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거리는 여인
미시마 유키오 지음, 송태욱 옮김 / 서커스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굳이 불륜이라는 이름을 내걸어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 소설은 순식간에 읽히는 글자들로 이루어져 있다.  '연애'이야기, 게다가 '남의' 것이고 '금지'된 것이기까지하니 어찌 잘 읽히지 않을 수 있으랴.

사람은 사랑때문에 비틀거리거나 혹은 쓰러지기도 한다. 그러나 주인공은 그대로 서 있다. 그러한 지속이 행복이 아닐지라도 인생은 계속된다. 반드시 행복만이 세상을 이루는 요소는 아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일상은 지켜낸다. 그 주체가 누가 되든지간에. 모든 이가 자신의 인생을 주관한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그만큼 강력하게 살아남을 수 있었나.

어쩌면 사랑은 남의 일이다. 철저하게 남의 일로 남아버리기도 한다. 내가 경험하고 걸어온 길이더라도, 아픔으로 기억으로 과거형으로 그렇게 남겨진다. 그 순간에 나는 사라지고 그 사건 안에 타자와 같은 느낌의 낯선 내역할이 남을지도...

사랑은 지치고 만다.  그렇게 너덜너덜해지고 말줄 알았다. 영원하다는 말을 내뱉는 어리석음은 벗어나야지. 설혹 무덤덤하고 재미없는 남편일지라도, 그는 외로웠으리라. 돌아누운 여인의 가슴속에 담기지 못한 그는 내내 외로울테지.

미시마유키오는 역시 스타일리스트다. 문학이 번뜩이는 감각만으로도 혹은 내 안을 치고 지나가는 한 인물만으로도 완성도를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주인공이 가진 마음이나 그 마음 주변의 사물들, 세상이 한꺼번에 내 안으로도 불어들어온다.

그들의 연애를 훔쳐본다.

슬픔이 당연하다고 여기면서도 멀찍이서 훔쳐보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3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안삼환 옮김 / 민음사 / 199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말이 너무 웃겼다. 처음에는. 교양소설이라니...
나는 아는 게 없어서, 그랬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이 소설은 교양소설의 전형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한다.
그냥 읽었다.
흥미롭게, 재미있게, 빌헬름이 하는 말들, 괴테가 대사를 읊조리는 듯한 느낌이다.
책 안에 있는 시들도 좋고, 사람이 세상과 사물을 대하면서 넘어지고, 울고, 또 깨닫고 하는 과정들이 흥미롭다.
 
사람은 사람을 만나면서 또 성장하고,
어딘가에 정착하고,
다시 모험을 떠나서 돌아오고 하겠지.
 
고전주의미학을 죽도록 가르치는 문예사조보다는,
역시 느리게 가더라도 각 사조의 글이나 그림이나 음악들을 접하게 하는 유연함이 필요하구나,라고 생각했다. 
 
 

빌헬름은 자라난다. 날마다 끊임없이 그래서 읽고 나면 뿌듯해진다.

한국의 성장소설이 교양소설의 어떤 계보를 잇는 것이 아닐까, 혹은 동일한 선상에 있거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떠도는 그림자들 마지막 왕국 시리즈 1
파스칼 키냐르 지음, 송의경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설은무엇이될것인가.

소설은어떻게될것인가.

에 대해서나의스승님께서는그렇게 말씀하셨다.

서사와 감동과 아포리즘이 남을 것이라고...물론 아무리 세상이 뒤집어져도 서사에 대한 욕망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다양한 것처럼 보이지만 구조적으로는 동일한 이야기들이 범람한다.

그래서 요즘 소설은 재미가 없다. 요즘 소설에는 손이 가지 않는다.

이 책은 시같기도 하고, 산문집같기도 하고, 성경같기도 하다.

키냐르의 책을 모두 사야겠다. 언젠가는 있었던 것같은데 왜 한권만 남은 건지...시집같은 성격이 있기에 이 책은 모두 가져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순례자
파울로 코엘료 지음, 박명숙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코엘류의 소설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의문점은 어느 순간에 하나의 명제로 자리잡게 되었다.

소설이 무엇이 될 것인가...이것은 물론 아멜리 노통의 소설에서 거론되었던 문제이기도 하지만, 과연 사람들이 소설을 읽게 될까. 사람들이 소설에서 어떤 것을 바라게 될까, 혹은 소설이 살아남을 것인가하는 문제까지도 닿아 있다.

코엘류의 소설은 조금 과장하자면, 아포리즘들의 집합이나 한 종교의 경서와 같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 느낌은 어떤 대상을 가지고 글을 쓰든 마찬가지로 드는 생각이다. 이 책 역시 마찬가지다. 이 책에는 물론 한 사람의 여정이 나오고 그 여정만으로도 플롯의 탄탄함을 지니고 있지만 종이들 여기저기에는 그냥 딱 펴서 읽고 덮어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문장들이 즐비하다.

그러한 감정이 코엘류의 소설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만들어주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대상을 포착하는 방식과 이야기를 풀어가고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우리는 코엘류의 신봉자가 되면서 책을 읽게 된다. 종교경험과도 같은 독서를 할 수 있다는 말이다. 특정 종교에 몰두하는 인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물론 종교들도 점점 열린 도그마를 지향하기도 한다. 어쨌든 종교라는 것이 인간과 함께 가야하는 고도의 정신행위이기 때문일 것이다.

코엘류는 그런 의미에서 소설이 새롭게 할 수 있는 일을 여는 또다른 시도를 하는 작가가 아닐까라고 나름대로 평가를 내리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벌루션 No.3 더 좀비스 시리즈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미안한 말이지만, 나는 가네즈로 가즈키의 책을 단 한권도 가지고 있지 않다.

물론 모든 책들을 사기도 했고, 시내의 큰 서점에서 서서 읽기도 했지만 한권도 없다.

모두 누군가에게 선물했다.

사실상, 나에게는 소설책이 많지 않다. 소설은 장르의 특성상 읽고 나서 다시 공부라도 할 생각이 아니라면 다시 읽을 일이 없다. 적어도 고전이 아니라면 책장에 오래도록 묵히고 싶지 않다.

가네즈로 가즈키는 아직 고전은 아니다.

영화 'go'로 나는 작품을 만났다. 놀라운 속도를 가지고 있는 영화였다. 물론 영화의 가장 큰 힘은 서사다. 영화의 이미지나 속도나 혹은 색감들마저도 소설은 놓치고 있지 않았다. 가네즈로는 어려운 소설을 쓰지 않는다. 읽고나면 눈물이 나고, 신이 나고, 주먹을 불끈 쥐게 만든다.

가네즈로 가즈키는 고전이 될 수 있다.

소설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다시 질문한다. 가네즈로 가즈키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는 소설을 쓸 것이다. 읽고 문득 달리기가 하고 싶어지고 살고 싶어지는 소설을 쓸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고전의 힘을 가지게 될 것이다.

조금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그의 소설에 열광하는 한국의 십대들이 지나치게 늘어나고 있다는 것, 게다가 기 힘은 고작 이준기 영화의 원작이었다는 것과 일본의 문화에 무작정 열광하는 아이들이 그 이상의 문학을 접하려 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가끔 서점에 가면 일본소설에 다닥다닥 달라붙어서 오직 일본소설에만 집중하는 아이들을 본다. 그들에게 올바른 독서의 길을 알려주는 것은 어른들의 몫이다. 일본소설과 더불어 그 이상으로 힘을 지니는 한국소설들을 볼 수 있게 해야 한다. 한국에 하루키 이전에 하루키도 있으며, 가네즈로 이상이 있으며, 재미있는 소설 대단한 소설들이 많다는 것을 알려주는 일은 어른들의 몫이다. 갑자기 왜 소설교육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가네즈로 가즈키는 좋은 소설이다.  생생하게 살아있는 소설, 살아있기에 자주 영화화되는 것이 아닐까 이런 면은 아사다 지로와 상통하는 면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아직은 아사다 지로에게 접근을 허용할 정도의 경지는 아니지만, 또 다른 길을 걷는 소설이다.

힘내라, 가네즈로 가즈키...너는 소설의 미래와 고전이 될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