너무 바보 같잖아? 우리도 속이는 쪽으로 돌아서자." (- 118쪽, 119쪽)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으면 아마도 공감할 수 있는 사람 엄청 많을 것이다. 우리는 어쩌다가 이런 세상을 만들게 되었을까? 이런 세상을 만들어놓고는 이런 세상을 탓하며 살아가고 있다. 인간성을 잃어버리면 안된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속깊이 감춘채 살아간다. 공존을 외치면서도 공존을 외면하는 세상이 우리의 현실이 아닌가 싶다. 이 작품속에 숨은 반전의 의미, 그 커다란 울림이 서글프다. /아이비생각

사족: 번역의 힘을 무시할 수 없다고 문득 생각하게 된다. 매끄럽게 읽힌다. 최소한 두 번은 읽어보라는 옮긴이의 말이 시선을 끈다. 행복한 범인 찾기... 그가 이런 말을 쓴 것은 아마도 이 작품속에서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던 '사랑'의 속성때문이었을 게다.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끌림, '사랑'. 그 와중에도 사랑은 그들 곁에 머문다. 그리고 그 사랑은 그들을 하나로 묶어준다. 그리고 그 사랑은 고통마저도 끌어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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