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이라 불린 남자 스토리콜렉터 58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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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억과 누명.

 

 기억. 긴 기억과 짧은 기억이 있어요. 또, 기억은 흐릿한 기억, 왜곡된 기억이 될 수도 있고요. 그런데, 모든 것을 뚜렷이, 그리고 사실대로 길게 기억하는 남자가 있네요. 과잉기억증후군이에요. 얼핏, 부러웠어요.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은 요즘. 제가 그런 기억력을 갖는다면, 가장 어려운 시험에 도전할 것 같아요. 시험 준비할 때, 책의 뒷부분까지 읽게 되면요. 책 앞부분의 기억이 가물가물하더라고요. 그런데, 그 능력이 도와준다면, 전국 수석으로 합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입신양명(立身揚名)1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거예요. 상상만 해도 즐겁네요. 그렇지만, 과잉기억증후군의 이 남자는요. 이 능력이 저주가 됐다고 해요. 사랑하는 아내와 딸, 그리고 처남이 살해당한 그날 밤을 잊지 못하기 때문이래요. 불운이에요.

 

 누명. 억울하지요. 여기, 20년 동안 옥살이를 한 남자가 있어요. 그것도 친부모를 살해한 사형수로요. 존속 살해의 패륜아. 그의 누명이지요. 그리고 사형 집행일. 극적으로 살아나요. 진범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나타난 거예요. 억울한 그에게 행운이 다가온 거예요. 러시아 작가 표도르 도스토옙스키(도스토예프스키)도 사형 집행 직전 살아났다고 해요.2 러시아 니콜라이 1세의 연극이었지만요. 그 경험은 그에게 깊이를 더해주지요. 인간에 대한 이해의 깊이를요. 또, 스티븐 킹의 소설을 영화화한 '쇼생크 탈출(The Shawshank Redemption, 1994)'에서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사람이 있어요. 아내와 그 애인을 살해한 혐의로 종신형을 받고 감옥에 왔지요. 그의 이름은 앤디 듀프레인. 그는 쇼생크 교도소를 벗어나, 구원(Redemption)을 얻어요. 희망이 있었기에 그럴 수 있었어요. 이제 20년의 감옥 생활을 뒤로 하고, 누명을 벗으려는 그. 다가온 행운으로 진실을 찾아가지요. 인간에 대한 이해의 깊이를 더하고, 새로운 희망으로 구원을 얻기 위해서요.

 

 에이머스 데커, 멜빈 마스. 그리고 동병상련.

 

 기억으로 상징되는 에이머스 데커. 누명으로 상징되는 멜빈 마스. 에이머스 데커는 멜빈 마스에게 동병상련(同病相憐)3을 느껴요. 지금은 벗었지만, 누명을 쓴 적이 있었거든요. 과거에 기억과 누명의 상징이었던 거예요. 한 해의 마지막 날이었어요. 데커는 FBI 미제 수사팀과 함께하기 위해 콴티코로 가고 있었어요. 우연히 라디오에서 마스의 이야기를 들었고요. 죽음이 다가온 찰나, 살아난 사형수 마스의 이야기를요. 멜빈 마스는 미식축구 선수였어요. 가장 빛나는 유망주였고요. 데커도 미식축구 선수였지요. 또, 데커도 가족 살해범으로 누명을 썼었고요. 그리고 누군가 나타나 진범임을 고백했었지요. 그러니, 동병상련이 안 찾아올 리가 없지요. 그래서 데커는 과잉기억증후군인 그의 능력으로 마스를 돕기로 해요.  

 

 사형 제도, 인종차별. 그리고 어머니의 사랑.

 

 '"무고한데 억울하게 사형당한 사람이 얼마나 될 것 같아요?"

 "단 한 명이라도 너무 많죠. 그리고 분명히 한 명은 넘을 테고."' -185쪽.

 

 마스가 사형수였고, 사형 집행이 가까웠기에 사형 제도4의 이야기가 있어요. 영화 '데이비드 게일(The Life Of David Gale, 2003)'에서도 사형 제도 존폐5에 대해 생각하게 하지요. 이 이야기도 그래요. 2017년 11월 19일 현재, 1997년 12월 30일, 우리나라에서 마지막으로 사형이 집행됐다고 해요. 우리나라는 실질적인 사형 제도 폐지 국가인 거예요. 무고한데 억울하게 사형당한 사람이 없어야겠다는 표현인 것 같아요.

 

 '"나는 부모를 죽인 혐의로 기소된 흑인 남자예요. 두 분 중 한 분은 백인이었죠. 자, 여기는 남부예요. 여기는 텍사스라고요. 내가 미식축구 스타였을 때는 다들 나를 사랑했죠. 하지만 유죄 판결을 받자 내 곁에는 친구 하나 남지 않았어요. 그저 어떻게든 사형만은 면해보려고 발버둥 치는 흔한 흑인 죄수가 되고 말았죠. 빌어먹을. 텍사스는 다른 어떤 주보다 사형당하는 사람이 많아요. 그리고 그중 엄청 많은 사람이 흑인이죠."' -134쪽.

 

 그리고 미국의 인종차별6. 특히, 백인에 의한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 그 이야기가 있어요. 마스가 흑인이기에, 남부인 텍사스에 살기에, 자연스레 담겨 있네요. 인종에 차별이 있으면 안 되겠지요.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핵심은, 멜빈, 당신이 당신 어머니를 알았다는 겁니다. 그리고 어머니는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했어요. 거기에는 거짓이 없어요. (……) 하지만 나는 당신 어머니가 그 모든 걸 보상하고도 남을 만큼 당신을 사랑했다고 생각해요."

 (……)

 "나는 사랑을 알고, 그게 사람들을 어떻게 바꿔놓을 수 있는지 알아요, 멜빈. 좋은 쪽으로도, 나쁜 쪽으로도 말이에요. 내 뇌가 얼마나 많이 변했든 그것만은 항상 기억할 겁니다."' -484~485쪽.

 

 멜빈의 어미니. 그 어머니의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모성(母性)을 바탕으로 한 어머니의 사랑. 저는 미켈란젤로의 피에타7가 그려지네요. 피에타는 이탈리아어로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뜻이라고 해요. 멜빈의 어머니도 아들에게 자비가 베풀어지기를 바랐던 거예요. 성모 마리아처럼요. 따스한 모성이에요. 그 안에서 멜빈은 어머니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고요. 새로운 희망으로 구원을 만나게 되지요.

 

 '괴물이라 불린 남자'에 대해서.

 

 '에이머스 데커' 이야기의 두 번째예요. 첫 작인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일명, 모기남)'에 이은 '괴물이라 불린 남자'인 거예요. 저는 아쉽게도 아직 첫 이야기와 대화를 안 나눴는데요. 두 번째 작인 이 이야기와 대화를 나눴어요. 즐거운 대화였네요. 반전을 품은 힘찬 모험 활극! 책과 결혼한 사람에게 찾아오는 권태기에 특효약이네요. 효과 좋아요.   

 

  

 


  1. 출세하여 이름을 세상에 떨침.
  2. '죽음의 심연을 응시했던 사형 체험', 박영은, 도스토예프스키, 살림 (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047477&cid=41773&categoryId=41777 ), '도스토예프스키 씨, 용서란 무엇인가요?', 신연선, 채널예스 ( http://ch.yes24.com/Article/View/28432 )
  3. 같은 병을 앓는 사람끼리 서로 가엾게 여긴다는 뜻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끼리 서로 가엾게 여김을 이르는 말.
  4. https://namu.wiki/w/%EC%82%AC%ED%98%95
  5. https://namu.wiki/w/%EC%82%AC%ED%98%95%EC%A0%9C/%EC%A1%B4%ED%8F%90%20%EB%85%BC%EB%9E%80
  6. https://namu.wiki/w/%EB%AF%B8%EA%B5%AD/%EC%9D%B8%EC%A2%85%EC%B0%A8%EB%B3%84
  7.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169221&cid=40942&categoryId=33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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