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허설
엘리너 캐턴 지음, 김지원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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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밖에 나가 자전거도 타고 싶고 춤도 추고, 휘파람도 불고, 세상을 보고 싶어. 다른 아이들과 뛰어놀고 싶고 자유라는 것도 느끼고 싶어.”'

-'안네의 일기' 중에서

 

 사춘기 소녀인 안네. 마음의 소리를 남겼어요. 나치를 피해 숨어 살아야 했던 안네. 밖에 나가 자전거, 춤, 휘파람, 뛰어놀기, 자유를 느끼고 싶었던 안네. 그런데, 다른 사춘기 소녀의 이야기를 만났어요. 이 소녀는 더 날카롭고, 더 불안하네요. 이 이야기의 이름은 '리허설'이네요.

 

 고등학교에서 선생과 학생의 성추문이 생겼어요. 학생은 빅토리아예요. 선생은 음악 담당인 살라딘이고요. 이런 성추문 가운데 어른들은 빅토리아가 아직 소녀라고 여기지요. 소녀들은 빅토리아에게 부러움과 샘을 느끼고요. 빅토리아의 동생 이솔드를 가르치는 섹소폰 선생은 이 이야기를 듣게 돼요. 이솔드와 빅토리아의 친구들에게서 듣게 되지요. 그리고 고등학교 졸업반인 스탠리. 명문 연기 학교의 오디션을 합격했지만요. 연기 수업을 계속하면서 평범하기만 한 자신을 느끼게 돼요. 그래서 관심을 끌기 위해, 이 성추문을 주제로 연극을 하기로 하지요.

 

 '“하지만 난 핵심을 말하려고 하는 거야. 그저 관객이 꽉 찬 객석 앞에서 무대에 서 있을 때 ‘진짜’라는 건 아무 쓸모도 없는 말이라는 얘기를 하려는 거지. ‘진짜’라는 말은 무대에선 아무 의미 없어. 무대에서는 진짜처럼 ‘보이는’ 데에만 신경을 쓰지. 진짜처럼 보이기만 하면 그게 진짜든 아니든 그런 건 중요치 않아. 상관없어. 그게 핵심이야.”' -205~206쪽.

 

 '“처녀성이라는 건 신화야. 껐다 켰다 할 수 있는 스위치도 없고, 돌아올 수 없는 지점이라는 것도 없어. 그저 다른 모든 것과 똑같은 첫 번째 경험일 뿐이야. 그걸 둘러싼 모든 것, 모든 조명과 커튼과 특수효과들, 그것들은 그저 신화의 일부일 뿐이지.”' -479쪽.

 

 저는 어릴 적 연극을 해봤어요. 한 번이었지요. 배역을 맡아 연기를 했어요. 제가 되고자 했던 사람이 되는 것 같았어요. 그건 정말 '진짜'처럼 '보이는' 일이었지요. 그런데, 우리는 무대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연기해요. 이 소설. 우리의 '진짜'처럼 '보이는' 가짜를 현미경으로 보여줘요. 물론, 하얀 가짜도 있을 거예요. 그렇지만 검은 가짜의 가면이 두꺼운 사람도 있겠지요. 또, 금지된 것에 대한 욕망! 그 욕망의 단짝인 권력! 그리고 가짜의 가면을 벗은 진짜! 이야기라는 무대 위의 훌륭한 연극이었어요.

 

 '그러다가 소녀가 물 속에서 무엇을 하나 집어 낸다. 하얀 조약돌이었다. 그리고는 훌쩍 일어나 팔짝팔짝 징검다리를 뛰어 건너간다.

 다 건너가더니 홱 이리로 돌아서며,

 "이 바보."

 조약돌이 날아왔다.

 소년은 저도 모르게 벌떡 일어섰다.'

-황순원의 '소나기' 중에서


 저는 황순원 '소나기'의 소년처럼 소녀의 마음을 잘 알지는 못해요. 물론, 어느 곳인지, 어느 때인지에 따라 사춘기 소녀의 얼굴도 다르겠지요. 그렇지만, 질풍노도의 시기! 아이도, 어른도 아닌 그때! 불안과 성(性)이 크게 다가오지요. 그런데, 이 소설은 마치 사춘기 소녀의 일기를 여과 없이 보여주는 것 같아요.

 

 '루미너리스'로 맨부커상을 받은 엘리너 캐턴의 첫 작품이라고 하는 이 소설. '리허설'은요. 독창적이에요. 현실과 연극을 넘나드는 구성. 낯설지만, 관객이 되면 매료될 수밖에 없을 거예요. 이 연극의 막이 내려가면 긴 박수가 이어질 거예요.

 

 

 

 

 

 

나나흰 6기로서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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