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의 반격 - 2017년 제5회 제주 4.3 평화문학상 수상작
손원평 지음 / 은행나무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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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의 물음으로 반격에 대한 제 이야기를 적었었어요. 소소한 제 반격! 그것은 '저주 인형'이에요. 어느 모임이 있고, 그 모임이 조직을 이루지요. 그곳의 강철과 꺽다리, 그리고 그 패거리들. 지금은 꺽다리가 먼 곳에 있지만, 나머지는 여전히 저를 괴롭혀요. 은근히 견제해요. 그들은 힘이 있는 사람들에 뇌물을 주면서 곁에 있어요. 그리고 마음에 안 드는 사람들을 견제해요. 꼭 해코지를 하고요. 사람들에게 거짓 선동을 해요. 이간질에도 일가견이 있지요. 간신 같아요. 어떤 때는 저에게 잘하는 척을 하는데요. 그럴 때는 정말 소름이 돋아요. 그들의 겉과 속이 다름에 경악할 뿐이지요. 그래도 저는 묵묵히 진실된 얼굴로 지내는데요. 너무 속이 상할 때는요. '저주 인형'을 사용해요. 그들의 이름과 같은 인형! 그 인형에 저주를 하면서, 제가 당한 억울함을 풀지요. 작지만, 나름 괜찮은 제 반격이에요.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어떤 반격을 할까요? 


 '"그래서 이젠 편안해지고 싶은 것뿐이에요. 꿈 같은 거, 하고 싶은 거 따위 생각할 필요 없이 남한테 치이지나 말고 하루하루 편안하게 살아보고 싶어요. 내가 제일 지긋지긋하다고 생각하는 말이 뭔 줄 알아요? 치열하다는 말. 치열하게 살라는 말. 치열한 거 지겨워요. 치열하게 살았어요, 나름. 그런데도 이렇다구요. 치열했는데도 이 나이가 되도록 이래요. 그러면 이제 좀 그만 치열해도 되잖아요."' -가제본 170쪽.


 달걀 한 판. 달걀이 서른 개. 나이가 달걀 한 판의 개수와 같아지면, 뭔가 다른 느낌이 들기도 하지요. 김광석은 '서른 즈음에'라는 노래에서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비어가는 내 가슴 속엔, 더 아무 것도 찾을 수 없네'라고 했어요. 그렇게 서른은 청춘의 끝자락 같아요. 2017년에 나이 서른. 1988년생이네요. 소설 '서른의 반격'에도 있어요. 이름은 김지혜. 여성이에요. 소설은 이 사람의 눈으로 보고, 이야기를 해요. 김지혜는 DM이라는 대기업의 계열사인 아카데미에서 인턴을 구 개월이 넘게 하고 있지요. 그리고 새로운 인턴 이규옥이 들어와요. 남성이지요. 김지혜와 동갑. 그도 나이가 서른이에요. 이규옥은 박교수의 책 만드는 일을 돕고 돈을 못 받았어요. 그가 만든 책을 빼았겼지요. 역시 청춘의 끝자락에서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거예요.


 '"꼭 이 강의실의 의자를 말하는 게 아니라 '의자의 마법'에 대해서 얘기하는 겁니다. 앞에 있는 의자에 앉으면 권위와 힘을 가진 줄 착각하는 마법에 걸리게 되죠. 그리고 수없이 깔린 의자에 앉으면 힘없는 대중이 되어 앞에 있는 사람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마법에 걸립니다. 의자는 의자일 뿐이라는 걸 다들 까먹어버린단 소리예요."' -가제본 49쪽.


 '"놀아보고 싶어요. 세상은 경직되어 있고 모두가 무기력증에 빠져 있죠. 난 반기를 들어보고 싶어요. 치기 어리다고 욕 들어도 좋으니 적어도 반항을 해보고 싶다고요. 역사가 말해줬듯 급진적인 혁명은 실패할 겁니다. 세상은 점점 팍팍하고 딱딱해지고 있어서 겉으로 보이는 움직임은 통제되거나 검열되니까요. 난 통제나 검열이 불가능한 일들을 해보고 싶은 겁니다. 재미있게, 놀이처럼 말이죠."' -가제본 86~87쪽.   


 김지혜와 이규옥은 아카데미에서 우쿨렐레 강좌를 같이 듣게 돼요. 규옥의 성토(聲討)로 그 강좌에서 만난 고무인, 남은주와 함께 지혜는 반격을 시작하지요. 반은 백수로 시나리오 작가인 삼십 대 남자 무인은 그의 시나리오가 영화화되면서 이야기가 완전히 바뀌어 충격을 받았다고 해요. 이벤트 업체에서 일하는 오십 대 아저씨 남은(이름이 너무 여자 같아서 보통 '남은'이라고는 말함)은 떡볶이 고추장의 좋은 장맛을 만들었지만, 누군가의 사기로 빼았겨서 억울하다고 해요. 그래서 먹방을 시작했어요. 이렇게 아픔이 있는 그들, 결국에 반격의 거인이 되지요. 


 제가 '저주 인형'으로 반격한 강철과 꺽다리, 그리고 그 패거리들. 소설 '서른의 반격'에서도 그런 사람들에게 반격을 하지요. 유쾌, 상쾌, 통쾌해요. 규옥이 하려는 '놀이를 통한 균열, 균열을 통한 변화(가제본 225쪽)'의 이야기가 재치 있어요. 그리고 따뜻해요. 그들은 놀이 같은 반격을 통해, 더 따뜻하게 자라게 돼요. 그 따뜻함이 더 나은 나로 나아가게 해요. 저도 그 따뜻함을 오랫동안 품고 싶네요.   





 덧붙이는 말.

 

 제5회 제주4·3평화문학상 수상작이라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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